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전등의 원류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26

“불조 혜명 계승하려는 특징”

 

선종의 두드러진 요소

전통성을 부각하려는

전등계보 계속 출현해

 

“그때 석가는 선승이 아니라 말하자면 선종을 탄생시킨 주불(主佛)이었다. 그래서 선종의 개조는 노사나불도 아니고 석가불도 아니면서 노사나불을 개조로 삼기도 하고 석가불을 개조로 삼기도 한다. 또 십신(十身)도 아니고 삼신(三身)도 아니면서 십신을 개조로 삼기도 하고 삼신을 개조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법왕으로서 일체(一體)에 삼신을 구비하고 있는 것과도 다르다. 본래부터 신령스런 광명이 고금을 비추는 것이 하필 가슴에 새겨진 만자(卍字)뿐이겠는가.”

 

선종이 불교의 어떤 종파보다도 특이한 것 가운데 한 가지는 전등법계를 강조하는 점이다. 따라서 일찍부터 인도를 비롯하여 중국에서 전개된 법계의 상승에 대하여 자파의 정통성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중국문화에 기반한 정통의 중시라는 점에 힘입은 바 크지만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려는 선종의 특성이야말로 가장 두드러진 요소였다. 따라서 선종의 내부에서도 각 분파에 의거하여 자파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등계보가 끊임없이 출현하였다. 소위 북종의 정통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능가불인법지, 능가사자기, 전법보기 등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시대적으로는 북종의 경우보다 후대에 속하는 것으로 소위 남종의 정통을 주장한 것으로는 돈황본 단경을 비롯하여 〈보림전〉 〈조당집〉 〈경덕전등록〉 〈전법정종기〉 기타 많은 전등사서의 출현이 그것이었다.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남종의 전등사서에 속하는 것으로 인도의 28조설과 동토의 6대조사설을 강조한 소위 33조사설이다. 명목상으로는 인도로부터 조사의 원류를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리달마를 명실상부한 선종의 초조로 간주한다. 여기에서 인도의 초조는 마하가섭이다. 그것은 석가불은 불교의 개조로서 종파의 조사로는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선의 원류가 석가모니로부터 비롯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초조로 정하지는 않았다.

 

지혜의 경계를 몸으로 삼고 있는 부처님의 경우 온 우주법계가 불신 아님이 없고 3종세간이 두루 불신 아님이 없다. 따라서 석가불은 선종의 근원이면서도 주불이기 때문에 선종의 초조로 열거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치 삼신과 십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중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존재의 양태를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 삼신의 개념이라면 부처님의 존재 자체를 기준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십신의 개념이었다.

 

십신(十身)은 10종의 불신(佛身)으로 열 분의 부처님을 가리킨다. 이 경우 두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첫째 해경십신(解境十身)은 중생세간.기세간.지정각세간을 두루 부처님의 몸으로 보아 부처님이 아니 계신 곳이 없다고 보는 경우의 십신을 말한다. 중생신.국토신.업보신.성문신.벽지불신(연각신).보살신.여래신.지신(智身).법신.허공신이다. 둘째 행경십신(行境十身)은 수행의 완성을 통하여 증득한 부처님의 몸을 말한다. 정각불.원불.업보불.주지불.화불.법계불.심불.삼매불.본성불.여의불이다.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계승하는 입장으로 보면 역대의 조사들이 석가불과 똑같은 입장에 서 있다. 마하가섭은 부처님을 상징하여 정법안장을 전승하였고 아난도 부처님을 상징하여 정법안장을 전승시켰다. 이후에 동토에 전승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법안장을 계승한 조사가 부처님을 대신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온 조사선의 발생과 그 전개가 그것이었다. 따라서 십신과 삼신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입장이었다.

 

부처님과 조사가 엄연히 개별적인 존재이면서도 법의 상승에서는 눈꼽만치도 차별이 없다. 그것은 과거의 칠불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곧 선종에서 제기한 전등법계의 상승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오늘날까지 선종이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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