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2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17. 14:18
잡아함경 제 2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33. 비아경(非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나[我]가 아니다. 만일 색이 나라면 응당 색에서 병이나 괴로움이 생기지 않아야 하며, 또한 색에 대하여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든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색에는 나가 없기 때문에 색에는 병이 있고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며, 또한 색에 대하여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든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수·상·행·식도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38 / 2145] 쪽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我]가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 5수음(受陰)에 대하여 '그것은 나[我]도 아니요, 내 것[我所]도 아니다'라고 사실 그대로 관찰하느니라. 이렇게 사실 그대로 관찰한 뒤에는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혀 취할 것이 없게 되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4. 오비구경(五比丘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波羅那國)의 선인들이 살았다는 녹야원(綠野苑)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남아 있는 다섯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색에는 나[我]가 없다. 만일 색에 나가 있다면 색에는 응당 병이나 괴로움이 생기지 않아야 하며, 색에 대하여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든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수도 없을 것이다. 색에는 나가 없기 때문에 색에는 병이 있고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요, 또한 색에 대하여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든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39 / 2145] 쪽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我]가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사실 그대로 관찰하라.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 5수음을 나[我]도 아니요, 내 것[我所]도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관찰하기 때문에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혀 취할 것이 없게 되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다섯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5. 삼정사경(三正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지제(支提)에 있는 죽원정사(竹園精舍)에 계셨다.
  그 때 출가한 지 아직 오래되지 않은 세 정사(正士)가 있었으니, 즉 존자 아누율다(阿律陀), 존자 난제(難提), 존자 금비라(金毘羅)였다.
[40 / 2145] 쪽
  그 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곧 훈계하여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이 마음[心]과 이 뜻[意]과 이 의식[識]으로 마땅히 이렇게 사유하고, 이렇게 사유하지는 말며, 이 탐욕을 끊고, 이 색을 끊으며, 몸으로 완전히 진리를 증득하여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비구들아, 과연 항상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색이 있는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색은 무상하며 변하고 바뀌는 것이다. 그런 것이 바르게 머무를 수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색은 무상하며 변하고 바뀌는 법(法)으로서 싫어하고, 탐욕을 떠나며, 없애고, 고요하게 하며, 사라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색은 본래부터 그 일체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이렇게 알고 나면 그 색으로 말미암아 생겼던 모든 번뇌의 해로움과 불꽃, 근심과 번민은 모두 끊어져 없어진다. 그것이 끊어져 없어진 뒤에는 집착할 것이 없게 되고, 집착할 것이 없게 된 뒤에는 안락하게 머무르게 되며, 안락하게 머무른 뒤에는 반열반(般涅槃)을 얻게 된다. 수·상·행·식도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셨을 때, 세 정사(正士)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6. 십륙비구경(十六比丘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투라국(摩偸羅國)의 발제하(跋提河) 가에 있는 일산 같은 암라수원(菴羅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1 / 2145] 쪽
  "비구들아, 자기라는 섬[自洲]1)에 머무르고 자기라는 귀의처[自依]에 머무르며, 법이라는 섬[法洲]에 머무르고 법이라는 귀의처[法依]에 머무르며, 다른 섬이나 다른 귀의처에 머무르지 말라.
  비구들아, 마땅히 바르게 관찰하여 자기라는 섬과 자기라는 귀의처에 머무르고, 법이라는 섬과 법이라는 귀의처에 머무르며, 다른 섬에 머무르거나 다른 귀의처에 머무르지 말라.
  무엇이 원인이 되어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생기며, 어떻게 이 네 가지가 있게 되며, 무엇 때문에 또 어떻게 얽매이게 되고, 아직 생기지 않은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생기고 이미 생긴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더욱 자라는 것을 어떻게 스스로 관찰하는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요, 법의 눈이며, 법의 의지처이십니다.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시면 저희들은 듣고 나서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비구들아,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희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들아, 색이 있어 색을 인연하고, 색에 얽매이기 때문에 '아직 생기지 않은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생기고, 이미 생긴 것들은 더욱 자라고 커진다'고 관찰하라.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혹 항상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색이 있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들아, 색은 무상하다. 만일 선남자가 '색은 무상하고 괴로우며2) 변하고 바뀌는 것으로서 탐욕을 떠나고, 없애며, 고요하게 하고, 사라지게 해야할 것이다'라고 안다면, 본래부터 모든 색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인 줄 안 뒤에는 혹 색을 인연하여 근심·슬픔·번
  
1) 거센 폭류에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피난처, 의지처를 의미한다.
2) 고려대장경에는 '이(已)' 자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맞지 않다. 앞뒤의 경문을 참조해 '고(苦)'자로 바꾸어 번역하였다.
[42 / 2145] 쪽
  민·괴로움이 생겼더라도 그것은 끊어지고, 그것이 끊어진 뒤에는 집착할 것이 없게 된다.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안온한 즐거움에 머무르고, 안온한 즐거움에 머무르게 되면 그것을 열반이라 하나니,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셨을 때, 16비구는 모든 번뇌[漏]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죽원(竹園)과 비사리(毘舍離)와
  청정(淸淨)과 정관찰(正觀察)과
  무상(無常)·고(苦)·비아(非我)와
  5비구(比丘)·3정사(正士)·16비구(比丘)에 대해 설하셨다.
  
