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마방의서문4/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29. 11:01

마방의 서문  4

 

 

巖谷栽松後人標榜이요 钁頭斸地하니 幾被活埋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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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스님이 험한 골짜기에 소나무를 심은 것은 후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것이요,

또 괭이로 땅을 팠으니 황벽스님은 거의 산채로 생매장 당할 뻔했다.


강의 ; 이 소나무는 마치 내 방 옆에 있는 소나무를 연상케 한다.

나는 그 소나무를 보고 늘 그렇게 생각하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임제스님이 소나무를 심을 때 황벽스님이 물었다.

“깊은 산에 이렇게 많이 심어서 무엇을 하려는가?”

“첫째는 산의 경치를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후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입니다.”하고는 괭이로 땅을 세 번 쳤다.

황벽스님이 말하기를, “비록 그런대로 괜찮기는 하나 자네는 이미 나에게 30방망이를 얻어맞은 꼴이다.”

임제스님이 다시 괭이로 땅을 세 번 치면서 “허 허”라는 소리를 냈다.

황벽스님이 “나의 종풍(宗風)이 너의 대에 가서 세상에 크게 일어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물론 소나무를 심은 것이 후인들의 본보기가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후인들의 본보기가 될 소나무를 심은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임제스님의 불교인 것이다.

온갖 지엽은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드러내 보인 부처님과 조사들의 그 마음, 그 불교인 것이다.

오늘날 같이 불교에 거품과 방편설이 난무하고 있는 이즈음에 지엽과 가식이 전혀 없는 졸가리뿐인 이 올곧은 불교가 만고에 후인들의 본보기가 되리라는 것이리라. 임제스님의 그 깊은 은혜에 뜨거운 가슴으로 감사를 느낀다.

임제스님이 대중들과 함께 밭을 매는 운력(運力)을 하다가 황벽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는 괭이를 짚고 서 있었다. 황벽스님이 다가와서 말하기를, 

“이 녀석이 피곤한가?”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피곤할리가요.” 그러자,

황벽스님이 몽둥이로 곧바로 한 대를 때리니 임제스님이 그 몽둥이를 붙잡아서 던져버리고 황벽스님을 넘어뜨렸다.

황벽스님이 유나를 불러 “유나스님, 나 좀 일으켜다오.”

유나스님이 가까이 와서 황벽스님을 일으키면서 “스님, 이 미친놈의 무례한 짓을 왜 용서하십니까?”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황벽스님은 막 일어나자마자 도리어 유나를 때렸다.

그 때 임제스님이 땅을 파면서 “제방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대개 화장을 하지만 나는 여기서 산채로 매장을 한다.”라고 하였다.

크게 죽은 뒤 다시 살아나는 큰 생명을 보였다.

법을 거량(擧揚)하는 일도 이쯤 되면 누구나 혀를 내두르게 마련이다.

유나스님은 미친놈의 무례한 짓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누가 그 높은 뜻을 알랴. 황벽과 임제만이 느끼며 주고받는 진검싸움인 것이다.

불꽃을 튀기고 천둥이 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엎어지는 일이다.

천(千)이면 천, 만(萬)이면 만이 산채로 매장당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