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18
13-7 실다운 법은 아무 것도 없다
問, 如何是眞正見解오 師云, 儞但一切入凡入聖하며 入染入淨하며 入諸佛國土하며 入彌勒樓閣하며 入毘盧遮那法界하야 處處皆現國土하야 成住壞空하나니라
“무엇이 참되고 올바른 견해입니까?”
“그대들은 언제 어디서나 범부에도 들어가고 성인에도 들어가며 더러움에도 들어가고 깨끗함에도 들어간다.
모든 부처님 나라에도 들어가고 미륵의 누각에도 들어가며 비로자나불의 법계에도 들어가서 곳곳마다 국토를 나타내며 성·주·괴·공(成住壞空)을 한다.”
강의 ; 임제스님은 일심(一心)의 활발발한 작용이 어떤 것인가를 눈여겨보는 것이 참되고 바른 견해라고 한다. 그 일심[그대들]은 범부·성인·더럽고·깨끗함 등등 온갖 곳에 다 들어간다.
즉 유무 선악의 상대적 대립관계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경지인,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다 친견하고 최후에 들어갔다는
미륵누각이나 비로자나법계에 까지도 들어간다.
일심은 곧 그 모든 것들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만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만들어 놓고,
특히 선악 애증 청탁 등등 온갖 대립적 관계들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들어가서 그 환경과 그 세계를 나타내고 거기서 생성하고[成] 거기서 머물다가[住] 변화하고[壞] 또 사라져간다[空].
우리들의 삶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과 그 상황에서 이리 딩굴고 저리 딩굴고 하면서 출몰을 계속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 모두가 일심의 세계,
즉 우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유무 선악의 상대적인 대립을 멀리 벗어나면서 한편으로는 그 것들을 다 수용하는 중도적 삶을 암시하고 있다.
佛出于世하야 轉大法輪하고 却入涅槃하되 不見有去來相貌하야 求其生死하나 了不可得이니라 便入無生法界하야 處處游履國土하야 入華藏世界하야 盡見諸法空相하야 皆無實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출현하시어 큰 법륜을 굴리시고 다시 열반에 드시지만 가고 오는 모양을 볼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는 생사를 찾아도 마침내 찾을 길 없다.
곧 무생(無生) 법계에 들어가 곳곳에서 국토를 노닌다.
화장세계에도 들어가 모든 법이 다 텅 비어있어서 전혀 실다운 법이 없음을 다 본다.”
강의 ; 세존이 이 세상에 오시어 태자로 살다가 향락의 삶을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의 길을 걸었으며,
깨달음을 이루고는 진리의 가르침을 펴시다가 열반에 드시었다.
인류의 큰 스승으로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역사적인 사실이 확실하지만 그 오고간 모습 찾을 길 없다.
태어나고 죽은 일을 찾아보아도 역시 찾을 길 없다.
모든 존재가 동일한 생멸이 없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범주 안에 있으면서 온갖 삶을 다 펼친다.
철저히 공한 진공(眞空)이면서 미묘 불가사의하게도 존재하는 묘유(妙有)의 세계인 화장세계에서 노닌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멋 진 화장세계다.
아무리 보아도 모든 존재[諸法]는 텅 비어 공한 것[空相]이다.
실다운 것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이 이치는 세존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체 인간과 모든 생명 모든 삼라만상이 동일하다.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유무이변(有無二邊) 어느 것도 아니다.
이것이 모든 존재의 법칙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는 삼라만상과 함께 중도(中道)로 존재한다.
영가스님은 “모든 것은 무상하여 일체가 공한 것, 그것이 곧 여래의 큰 깨달음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교리에서는 공(空)이 곧 연기(緣起)고 연기는 곧 공이며, 곧 여래(如來,진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일체는 곧 공이며, 연기이며, 여래[진리]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들고 있는 물 잔은 이미 깨어진 것으로 보아도 좋다.
올라가는 길이 곧 내려오는 길이듯이 삶은 그대로가 죽음이다.
죽음 그대로가 삶이다.
제법공상 개무실법(諸法空相 皆無實法).
반야심경의 내용과도 같다.
반야심경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나는 없다.”다.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고 불보살의 삶이다.
唯有聽法無依道人이 是諸佛之母라 所以佛從無依生이요 若悟無依하면 佛亦無得이니 若如是見得하면 是眞正見解니라
“오직 법을 듣는 사람,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도인이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다.
그러므로 부처는 의지함이 없는 데서 생겨난다.
만약 의지함이 없음을 깨닫는다면 부처라는 것도 얻을 것이 없다.
만약 이와 같이 보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참되고 올바른 견해인 것이다.”
강의 ; 부처님이나 어머니나 도인이 모두 같은 의미다.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이 홀로 드러나 있는 사람.
법문을 들을 줄 아는 이 사람이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다.
하필 모든 부처님의 어미니 있겠는가.
모든 존재의 어머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것으로부터 생겼다.
만약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그것을 깨달으면 부처도 또한 찾을 길 없다.
만약 이와 같이 알면 그것이 참되고 올바른 견해[眞正見解]다.
무위진인(無位眞人), 무의도인(無依道人), 무위도인(無位道人). 이 모두가 같은 뜻이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청법무의도인 시제불지모(聽法無依道人 是諸佛之母)라는 구절도 익혀 두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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