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선교차별론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43

“선.교학 제기능 완수 해야”

 

무염국사가 법성선사에게 물었다. “교와 선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법성선사가 답변하였다. “만조백관은 모두 자기의 직무를 수행하고, 제왕은 용상에서 팔짱을 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백성은 모두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이다.”

 

무염국사는 후에 소위 구산문 가운데 오늘날 충남 보령지역에서 번성하였던 성주산문의 개산조이다. <조당집>의 내용에 의하면 법성선사는 입당하여 <능가경>을 배우고 돌아왔다. 일찍이 무염이 12세에 설악산 오색석사에서 법성선사를 모시고 수년간 사사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법성선사의 권유로 당에 유학하였다. 불상사의 여만선사로부터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으나 일찍이 그대와 같은 동국인은 만나지 못했다. 훗날 당에서 선법이 사라지면 해동에 가서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찬탄하였다. 이후 마곡보철에가 나아가 인가를 받고 귀국하여 성주사에 머물러 1000명의 제자를 거느렸다. 그러나 서산대사의 <선교석>에 의하면 문성대왕의 질문에 무염국사가 답변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제시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선과 교의 차이에 관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상에 앉아 있는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정사에 임한다. 그러나 국사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관리들은 각자가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에 신하들이 교학에 비유된다면 왕은 선에 비유된다. 이처럼 선과 교학이 제대로 그 기능을 완수한다면 백성들은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고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것이다.

 

공통기반은 ‘본래성불’ 사상

조사선은 ‘선종오가’로 표출

무염은 앞서 ‘무설토론’에서도 보았듯이 선과 교학의 차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나아가서 여래선과 조사선의 차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석가여래의 49년 설법을 의미하는 여래선이 많은 언설과 제스처와 완곡한 가르침을 제시함으로써 제자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라면 달마조사의 9년 면벽의 침묵과 좌선과 단도직입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조사선은 여래선의 경지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것으로 판별하였다. 이것은 무염국사가 유학하고 있던 당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던 선법의 전형적인 방식으로서 조사선의 기치를 높이 내세우고있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사선의 가풍은 그 직후에 당나라에서 전개된 소위 선종오가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그와 같은 조사선의 가풍이 임제의현에게서는 수처작주(隨處作主)요 입처개진(立處皆眞)의 바탕에서 할과 방으로 나타났다. 운문문언에게서는 한 마디로 제자의 급소를 찔러주는 일자관(一字關)으로 나타났는가 하면, 위앙종의 개조이기도 한 앙산혜적에게서는 소위 온갖 기호와 부호와 상징적인 의미를 동원한 가르침인 표상현법(表相現法)으로 나타났으며, 조동종에서는 보살행의 다섯 가지 측면을 제시한 오위(五位)라는 기관을 출현시켰다.

 

이와 같은 사상의 계보는 일찍이 보리달마로부터 유래되는 것이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기반은 모든 중생들이 이미 깨침을 구비하고 있다는 본래성불의 사상에 기초한 내용이었다. 보리달마는 중생이 부처님과 동일한 성품을 구비하고 있음을 심신(深信)할 것을 강조하였고, 혜능은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 깨침의 성품을 그대로 작용할 것을 강조하는 단용차심(但用此心)을 말하였으며, 남악회양은 수행과 깨침은 본래부터 있었던 적이 없으므로 개개인은 단지 번뇌에 물들지 않아야 할 것을 강조한 단막염오(但莫染汚)를 말하였고, 마조도일은 천연적인 깨침의 작용이 몸소 자신에게 이미 드러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도불용수(道不用修)를 말하였으며, 백장회해는 깨침의 진리가 우리네 일상의 행위와 작용에 그대로 미치고 있다는 체로진상(體露眞常)을 말하였다.

 

이와같은 조사선 가풍의 사상적인 계보는 신라 말기 당에 유학하여 선법을 익혔던 많은 조사들에게로 계승되었다. 여기에서 선과 교의 차이를 강조하는 무염국사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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