  
37. 아경(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과 다투지 않는데 세상이 나와 다투는구나.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아, 만일 법답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세상과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도 또한 '그렇다'고 말한다.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도 또한 그렇다고 말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비구들아, 색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하고, 나도 또한 '그렇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하고, 나도 또한 '그렇다'고 말하느니라.
[43 / 2145] 쪽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도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색은 항상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나도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항상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나도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도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세간에는 세간법(世間法)이 있어, 나는 그것을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이지만 세간의 눈먼 장님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허물이 아니니라.
  비구들아,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고 분별하고 나타내 보이지만, 저 세간의 눈먼 장님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아, 색이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니,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니라.
  비구들아, 이러한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이지만 저 세간의 눈먼 장님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저 눈먼 장님들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을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8. 비하경(卑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44 / 2145] 쪽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천한 직업에 종사하며 여러 가지로 재물을 구해 살아가면서 또 큰 부자가 된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 무슨 까닭인가? 나를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어떤 그릇이 어떤 곳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은 건자(揵茨)라 하고, 어떤 사람은 발우[鉢]라 하며, 어떤 사람은 비비라(匕匕羅)라 하고, 어떤 사람은 차류(遮留)라 하며, 어떤 사람은 비실다(毘悉多)라 하고, 어떤 사람은 바사나(婆闍那)라 하며, 어떤 사람은 살뢰(薩牢)라 할 때, 그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무슨 까닭인가? 나를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세간에 있는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인다. 알고 보아 말하지만 세간의 저 눈먼 장님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저 세간의 눈먼 장님들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을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비구들아, 어떤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내지)3)……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이른바 '색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는 것,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다. '수·상·행·식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는 것,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니라.
  비구들아, 이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아……(내지)4)……저 눈먼 장님들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을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이지만 세간의 저 눈먼 장님들은'이란 내용이 원문에선 '내지(乃至)로 생략되었다.
4) 원문에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이지만 세간의 저 눈먼 장님들은 알지도 보지도 못한다'라는 내용이 '내지(乃至)'로 생략되었다.
[45 / 2145] 쪽
  
39. 종자경(種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종류의 종자가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뿌리가 종자인 것[根種子]·줄기가 종자인 것[莖種子]·마디가 종자인 것[節種子]·절로 떨어지면 그것이 곧 종자인 것[自落種子]·열매가 종자인 것[實種子]이니라. 이 다섯 종류의 종자가 비록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 않고,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라 하더라도 땅만 있고 물이 없다면, 그 종자는 성장하고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또 그 종자가 비록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로서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 않았더라도 물만 있고 땅이 없다면, 그 종자도 또한 성장하고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 종자가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로서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도 않았으며 땅과 물이 있다면, 그 종자는 성장하고 뻗어나갈 것이다.
  비구들아, 그 다섯 가지 종자는 식(識)을 포함한 5취음(取陰)을 비유한 것이고, 지계(地界)는 식이 머무르는 네 곳[四識住]을 비유한 것이며, 수계(水界)는 탐욕[貪]과 기쁨[喜]을 비유한 것이다.
  네 가지 취음(取陰)을 반연하여 식(識)이 머무르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색(色)에 식(識)은 머물러, 색을 반연하고 기쁨과 탐욕으로 윤택해져 성장하고 뻗어나간다. 수(受)·상(想)·행(行)에 식(識)은 머물러, 수·상·행을 반연하고 기쁨과 탐욕으로 윤택해져 성장하고 뻗어나간다.
  비구들아, 식은 그것들 안에서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머무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혹은 성장하고 뻗어나가기도 한다.
  비구들아, 만일 색·수·상·행을 떠나서 식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머무르기도 하고, 자라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런 일은 말로만 있을 뿐이니, 그것에 대해 여러 차례 묻고 나면 알지 못하여 의심만 더욱 커지게 할
[46 / 2145] 쪽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색(色)의 경계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면 탐욕을 떠난 뒤에는 색에 대한 집착[封滯]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縛]이 끊어지고, 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이 끊어진 뒤에는 반연(攀緣)이 끊어진다. 반연이 끊어지고 나면 그 식(識)은 머무를 곳이 없게 되어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한다.
  수(受)·상(想)도 마찬가지이며, 행(行)의 경계에 대해 탐욕을 떠나면 탐욕을 떠난 뒤에는 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접촉[觸]이 끊어지고, 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이 끊어진 뒤에는 반연이 끊어진다. 반연이 끊어지고 나면 그 식은 머무를 곳이 없게 되어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한다.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뒤에는 머무르며, 머무른 뒤에는 만족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안 뒤에는 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혀 취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게 되며, 취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게 된 뒤에는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리하여 내가 말한 그 식(識)은 동·서·남·북·4유·상·하 어디로도 가지 않고 달려갈 곳이 없게 되며, 오직 법만 보아 고요하고 시원하며 깨끗하고 진실한 열반으로 들어가고자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0. 봉체경(封滯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집착[封滯]하면 해탈하지 못하고, 집착하지 않으면 해탈하느니라.
 

