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23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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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23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604. 아육왕경(阿育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는데,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몸 빛깔은 황금산과 같고
   단정하고 엄숙함 매우 미묘하셨네.
   큰 거위 같은 걸음걸이에
   깨끗한 보름달 같은 얼굴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 성문이 서있는 경계지점을 발로 밟으시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큰 바다와 온 땅덩이
   성곽들과 모든 산
   모니(牟尼)께서 발로 딛으신 곳
   출렁이는 배처럼 흔들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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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신통력을 나타내시자 여러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쳤다.
  신기하구나, 저런 신통력이 나타남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저 불세존께서는 성으로 들어오시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일찍이 없었던 법을 보여주시는구나.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낮은 땅은 곧 평평해지고
   높은 땅은 도리어 낮아지는구나.
   부처님의 위엄 있는 신통력으로
   가시밭도 기와조각도 조약돌들도
   모두 다 다시는 보이지 않았네.
  
   귀머거리·장님과 또 벙어리들이
   곧 보고 듣고 또 말을 하였으며
   그 때 성곽들은 악기처럼
   두드리지 않아도 오묘한 소리를 내었네.
  
  그 때 세존께서 마치 천 개의 해가 뜬 듯한 광명으로 두루 비추셨으니, 그 광경은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세존 몸의 빛나는 광명이
   온 성읍을 두루 비추니
   백성들은 부처님의 광명을 입어
   전단향 바른 것처럼 시원하였네.
  
  그 때 세존께서는 읍내를 거니셨다. 그 때 그곳 모래밭에서 장난하고 있던 두 소년이 있었는데 하나는 상성(上姓)이고 다른 한 명은 차성(次姓)1)이었으니, 한 명은 이름이 사야(闍耶)였고 다른 한 명은 이름이 비사야(毘闍
  
1) 상성이란 상등 족성(族姓)을 말하는 것이고, 차성이란 차등 족성을 말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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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耶)였다. 그들은 32대인상(大人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신 세존께서 오시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그 때 사야 소년은 마음 속으로 '나는 보릿가루일망정 공양하리라'라고 생각하고서, 이내 가는 모래를 손으로 바쳐 세존의 발우에 담았다. 그 때 비사야는 합장하고 따라 기뻐하였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너무도 자비로우신 세존 뵈오니
   온 몸에서 뻗치는 광명 한 발이나 되네.
   용맹스런 세존의 얼굴을 뵙고
   마음으로 큰 존경과 믿음을 내어
   모래일망정 받들어 공양했다네
   태어남과 늙음의 경계 떠나신 분께.
  
  그 때 그 소년은 '이 보시의 선근공덕(善根功德)으로 한 천하를 얻어 그 지역을 통치하는 왕이 되어, 그 생에 여러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소원을 빌었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모니(牟尼)께서는 아셨네, 그의 마음
   또 그가 뜻하는 소원까지도.
   큰 과보를 얻고 선근과
   복전의 힘이 불어나도록
   곧 큰 자비의 마음으로
   그가 받드는 모래를 받으셨네.
  
  그 때 사야는 이 선근으로 말미암아, 장차 왕이 될 수 있어서 염부제(閻浮提)의 왕이 되고, 나아가서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빙그레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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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아난은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것을 보고, 곧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불세존·아라한[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2)께서는 아무 이유 없이 빙그레 웃으시지 않습니다. 지금 불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웃으셨습니까?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세존께서는 실없는 웃음 여의신
   세상에서 위없이 높으신 어른
   새하얀 이빨 백옥 같으신
   가장 훌륭한 분 지금 웃으셨네.
  
   용맹스럽게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으신 분
   미묘한 말씀은 듣는 이 즐겁게 하고
   그 음성 한없이 부드러우신 분.
  
   그 소년 앞날을 예언하실 때
   맑은 음성 멀리까지 맑게 사무쳤나니
   위없는 양족존(兩足尊)
   모래를 보시한 과보 예언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으니라. 모든 부처님은 아무런 이유 없이 웃으시지 않느니라. 내가 지금 웃은 것도 그 이유가 있느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지난 뒤에 이 소년은 파련불읍(巴連弗邑)에서 한 지역을 통치하는 전륜왕(轉輪王)이 될 것이니, 성(姓)은 공작
  
2) 삼먁삼불타는 팔리어로 samyak-sambuddha이며, 등정각자(等正覺者)의 의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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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孔雀)이요, 이름은 아육(阿育)3)으로서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다. 또 내 사리(舍利)를 널리 전파하고 8만 4천 법왕(法王)의 탑을 만들어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이 사람은 장차 왕이 되리니
   성은 공작이요 이름은 아육
   마치 저 정생왕(頂生王)처럼
   이 염부제에서
   홀로 왕으로서 세상의 존경을 받으리.
  
  아난아, 이 발우에 있는 보시 받은 모래를 가져다 여래가 경행(經行)하는 곳에 뿌려라.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발우의 모래를 가져다 경행하는 곳에 뿌렸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파련불읍에 월호(月護)라는 이름의 왕이 있고, 그 왕은 또 빈두사라(頻頭娑羅)4)라는 이름의 아들을 낳아 그가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그에게는 또 수사마(修師摩)라는 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때 저 첨파국(瞻婆國)의 어떤 바라문에게, 누구나 보기를 좋아하고 나라의 보배로 여기는 매우 단정한 딸 하나가 있을 것인데, 여러 관상가들은 그 여자의 상(相)을 보고 곧 이렇게 예언할 것이다.
  '저 여자는 장차 왕비가 될 것이다. 그녀는 또 두 아들을 낳으리니 한 명은 천하를 통치할 것이요, 다른 한 명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성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관상가의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며, 곧 그 딸을 데리고 파련불읍으로 가서, 여러 가지 장식으로 그 몸을 치장하고 수사마 왕자에게 시집 보내려 한다. 그러나 관상가는 말하기를 '저 빈두사라왕과 혼인
  
3) 팔리어로는 A oka라고 하며, 의역하여 무우(無憂)라고도 함.
4) 팔리어로는 Vindus ra라고 함. 빈바사라(頻婆沙羅)·병사(甁沙)로 음역하기도 함.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인도 마갈타국(摩竭陀國)의 왕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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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키십시오. 따님은 장차 복과 덕이 있는 아들을 낳아 대왕의 뒤를 이을 것입니다'라고 한다.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빈두사라왕에게 시집보내고, 왕은 그 여인의 단정함과 덕을 보고는 곧 부인으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부인들과 여러 채녀(女)들은 이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 여자는 매우 단정하여 나라에서 보배로 여기는 사람이다. 만일 왕이 저 여자와 서로 즐긴다면 우리를 버린 채 눈으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인들은 그녀에게 이발사의 일을 배우게 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다 배운 뒤에 왕을 위해 이발을 해주는데, 이발이 끝났을 때 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오직 왕께서 마음으로 저를 사랑스럽게 여겨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아뢴다.
  그 때 왕은 말한다.
  '나는 찰리관정왕(刹利灌頂王)5)이요, 너는 이발사인데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저는 천한 족성이 아닙니다. 저도 고귀한 족성인 바라문의 딸입니다. 관상가가 제 아버님께 (이 딸은 국왕과 혼인시켜야 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온 것일 뿐입니다.'
  왕이 말한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너에게 이런 미천한 일을 배우게 했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먼저 부인과 채녀들이 저에게 이런 일을 배우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왕은 곧 명령한다.
  '지금부터 너는 다시는 그런 천한 일을 배우지 말라.'
  
5) 일반적인 명칭은 찰리왕수요두종(刹利王水澆頭種)이다. '찰리'는 무사족(武士族)을 뜻하고, '수요두'는 관정(灌頂)의 의미로 왕족 계승 때 물을 머리에 붓는 의식을 행함. 따라서 왕족을 수요두종 혹은 관정왕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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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왕은 곧 그녀를 첫 번째 부인으로 삼는다. 왕은 항상 그녀와 함께 서로 즐기게 되고 그녀는 곧 임신을 해 달이 차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날 때 안온하여 그 어머니도 아무런 걱정이나 고통이 없으므로 이레가 지난 뒤 이름을 무우(無憂)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또 아들을 낳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이우(離憂)라 할 것이다.
  무우는 몸이 추하고 못생겨 부왕은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고 또 마음도 쓰지 않는다. 부왕은 두 아들을 시험하려고 빈가라아(賓伽羅阿)6)를 불러 그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화상이여, 내 왕자들을 관찰해 보라.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가?'
  바라문이 말한다.
  '이 여러 왕자님들을 데리고 성을 나가 금전원관(金殿園館)으로 가서 상(相)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성을 나가 그 동산으로 간다.
  그 때 아육왕의 어머니는 아육에게 말한다.
  '들으니, 왕께서 금전원관으로 나가 자신이 돌아가신 뒤에 장차 누가 왕이 될 것인가를 관상을 보신다고 하는데 너는 어째서 가지 않느냐?'
  아육(阿育)이 말한다.
  '왕께서는 벌써부터 저를 생각하지도 않고 저 보기를 좋아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말한다.
  '그저 그곳에 가보기만 하여라.'
  아육은 다시 말한다.
  '어머니께서 다시 가기를 명하시니 지금 잠깐 가보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라. 성을 나서거라.'
  그 때 성문을 나서다 아누라타(阿누羅陀)라 이름하는 한 대신을 만난다.
  
