肯箇後生하야 驀口自摑하고 辭焚机案하야 坐斷舌頭로다
긍개후생 멱구자괵 사분괘안 좌단설두
황벽스님은 후생(後生) 임제스님을 인가하다가 갑자기 입을 스스로 쥐어박았다.
임제스님은 황벽스님과 하직하고 떠날 때 법을 전한 것을 증명하는 경상[机案]을 주어도 받지 않고 오히려 불사르라 하였다.
그러나 황벽스님은 가져가서 천하 사람들의 논란을 차단하게 하라고 하였다.
강의 ;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임제스님이 방 앞에 앉아 있다가 황벽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눈을 감아버렸다.
황벽스님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방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임제스님은 뒤따라가서 사과하였다.
그 때 수좌인 목주스님이 옆에 있었는데, 황벽스님이 “이 승려는 비록 후생이지만 <이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수좌스님이 “노스님께서도 아직 멀었는데 도리어 후생을 깨달았다고 인가하십니까?”라고 하니 황벽스님은 스스로 입을 쥐어박았다.
그랬더니 수좌스님이 “알면 �어.”라고 하였다. 황벽스님이 수좌에게 점검을 당했다.
또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의 법을 받고 떠날 때,
“어느 곳으로 가려는가?”
“하남(河南)지방이 아니면 하북(河北)지방으로 갈까합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은 곧 한 대 후려쳤다.
임제스님은 그 순간 황벽스님을 잡고 역시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황벽스님은 크게 한바탕 웃고, 시자(侍者)를 불러서 스승 백장(百丈)스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선판(禪板)과 경상[机案]을 주었다.
그랬더니 임제스님은 시자에게 그것을 불태워 버리라고 하였다.
선판과 경상은 법이 아닌 가짜 물건이다.
가짜는 필요 없다는 식이다.
그 때 황벽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불태우는 일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는 가져가서 뒷날 천하 사람들이 전법(傳法)의 문제에 대해서 시비할 때 증거를 제시하여 그런 논란이 없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어찌 되었든 이 이야기가 황벽스님의 부촉을 받은 것을 증명한 것이 되었다.
참으로 입제스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임제스님은 철두철미하게 적나라한 무위진인(無位眞人)으로 사셨고 무위진인으로 보여주었다.
스승과 이별하는 마당에서도 그렇게 활발발(活鱍鱍)한 무위진인으로 이별하였다.
전법의 증거가 되는 신표(信標)에 대해서도 철저히 형식이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무위진인이 존재할 뿐임을 확연하게 알려서 뒷사람들에게 진정한 본보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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