 

[47 / 2145] 쪽
  '집착하면 해탈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아, 네 가지 취음(取陰)을 반연하여 식(識)이 머무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색(色)에 집착하여 식이 머무르고, 수(受)·상(想)·행(行)에 집착하여 식이 머무른다.……(내지)……5)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 이것이 '집착하기 때문에 해탈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집착하지 않으면 해탈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색의 경계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면 ……(내지)……6)깨끗하고 진실한 열반에 들어가나니, 이것이 '집착하지 않으면 해탈한다'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1. 오전경(五轉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5수음이 있으니 색수음(色受陰)과 수수음(受受陰)·상수음(想受陰)·행수음(行受陰)·식수음(識受陰)이니라. 나는 이 5수음에 대해서 다섯 가지를 사실 그대로 아나니, 곧 색(色)과 색의 발생[色集]과 색에 맛들임[色味]과 색의 재앙[色患]과 색에서 벗어남[色離]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의 발생·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色)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존재하는 색은 모두가 4대(大)이거나 4대로 만들어진 색으로서 이것을 색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
  
5) '비구들아, 만일 색·수·상·행을 떠나서 식이 머무르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런 일은 말로만 있을 뿐이니, 그것에 대해 여러 차례 묻고 나면 알지 못하여 의심만 더욱 커지게 할 것이다. 왜냐 하면'이라는 내용이 원문에서 '내지(乃至)'로 생략되었다.
6) 원문에 '내지(乃至)'로 생략된 내용은 위의 『종자경(種子經)』 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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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색을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 이것을 색의 발생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색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키는 것, 이것을 색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색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색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색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受)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6수신(受身)이 있으니,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수(受),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수로서 이것을 수(受)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접촉[觸]의 발생이 수의 발생이니, 이렇게 나는 수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여섯 가지 수를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키는 것, 이것을 수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수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수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수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수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수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고,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수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수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想)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상신(想身)이 있으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곧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상(想),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상으로서 이것을 상(想)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상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접촉의 발생이 상의 발생이니, 이렇게 나는 상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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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상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상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상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으로서 이것을 상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상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상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상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상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行)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사신(思身)이 있으니, 곧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의도[思],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의도로서 이것을 행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접촉의 발생이 행의 발생이니, 이렇게 나는 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행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행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행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행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행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행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식신(識身)이 있으니, 곧 안식(眼識)과 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으로서 이것을 식신(識身)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식신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명색(名色)의 발생, 이것을 식의 발생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식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식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식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식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식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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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법이라면 이것을 식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식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식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식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나는 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에 대해서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고, 이렇게 알고 본 뒤에 탐욕을 여의는 방향으로 향하면 이것을 바르게 향하는 것이라 한다. 만일 그가 바르게 향하면 나는 '그는 들어왔다'고 말한다.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본다면, 그는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할 것이다. 만일 마음이 해탈한다면 곧 순일하게 될 것이요, 순일하게 되면 곧 범행이 이루어질 것이며, 범행이 이루어지면 다른 것을 떠나 자재하게 될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끝[苦邊]이라 한다.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2. 칠처경(七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훌륭함과 이치를 관찰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만일 이 법을 다 알면 번뇌가 다하여 번뇌가 없게 되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몸으로 증득하여 완전하게 머무르게 된다. 즉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어떤 것이 일곱 가지 훌륭함인가? 비구들아, 색(色)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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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발생[色集]·색의 소멸[色滅]·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色滅道跡]·색에 맛들임[色味]·색의 재앙[色患]·색에서 벗어남[色離]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고,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라.
  어떻게 색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아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은 모두가 4대이거나 4대로 만들어진 색으로서 이것을 색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애정과 기쁨, 이것을 색의 발생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애정과 기쁨이 소멸하는 것, 이것을 색의 소멸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8성도(聖道)로서 곧 바른 소견[正見]·바른 뜻[正志]·바른 말[正語]·바른 행동[正業]·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선정[正定], 이것을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색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색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색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색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색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색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受)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수(受)이니,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수,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수로서 이것을 수라 하나니, 이렇게 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접촉[觸]의 발생이 곧 수의 발생이니, 이렇게 수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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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가? 접촉의 소멸이 곧 수의 소멸이니, 이렇게 수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8성도로서 바른 소견과 나아가 바른 선정, 이것을 수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하나니, 이렇게 수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수를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수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수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수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수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수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수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수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수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수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想)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상(想)이니,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상,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상으로서 이것을 상이라 하나니, 이렇게 상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접촉의 발생이 곧 상의 발생이니, 이렇게 상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접촉의 소멸이 곧 상의 소멸이니, 이렇게 상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8성도로서 바른 소견과 나아가 바른 선정, 이것을 상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하나니, 이렇게 상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상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상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상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상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상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상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상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상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상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상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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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행(行)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사신(思身)이니, 눈으로 부딪쳐 생기는 의도[思], 귀·코·혀·몸·뜻으로 부딪쳐 생기는 의도로서 이것을 행이라 하나니, 이렇게 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접촉의 발생이 곧 행의 발생이니, 이렇게 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접촉의 소멸이 곧 행의 소멸이니, 이렇게 행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8성도(聖道)로서 바른 소견과 나아가 바른 선정, 이것을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하나니, 이렇게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행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행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것을 행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떻게 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행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행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행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행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행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6식신(識身)이니, 안식과 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으로서 이것을 식이라 하나니, 이렇게 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명색(名色)의 발생이 곧 식의 발생이니, 이렇게 식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명색의 소멸이 곧 식의 소멸이니, 이렇게 식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8성도로서 바른 소견과 나아가 바른 선정, 이것을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 하나니, 이렇게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식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는 것, 이것을 식에 맛들임이라 하나니, 이렇게 식에 맛들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식이 무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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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식의 재앙이라 하나니, 이렇게 식의 재앙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는가? 만일 식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식에서 벗어남이라 하나니, 이렇게 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곱 가지 훌륭함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이치를 관찰하는 세 가지 방식인가? 비구가 만일 공적하고 한가한 곳이나 나무 밑이나 노지에서 음(陰)과 계(界)와 입(入)을 관찰하고 바른 방편으로 그 뜻을 사유한다면, 이것을 '비구가 이치를 관찰하는 세 가지 방식'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상의 것을 비구의 일곱 가지 훌륭함과 이치를 관찰하는 세 가지 방식이라 하나니, 만일 이 법을 다 알면 번뇌가 다하여 번뇌가 없게 되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몸으로 증득하여 완전하게 머무르게 된다. 즉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3. 취착경(取著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취(取)하기 때문에 집착[著]이 생기고, 취하지 않으면 집착하지 않게 되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희를 위해 설명하리라."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취하기 때문에 집착이 생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色)에 대해서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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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고, 또 '색은 나[我]요, 내 것[我所]이다'라고 보아 그것을 취한다. 그것을 취한 뒤에 그 색이 만일 변하거나 달라지면 그 마음도 또한 따라 옮긴다. 마음이 따라 옮긴 뒤에도 역시 취착(取著)을 일으켜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게 되며,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기 때문에 곧 공포와 장애가 생기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나니, 그것은 다 취착했기 때문이니라.
  수(受)·상(想)·행(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식(識)에 대해서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고, 또 '이것은 나요, 내 것이다'라고 보아 그것을 취한다. 그것을 취한 뒤에 만일 그 식이 변하거나 달라지면 그 마음도 또한 따라 옮긴다. 마음이 따라 옮기기 때문에 곧 취착을 일으켜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게 되며, 거기에 머무른 뒤에는 곧 공포와 장애가 생기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나니, 그것은 다 취착했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취착이라 하느니라.
  취착(取著)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지 않고, 색을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고 보아 취하지도 않는다. 나와 내 것이라고 보아 색을 취하지 않은 뒤에는,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지더라도 그 마음은 따라 옮기지 않는다. 마음이 따라 옮기지 않기 때문에 취착을 일으켜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는 일이 없게 된다.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공포와 장애가 생기거나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나니, 그것은 다 취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지 않고, 나와 내 것이라고 보아 취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지더라도 그 마음은 따라 옮기지 않고, 마음이 따라 옮기지 않기 때문에 취착하여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는 일이 없으며,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공포와 장애가 생기거나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나니, 그것은 다 취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취착(取著)하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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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이른바 '취착하는 것'과 '취착하지 않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4. 계착경(繫著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마음을 내면 얽매이게 되고,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얽매이지 않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마음을 내면 얽매이게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을 사랑해 기뻐하고, 찬탄하고, 취착하며, 색에 대해서 '이것은 나요, 내 것이다'고 하며 그것을 취한다. 그것을 취한 뒤에는, 그 색이 만일 변하거나 달라지면 마음도 따라 변하고 달라진다. 마음이 따라 변하고 달라지기 때문에 곧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게 되고,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기 때문에 곧 공포·장애·돌아보는 생각이 생기나니, 그것은 마음을 내어 얽매였기 때문이니라.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것이 '마음을 내면 얽매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안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색을 사랑해 기뻐하거나 찬탄하거나 취착하지 않으며, 나와 내 것에 얽매여 취하지 않는다. 취하지 않기 때문에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지더라도 그 마음은 따라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고, 마음이 따라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 마음은 얽매여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는 일도 없으며, 거두어 받아들이는 마음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그 마음에는 공포·장애·돌아보는 생각이 생기지 않나니, 그것은 마음을 내지 않아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수·상·

