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선의 종류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36

“최상승선은 마음으로 전승”

 

참된 성품은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아 범부에게나 성인에게 있어 조금의 차이도 없다. 그러나 선정을 분류하자면 깊고 고 옅음이 있어 단계에 차별이 있다. 말하자면 선의 본질에서 벗어난 잘못된 마음으로 천상세계는 좋아하고 천하세계는 싫어하여 닦는 선정은 외도선이다. 올바르게 인과를 믿지만 역시 좋고 싫어하는 마음으로 닦는 선정은 범부선이다. 아공의 진리만을 깨친 입장에서 닦는 선정은 소승선이다.

 

아공과 법공으로 드러난 진리를 깨쳐 닦는 선정은 대승선이다. 그렇지만 만약 자기의 마음이 본래 청정하여 원래부터 번뇌가 없는 무루지성(無漏智性)을 본래부터 갖추고 있는데 그 마음이야말로 곧 부처와 더불어 필경에 차이가 없는 줄을 돈오하여 그것에 의거하여 닦는 선정은 최상승선인데 이것을 또 여래청정선이라고도 한다. 달마의 문하에서 대대로 전승되어 온 것이 바로 이 최상승선이다.

 

또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달마대사가 한 말이다. 혜가대사가 ‘스승의 법은 어떤 문자와 경전을 통해서 배우는 것입니까’ 라는 질문을 하였다. 이에 달마대사 ‘내 가르침은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는 것으로 문자를 통해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以心傳心 不立文字)’ 라고 답변하였다. 달마대사의 설법으로 말하자면 문구를 통해서는 깨칠 수 없기 때문에 모름지기 언설을 떠나 도리를 터득해야 하고 도리를 터득하면 그것이 곧 마음에 전하는 것(傳心)이다. 선문에서 말하는 망념을 벗어나는 것(離念)과 망념이 없는 것(無念)도 역시 달마의 최상승선에서 말하는 것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과 번뇌가 없다는 의미이다. 다만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는 것으로 스승과 제자가 은밀하게 주고받는 도리는 이에 문자와 언설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 수행 종파 인물 등으로 분류

규봉종밀은 깊고 옅음 기준 5종선

 

규봉종밀의 〈도서〉에서 말하는 선의 다섯 가지 분류를 설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선을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서는 다양한 선의 종류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는 방식과 그 성격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하면 조사선과 여래선 내지는 격외선과 의리선으로 나뉜다. 또한 수행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묵조선과 간화선과 위빠사나 등으로 나뉜다. 또 선의 종파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임제종.위앙종.조동종.운문종.법안종.우두종.정중종 등등으로 나뉜다. 또 인물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달마선.혜능성.임제선.대혜선.굉지선.보조선 등으로 나뉜다.

 

이처럼 다양한 선의 분류 가운데 규봉종밀은 특별히 선의 깊고 옅음을 기준으로 5종선으로 분류하였다. 이 가운데 최상승선이야말로 보리달마가 전래한 최고의 선으로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고스란히 전승하여 이후에 조사선의 가풍을 형성시켰다는 것이다. 규봉종밀은 바로 그 특성을 이심전신과 불립문자라는 용어를 등장시켜 정법안장의 전승방식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심전심과 불립문자라는 용어는 본래 8세기 말 내지 9세기 초에 등장한 용어로서 이심전심의 용어는 하택신회의 〈단어〉에 보이고, 이심전심 불립문자의 용어는 소위 달마의 이름을 가탁한 〈혈맥론〉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규봉종밀의 〈도서〉도 역시 이 무렵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위의 내용 가운데 선의 5종에 대한 부분은 〈도서〉의 내용 그대로이지만, 이심전심과 불립문자의 성격과 그 도리를 해설하고 있는 부분은 〈도서〉의 용어를 빌려서 본 〈선문보장록〉의 편찬자가 임의로 끌어다 붙인 설명이다.

 

그러나 달마가 전래한 정법안장의 소식은 언설과 문자를 초월하여 각각의 마음으로써 마음으로 전승되는 도리를 최상승선의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규봉종밀 당시에 이미 중국대륙에 보편적으로 전개되어 있던 조사선의 가풍을 달마조사라는 그 조사로부터 연유한 것으로 규정지음으로써 보리달마의 정통성을 보다 확고히 주장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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