우리나라의 불교는 대부분 임제스님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그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래된 사찰에 있는 옛 스님들의 비석을 살펴보면 거의가 다 임제의 몇 대 후손이라고 적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님들이 돌아가시면 축원도 반드시 이렇게 한다.
“빨리 이 땅에 돌아오시어 임제문중에서 길이 인천의 안목이 되어주소서[臨濟門中 永作人天之眼目].”라고 한다. 임제사상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이렇게 크다.
그러므로 임제록은 조계종의 제1교과서며, 제1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라고 생각한다.
임제록을 만난 후로 필자의 걸망에는 오늘 날까지 항상 임제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1971) 겨울철 봉암사에서 지낼 때 서옹스님의 임제록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후 강의용 책을 직접 편찬하여 강의도 몇 차례 했다.
그리고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번역과 강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빛을 보게 되었다.
사실 임제록을 강설하는 일은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부치는 것이다.
혹이다. 머리 위에 또 머리를 하나 더 얻는 것이고, 멀쩡한 살을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다.
“임제 할” “덕산 방”도 죽은 송장이 눈을 부릅뜨는 일이라고 한다.
관우도 아니고 송장이 눈을 부릅떠 봐야 무슨 영험이 있겠는가.
하물며 되지도 않은 군더더기 소리로써 덧칠을 한 이 강설이야 말해 무엇 하랴.
임제스님은 경전과 어록을 모두 똥을 닦은 휴지라고 하였다.
이제 필자는 그 똥을 닦은 휴지조각을 들고 무슨 국물이라도 나오려는가 하여 쥐어짜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 역시 똥이 묻은 휴지를 이리 저리 헤집고 있다.
혹시 덩어리라도 건질까해서다.
그러다가 악취만 좀 맡아도 큰 다행이다.
명안도류(明眼道流)는 미진한 것은 보충해주시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주기를 바란다.
세상은 점점 말세적 현상이 짙어가고 진정한 불법을 알고자하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오로지 불조의 정법이 널리 퍼지고 오래 머물도록 하는데 일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 임제록 강의가 빛을 보기까지 크고 작은 인연을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여러 임제록 강의 청중들에게도 감사한다.
청화(淸華)상인의 노고에도 감사한다.
모두들 임제스님의 가르침에 의하여 대해탈 대자유를 누리어 나날이 행복한 날이 되시기를 빈다.
2004년 동안거 금정산 범어사 서지전에서
금정산인 如天 無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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