6) 팔리어로는 Pi galavats j va라고 하며, 바라문 이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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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신은 아육에게 묻는다.
  '왕자께서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들으니, 대왕께서 지금 금전원관에 나가 계시면서 자신이 죽은 후 장차 누가 왕이 될 것인지 여러 왕자들의 상을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왕은 이미 이전에 대신에게 '만일 아육이 오거든 그로 하여금 늙고 미련한 코끼리를 타고 오게 하고 또 늙은이로 권속을 삼게 하라'고 명령해놓은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그 때 아육은 그 늙은 코끼리를 타고 금전원관에 이르러 여러 왕자들 가운데로 가 땅에 앉게 된다.
  그 때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을 것이며, 아육의 어머니도 사기그릇에 낙(酪)과 밥을 담아 아육에게 보낼 것이다. 이렇게 여러 왕자들이 제각기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부왕은 그 관상가에게 묻는다.
  '이 중에서 누가 왕이 될 관을 가져 내 왕위를 이어 가겠는가?'
  그 때 그 관상가는 여러 왕자들을 관찰하다, 아육이 왕이 될 상을 갖추고 있어 장차 왕위를 이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 아육은 왕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 만일 내가 장차 왕이 되리라고 말한다면 왕은 반드시 근심하고 걱정하며 불쾌히 여길 것이다)라고 생각하고서 곧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가 지금 모든 것을 예언하겠습니다.'
  그러면 왕은 이렇게 대답한다.
  '관상가가 시키는 그대로 하리다.'
  관상가는 말한다.
  '이 가운데서 만일 좋은 수레를 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그 때 여러 왕자들은 그의 말을 듣고 저마다 '내가 좋은 수레를 탔다'고 생각한다.
  그 때 아육이 말한다.
  '나는 늙은 코끼리를 탔으니 내가 왕이 될 수 있다.'
  그 때 왕은 다시 관상가에게 말한다.
  '원컨대 다시 관찰하여 예언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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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운데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내가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말할 것이고, 아육은 '나는 땅에 앉았다. 이것이 나의 가장 좋은 자리다.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관상가에게 말한다.
  '다시 신중히 관찰하시오.'
  관상가는 다시 말한다.
  '이 가운데서 제일 좋은 그릇에 제일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내지)……아육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가장 훌륭한 수레·훌륭한 자리·훌륭한 음식을 가졌다.'
  그 때 왕은 왕자들의 상 관찰하기를 마치고 곧 궁전으로 돌아간다.
  아육의 어머니는 아육에게 묻는다.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느냐? 바라문은 누구라고 예언하더냐?'
  아육이 아뢴다.
  '제일 좋은 수레·제일 좋은 자리·제일 좋은 그릇·제일 좋은 음식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될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분명 왕이 될 것입니다. 저는 늙은 코끼리를 탔고 땅에 앉았으며, 흰 그릇에 음식을 담았는데 멥쌀에 낙을 섞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 바라문은 아육이 왕이 될 것을 알고, 자주자주 그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 어머니도 또한 바라문을 후히 대접하면서 묻는다.
  '대왕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누가 왕이 되겠습니까?'
  관상가가 대답한다.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을 묻자, 관상가는 말한다.
  '제가 왕비께 말씀드리겠으니 왕비께서는 부디 남들에게 알리지 마십시오. 왕비께서 아육이라는 왕자님을 낳으셨으니 바로 그 분입니다.'
  부인이 말한다.
  '내가 그 말씀을 들으니 뛸 듯이 기쁩니다. 만일 왕께서 들으시면 당신을 존경하지도 믿지도 않을 것이니, 관상가께서는 지금부터 본래 계시던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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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 계십시오. 만약 왕자가 왕이 되면 관상가께서 모든 길하고 좋은 이익을 얻도록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하겠습니다.'
  그 때 빈두사라왕의 나라 변방에 있던 덕차시라(德叉尸羅)에서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 때 왕이 아육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네 종류의 군사[四兵]7)를 거느리고 가서 저 나라를 쳐 평정하라.'
  그러나 왕자가 떠날 때에 왕은 군사와 무기를 전혀 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종이 왕자에게 말한다.
  '지금 가서 저 나라를 정벌하라고 했지만 군사와 무기가 없는데 어떻게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아육은 말한다.
  '만일 내가 왕이 될 사람이라면 선근(善根)의 과보가 있을 것이니, 군사와 무기는 저절로 올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그 소리를 따라 이내 땅이 열리고, 그 땅에서 군사와 무기가 솟아 나올 것이다. 그래서 그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그 나라를 치러간다.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아육이 온다는 말을 듣고, 곧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성곽을 장식하고, 좋은 병에 물을 담고 갖가지 공양을 가지고, 이 왕자를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희들은 대왕과 아육 왕자님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신하들이 저희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훌륭한 분들의 은혜[聖化]를 거스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왕자에게 갖가지 공양을 올리고,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초청할 것이다. 그 나라를 평정한 뒤에, 왕은 다시 가사국(佉沙國)을 치게 한다. 그 때 그 나라의 두 역사(力士)는 왕을 위해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모든 산의 돌을 밀어 쓰러뜨릴 것이다. 그리고 여러 하늘들은 그 나라에 이렇게 영을 내린다.
  '아육은 온 천하의 왕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거스르려는 뜻을 내지 말라.'
  
7) 고대 인도의 네 종류의 군대. 상병(象兵)·마병(馬兵)·차병(車兵)·보병(步兵)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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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나라 왕도 이내 항복한다. 이리하여 나아가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온 천하를 평정하게 될 것이다. 그 무렵 수사마 왕자는 밖으로 나가 노닐다가 한 대신(大臣)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대신이 예법을 제대로 차리지 않자 왕자는 곧 사람을 시켜 그를 때리게 한다. 그래서 대신은 '이 왕자는 왕위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마음 씀씀이가 이와 같으니 만일 왕위를 얻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아육은 천하를 얻어 5백 대신을 정벌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함께 아육을 왕으로 옹립해 이 천하를 다스리게 하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때 또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여러 신하들은 서로 모의해 수사마 왕자를 보내자고 하고, 왕도 또한 좋다고 허락하여 곧 그 나라로 보내지만 항복 받지 못할 것이다.
  그 무렵 부왕은 다시 큰 병을 얻게되고,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수사마를 세워 왕으로 삼고, 아육을 저 나라로 보내고 싶구나.'
  그러나 여러 신하들은 아육을 왕으로 삼으려고, 노랑 물감을 아육의 몸과 얼굴과 손·발에 바른 뒤에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아뢴다.
  '아육 왕자는 지금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은 다시 아육을 장엄하게 꾸며, 함께 왕의 처소로 나아가 아뢴다.
  '우선 이 왕자를 세워 왕으로 삼으소서. 저희들이 뒷날 천천히 수사마를 세워 왕으로 삼겠습니다.'
  그 때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히 여기고 근심하면서 좋지 않은 낯빛으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때 아육은 가만히 생각하고는 말한다.
  '내가 바로 왕위를 얻을 사람이라면 여러 하늘들이 스스로 찾아와 내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를 싸매리라.'
  그 소리를 따라 여러 하늘들은 곧 아육의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를 싸맨다. 그 때 왕은 이 모습을 보고 몹시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이내 목숨을 마친다. 아육왕은 예법대로 부왕을 장사 치른 뒤에, 곧 아누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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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阿樓陀)를 세워 대신(大臣)으로 삼는다. 그 때 수사마 왕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육을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 군사를 모아 아육을 치러 온다. 아육왕은 네 개의 성문에서 두 문에는 두 역사(力士)를 두고, 셋째 문에는 대신을 두고, 자기는 동쪽 문을 지킨다. 그 때 아누루타 대신은 나무로 코끼리를 만들고, 또 아육왕의 형상을 만들어 그 코끼리에 태워 동쪽 문 밖에 두고는, 연기가 나지 않게 불구덩이를 만들고 다른 물건으로 그 위를 덮는다.
  수사마가 도착하자, 아누루타 대신은 수사마 왕자에게 말한다.
  '만일 왕이 되고 싶거든, 지금 아육이 동쪽 문에 있으니 가서 그를 치시오. 만일 그 왕을 잡을 수 있다면 저절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오.'
  그 때 그 왕자는 곧 동쪽 문으로 달려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떨어져 이내 죽고 만다.
  그 때 발다라유다(跋陀羅由陀)라는 대역사(大力士)는 수사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이 싫어져, 한량없는 권속을 데리고 부처님 법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그리고 더욱 정진하여 번뇌가 다하게 되어 아라한도를 이루게 된다.
  아육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지만, 여러 신하들은 자기들이 함께 아육을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왕을 업신여겨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지 않는다. 왕도 또한 여러 신하들이 자기를 업신여기는 줄을 알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저 꽃과 과일 나무를 베고 그곳에 가시나무를 심어라.'
  여러 신하들이 대답한다.
  '가시나무를 베고 꽃이나 과일 나무를 심는 것은 보았지만, 꽃이나 과일 나무를 베고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왕이 세 번이나 베도록 명령하지만 그들은 역시나 따르지 않는다.
  그 때 국왕은 대신들에게 분노하여 곧바로 날카로운 칼을 집어 5백 명의 대신들을 죽인다. 또 어느 날 왕은 채녀와 권속들을 데리고 동산으로 나가 놀다가 꽃이 만발한 한 그루의 무우수(無憂樹)를 발견한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 꽃나무는 나와 이름이 같구나'라고 하며,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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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왕의 외모는 추하고 더러우며 피부는 까칠하여, 채녀들은 마음으로 왕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기 때문에, 손으로 그 무우수 꽃가지를 꺾어버린다. 왕은 잠에서 깨어나 무우수 꽃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 여러 채녀들을 묶어 불에 태워 죽인다. 그래서 왕의 포악한 행동 때문에 다들 포악아육왕(暴惡阿育王)8)이라 한다.
  그 때 아누루타 대신이 왕에게 아뢴다.
  '왕께선 그런 일을 하셔서는 안됩니다. 어떻게 손수 대신과 채녀들을 죽이실 수 있습니까? 왕께선 지금부터 백정을 두고서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대신 시키십시오.'
  그래서 왕은 곧 백정을 두라고 명령한다.
  그곳에 기리(耆梨)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중에 직조공[織師] 집안이 있고 그 직조공에게는 기리(耆梨)라는 외아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성질이 흉악하여 소년이나 소녀들을 때리고 결박하며, 또 물이나 뭍의 생물을 잡고, 나아가서는 부모마저 거역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흉악기리자(兇惡耆梨子)라고 부른다.
  그 때 왕의 사신들이 그에게 말한다.
  '너는 왕을 위해 흉악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겠느냐?'
  그가 대답한다.
  '온 염부제의 죄 있는 자들이라 해도 저는 다 깨끗이 제거할 수 있거늘 하물며 이 한 나라쯤이겠습니까?'
  그 때 사신들은 왕에게 돌아가 아뢴다.
  '이제 흉악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찾았으면 데리고 오라.'
  여러 사신들이 가 그를 부르자, 그는 대답한다.
  '잠깐 기다리시오. 먼저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자, 그 부모가 말한다.
  
