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불법의 형식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25

정해진 순서 없지만 세가지로 분류

 바탕 ‘현교.밀교.심교’

전승 ‘법륜.교령륜.심륜’

실천 ‘법음.비밀.마음’

 

불법에 정해진 순서는 없다. 그러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가 있다.

 

제일의 범주는 불법의 바탕(敎體)이다. 첫째는 현교(顯敎)이다. 성문승.연각승.보살승의 경.율.논 등이다. 둘째는 밀교(密敎)이다. 유가수행.관정법.오부만다라.호마법.삼밀가지.만다라법 등이 그것이다. 셋째는 심교(心敎)이다. 직지인심.견성성불의 선법이다.

 

제이의 범주는 불법의 전승(敎相)이다. 첫째는 법륜(法輪)인데 곧 현교로서 마등이 시조이다. 다시 둘째는 교령륜(敎令輪)인데 곧 밀교로서 금강지가 시조이다. 다시 셋째는 심륜(心輪)인데 보리달마가 시조이다.

 

제삼의 범주는 불법의 실천(敎用)이다. 이런 까닭에 첫째의 법륜을 전하는 것은 법음으로 법음을 전하는 것이다. 둘째의 교령륜을 전하는 것은 비밀로 비밀을 전하는 것이다. 셋째의 심륜을 전하는 것은 마음으로 마음에 전하는 것이다.

 

이 삼교(三敎)와 삼륜(三輪)과 삼조(三祖)는 인도로부터 중국에 이르러 범부를 교화하여 성인으로 만들기를 15대 동안 지속되어 왔다.

 

중국불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불법을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여 각 종파 내지 학파에서 자종 내지 자파의 불법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소위 교상판석(敎相判釋)이다. 교학에서는 불교가 중국으로 수입된 지 얼마 후부터 비교적 일찍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 〈열반경〉을 중심으로 하는 교판과 〈법화경〉을 중심으로 하는 교판과 〈화엄경〉을 중심으로 하는 교판 등이 유명했다. 이들은 각각 불교의 특성과 그 성격 및 교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전체보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주장한 까닭에 편협된 교의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심지어는 교판에 대한 정의 및 그 주장에 대해 논쟁까지도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은 이면에는 외도법보다는 불법에 대한 정통과 자긍이라는 심리가 바탕이 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선법에서 선과 교를 구분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보자면 교판과 같은 소위 선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불법을 수용하고 터득하는 근기의 적부(適否) 내지 불법의 적용 여부일 뿐이다. 따라서 선교일치나 교선일치와 같은 경우의 선법과 교법의 구분과는 다르다.

 

일체장경의 불법을 그 성격을 중심으로 세 부류로 나눈 것은 대단히 명확하다. 단순히 선과 교라는 구분법이 아니라 현교와 밀교와 심교라는 삼분법을 내세움으로써 심법이 불법 가운데서 지니고 있는 특징을 부각시킨 점이 눈이 띈다. 이것은 본 〈선문보장록〉의 성격이 선교대별이라는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결코 현교와 밀교와 심교에 대한 심천(深淺)의 순서를 강조한 것은 아니다. 현교는 불법의 표현방식인 능전(能詮)을 가리킨 것이고, 밀교는 불법의 체험방식인 소전(所詮)을 드러낸 것이며, 심교는 불법의 전승방식인 체득(逮得)을 암시한 것이다. 그래서 단지 학인이 수용하고 터득하는 기준을 순차적으로 내세워 각각의 방편법이라는 제스처를 사용함으로써 별다른 무리없이 선법인 심교의 우위를 드러내고 있다.

 

세 가지 범주는 불법의 전체를 그 체(體).상(相).용(用)의 측면이다. 체(體)는 불법을 담고 있는 바탕 곧 언설문자를 기준으로 직접적인 언설문자와 은밀한 신체의 동작과 무형의 마음의 작용 등으로 분류하였다. 상(相)은 불법이 세상에 유포되는 방식으로 중국에 최초로 불법을 전한 마등, 비밀법을 전한 금강지, 대승의 선법을 전한 보리달마 등으로 설명하였다. 용(用)은 불법이 각각 전승되는 방식을 언설과 비밀과 마음으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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