행·식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것이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5. 각경(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5수음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색수음(色受陰)과 수(受受陰)·상수음(想受陰)·행수음(行受陰)·식수음(識受陰)이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이 '나는 있다'고 본다면, 그들은 모두 이 5수음에서 나[我]를 보는 것이니라. 여러 사문 바라문은 '색이 곧 나다. 색은 나와 다르다. 나는 색 안에 있다. 색은 나 안에 있다'고 본다. 수·상·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곧 나다. 식은 나와 다르다. 나는 식 가운데 있다. 식은 나 가운데 있다'고 본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색이 곧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고, '나[我]는 진실한 것이다'고 말하며 버리지 않는다. 버리지 않기 때문에 모든 근(根)은 더욱 자라고, 모든 근이 더욱 자란 뒤에는 모든 접촉[觸]을 더하며, 6촉입처(觸入處)에 부딪치기 때문에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괴롭거나 즐거운 감각을 일으키나니, 그것은 다 촉입처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안촉입처(眼觸入處)와 이촉입처(耳觸入處)·비촉입처(鼻觸入處)·설촉입처(舌觸入處)·신촉입처(身觸入處)·의촉입처(意觸入處)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의계(意界)와 법계(法界)와 무명계(無明界)가 있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무명의 접촉[無明觸]으로 말미암아 있다는 감각·없다는 감각·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감각·내가 낫다는 감각·나는 그와 같다는 감각·나는 못하다는 감각·나는 알고 나는 본다는 감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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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으키나니,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는 감각은 다 6촉입처를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6촉입처에서 무명을 버리고 밝음을 내어, 있다는 감각·없다는 감각·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감각·나는 낫다는 감각·나는 그와 같다는 감각·나는 못하다는 감각·나는 알고 나는 본다는 감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고 나면 먼저 일어났던 무명의 접촉[無明觸]은 소멸하고, 그 뒤에는 밝음의 접촉[明觸]의 감각이 일어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6. 삼세음세식경(三世陰世識經)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5수음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색수음과 수수음·상수음·행수음·식수음이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이 숙명을 아는 지혜[宿命智]로써 여러 가지 숙명을 안다면, 즉 이미 알았거나 장차 알 것이거나 현재 안다면, 그것은 다 이 5수음에서 대해 이미 알았거나 장차 알 것이거나 현재 아는 것이니라. 곧 '나는 과거에 이러한 색(色)이었고, 이러한 수(受)였으며, 이러한 상(想)이었고 이러한 행(行)이었으며, 이러한 식(識)이었다'고 아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걸리고 나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을 색수음(色受陰)이라 하느니라. 또 걸리는 것으로서 손·돌·막대기·칼·추위·더위·목마름·굶주림이나 혹은 모기나 등에 같은 모든 독한 벌레·바람·비에 부딪치는 것을 가리켜 그것을 부딪치고 걸리는 것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걸리는 것을 다 색수음이라 한다. 또 이 색수음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것이니라.
  