8) 팔리어로는 Ca oka라고 하며, 아육왕이 불교를 믿기 전의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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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그런 짓을 하지 말라.'
  이렇게 세 번을 타일렀으나, 그는 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어 곧 그 부모를 죽인 뒤에 그곳에 다다른다. 그러자 사신들이 묻는다.
  '무엇 때문에 빨리 오지 않고 시간이 오래 경과되었는가?'
  그 때 그 흉악한 사람은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고, 사신들은 이 일을 또 왕에게 자세히 말한다.
  왕은 곧 그에게 명령한다.
  '나에게 죽어 마땅할 일을 저지른 죄인이 있는데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
  그가 왕에게 아뢴다.
  '저를 위해 집을 지어 주십시오.'
  왕은 곧 그를 위해 집을 지어주는데 방은 매우 단아하고 장엄하며, 문은 오직 하나만 내었는데, 그 문 역시 매우 정미로우면서도 장엄하다.
  그 안에는 죄를 다스리도록 모형을 벌려놓은 광경은 마치 지옥과 같고, 그 감옥 또한 매우 훌륭하고 좋다. 그 때 그 흉악한 사람은 왕에게 말한다.
  '이제 왕에게 간절히 원하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 안에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지 못하게 하소서.'
  왕이 대답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리라.'
  그 때 그 백정은 절에 가서 여러 비구들의 지옥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때 어떤 비구가 지옥경(地獄經)을 설명한다.
  '중생이 지옥에 태어나면 지옥에서는 곧 그 죄인을 잡아, 뜨거운 쇠집게로 그 입을 벌리고 뜨거운 쇠구슬을 그 입에 넣으며, 다음에는 끓는 구리쇳물을 입에 쏟으며 다시금 쇠도끼로 그 몸을 자르고, 그 다음에는 형틀과 사슬로 그의 몸을 묶는다. 그 다음에는 불수레[火車]와 숯불이 가득한 화로[鑪炭], 그 다음에는 끊는 쇠솥[鐵鑊], 그 다음에는 뜨거운 잿물이 흐르는 강[灰河], 그 다음에는 칼산[刀山]과 칼나무[劍樹] 등이 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천오사경(天五使經)에서 설한 바와 같다.'
  그 백정은 비구가 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자신이 있는 곳에다 그가 말한 대로 죄를 다스리는 모형을 만들고 이 방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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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인을 다스린다.
  어느 때 한 상인 우두머리가 그 부인을 데리고 큰 바다로 나아간다. 바다로 나갔을 때 그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위해(爲海,Samudra)라 한다. 이렇게 10여년 동안 바다에서 살면서 온갖 보물을 캐어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서 5백 명의 도둑을 만난다. 도둑들은 그 상인을 죽이고 그의 보물을 빼앗는다. 그 때 그 상인의 아들은 아버지가 죽는 것을 목격하고 보물을 잃게 되자, 세상의 괴로움이 싫어진 까닭에 여래의 법에 출가한다. 그는 도를 배우고 그의 본래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여러 나라를 유행(遊行)하다가, 파련불읍에 이른다. 그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그 백정의 집에 잘못 들어가게 된다. 그 때 그 비구는 멀리서 집 안을 보게 되는데, 불수레와 숯불이 그득한 화로 등으로 중생을 다스리는 것이 지옥과 같은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털이 다 곤두서서 이내 문을 나오려고 한다. 그 때 그 흉악한 백정이 곧 달려와 그 비구를 붙잡고 말한다.
  '이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너는 이제 여기서 죽게 되리라.'
  비구는 그 말을 듣고 몹시 슬픈 마음에 눈물이 눈에 글썽글썽할 것이고, 백정은 그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너는 왜 어린애처럼 우는가?'
  그 때 비구는 게송으로 대답한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원하여 해탈을 구했건만
   구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그러므로 눈물 흘리며 우는 것이네.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 극히 어렵고
   출가하는 것 또한 그러한데
   다행히 석씨의 사자왕을 만났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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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다시 뵙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 때 백정[兇主]이 비구에게 말한다.
  '너는 이제 틀림없이 죽을 것인데 무엇을 그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는가?'
  비구는 다시 슬픈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에게 잠시만 생명을 빌려다오. 한 달이면 된다.'
  그러나 그 흉악한 백정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날짜를 하루씩 줄여 나가다 이레만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허락한다. 그 때 비구는 오래지 않아 죽을 줄 알고, 용맹 정진하여 좌선하며 마음을 쉬었으나, 끝내 도를 얻지 못한 채 이레를 맞게 된다.
  그 때 왕궁의 여인 중에 죽을죄를 지은 자가 있어 그 죄를 다스리도록 백정에게 보내진다. 백정은 그 여자를 잡아다 절구통 안에 넣고 절구공이로 찧어 가루를 만든다. 비구는 그것을 보고 그 몸이 몹시 싫어져 '아아 괴롭구나. 나도 오래지 않아 저렇게 되겠구나' 하고는 이내 게송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 크게 자비로운 스승께서는
   바르고 묘한 법을 연설하시되
   이 몸은 모여 있는 물거품 같아
   이치로 보아 참 알맹이 없다고 하셨지.
  
   아까 아름답던 여자의 그 모습
   지금은 과연 어디 있는가.
   나고 죽는 것 아주 버려야 하겠거늘
   어리석은 사람들 탐하여 집착하네.
  
   마음을 잡아매어 거기에 두어
   이제 마땅히 사슬과 형틀 벗어나
   삼계 존재[有]9)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
  
9) 삼계(三界)에 있어 각각의 존재하는 방법을 가리킴.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에 생존하는 것. 즉 욕유(欲有: 욕계의 생존)·색유(色有: 색계의 생존)·무색유(無色有: 무색계의 생존)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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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부지런히 방편으로써
   부처님 법을 알뜰히 닦아
   일체 결박을 끊어버리고
   마침내 아라한이 되게 되었네.
  
  그 때 그 흉악한 백정이 그 비구에게 말한다.
  '기한이 다 되었다.'
  비구가 묻는다.
  '나는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전에 이레를 약속했는데 이제 그 기한이 다 되었다는 말이다.'
  비구는 게송으로 대답한다.
  
   내 마음 이미
   무명의 큰 어둠 벗어났으니
   온갖 존재의 덮개를 없애버리고
   번뇌의 도적 죽여버렸네.
  
   지혜의 해가 이제 이미 솟아올라
   심(心)·의(意)·식(識)을 밝게 살피고
   나고 죽음을 분명히 깨달았으니
   지금은 중생을 가엾이 여길 때
  
   거룩한 법 그대로 따라 닦으며
   나는 이제 내 이 몸뚱이를
   네가 원하는 대로 맡겨두고
   다시는 아끼거나 인색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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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그 백정은 비구를 잡아 쇠솥의 끓는 기름에 넣고 밑에서 불을 붙이지만 불은 끝내 붙지 않고, 설령 태우더라도 뜨겁지 않을 것이다. 백정은 불이 붙지 않는 것을 보고 그 부하를 때려 준 뒤에 스스로 불을 붙이는데 그 때서야 불은 맹렬히 타오른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쇠솥 뚜껑을 열고 보면, 그 비구는 쇠솥 안에서 연꽃 위에 앉아 있다. 그는 이상하다는 마음이 생겨 곧 국왕에게 아뢰고, 왕은 곧 수레를 장엄하고는 한량없는 대중을 거느리고 찾아와 비구를 살펴본다. 그 때 그 비구는 항복 받을 때가 되었다 여기고, 마치 기러기 왕처럼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이는데, 다음 게송과 같다.
  
   왕은 그 비구가
   몸이 허공에 뜬 것을 보고
   마음이 매우 기뻐 합장하고
   그 성인을 우러러 보았네.
  
   나는 이제 물을 것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어라.
   모습은 별다르지 않은 사람인데
   신통력은 이제껏 처음 보는 것이네.
  
   나를 위해 분별해 설명하라.
   어떠한 법을 닦고 또 익혔기에
   네가 청정하게 되었는지
   나를 위해 자세히 연설하여라.
  
   훌륭하고 묘한 법 얻게 한다면
   나는 그 법을 밝게 안 뒤에
   그대를 위한 제자가 되어
   끝내 다시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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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제 이 왕을 항복 받으면 가르칠 것이 많으리니, 부처님 법을 거두어 지니고서 여래의 사리(舍利)를 널리 펴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 이 염부제로 하여금 다 삼보(三寶)를 믿게 하리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그 덕을 나타내어 왕을 향해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나는 곧 부처님 제자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었고
   또 나는 곧 부처님 제자로서
   일체의 존재[有]에 집착하지 않네.
  
   나는 이제 내 마음 항복 받아
   위없는 양족존(兩足尊:부처님)에게서
   마음을 쉬고 고요함 얻어
   나고 죽는 큰 두려움 모두 벗어났네.
  
   나 이제 해탈을 얻어
   삼계 존재의 결박을 여의었으니
   이 여래의 거룩한 법 안에서
   이러한 큰 이익 얻었다네.
  
  그 때 아육왕은 그 비구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 큰 존경과 믿음이 생겨, 다시 비구에게 말한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예언의 말씀이 계셨습니까?'
  비구가 대답한다.
  '부처님께서 대왕에 대해 예언하시기를 (내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 뒤에 파련불읍에는 3억 가구가 있게 되고 그 나라에는 아육이라는 왕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염부제의 왕으로서 전륜왕이 되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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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다. 그리고 내 사리를 두루 펴 염부제에 8만 4천 개의 탑을 세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왕을 이렇게 예언하셨건만, 대왕께서는 이제 여기에 큰 지옥을 만들어 한량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지금 마땅히 모든 중생을 자애롭게 여겨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베푸시어 그들로 하여금 안온함을 얻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대왕에 대해 예언하신 바를 왕께선 법답게 수행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 괴롭히지 말고
   부처님 법을 닦아 익히고
   부처님 사리를 널리 펴야 하네.
  
  그 때 그 아육왕은 부처님께 지극한 존경과 믿음이 생겨 합장하고 비구를 향해 예를 올린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비구스님께 참회합니다. 제가 저지른 짓은 아주 옳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원컨대 부처님 제자가 되게 하여 저의 참회를 받아주시고 마음을 편안히 하시어 꾸짖지 마십시오. 어리석은 제가 지금 거듭하여 귀의합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한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옵고
   위없이 훌륭하고 묘한 그 법과
   존경하는 여러 비구 대중께
   저는 이제 목숨이 다하도록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마땅히 용맹스럽게
   세존의 명령을 받들어 받아
   이 온 염부제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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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부처님 탑을 두루 세우리.
  
   그리고 갖가지 모든 공양과
   비단 수술을 달고 깃대 세우고
   세존의 탑을 갖가지로 장엄하여
   묘하고 아름다움 세상에 다시없게 하리.
  
