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禪林寶訓)

선림보훈/10 공안을 설명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通達無我法者 2007. 12. 3. 16:49
10  공안을 설명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홍영소무(洪英邵武)스님 / 1012∼1070
 

 1. 곳곳의 노숙(老宿)들이 선각(先覺)의 말씀을 비판하고 공안(公案)을 설명하는 것은 마치 한 줌의 흙으로 태산을 높이고 한 움큼의 물로 동해를 깊게 하려는 격이다. 저분들의 뜻이 어찌 우리 불법을 더 높게 하거나 깊게 하겠는가. 생각해 보면 보충설명으로 이해를 도우려는 그들의 뜻은 살 만하나, 그런 방법으로는 될 수 없는 문제임을 그들은 알지 못했을 뿐이다. 『광록(廣錄)』

2. 홍영 소무스님은 배우는 납자들이 방자하게 멋대로 굴면서도 인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볼 때마다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수고로운 삶은 마치 길손이 여인숙에 묵고 나룻터에 배가 쉬듯 잠깐이어서, 살아 있는 동안 인연을 따르다가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데에서 욕심으로 구하고 얻는 것이 얼마나 되기에 너희들은 염치를 모르고 분수를 넘어 이토록 가르침을 더럽히는가?
대장부의 뜻이 조사의 도를 크게 넓히고 후학을 이끌어 줌에 있다면, 자기 욕심만 챙기느라고 무엇이든 거리낌없이 마구 해서는 안된다. 일신상에 닥친 화를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도모한다면 결국 만겁 동안의 재앙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삼악도의 지옥에서 고통받는 정도로는 아직 괴로움이라 할 수 없다. 한번 가사를 걸쳤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진실로 고통이 되는 것이다." 『벽기(璧記)』

3. 홍영 소무스님이 회당스님에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선지식(善知識)이라 불리는 이는 불조(佛祖)의 교화를 도와 납자들에게는 도를 닦는 데에 마음을 쏟게 하고 민간에게는 풍속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니, 본디 천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법시대의 비구들은 도덕을 닦지 않아 절개와 의리가 거의 없다. 번번이 뇌물을 싸들고 문전에 기대어 꼬리치고 구걸하여 권세있는 문하에서 명성과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이생에서 받을 업과 복이 다하여 죽게 되는 날이면 세상이 모두 손가락질하리니, 자기에게 재앙이 될 뿐만 아니라 바른 가르침을 더럽히고 스승과 벗에게 허물을 끼치게 되니 크게 탄식할 일이 아닌가."
회당스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4. 홍영 소무스님이 반연지에게 말했다.
"옛날의 배우는 이는 마음을 다스렸고 요즘의 배우는 이는 모습을 다스리나 이 둘 사이는 천지차이라 하겠다."

5. 홍영 소무스님이 진정 극문(眞淨克文:1025∼1102)스님에게 말했다.
"무엇이든 갑자기 자라나는 것은 반드시 중도에서 꺾이며, 급하게 이루어지는 일은 반드시 쉽게 허물어지니, 먼 앞날을 내다보지 않고 계획하여 갑자기 만들어 낸 일은 모두가 원대한 일의 밑천이 될 수 없다.
자연은 가장 신령스럽지만 그래도 3년마다 한 번씩은 윤달이 끼어야 조화신공(造化神功)을 완수할 수 있다. 하물며 무상대도(無上大道)의 오묘함을 어떻게 급히 서둘러 이룰 수 있겠는가. 요컨대 공부를 축적하고 덕을 쌓아가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하게 하려 하면 도달하지 못하고 꼼꼼하게 행하면 실수하지 않으니, 아름답고 묘하게 이룸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어 마침내 종신토록 도모함이 있게 된다'는 말이 있다.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도(道)에 대해서 믿음으로써 지키고 민첩하게 실천하며 진심으로 이루면, 아무리 큰일이라도 반드시 된다'라고 하셨다.
지난날 철시자(喆侍者)는 앉은 채로 밤을 새우면서 자지 않았다. 둥근 나무로 목침을 만들어 괴고는 잠깐이라도 졸게 되면 목침이 굴러떨어져 깜짝 놀라게 함으로써 다시 일어나 전처럼 자리를 펴고 앉곤 하였다. 늘 이렇게 해나가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마음씀이 너무 지나치다고 하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반야(般若)와의 연분이 본래 엷어서, 만일 애써 뜻을 가다듬지 않는다면 허망한 습관에 끄달릴까 염려스럽다. 더구나 꿈 같고 허깨비 같은 이 몸은 본래 진실이 아닌데, 어떻게 이것만을 믿고 장구한 계책을 삼겠는가.'
나는 그때 상강(湘江)의 서쪽에 있으면서 그 지조와 실천이 이러함을 직접 보았다. 그러므로 총림에서는 그의 명성에 머리 숙이고 그의 덕에 경배하며 칭찬한다." 『영원습유(靈源拾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