7) 온타남에는 '삼세음세식(三世陰世食)'으로 되어있으나 경의 내용으로 보아 '삼세음소식(三世陰所食)'이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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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느끼는 모양은 다 수수음(受受陰)이니, 무엇을 느끼는가? 괴로움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끼나니, 그러므로 느끼는 모양을 수수음이라 한다. 또 이 수수음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것이니라.
  모든 생각[想]은 다 상수음(想受陰)이니, 무엇을 생각하는가? 적은 생각·많은 생각·한량이 없는 생각·전혀 가진 것이 없을 때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생각이니, 그러므로 상수음이라 한다. 또 이 상수음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지어 가는 모양은 행수음(行受陰)이니, 무엇을 지어 가는가? 색에 대해서 짓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짓나니, 그러므로 지어 가는 모양을 행수음이라 한다. 또 이 행수음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분별해 아는 모양은 식수음(識受陰)이니, 무엇을 아는가? 빛깔을 알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을 아나니, 그러므로 이것을 식수음이라 한다. 또 이 식수음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비구들아, 저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색수음에 대해서 이렇게 배운다.
  '나는 현재 색(色)에게 먹히고 있다. 과거 세상에서도 이미 현재와 같이 저 색에게 먹혔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나는 현재 색에게 먹히고 있다. 내가 만일 미래의 색을 즐거워하고 집착한다면 다시 현재와 같이 그 색에게 먹히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는 과거의 색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색을 즐거워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현재의 색에 대해서도 싫증을 내고, 탐욕을 떠나며, 재앙을 소멸하고, 소멸하는 길로 향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식수음에 대해서 이렇게 배운다.
  '나는 현재, 현재의 식(識)에게 먹히고 있다. 과거 세상에서도 이미 현재와 같이 식에게 먹혔었다. 내가 이미 현재의 식에게 먹히고 있으면서, 만일 다시 미래의 식을 즐거워하고 집착한다면, 반드시 장래에도 현재와 같이 식에게 먹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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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렇게 안 뒤에는 과거의 식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식을 즐거워하지 않으며, 현재의 식에 대해서도 싫증을 내고, 탐욕을 떠나며, 재앙을 소멸하고, 소멸하는 길로 향하느니라. 그래서 소멸하고서 증가시키지 않고, 물러나서 나아가지 않으며, 소멸하고서 일으키지 않고, 버리고서 취하지 않느니라.
  무엇을 소멸하고서 증가시키지 않는가? 색을 소멸하고서 증가시키지 않고, 수·상·행·식을 소멸하고서 증가시키지 않는다.
  무엇에서 물러나 나아가지 않는가? 색에서 물러나 나아가지 않고, 수·상·행·식에서 물러나 나아가지 않는다.
  무엇을 소멸하고서 일으키지 않는가? 색을 소멸하고서 일으키지 않고, 수·상·행·식을 소멸하고서 일으키지 않는다.
  무엇을 버리고서 취하지 않는가? 색을 버리고서 취하지 않고, 수·상·행·식을 버리고서 취하지 않느니라.
  소멸하고서 증가시키지 않나니 고요히 소멸하여 머무르고, 물러나서 나아가지 않나니 고요히 물러나 머무르며, 소멸하고서 일으키지 않나니 고요히 소멸하여 머무르고, 버리고서 취하지 않나니 얽매이지 않느니라. 얽매이지 않고 나면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셨을 때, 많은 비구들은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아(我)·비하(卑下)·종자(種子)와
  봉체(封滯)·오전(五轉)·칠처(七處)와
  취착(取著)·계착(繫著) 두 가지와 각(覺)과
  삼세음세식(三世陰世食)8)을 설하셨다.
  