  그 때 그 비구는 아육왕을 제도한 뒤에 허공을 타고 사라지고, 왕이 지옥에서 나가려 할 때 백정은 왕에게 말한다.
  '왕께선 여기를 떠날 수 없습니다.'
  왕이 말한다.
  '네가 지금 나를 죽이려 하느냐?'
  '그렇습니다.'
  '누가 먼저 여기 들어왔느냐?'
  '접니다.'
  '만일 그렇다면 네가 먼저 죽어야 한다.'
  그리고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그 백정을 끌어내어 아교(阿膠)를 만드는 집에 가두고 그를 불태우게 하고, 또 명령하여 그 지옥을 부수어 중생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게 배려한다. 그 때 왕은 다시 사리탑(舍利塔)을 세우려고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왕사성으로 가서 아사세왕(阿闍世王)이 세운 부처님 탑 속의 사리를 꺼내 그것을 다시 세운 탑에다 옮기는데, 본래의 것과 다름이 없다. 이와 같이 일곱 개 부처님 탑 속의 사리를 가지고 라마촌(羅摩村)10)에 이른다. 그 때 여러 용왕들은 이 왕을 데리고 용궁으로 들어간다. 왕은 용왕을 따라 가서 사리를 공양하겠다고 청하자, 용왕은 곧 그것을 주고 왕은 그곳을 빠져나온다.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라마라촌에 있는
  
10) 팔리어로는 R magr ma라고 하며, 마을 이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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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부처님 탑은
   용왕이 받들어 섬기고
   지켜 보호하고 공양하던 것이다.
  
   왕이 용왕에게 나눠줄 것 청하자
   용왕들은 탑을 열어 그것을 주었으니
   왕은 곧 그 사리를 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차례차례 나아갔네.
  
  그 때 왕은 금·은·유리·파리(頗梨)로 된 8만 4천 개의 상자를 만들어 부처님의 사리를 담고, 또 네 가지 보배로 된 8만 4천 개의 병(甁)을 만들어 그 상자를 담고, 한량없는 백천 개의 깃발과 일산을 만든다. 또 여러 귀신들로 하여금 사리를 공양하는 기구를 가지게 하고, 그 귀신들에게 명령한다.
  '이 염부제에서 바다 끝에 이르기까지 1억 가구가 넘는 도시나 촌락에서는 세존을 위해 사리탑을 세우라.'
  그 때 덕차시라(德11)叉尸羅)라는 나라에는 36억 가구가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귀신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36개 상자의 사리를 우리들에게 달라. 부처님 탑을 세우겠다.'
  그러자 왕은 방편으로써 나라의 인구가 적을 경우 그들에게 나누어주어 가구 수를 채워 탑을 세우게 한다. 그 때 파련불읍에 야사(耶舍)라는 상좌(上座)가 있는데, 왕은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왕은 상좌에게 말한다.
  '저는 하루 동안에 8만 4천 개의 부처님 탑을 이 염부제에 두루 세우겠다고, 마음으로 이렇게 원을 세웠습니다.'
  이는 다음 게송으로 찬탄한 것과 같다.
  
   아육이라는 이름의 대왕은
  
11)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저(著)'자로 되어 있으나, 본문 가운데는 덕차시라국으로 많이 등장하므로 '덕(德)'자의 잘못된 표기인 듯하다. 때문에 '덕'자로 바꾸어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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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그 여덟 탑 속에서
   각각 그 사리를 가져와
   이 염부제에다
  
   8만 4천 개의
   여러 부처님 탑을 세우니
   길이와 넓이 빼어나고 훌륭한데
   하루 동안에 완전히 마쳤다네.
  
  그 때 그 상좌가 왕에게 말한다.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이 뒤로 15일 월식(月食) 때까지 이 염부제에 여러 부처님 탑을 쌓도록 하십시오.'
  이와 같이 하루 동안에 무려 8만 4천 개의 탑을 세워 세상 사람들을 한량없이 이익되게 하므로, 모두들 그를 법아육왕(法阿育12)王)이라 할 것이니, 이는 다음 게송으로 찬탄한 것과 같다.
   거룩한 종족 공작13)의 왕은
   세상 사람을 안락하게 하려고
   이 염부제에다
   훌륭하고 묘한 탑을 세웠다네.
  
   본래는 나쁜 왕이라 이름했으나
   이제는 이 훌륭하고 묘한 업 지었으니
   모두들 법왕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서로 전하여 후세까지 이르리.
  
  
12) 팔리어로는 Dharm oka라고 함. 아육왕이 부처님을 믿은 후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이런 명칭이 있게 된 것임.
13) 팔리어로는 Maurya라고 함. 이것은 아육의 성(姓)으로 새의 이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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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8만 4천 개의 탑을 세운 뒤에 기뻐 뛰면서,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계작정사(鷄雀精舍)로 나아가 야사 상좌에게 말한다.
  '비구여, 부처님께서 수기(授記:예언)하신 것으로써 불사(佛事)를 지어야 할 것이 있습니까? 제가 마땅히 그곳으로 가서 공양하고 공경하겠습니다.'
  상좌가 대답한다.
  '부처님께서는 반열반(般涅槃)하실 시기에 임박해서, 아파라(阿波羅) 용왕·도사(陶師)14) 전다라(旃陀羅)·구파리(瞿波梨) 용왕을 항복 받고, 마투라국(摩偸羅國)으로 가시어 아난에게 (내가 반열반한 지 100년 안에 구다(瞿多)라는 장자가 있을 것이고, 우파굴다(優波崛多)라는 그의 아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상호 없는 부처로서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제일이 될 것이니, 그에게 불사를 지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너는 멀리 저 산이 보이느냐?)라고 말씀하셨고, 아난은 부처님께 (보입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저 산의 이름은 우유만다(優留曼茶)인데 그 아란야처(阿蘭若處)인 나다바저(那茶婆低)는 자유롭고 고요한 곳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셨습니다.'
   우파굴다 비구는
   사람 가르치기 제일이어서
   그 이름 두루 사방에 떨치고
   가장 훌륭한 수기를 받을 사람.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마땅히 불사를 짓게 되리니
   모든 중생들 널리 제도해
   그 수는 한량이 없으리라.
  
14) 팔리어로는 Kumbhak la라고 하며, 금을 다루는 연금술사(鍊金術師)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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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왕이 상좌에게 묻는다.
  '존자 우파굴다는 지금 세상에 나왔습니까?'
  '이미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번뇌를 항복 받고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지금 1만 8천 명의 한량없는 비구 권속들과 함께 우류만다산 아란야처에 머물면서, 중생을 가엾게 여겨 부처님처럼 깨끗하고 묘한 법을 연설해 한량없는 모든 하늘과 사람을 제도해 감로성(甘露城)으로 들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곧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해 빨리 가마를 꾸며 준비하게 하고는, 한량없는 권속들을 거느리고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우파굴다에게 공경의 예를 올리고 공양하려 한다.
  그 때 신하들이 왕에게 아뢴다.
  '그 성인이 이미 대왕의 나라에 사는 사람이니 서신을 보내 그를 맞이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면 그가 스스로 찾아올 것입니다.'
  왕이 신하들에게 대답한다.
  '그 분이 있는 곳으로 서신을 보낸다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다. 응당 내가 가야지 그 분을 오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게송을 읊는다.
  
   너희들이 금강 같은 혀를 가졌다지만
   어찌 부서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게 간하는구나, 저곳으로 찾아가
   촌사람을 가까이 하지는 말라고.
  
  왕은 곧 '어느 날 존자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라고 그 존자가 있는 곳으로 서신을 보낸다. 그 때 존자는 생각한다.
  '만약 왕이 찾아온다면 그를 따라오는 한량없는 사람들이 온갖 고통을 받을 것이요, 곤충들과 부락 사람들을 핍박하고 죽일 것이다.'
  그래서 심부름꾼에게 대답한다.
  '제가 마땅히 왕께서 계신 곳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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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왕은 존자가 몸소 찾아온다는 말을 듣고 뛰면서 기뻐한다. 그리하여 마투라(摩偸羅)에서 파련불읍 사이에 뱃길을 내고, 배에다 온갖 깃발과 일산을 단다. 존자 우파굴다는 왕을 가엾이 여겨 1만 8천 명의 아라한들을 데리고 물길을 따라 곧 왕국에 이른다. 그 때 그 나라의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뢴다.
  '존자 우파굴다가 1만 8천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 뛰면서 곧 천만 냥의 값어치가 나가는 영락(瓔珞)을 풀어 그에게 준다. 왕은 여러 대신과 권속들을 데리고 곧 존자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아랫자리에 앉아 요기하고, 온 몸을 땅에 던져 그에게 예배한 뒤에, 무릎을 땅에 대고[長跪] 합장하고서 이런 말을 한다.
  '제가 지금 이 온 염부제의 왕위를 받는다 해도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존자를 뵈오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여래의 제자라야만 능히 이러할 것이니, 마치 부처님을 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는다.
  
   이미 적멸해 세상을 건넜건만
   지금 당신은 부처님 하신 일 행해
   세상의 모든 어리석음 없애니
   마치 해가 부처 세상을 비추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위해 인도하는 스승 되고
   설법하는 이 중에서 제일이 되어
   중생들 의지하고 힘입을 만하니
   저는 이제 몹시도 기쁘고 즐겁습니다.
  
  그 때 왕은 사자(使者)를 시켜 온 나라에 영을 내려 '존자 우파굴다 비구께서 우리나라에 오셨다'고 공포하게 하고, 이런 게송을 읊게 한다.
  
   부귀하게 되고자 하는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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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과 궁핍의 고통 멀리 여의고
   언제나 천상의 즐거움 만끽하며
   해탈과 열반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
  
   마땅히 우파굴다 만나 뵙고
   이제 곧 공경하고 공양 드려라.
   그리고 부처님 뵙지 못한 이들
   이제 이 우파굴다 만나 뵈어라.
  
  그 때 왕은 온 나라를 장엄하게 꾸미고 길을 평평하게 닦고, 비단 깃발과 일산을 달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며, 온갖 음악으로 온 나라 백성들이 나와 존자 우파굴다를 맞이해 공양하고 공경하게 한다.
  그 때 존자 우파굴다가 왕에게 말한다.
  '대왕께서는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며 중생을 가엾게 여기십시오. 삼보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삼보를 항상 공양하고 공경하며 깨끗한 생각으로 찬탄하고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명하십시오. 왜냐하면 여래·응공·등정각께서는 아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늘 (나의 바른 법을 국왕과 내 비구들에게 부촉하노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는다.
  
   세상의 영웅, 사람들 중 높은 분
   바르고 훌륭하고 묘한 큰 법을
   대왕과 또
   비구 스님들에게 부촉하셨네.
  
  그 때 왕이 우파굴다에게 말한다.
  '저는 이미 바른 법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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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미 여러 개의 탑을 만들고
   모든 나라의 경계를 장엄했으며
   여러 가지 공양을 베풀었고
   깃발과 또 온갖 보배와
   부처님 사리를 널리 퍼뜨려
   이 염부제에 두루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복을 일으켜
   제 소원을 이미 성취했으니
   제 몸과 아내와 또 자식들과
   갖가지 보배와 이 영토
   그것들 이제 모두 다 버려
   성현의 탑에 공양했습니다.
  
