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조사선풍의 특징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41

“일상성을 진리로 간주”

 

묻는다 : 선경은 소승의 경전으로 조사문중의 도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능가경〉은 성종(性宗)의 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합니다. ‘이 경전은 달마대사가 전한 것으로 심지법문을 의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임종 때 분부하였다.’ 과연 이것이 사실입니까.

 

답한다 : 그렇지 않다. 경전은 단지 비유의 경전일 뿐이다. 때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득통한 보살이 아니라면 그 산에 오를 수가 없다.’ 단지 대혜 등의 여러 보살과 더불어 불성의 뜻을 논하여 이승인들을 분발시켜 소승을 버리고 대승으로 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바탕이 부족한 까닭에 그저 방등부 경전에만 머물러 있으니 어찌 조사문중의 증거로 삼을 수 있겠는가.

 

묻는다 : 조사문중에서는 이미 선경을 종지로 삼지도 않고, 또한 〈능가경〉마저도 종지로 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반야경〉을 종지로 내세우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적용

‘방편도 진리’… 평상심시도

답한다 : 그 또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부처님께서는 열반회상에서 단지 ‘나한테 정법안장이 있는데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고 말했을 뿐이지 ‘나한테 마하반야가 있는데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반야는 범어로 번역하면 지혜이다. 지혜라면 마땅히 사리불을 종주(宗主)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반야경 이전에 설한 제법은 모두 희론이기 때문에 경전에서는 ‘제법에 대한 쓸데없는 희론은 말끔히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반야는 성문의 찌꺼기를 쳐부수는 큰 도구인 줄을 알아야지 어찌 선문의 종주라 말할 수 있겠는가.

 

묻는다 : 선경 및 〈능가경〉과 〈반야경〉은 교리가 원만하지 못하고 바탕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사문중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화엄경〉은 온갖 국토에 비로자나청정묘신을 드러내고, 〈능엄경〉은 미묘한 성품을 원명(圓明)하게 중생에게 보여주며, 〈법화경〉은 일승의 미묘법문으로 널리 모든 것에 통하는데 어찌 이 밖에 조사문중의 별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답하다 : 우리 석가모니의 설법은 평등한 자비심으로 널리 중생이 생사의 바다에 표류하는 것을 보고 높고 낮음에 따라서 그들을 건지려고 바다에 나가 널리 그물을 치고 부표를 띄우며 발을 치고 낚싯대를 드리운다. 그 물고기들 가운데 자라나 고래와 같이 큰 종류는 큰 그물로 건지고 새우나 조개처럼 작은 종류는 작은 그물로 끌어올리듯이 모두 번뇌의 바다에서 끌어올려 열반의 산으로 올려주어 모든 중생이 다 제도를 받게 해준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갈기가 붉은 불과 같고 손톱과 발톱은 갈고리와 같으며 눈은 태양처럼 빛나고 입에서는 연기를 내뿜는 것이 있었다. 홀연히 고개를 들어 일어섰다가 통발과 그물 등 온갖 도구가 있음을 보고서 몸을 한번 뒤척여 손톱과 발톱을 휘두르니 흰 파도가 하늘까지 솟아오르고 흑풍이 해를 가려 마치 낮이 밤과 같아 빛을 잃었다. 이에 모든 물고기 잡는 도구가 일시에 사라지더니 한줄기 단비가 내려 중생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우리 조사문중의 사람들은 바로 이와 같은 줄 잘 알아야 한다.

 

조사선법의 특징은 일상성을 진리로 간주하는 것과 그 진리가 어느 시대나 누구에게나 언제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기존의 선경 곧 선정의 수행방법과 그 사상을 설하는 경전 내지는 심법을 설하는 대승경전과도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곧 소위 선의 소의경전처럼 간주되고 있는 〈능가경〉,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등의 교리조차도 결국은 소승의 가르침을 버리고 깨침으로 향하게 하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경전의 가르침을 생사에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려는 방편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조사선법은 그 방편마저도 진리로 간주한다.

말하자면 이 육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조차 그대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행위가 청정심의 표출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즉심시불(卽心是佛), 대기대용(大機大用)라 하였다. 따라서 조사문중의 가풍의 진리와 그 깨침의 행위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이외에 달리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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