8) 3세의 5수음에 먹힌다는 경의 내용으로 보아 '삼세음소식(三世陰所食)이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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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신경(信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신심(信心)이 있는 선남자(善男子)라면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마땅히 법을 그대로 따르리라. 나는 마땅히 색에 대해서 싫어하여 떠남[厭離]을 많이 닦아 머무르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여 떠남을 많이 닦아 머무르리라.'
  신심이 있는 선남자는 색에 대해서 싫어하여 떠남을 많이 닦아 머무르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여 떠남을 많이 닦아 머무르기 때문에, 색을 싫어하게 되고 수·상·행·식을 싫어하게 되며, 싫어한 뒤에는 탐욕을 떠나 해탈하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8. 신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신심이 있는 선남자는 바른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스스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마땅히 법을 그대로 따르리라. 나는 마땅히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많이 닦아 머무르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많이 닦아 머무르리라.'
  신심이 있는 선남자는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많이 닦아 머무르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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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을 많이 닦아 머무른 뒤에는 색에서 떠나게 되고, 수·상·행·식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그러면 나는 '이들은 모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번민을 다 떠났다'고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9. 아난경(阿難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신심이 있는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너에게 찾아와 '어떠한 법에 대해서 그 나고 멸함을 아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제게 찾아와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색이 바로 나고 멸하는 법임을 알고, 수·상·행·식이 나고 멸하는 법임을 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들이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마땅히 그렇게 대답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색은 나고 멸하는 법이요, 수·상·행·식은 나고 멸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색은 나고 멸하는 법이다'고 아는 것을 색을 아는 것이라 한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나고 멸하는 법이다'고 아는 것을 식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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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아난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여러 외도 출가자들이 너에게 찾아와 '아난이여,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하시는가'라고 이렇게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외도 출가자들이 제게 찾아와 '아난이여,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하시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해탈하여 그것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하시는 것이다. 또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해탈하여 그것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하시는 것이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외도 출가자가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마땅히 그렇게 대답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나는 진실로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해탈하여 그것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한다. 또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해탈하여 그것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모든 범행을 닦게 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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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괴법경(壞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무너지는 법[壞法]과 무너지지 않는 법[不壞法]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들아, 색은 무너지는 법이다. 그 색이 소멸하면 열반이니, 이것은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수·상·행·식은 무너지는 법이다. 그것들이 소멸하면 열반이니, 이것은 무너지지 않는 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2. 울저가경(鬱低迦經)
  
  이 울저가경(鬱低迦經)의 내용은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설한 사법(四法)의 내용과 같다.
  
  
53. 바라문경(婆羅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拘薩羅國)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살라(薩羅)마을 북쪽에 있는 신서림(申恕林)에 계셨다.
  그 때 그 마을의 주인이고 위대한 성을 가진 바라문은 '사문 석가족의 자손[釋種子]은 석가(釋迦)라는 위대한 성(姓)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무상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룬 분이다. 그 분이 이 구살라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살라마을 북쪽에 있는 신서림에 머무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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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또 '그 사문 구담은 훌륭한 모습과 명성과 진실한 공덕이 있어 하늘과 사람들의 찬탄이 8방(方)에 자자하며, 여래(如來)·응공[應]·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 되어, 모든 세간과 모든 하늘·악마·범·사문·바라문들 가운데서 큰 지혜로 스스로 증득해 아나니, 즉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신다. 그 분이 세상을 위해 연설하시는 법은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다 훌륭하고, 훌륭한 이치와 훌륭한 맛은 순일하고 원만하며 깨끗하다. 그 분은 범행이 깨끗하고 묘한 법을 연설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훌륭하구나. 나는 뵈리라. 훌륭하구나. 나는 찾아가리라. 나는 찾아가 공경하고 섬기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훌륭한 수레를 타고,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금 병과 금지팡이와 일산을 지니고,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기 위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는 숲 어귀에 이르자 수레에서 내렸고, 걸어서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설명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인(因)을 주장하고, 인(因)을 설명합니다."
  "어떻게 인을 주장하고 어떻게 인을 설명하십니까?"
  "인(因)이 있고 연(緣)이 있어서 세간을 발생시키고,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발생합니다. 또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을 소멸시키고,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소멸합니다."
  "세존이시여,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을 발생시키며,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발생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을 사랑해 즐거워하고, 색을 찬탄하며,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에 머뭅니다. 그는 색을 사랑해 즐거워하기 때문에 그것을 취하게 되고, 취함[取]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태어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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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하여 늙음·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게 됩니다. 이것이 곧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을 발생시키고,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을 소멸시키고,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소멸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압니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그 색을 사랑하거나 즐거워하지 않고, 찬탄하지도 않으며, 물들어 집착하지도 않고, 거기에 머물지도 않습니다. 사랑하거나 즐거워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색에 대한 애욕은 곧 소멸하게 되고,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며,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고,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며,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합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을 소멸시키며, 인이 있고 연이 있어서 세간이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이른바 인을 주장하고 인을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바라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이와 같이 인을 주장하시고, 이와 같이 인을 설명하셨습니다. 저는 세상일이 많아 이제 하직하고 물러가겠습니다."
  "좋도록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바라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함께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54. 세간경(世間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綠野苑)에 계셨다.
  그 때 비가다로가(毘迦多魯迦)마을에 사는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께 찾아와 공손히 문안드린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제게는 젊은 제자가 있습니다. 그는 천문(天文)과 족성(族姓)을 알아 대중을 위해 길흉(吉凶)을 점치는데, 있다고 말하면 반드시 있고, 없다고 하면 반드시 없으며, 이루어진다고 하면 반드시 이루어지고, 무너진다고 하면 반드시 무너집니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의 젊은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안다는 것은 우선 그만 두고, 내가 이제 당신에게 묻겠으니, 당신 생각대로 대답하십시오.
  바라문이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색은 본래 종자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은 본래 종자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나의 젊은 제자는 천문과 족성을 알아 대중을 위해 이렇게 말한다. 곧 있다고 하면 반드시 있고, 없다고 하면 반드시 없다'고 말하지만, 그 알고 본 것은 진실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혹 색으로서 백년 동안 늘 머무르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까? 수·상·행·식으로서 백년 동안 늘 머무르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까?"
  대답하였다.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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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젊은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알아 대중을 위해 말한 것은 '이루어진 것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지견(知見)과 다르지 않질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이 법과 저 법, 이 말과 저 말에 중에 어느 것이 낫습니까?"
  "세존이시여, 이 법다운 말씀은 부처님 말씀과 같아서 진리를 나타내고, 마음을 열어 줍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그를 구해 주고, 길을 잃고 헤맬 때 길을 보여 구해주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께서 오늘 잘 설명하신 훌륭한 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진리를 나타내고 마음을 열어 주십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비가다로가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대중과 함께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55. 음경(陰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음(陰)과 수음(受陰)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음이라 하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를 통틀어 색음(色陰)이라 한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이 그 일체를 통틀어 수음(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이라 하나니, 이것들을 음(陰)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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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수음(受陰)이라 하는가? 만일 색에 대해 번뇌[漏]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큰 번뇌의 마음을 일으키며, 수·상·행·식도 마찬가지니, 이것을 수음(受陰)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6. 누무루법경(漏無漏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유루법(有漏法)과 무루법(無漏法)을 설명하리라. 만일 색에 대해 번뇌[漏]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색은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킨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그 식에 대해 번뇌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식은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것을 유루법(有漏法)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무루법(無漏法)이라 하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에 대해 번뇌[漏]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그 색은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 번뇌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식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사랑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니, 이것을 무루법(無漏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신(信)에 두 가지, 아난(阿難)에 두 가지와
   괴법(壞法)과 울저가(鬱低迦)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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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문(婆羅門)과 세간(世間)과
   제(除)9)와 누무루법(漏無漏法)에 대해 설하셨다.
  