  그 때 존자 우파굴다가 왕을 찬탄하여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그런 법을 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는다.
  
   몸과 재물과 목숨을 버리면
   세세 생생 걱정할 것 없고
   끝없는 복을 받으며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 얻으리라.
  
  왕은 존자 우파굴다를 청해 성안으로 들어와 갖가지 자리를 펴고는 존자를 자리하게 한 뒤, 여러 스님들은 계작정사(鷄雀精舍)로 가게 한다.
  그리고 존자에게 말한다.
  '존자께서는 단정한 얼굴에 유연한 몸을 지니셨는데, 저는 추하고 더러운 몸에 거칠고 깔깔한 피부를 가졌습니다.'
  존자가 게송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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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시를 행했을 땐
   깨끗한 마음에 좋은 재물로 했으나
   왕이 부처님께
   모래를 보시한 것보단 못하네.
  
  그러자 왕도 게송으로 대답한다.
  
   제가 동자로 있었을 때
   모래흙을 보시한 것이
   지금에 이런 과보 얻었으니
   하물며 다른 묘한 보시겠습니까.
  
  존자는 다시 게송으로 찬탄한다.
  
   대단합니다, 훌륭한 대왕이여.
   모래흙을 보시함으로써
   위없는 복전에
   심은 과보 다함 없어라.
  
  그 때 아육왕이 여러 대신들에게 말한다.
  '부처님께 모래를 보시하여 내가 이러한 과보를 얻었는데 어떻게 세존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왕이 다시 우파굴다에게 말한다.
  '존자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유행(遊行)하시던 곳을 제게 알려 주십시오. 제가 거기 가서 공양하고 예배하고 모든 후세의 중생들을 위해 선근을 거두어 받겠습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한다.
  
   제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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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나라와 머무신 곳 알려주시면
   저는 후세의 중생들을 위해
   찾아가 공양하고 공경하리라.
  
  그러자 존자가 말한다.
  '대왕께서 그렇게 묘한 원을 세우시다니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제가 마땅히 후세 중생들을 위해 대왕께 그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때 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갖가지 공양물과 향·꽃·깃발과 온갖 악기를 가지고, 곧 존자와 함께 출발한다.
  존자는 륭빈림(隆頻林)15)에 이르러 '여기가 여래께서 탄생하신 곳입니다'라고 말하고, 게송을 읊는다.
   여기는 여래께서 처음 탄생하신 곳
   탄생하시자 일곱 걸음 걸으시고
   사방을 두루 돌아보시며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셨네.
  
   '나는 이제 최후로 세상에 나와
   장차 위없는 도 얻을 것이니
   천상이나 또 인간 세계에 있어
   나는 위없이 높은 이 되리라.'
  
  그 때 왕은 온 몸을 땅에 던져 공양하고 예배한 뒤에 곧 부처님 탑을 세운다.
  존자가 왕에게 말한다.
  '대왕께서는 여러 천신들이 보았던, 부처님께서 탄생하시며 일곱 걸음 내
  
15) 팔리어로는 Lumbin 라고 함. 또는 의역하여 람비니(藍毘尼)라고 하는데 화원(花園)의 이름임.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摩耶)부인께서 길을 가다 이 화원에서 석가(釋迦)태자를 낳으셨다.
 
[923 / 2145] 쪽
  딛으신 곳을 보고 싶습니까?'
  왕이 말한다.
  '기꺼이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존자는 손을 들어 마야 부인께서 거머쥐셨던 나뭇가지를 가리키면서 그 나무신에게 말한다.
  '나무신이여, 즉시 나타나 왕께서 너를 보고 매우 기뻐하게 하라.'
  나무신은 소리를 따라 곧 나타나, 존자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제가 곧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존자가 왕에게 말한다.
  '이 신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시던 무렵을 보았습니다.'
  왕이 신에게 게송으로 묻는다.
  
   당신은 장엄하게 생기신 그 몸
   청련화(靑蓮華:佛)16)께서 탄생하셨을 때
   발로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입으로 말씀하시던 것을 보았소?
  
  신이 게송으로 대답한다.
  
   상호 갖추신 그 몸
   이족존(二足尊:佛)17) 께서 태어나실 때
   발을 들어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모든 하늘과 사람 가운데
   나는 위없는 높은 이 되리라'고
   입으로 말씀하시는 것 나는 보았소.
  
16) 팔리어로는 Uppala라고 함. 청련(靑蓮)이라고도 하는데, 그 잎은 길고 넓으며 청과 백이 분명하므로 대인(大人:위대한 사람)의 눈의 특징을 갖추고 있음.
17) 또는 양족존(兩足尊)이라고도 함. 두 발을 가진 생류(生類:인간·신) 가운데 가장 존귀한 것의 뜻. 즉 부처님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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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왕이 신에게 묻는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어떤 상서로운 감응이 있었소?'
  신이 대답한다.
  '나는 그 오묘하고 훌륭했던 온갖 일들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만, 이제 그 한 부분을 간략히 말하겠소.'
  
   광명은 온 세상 두루 비추고
   그 몸은 온갖 상호 갖추시어
   보는 사람 기쁘고 즐겁게 하였고
   하늘과 땅을 두루 감동시켰소.
  
  그 때 왕은 신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10만 냥 값어치의 보배를 주고 떠난다. 또 존자는 왕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가 말한다.
  '여기는 보살께서 32상(相)18)과 80종호(種好)를 나타내시고 그 몸을 자마금(紫磨金) 빛으로 장엄하시던 곳입니다.'
  그러자 왕은 그 곳을 향하여 예를 올리고, 갖가지 공양을 올린다.
  또 존자는 왕을 데리고 천사(天寺)로 가서 왕에게 말한다.
  '태자께서 탄생하셨을 때 저 신들에게 예배시키려 하였으나 도리어 모든 신들이 다 보살께 예배하였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보살을 위해 이름을 지었는데, 그것이 바로 천중천(天中天)입니다.'
  그러자 왕은 또 갖가지로 공양한다.
  존자는 또 왕을 데리고 어떤 곳을 보이면서 왕에게 말한다.
  '여기는 그 부왕께서 여러 바라문들에게 보살을 보이며 그 상호와 덕성을 살피게 한 곳입니다.'
  그러자 왕은 또 갖가지로 공양한다.
  존자는 또 왕을 데리고 여러 곳을 보여준다.
  
18) 32대인상(大人相)이라고도 함. 위대한 인간이 가진 서른 두 가지 상서로운 상호(相好) 또는 부처님이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신체에 갖추어진 서른 두 가지 뛰어난 신체적 특징. 특히 불상(佛像)을 조각할 때 이 특징들을 유의하여 표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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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보살께서 공부하셨던 곳이고, 여기는 코끼리 타기를 배우셨던 곳이며, 여기는 말타기·수레 타기·활쏘기를 배우시는 등 이렇게 모든 기술들을 배우셨던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보살께서 몸을 다스렸던 곳이고, 여기는 보살께서 6만 명의 부인들과 유희(遊戱)하던 곳이며, 여기는 보살께서 늙은 이·병든 이·죽은 이를 보셨던 곳입니다. 여기는 보살께서 염부제 나무 밑에 앉아 좌선하시어 탐욕을 떠나게 되었는데, 나무 그림자가 그 몸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부왕이 그 분께 예를 올렸던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보살께서 백천 명의 천신을 데리고 성을 나가셨던 곳이고, 여기는 보살께서 영락(瓔珞)을 벗어 차닉(車匿)19)에게 주시고 말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던 곳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보살은 여기에서
   영락과 관을 벗어
   차닉에게 주고
   말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뒤
   동무도 없이 혼자 걸어
   이내 도를 배우러 산으로 들어가셨네.
  
  '또 여기는 보살이 사냥꾼을 쫓아가 그에게 옷을 주고 그의 가사와 바꿔 입은 뒤 출가하셨던 곳이고, 여기는 선인들에게 고개 숙여 청을 받았던 곳이며, 여기는 병사왕(甁沙王)이 보살에게 나라의 절반을 주었던 곳이고, 여기는 우람불(優藍弗) 선인에게 질문하셨던 곳이며, 여기는 보살께서 6년 동안 고행(苦行)하셨던 곳입니다.'
  다음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6년 동안 고행하며
  
19) 팔리어로는 Chandaka라고 함.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 왕궁에 계실 때 거느렸던 마부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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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괴로움 혹독하게 겪다가
   참다운 도(道)가 아님을 알고
   익히던 수행 버리셨네.
  
  '여기는 두 여인이 보살께 우유 죽을 바쳤던 곳입니다.'
  다음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큰 성인께선 이곳에서
   두 여인의 우유 죽을 받으시고
   여기에서 일어나
   보리수를 향해 나아가셨네.
  
  '이곳은 가리(迦梨)용왕이 보살을 찬탄했던 곳입니다.'
  다음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이곳은 가리용왕이
   보살을 찬탄했던 곳이네.
   옛날부터 행하던 길 따라
   마땅히 위없는 묘한 과보 얻으리라고.
  
  그 때 왕이 존자에게 게송으로 말한다.
  
   그 용왕이 부처님을 뵈었다는데
   저는 이제 그 용왕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는 보리(菩提)로 나아가
   훌륭하고 묘한 과보 증득하겠습니다.
  
  그 때 존자는 손으로 용궁을 가리키며 말한다.
  '가리용왕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만나 뵈었으니 지금 곧 몸을 나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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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용왕이 그 소리를 좇아 곧 나타나서 존자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한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존자가 왕에게 말한다.
  '이 용왕은 부처님을 만나 뵙고 여래를 찬탄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은 용을 향해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한다.
  
  그대는 금강신(金剛身)을 뵈었소.
  우리 스승은 짝할 이 없고
  얼굴은 깨끗한 보름달 같았으리
  나를 위해 그 공덕을 말해주고
  저 도량(道場)으로 나아가실 때의
  그 열 가지 힘의 공덕을 말해주오.
  
  그 때 용왕은 게송으로 대답한다.
  
  내 이제 마땅히 설명해주겠소.
  발로써 땅을 밟으셨을 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그 광명 햇빛보다 곱절이나 빛나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시면서
  저 보리수(菩提樹)로 나아가셨네.
  