57. 질루진경(疾漏盡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걸식을 마치고 돌아오셔서는 가사와 발우를 지니고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홀로 서쪽 나라로 가 인간 세상을 유행하셨다.
  이 때 안타(安陀)라는 숲에 있던 어떤 비구가, 대중에게 말하지도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가시는 세존을 멀리서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가서 아뢰었다.
  "존자여, 아셔야합니다. 세존께서는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유행을 나서셨습니다."
  그러자 아난이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만일 세존께서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나가 노니신다면 아무도 따라가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오늘 세존께서는 적멸(寂滅) 속에서 지내며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북쪽으로 유행하시며 반사국(半闍國)의 파타(波陀)라는 마을로 가,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의 한 발타살라(跋陀薩羅)나무 밑에 머무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아난에게 찾아가 물었다.
  "세존께서 지금 어디 계십니까?"
  
9) 5음(陰)과 5수음(受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경의 내용으로 보아 '음(陰)'이라야 옳다. 따라서 앞에서 경명을 음경으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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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세존께서는 북쪽 반사국 파타라는 마을로 가셔서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의 발타살라나무 밑에 계신다고 합니다."
  "존자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세존(世尊)을 뵙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만일 수고를 꺼리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세존께 같이 가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 때 존자 아난은 형편을 이해하여 잠자코 허락한 뒤에 많은 비구들과 함께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뒤 절에 돌아와 침구를 챙기고, 가사와 발우를 지니고는 서쪽으로 나서 인간 세상을 유행하였다.
  거기서 다시 북으로 반사국 파타촌의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존자 아난은 많은 비구들과 함께 가사와 발우를 놓고 발을 씻은 뒤,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많은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해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빨리 번뇌[漏]가 다하게 될까?'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빨리 번뇌가 다하게 될까' 하고 생각한다면, 나는 이미 그것에 대해 설법하였느니라. 곧 모든 음(陰)을 잘 관찰하여야 하나니, 그것은 이른바 4념처(念處)·4정근(精勤)·4여의족(如意足)·5근(根)·5력(力)·7각분(覺分)·8정도(正道)이니라. 나는 모든 음을 관찰하는 이러한 법을 이미 설명하였느니라.
  그런데도 지금, 부지런히 하고자 하지 않고 부지런히 즐거워하지 않으며, 부지런히 기억하지 않고 부지런히 믿지 않으면서, 스스로 게을러 더욱 나가지 못해 모든 번뇌[漏]를 다하지 못하는 선남자가 아직도 있다. 만일 선남자가 내가 설명한 법에서 모든 음을 잘 관찰하여 부지런히 하고자 하고, 부지런히 즐거워하며, 부지런히 기억하고, 부지런히 믿는다면 그는 능히 모든 번뇌를 재빨리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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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色)을 나라고 보나니, 만일 그것을 나라고 보면 이것을 행(行)이라 하느니라.
  그 행은 무엇이 원인[因]이고, 무엇이 발생[集]시키며, 무엇이 생기게[生] 하고, 무엇이 변한[轉] 것인가? 무명(無明)이 부딪쳐 애욕[愛]이 생기나니, 애욕을 인연하여 그 행을 일으키느니라.
  그 애욕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그 애욕은 느낌[受]이 원인이고, 느낌이 발생시키며, 느낌이 생기게 하고, 느낌이 변한 것이다.
  그 느낌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그 느낌은 접촉[觸]이 원인이고, 접촉이 발생시키며, 접촉이 생기게 하고, 접촉이 변한 것이다.
  그 접촉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이른바 그 접촉은 6입처(六入處)가 원인이고, 6입처가 발생시키며, 6입처가 생기게 하고, 6입처가 변한 것이다.
  그 6입처는 무상하고[無常], 함이 있으며[有爲], 마음이 인연하여 일어나는 법[心緣起法]이요, 그 접촉의 느낌과 행의 느낌도 또한 무상하고, 함이 있으며, 마음이 인연하여 일어나는 법이니라.
  설사 이렇게 관찰한다 하더라도 그는 색(色)을 나[我]라고 본다. 색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색을 내 것[我所]이라고 보며, 색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색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색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색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색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수(受)를 나라고 보며, 수를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수를 내 것이라고 보며, 수를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수는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수는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수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상(想)을 나라고 보며, 상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상을 내 것이라고 보며, 상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상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상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상 안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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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상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행(行)을 나라고 보며, 행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행을 내 것이라고 보며, 행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행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행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행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행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식(識)을 나라고 보며, 식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식을 내 것이라고 보며, 식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식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식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식 안에 있다'고 보느니라.
  '나는 식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다시 단견(斷見)을 지어 유견(有見)을 부수고, 단견을 지어 유견을 부수지 않더라도 아만(我慢)을 떠나지 못한다. 아만을 떠나지 못하면 다시 나[我]를 보나니, 나를 보는 것, 그것이 곧 행(行)이니라.
  그 행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나아가 아만 또한 그러하나니,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번뇌가 빨리 다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8. 음근경(陰根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동쪽 동산에 있는 녹모강당(鹿母講堂)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모든 비구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5수음이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색수음(色受陰)과 수수음(受受陰)·상수음(想受陰)·행수음(行受陰)·식수음(識受陰)이니라."
  "이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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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이시여, 5수음이란 색수음과 수수음·상수음·행수음·식수음입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돌아가 앉아서 물어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러자 그 비구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다시 본 자리로 돌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5수음은 무엇이 근본으로 되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부딪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 5수음은 탐욕이 근본이 되고, 탐욕이 발생시키며, 탐욕이 생기게 하고, 탐욕이 부딪친 것이니라."
  이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5음(陰)을 곧 집착[受 : 取]이라고 말씀하시니,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이제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음(陰)이 곧 집착[受]입니까? 5음과 집착은 다릅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5음이 곧 집착도 아니요, 또한 5음이 집착과 다른 것도 아니다. 다만 거기에 탐욕이 있으면 그것이 곧 5수음이니라."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이제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두 음(陰)은 서로 관계가 있습니까?"
  "그렇다, 그렇다. 마치 어떤 비구가 '나는 미래에 이러한 색(色), 이러한 수(受), 이러한 상(想), 이러한 행(行), 이러한 식(識)을 타고나리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비구야, 음과 음은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음(陰)이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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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를 통틀어 음이라 하나니, 이것을 음이라 하느니라.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나니, 비구야, 이것을 음(陰)이라 하느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因)과 연(緣)으로 색음(色陰)이라 하며,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수음(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4대(大)를 인(因)으로 하고 4대를 연(緣)으로 한 것을 색음이라 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존재하는 모든 색음, 그 일체는 다 4대이거나 4대를 인연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접촉[觸]을 인으로 하고 접촉을 연으로 하여 수·상·행이 생기나니, 그러므로 이것을 수음·상음·행음이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존재하는 수·상·행은 모두 접촉[觸]을 인연하기 때문이다. 명색(名色)을 인으로 하고 명색을 연으로 하기 때문에 식음이라 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존재하는 식은 모두 명색을 인연하기 때문이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어떤 것을 색에 맛들임[色味]이라 하고, 색의 재앙[色患]이라 하며, 색에서 벗어남[色離]이라 합니까? 수·상·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어떤 것을 식에 맛들임[識味]이라 하고, 식의 재앙[識患]이라 하며, 식에서 벗어남[識離]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색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키면 이것을 색에 맛들임[色味]이라 한다. 만일 색이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라면 이것을 색의 재앙[色患]이라 한다.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색에서 벗어남[色離]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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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을 인연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키면 이것을 식에 맛들임이라 한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 이것을 식의 재앙이라 한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서 탐욕을 항복 받고, 탐욕을 끊으며, 탐욕을 초월하면 이것을 식에서 벗어남이라 하느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아만(我慢)이 생깁니까?"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色)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나니, 여기서 아만이 생기느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아만이 없어집니까?"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색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지 않고, 수·상·행·식에 대해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고 보지 않느니라."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그 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아야 번뇌가 다하게 되겠습니까?"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상·행·식도 또한 마찬가지니, 비구야,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번뇌가 빨리 다하게 될 것이니라."

  그 때 그 자리에 미련하고 무식한 다른 한 비구가 있었다. 그는 무명(無明)

 의 껍질에 싸여 삿된 소견을 일으키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나[我]가 없다면 나가 없는 업을 지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세상에서는 누가 그 과보를 받을까?'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 가운데 만일 지혜도 없고 밝지도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만일 색에도 나가 없고 수·상·행·식에도 나가 없다면 그는 나가 없는 업을 지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과보를 받을까'라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만일 이렇게 의심한다면 먼저 그것을 해석하리라. 어떤가? 비구들아,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만일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我]도 아니요, 내 것[我所]도 아니다'라고 이렇게 본다면, 그것은 바른 소견[正見]이니라. 수· 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니라.
  이렇게 보는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곧 그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싫어하는 마음을 닦은 뒤에는 탐욕을 떠나며, 탐욕을 떠난 뒤에는 해탈하고, 해탈한 뒤에는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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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셨을 때, 많은 비구들은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음의 근본[陰根]과 '음이 곧 집착인가'라는 문제와
   두 음은 서로 관계 있다는 것과
   명자(名字) 등의 인(因) 두 가지10)와 맛들임[味]과
   아만(我慢)11)과 질루진(疾漏盡)에 대해 설하셨다.
10) 『음근경』 본문에서는 색의 인(因)으로 4대를, 수·상·행의 인으로 촉(觸)을, 식의 인으로 명색(名色)을 거론하였다. 여기서 명자(名字)는 명색(名色)의 명(名)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11) 위에서 여기까지는 낱낱의 경 제목이 아니라, 모두 『음근경(陰根經)』 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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