  그러자 왕은 이러한 장소 곳곳에 갖가지로 공양하고 또 탑묘(塔廟)를 세운다.
  그리고 존자는 왕을 데리고 보리수[道樹] 아래로 가서 왕에게 말한다.
  '이 나무 밑에서 보살마하살은 자비삼매(慈悲三昧)의 힘으로 마군(魔軍)들을 부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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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리수 밑에서
  악마의 군사를 항복시키고
  훌륭한 보리의 과위 얻으셨나니
  하늘과 사람 중에 특별히 높아
  모니(牟尼)이고 우왕(牛王)이신 높으신 분
  능히 그 분과 짝할 이 없네.
  
  그 때 왕은 한량없는 보물을 내어 갖가지로 공양을 올리고 또 큰 탑묘(塔廟)를 세운다.
  존자가 말한다.
  '여기는 사천왕(四天王)이 제각기 발우를 가지고 부처님께 바칠 때 그 발우를 합해서 하나로 만든 곳이고, 여기는 상인[賈客] 형제에게서 갖가지 음식을 받으셨던 곳이며, 여기는 여래께서 바라내국(波羅奈國)으로 가실 때 아시바(阿時婆)20) 외도가 부처님께 질문했던 곳이고, 여기는 선인들의 동산인 녹야원(鹿野苑)인데, 여래께서는 여기에서 다섯 비구를 위해 12행(行)의 법륜(法輪)을 세 번이나 굴리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기는 녹야원
  여래께서 법륜을 굴리신 곳
  12행의 법륜을 세 번이나 굴리시어
  다섯 사람이 수다원[道跡] 얻었네.
  
  그래서 왕은 그곳에서도 갖가지로 공양하고 탑묘를 세운다.
  '여기는 여래께서 우루빈나가섭(優樓頻螺迦葉) 등의 선인들을 제도해 도인을 만드셨던 곳이고, 여기는 여래께서 병사왕(甁沙王)을 위해 설법하시어 왕은 진리를 보았고, 한량없는 사람과 모든 하늘들은 도를 얻었던 곳이며,
  
20) 팔리어로는 j vika라고 함. 또는 음사하여 아사바(阿私婆)라고도 함.
[929 / 2145] 쪽
  여기는 여래께서 제석천[天帝釋]을 위해 설법하시어 제석과 8만 하늘이 도를 얻었던 곳이고, 여기는 여래께서 큰 신통력으로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셨던 곳이며, 여기는 여래께서 천상에 올라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시고 한량없는 하늘들을 데리고 인간 세계로 내려오셨던 곳입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갖가지로 공양하고 탑묘를 세운다.
  그 때 존자는 아육왕에게 구시나갈국(鳩尸那竭國)으로 가자고 말한다.
  '여기는 여래께서 불사(佛事)를 완전히 마치시고, 무여반열반(無餘般涅槃)에서 반열반에 드셨던 곳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하늘과 사람
  아수라·용·야차(夜叉)를 제도하시고
  다함 없는 법을 튼튼히 세워
  부처님께서 하실 일 이미 마치셨네.
  
  유위(有爲) 세계에서 적멸(寂滅)을 얻어
  너무도 자비로우신 분 열반에 드셨으니
  마치 땔감이 다해 불이 꺼져버린 듯
  마침내 영원히 머묾에 드셨네.
  
  그 때 왕은 이 말을 듣고 상심하고 괴로워하다 어쩔 줄 몰라 땅에 쓰러지고, 여러 신하들이 물로 가슴과 얼굴을 씻자 한참 뒤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며 운다. 그리고 이내 갖가지로 공양하고 큰 탑묘를 세운다.
  그 때 왕이 다시 존자에게 말한다.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부처님의 여러 대제자들을 찾아뵙고 그 사리에 공양하고 싶습니다. 원컨대 저에게 보여 주십시오.'
  존자가 왕에게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대왕께서 능히 그와 같은 묘한 마음을 내셨군요.'
  존자는 왕을 데리고 사위국에 이르러 기원정사(祇桓精舍)로 들어가 손으
[930 / 2145] 쪽
  로 탑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이것은 사리불(舍利弗)의 탑이니 왕께서는 공양하십시오.'
  왕이 말한다.
  '그분에겐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이 분은 두 번째 법왕(法王)으로서 부처님을 따라 법륜을 굴리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래의 지혜를 제외하고서
  일체 중생의 지혜를
  사리불에 견주어 보면
  16분의 1 밖에 되지 않네.
  
  여래께서 법륜을 굴리시면
  그분도 능히 따라 굴렸으니
  그분의 한량없는 공덕
  누가 능히 그것을 이루 다 말하리.
  
  그러자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10만 냥 값어치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한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나는 사리불께 예배하나니
  온갖 두려움에서 벗어나시고
  그 이름 세상에 널리 퍼졌으며
  그 지혜 아무도 짝할 이 없었네.
  
  존자는 다시 대목건련(大目揵連)의 탑을 보이면서 말한다.
  '왕께서는 마땅히 이 탑에 공양하십시오.'
  왕이 다시 묻는다.
  '그분에겐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931 / 2145] 쪽
  '이 분은 신통력이 제일이라서 발가락으로 땅을 밟으면 땅이 곧 진동하여 하늘 궁전까지 이르렀고, 난타(難陀)와 발난타(難陀跋難陀)21) 두 용왕을 항복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발가락으로 땅을 움직여
  제석의 궁전까지 이르렀으니
  짝할 이 없는 그 신통력
  누가 그것 이루 다 말할 수 있으랴.
  
  두 용왕 사납고 난폭하여
  보면 무서워하지 않는 이 없었지만
  그 분의 신통력으로
  곧 항복시켜 성내지 않았네.
  
  그러자 왕은 10만 냥 값어치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고 게송으로 찬탄한다.
  
  신통력 제일이시며
  늙음과 병과 죽음을 떠나셨으니
  이러한 공덕 가진 분
  대목건련께 지금 예배합니다.
  
  또 다시 마하가섭(摩訶迦葉)의 탑을 보이면서 왕에게 말한다.
  '이것이 마하가섭의 탑이니 마땅히 공양하십시오.'
  
21) 8대 용왕(龍王) 중에서 두 형제 용왕을 말함. 난타를 환희(歡喜,nanda)라 번역하고, 발난타를 선환희(善歡喜,upananda)라 번역함. 항상 마갈타국을 지키며 적당한 시기에 비를 내려 백성을 기쁘게 하고, 또 사람으로 변신하여 부처님 설법을 들었다.
[932 / 2145] 쪽
  왕이 묻는다.
  '그분에겐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그분은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고 두타행(頭陀行)이 제일이었으며, 여래께서는 그분에게 자리[座]의 반을 내주시고 승가리(僧伽梨)를 주셨습니다. 그분은 중생을 가엾게 여겨 바른 법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곧 게송으로 말한다.
  
  공덕의 복밭으로 제일이신 분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 가여워하고
  부처님께서 주신 승가리 입고
  능히 바른 법을 일으켜 세웠으니
  그의 이와 같은 공덕
  누가 그것 이루 다 말할 수 있으랴.
  
  그러자 왕은 10만 냥 값어치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고 게송으로 찬탄한다.
  
  항상 고요함을 즐거워하여
  숲을 의지해 머물고
  욕심 적어 만족할 줄 알아 부자였던 분
  대가섭께 지금 예배합니다.
  
  또 다시 존자는 박구라(薄拘羅)의 탑을 보이면서 말한다.
  '이것은 박구라의 탑이니 마땅히 공양하십시오.'
  왕이 묻는다.
  '그분에겐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그분은 병(病)이 없기로 제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을 위해서는 한 구절의 법도 설명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돈 1전(錢)만 공양하겠습니다.'

 

 

 

[933 / 2145] 쪽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말한다.
  '공덕은 이미 같은데 어째서 여기에는 돈 1전만 공양합니까?'
  왕이 말한다.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비록 무명(無明)의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혜로 능히 밝게 살필 줄 알아
  박구라라는 이름 붙었다지만
  이 세상에 무슨 보탬이 되었던가.
  
  그 때 그 1전의 돈은 도로 왕에게 돌아오고, 대신들은 이 희한한 일을 보고 모두들 같은 말로 그를 찬탄할 것이다.
  '아아, 존자께서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아 1전의 돈이라도 아예 받지 않으시는구나.'
  존자는 다시 아난의 탑을 보이면서 왕에게 말한다.
  '이것은 아난의 탑이니, 마땅히 공양하십시오.'
  왕이 말한다.
  '그분에겐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이 분은 부처님을 모시던 분으로서 말씀을 들어 아는 것이 제일이라서 부처님 경전을 편집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모니의 발우를 받들어 모시면서
  생각이 이르면 능히 결단하였으니
  많이 들어 아는 지식의 큰 바다요
  좋은 말솜씨에 부드럽고 연한 음성.
  
  하늘이나 사람을 즐겁게 했고
  세 분의 부처님 마음 잘 알았으며
[934 / 2145] 쪽
  일체를 환히 밝게 깨달았던
  그 온갖 공덕의 보배 상자.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 받았고
  번뇌의 싸움을 항복 받았으니
  이러한 공덕을 가지신 분께
  마땅히 공양을 올려야 하네.
  
  그러자 왕은 곧 백억 냥 값어치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한다.
  그 때 신하들은 왕에게 말한다.
  '어째서 앞에서 한 것 모두보다 많은 공양을 이곳에 하십니까?'
  왕이 말한다.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그 까닭을 말할 것이니 들어라.'
  
  여래의 몸은
  법신(法身)으로 본성이 청정하신데
  그가 끝까지 능히 받들어 모셨으니
  그러므로 그 공양이 뛰어나니라.
  
  법의 등불 언제나 세상에 있어
  이 어리석음의 어둠을 멸하나니
  그것은 모두 그에게서 나온 것
  그러므로 가장 많이 공양하는 것이니라.
  
  저 큰 바다의 물은
  소 발자국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그와 같이 부처님의 지혜 바다는
  다른 사람은 능히 가질 수 없네.
  
[935 / 2145] 쪽
  오직 이 아난 존자만이
  한 번 들은 법 모두 받아 지녀
  끝내 잃어버린 적이 없었으니
  그러므로 가장 많이 공양하는 것이니라.
  
  그 때 왕은 이와 같이 갖가지로 공양한 뒤에, 존자를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한다.
  
  내 지금은 이런 모습을 받았지만
  다시는 이런 몸 짊어지지 않으리.
  갖가지 한량없는 공덕을 닦아
  지금은 사람 중의 주인 되었네.
  
  내 이제 견고한 실속을 취해
  여러 탑묘를 만들었으니
  그 장엄은 이 세상에 있어
  마치 별이 달을 장엄한 것 같아라.
  
  부처님 제자의 법을 받들어
  모든 예절을 행하라.
  나는 이제 할 일을 마치고
  존자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네.
  
  존자의 은혜로운 그 힘을 입어
  이제 훌륭하고 묘한 일 보고서
  크고 좋은 이익을 유쾌하게 얻었으니
  이 분별법(分別法)을 따르리라.
  
  그 때 왕은 이상의 갖가지 것들을 공양한 뒤, 한결같이 보리도량의 나무가
[936 / 2145] 쪽
  있는 데로 간다.
  '이 나무 밑에서 여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구나.'
  그리고는 세상에서 드문 진귀한 보배로 공양하는 일로써 보리수를 공양한다.
  그 때 왕의 부인은 지사라치다(低舍羅絺多)인데 그 부인은 이렇게 생각한다.
  '왕께선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고 나도 또한 왕을 사랑한다. 그런데 왕께선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 온갖 진귀한 보배를 가지고 보리수가 있는 데로 가셨다. 내 이제 방편을 써서 저 보리수를 죽이리라. 나무가 말라죽고 잎이 떨어져 버리면, 왕께선 당연히 다시는 가시지 않고 나와 함께 언제나 즐기시리라.'
  그리고는 곧 주술사를 불러 주술사에게 말한다.
  '그대는 보리수를 죽일 수 있는가?'
  그가 대답한다.
  '가능합니다만, 저에게 금 천 냥을 주십시오.'
  그래서 그 부인은 금 천 냥을 준다. 주술사는 곧 보리수 사이로 가서 주문(呪文)으로 나무를 저주하고 실로 나무를 맨다. 그 때 나무는 점점 말라죽으며 곧 시들어 떨어지는데, 아직 완전히 말라죽지는 않고 그 잎만 시들어 떨어진다. 그러다 주술사가 부인에게 말한다.
  '다시 뜨거운 우유[乳]를 나무에 붓는다면 죽게 할 것입니다.'
  부인이 왕에게 말한다.
  '저는 지금 우유를 보리수에 공양하고 싶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이렇게 하여 급기야 뜨거운 우유를 보리수에 쏟고, 나무는 곧 말라버린다.
  그 때 여러 부인들이 왕에게 말한다.
  '보리수가 갑자기 말라죽어 잎들마다 변해 떨어집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래께서 의지하시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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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름은 보리
  여기서 바른 깨달음 얻어
  일체 지혜를 두루 갖추셨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나무가 지금 말라죽으며
  잎사귀 빛깔도 변하였는데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는 곧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진다. 사람들이 왕의 가슴과 얼굴에 물을 뿌리자 한참 뒤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내가 보리수를 보는 것은
  곧 여래를 뵙는 것이었거늘
  이제 그 나무 죽었단 말 들었으니
  나도 또한 그 따라 죽으리라.
  
  그 때 그 부인은 왕의 근심하는 좋지 않은 기색을 보고 왕에게 말한다.
  '왕이여,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꺼이 왕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왕이 말한다.
  '만일 그 나무가 없다면 내 목숨도 또한 없는 것이오. 여래께서는 그 나무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는데, 그 나무가 이미 없어졌다면 내가 살아 무슨 소용 있겠소?'
  부인은 결심이 확고한 왕의 말을 듣고 돌아가 다시 찬 우유를 보리수 아래에 붓자, 그 나무는 이내 살아난다. 왕은 우유를 나무에 붓자 도로 살아났다는 말을 듣고 날마다 천 항아리의 우유를 보내 나무 밑에 붓게 하니, 나무는 이전과 같이 회복된다.
  그러자 여러 부인들이 왕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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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수는 이제 예전과 다름없이 회복되었습니다.'
  그 때 왕은 그 말을 듣고는 곧 기뻐하며 보리수 아래로 가, 보리수를 보면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병사(甁沙) 지국왕(持國王)을 비롯한
  어떤 왕들도 하지 못한 것
  내 이제 마땅히 공양하리라.
  내 이제 보리수를 목욕시키리라.
  
  온갖 우유와 향수
  꽃과 향과 바르는 향을 쓰고
  그리고 다시 여러 비구들과
  성현의 5부(部) 대중께 공양하리라.
  
  그 때 왕은 금·은·유리·파리(頗梨)로 만든 네 개의 보배 항아리를 마련하여, 온갖 향유(香乳)와 향탕(香湯)22)을 담고, 갖가지 음식과 천 가지나 되는 깃발과 보배 일산, 갖가지 꽃과 향과 음악을 가지고, 팔지재(八支齋)23)와 포살(布薩)24)을 닦아 지닌 뒤에,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향로를
  
22) 정자향(丁子香)을 삶아낸 탕. 혹은 향을 넣어서 끓인 욕탕. 목욕하기 위한 것. 석가탄신일 때 불상을 목욕하는데 옛날에는 5색(色)의 향수를 사용했다. 뒤에 와서는 감초(甘草) 및 목감다(木甘茶)를 끓여서 대신 사용함. 가사(袈裟)를 빨 때도 이것을 사용한다. 선종(禪宗)에선 진피(陳皮)·복령(茯笭)·지골피(地骨皮)·육계(肉桂)·당귀(當歸)·지곡(枳穀)·감초(甘草) 등 일곱 가지를 끓인 것을 향탕(香湯)이라고 함.
23) 8계(戒)의 약칭으로 즉 8관재계(關齋戒)를 말함. 8관재계는 팔리어로 A ha ga la라고 하며, 8재계(齋戒)·8계재(戒齋)·8계(戒)·8소응리(所應離)라고도 함. 재가자(在家者)가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받아 지키는 계.
24) 팔리어 Uposatha의 음역. Uposatha는 베다의 제사에 있어서는 소마(soma)제사의 준비날을 말함. 불교에서는 불교교단의 정기 집회로서 한 달에 두 번, 보름마다 동일 지역의 스님이 모여 자기를 반성하고 죄를 고백 참회하는 모임으로 15일[滿月]·30일[新月]에 행함. 출가한 스님은 한 곳에 모여 계의 낱낱 조항을 소리내어 읽고, 죄를 참회하며, 재가자는 8계를 지키고 설법을 듣고서 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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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고 궁전 위에서 사방을 향해 예를 올리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말한다.
  '여래의 거룩한 제자로 모든 곳에 계신 분들은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래의 거룩한 제자로서
  바른 도를 따라 모든 감관 고요하고
  모든 삼계(三界)의 욕심을 여의어
  모든 하늘이 공양할 만한 분들.
  
  이제 모두 다 이곳으로 모이시어
  보잘것없는 제 마음의 보시 받아주시고
  가엾게 여겨 제 뜻에 응하시어
  법의 종자를 자라나게 하시며
  언제나 고요한데 머물기를 좋아하고
  모든 곳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여래의 진정한 제자로서
  법을 좇아 변화해 태어나
  저 모든 하늘들의 공양 받는 분들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지금 곧 모두 여기 모이시어
  보잘것없는 제 마음에 응해 주소서.
  
  여러 성인들 곳곳에 계시나니
  계빈25)국(罽賓國)·다바바(多波婆)26)이나
  
25) 산스끄리트어로는 K m ra라고 함. 나라 이름으로 북인도에 위치해 있다.
26) 산스끄리트어로는 Tamas vana라고 하며, 지명(地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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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림(大林)27)·리파다(離波多)28)
  아뇩대지(阿耨大池)29) 근처.
  
  강이나 산이나 숲 덤불 사이
  이러한 모든 곳에 계시는 분들
  지금 곧 모두 이곳으로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보잘것없는 제 마음에 응해 주소서.
  
  또 천상의 시리사(尸梨沙) 궁전이나
  향산(香山)의 돌집에 계시면서
  신통력을 완전히 갖추신 분들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지금 곧 모두 이곳으로 모이소서.
  
  왕이 이렇게 말할 때 30만 비구들이 다 와서 모이는데, 그 대중 가운데 10만은 아라한(阿羅漢)이요, 20만은 학인(學人)과 범부 비구들이다. 그런데 상좌(上座)의 자리에는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다.
  그러자 왕이 여러 비구들에게 묻는다.
  '어째서 상좌 자리에는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습니까?'
  그 때 그 대중 가운데 큰 아라한으로서 여섯 가지 신통력을 갖춘 야사(耶舍)라는 비구가 있다가 왕에게 말한다.
  '이 자리는 상좌(上座)의 자리이거늘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감히 거기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왕이 다시 묻는다.
  
27) 산스끄리트어로는 Mah vana라고 하며, 지명임.
28) 산스끄리뜨어로는 Revataka라고 하며, 지명임.
29) 산스끄리트어로는 Anavataptahrada라고 하며, 연못 이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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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자께서 계시는 곳에는 상좌가 있습니까?'
  '상좌가 있습니다. 대왕이여, 그 분은 부처님께 수기[記]를 받은 사람으로서 이름은 빈두로(賓頭盧)30)라 합니다. 그 분은 상좌이니 이 자리에 앉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가운데에 부처님을 직접 뵌 비구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대왕이여, 빈두로께서는 아직도 옛날처럼 이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왕이 다시 말한다.
  '그 비구를 만나 뵐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오래지 않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오실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큰 기쁨이 생겨 게송으로 말한다.
  
  나 이제 기쁘게도 이익 얻게 되었네.
  나를 거두어 받아주셨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내 눈으로 직접
  존자 빈두로를 뵙게 하시네.
  
  그 때 존자 빈두로가 차례대로 뒤를 따르는 한량없는 아라한을 거느리고
  
30) 산스끄리트어로는 Pi olabharadv ja라고 함. 16나한(羅漢) 가운데 한 사람. 한역하여 부동이근(不動利根)이라 하며, 부처님의 제자. 빈두로는 이름이고, 파라타(頗羅墮)는 성임. 흰머리에 긴 눈썹을 가진 나한으로 원래 발차국(跋蹉國) 구사미성 보상(輔相)의 아들로 태어남. 어렸을 때 불교에 귀의하여, 출가해서는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여러 곳으로 다니며 전도함. 부처님께서 득도하시고 6년 뒤에 이 나한이 왕사성에서 신통력을 나타냈다가 외도들의 조소를 받은 일로 부처님께서 이 뒤로는 부질없이 신통력을 나타내지 말라 하시고서 서구야니주(西瞿耶尼洲)에 가서 4부대중을 교화하고 부처님 법을 전하게 함. 뒤에 다시 돌아와서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서 열반에 들지 않고 남인도의 마리산에 머물며 불멸 후에 중생을 제도하며, 말세의 공양을 받아 대복전(大福田)이 되었으므로 주세(住世)아라한이라고 일컬어짐. 훗날 인도의 대승 사찰에서는 문수(文殊)를 상좌로 함에 대하여 소승의 사찰에서는 빈두로를 상좌로 하는 풍습이 생김. 우리나라에서도 독성(獨聖)·나반존자(那畔尊者)라 하여 절마다 봉안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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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데, 마치 큰기러기가 허공을 날아오는 것 같을 것이다. 그가 상좌의 자리에 앉자 여러 비구 스님들은 제각기 예경(禮敬)하고 차례로 앉는다. 그 때 왕이 존자 빈두로를 보니 머리는 희고 몸은 벽지불(辟支佛)과 같다. 머리를 그의 발에 대어 예를 올린 뒤에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존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게송으로 말한다.
  
  내가 지금 왕의 자리에 있어
  이 염부제를 통솔하면서도
  그것을 기쁨으로 여기지 않았는데
  이제 존자를 뵙게 되었네.
  
  나 이제 존자를 뵙게 되니
  이는 곧 산 부처님 뵌 것이라
  내 가슴 떨려 뛰는 것
  왕 자리 얻을 때보다 더하기만 하네.
  
  왕은 다시 존자에게 묻는다.
  '존자께서는 삼계에서 우러러 존경하는 세존을 뵈었습니까?'
  그 때 존자 빈두로는 손으로 눈썹을 치켜들고 왕을 보면서 말한다.
  
  나는 여래를 뵈었네
  이 세상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는 분
  그 몸은 황금빛에
  서른 두 가지 상호.
  
  얼굴은 깨끗한 보름달 같고
  맑은 음성은 너무도 부드러우며
  모든 번뇌의 시달림 항복 받아

  언제나 적멸에 들어 계셨네.

 

 

[943 / 2145] 쪽
  왕이 다시 묻는다.
  '존자는 어디에서 부처님을 뵈었습니까?'
  '여래께서 5백 아라한과 함께 처음으로 왕사성에서 안거하셨을 때, 저도 그 때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대모니(大牟尼) 세존께서는
  욕심을 여읜 이들에게 둘러싸여
  왕사성에 계시면서
  여름 석 달의 안거(安居)를 지내셨네.
  
  나도 그 때 그 대중들 속에 있으면서
  언제나 여래 곁에 머물렀으니
  이제 대왕이여, 마땅히 아소서
  나는 직접 눈으로 참 부처님 뵈었네.
  
  '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실 때 크게 신통력을 일으켜 갖가지로 변화하시고, 모든 부처님 형상을 지어 모든 곳에 두루 계셨는데, 나아가 아가니타천(阿迦尼天)31)까지 이르렀었습니다. 저도 그 때 그곳에 있으면서 여래의 갖가지 변화와 신통의 모습을 뵈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래께서는 신통력으로
  모든 외도 항복 받으시고
  부처님 시방세계 거니실 때
  나는 그 모습 친히 보았네.
  
  
31) 색구경천(色究竟天)을 말함. 색계(色界) 18천 가운데 맨 꼭대기에 있는 하늘로 5불환천(不還天)의 하나이고, 4선천(禪天) 가운데 가장 위의 하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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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여래께서 천상에서 그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실 때 저도 또한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머니를 위한 설법을 마치시고는 여러 하늘들을 거느리고 천상에서 승가사국(僧迦奢國)으로 내려 오셨습니다. 그 때 나는 이 두 가지 일을 보았습니다. 즉 천인(天人)들이 복과 즐거움을 받았고, 우파라(優波羅)32) 비구니가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한량없는 권속들을 거느리고 허공을 타고 내려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는데, 저도 그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여래께서는 천상에 계시면서
  거기서 여름 안거 지내셨으니
  저도 모니(牟尼)의 권속으로서
  또한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또 세존께서는 5백 아라한들과 함께 사위국에 계셨었습니다. 그 때 급고독(給孤獨) 장자의 딸이 마침 부루나발타나국(富樓那跋陀那國)에 있었는데, 그녀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하였습니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은 각자 허공을 타고 그곳으로 갔고, 저도 그때 신통력으로 큰산을 끼고서 그곳으로 가 공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그런 신통력을 부리느냐? 내 이제 너에게 벌을 주리라. 너는 언제나 이 세상에 있으면서 열반에 들지 말고 내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켜 멸하게 않게 하라.)'
  곧 게송으로 말한다.
  
  세존께서는 5백 비구와 함께
  그 여인의 청을 받았고
  그 때 나는 신통력으로
  
32) 산스끄리트어로는 Utpalavar 라고 함. 비구니 이름으로 즉 연화색(蓮華色)비구니를 말함.
[945 / 2145] 쪽
  큰산을 끼고 그곳으로 갔었네.
  세존께서는 내게 벌을 주시되
  세상에 머물면서 열반에 들지 말고
  내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켜
  법이 멸해 없어지게 않게 하라 하였네.
  
  '또 여래께서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실 때, 왕께서는 두 소년과 함께 모래밭에서 장난치다가,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모래를 떠서 부처님께 바쳤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소년에게 수기를 주시면서, (내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 뒤에, 이 소년은 파련불읍(巴連弗邑)에서 왕위를 받아 염부제를 통솔할 것이고, 이름을 아육(阿育)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사리를 널리 전파하고 하루동안에 8만 4천 개의 탑을 지을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지금의 왕이 곧 그 소년입니다. 저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왕께서 소년이었을 때
   모래를 부처님께 바치자
   부처님께서 왕에게 수기를 주셨는데
   그 때 나도 바로 그 자리에 있었네.
  
  그 때 왕이 존자에게 말한다.
  '존자께서는 지금 어디서 머물고 계십니까?'
  존자가 왕에게 대답한다.
  '범행을 닦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북쪽 산에서 지내는데 산 이름은 건타마라(揵陀摩羅)33)입니다.'
  
33) 산스끄리트어로는 Gandham dana라고 함. 이것을 향취산(香醉山)·향적산(香積山)이라고도 쓰는데, 현재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마나사(m nasa)호 북쪽 기슭의 카이라사(kail sa)산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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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다시 묻는다.
  '권속은 얼마나 됩니까?'
  '6만 아라한 비구입니다.'
  존자가 말한다.
  '왕께선 왜 그리 많은 질문을 하십니까? 지금 준비해서 스님들에게 공양하십시오. 공양을 마치고 왕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여, 그런데 저는 부처님께 깨달음을 얻게 한 보리수에 먼저 공양을 올린 뒤,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스님들께 베풀겠습니다.'
  그리고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온 나라에 알리게 한다.
  '왕께선 지금 금 10만 냥을 내어 비구들에게 보시하고 향탕(香湯) 천 항아리를 보리수에 부어주며, 5부 대중을 모으신다.'
  그 때 구나라(拘那羅)라는 왕자가 오른쪽에 있다가, 두 손가락을 세운 채 말을 하지 않는데, 이는 두 배로 공양을 청하고 싶다는 뜻이다. 대중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웃음을 터뜨리는데, 왕도 또한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한다.
  '오오, 왕자여, 공덕을 많이 지어야 공양이 있는 것이다.'
  왕은 다시 말한다.
  '나는 다시 금 30만 냥으로 비구들께 공양하고, 다시 향탕 천 항아리를 더 내어 보리수를 목욕시키리라.'
  그런데 그 때 왕자는 다시 네 손가락을 세우는데, 네 배를 뜻하는 것이다. 왕은 화가 나서 신하들에게 말한다.
  '누가 왕자에게 이런 일을 시켜 나와 겨루려 하느냐?'
  신하들이 왕에게 말한다.
  '누가 감히 왕과 겨루려 하겠습니까? 왕자님께서는 타고난 자질이 총명하고 지혜로워 공덕을 더 짓기 위해 그런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때 왕은 오른쪽으로 왕자를 돌아보면서 상좌에게 말한다.
  '내 창고 물건을 제외한 그 밖의 모든 물건, 즉 염부제에 있는 부인과 채녀, 모든 신하와 권속, 그리고 내 구나라 왕자까지 모두 성스러운 비구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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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보시하겠습니다. 또 온 나라에 외쳐 5부대중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한다.
  
  왕의 창고 물건을 제외한
  부인과 채녀
  신하와 백성까지 모든 대중을
  성스러운 스님들께 보시하리니
  내 몸과 왕자도
  또한 다 보시하리라.
  
  그 때 왕과 상좌와 비구 스님들이 항아리의 향탕으로 보리수를 목욕시키자, 보리수는 곱절이나 아름답고 무성하게 성장한다.
  게송으로 말한다.
  
  위없는 분을 깨닫게 한
  보리수를 왕이 목욕시키자
  나무는 더욱 더 무성해지고
  가지와 잎사귀는 부드러워졌네.
  
  그 때 왕과 신하들은 매우 기뻐한다. 왕은 보리수를 목욕시키고 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공양한다. 그 때 상좌 야샤(耶舍)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지금 많은 비구 스님들이 모여 있습니다. 정성껏 신심(信心)을 다해 공양하십시오.'
  그러자 왕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손수 공양한다. 그 때 두 사미(沙彌)가 음식을 얻어서는 각각 밀가루 덩어리로 환회환(歡喜丸)을 만들어 서로 던지는데, 왕은 그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저 사미는 어린애 같은 장난을 하는군요.'
  공양이 끝나 왕이 도로 상좌 앞에 섰을 때, 상좌는 왕에게 말한다.
  '왕께선 저들에 대해 믿거나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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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상좌에게 대답한다.
  '공경하지 않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 두 사미를 보니 어린애 장난을 치는 것이 마치 세간 어린애가 흙덩어리를 가지고 서로 던지는 것처럼, 그 두 사미는 밀가루 덩어리를 가지고 환희환을 만들어 서로 던지고 있었습니다.'
  상좌는 왕에게 말한다.
  '저 두 사미 모두 구해탈(俱解脫)34)을 한 아라한으로서 서로에게 음식을 보시한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신심이 더해져 이렇게 생각한다.
  '이 두 사미는 기꺼이 끊임없이 서로에게 보시하는구나. 그러면 나도 이제 마땅히 모든 스님들께 비단과 무명을 보시하리라.'
  두 사미는 왕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서 서로에게 말한다.
  '왕으로 하여금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곱절이나 더하게 합시다.'
  그래서 한 사미는 솥을 가져다 왕에게 주고 한 사미는 물감을 가져다 왕에게 주자, 왕은 그 사미들에게 묻는다.
  '무엇에 사용하라는 것이오?'
  두 사미가 왕에게 말한다.
  '왕은 우리로 인해 여러 스님대중들에게 비단과 무명을 보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대왕께서 그것을 염색하여 여러 스님대중들께 보시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이렇게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생각은 하였지만 아직 입으로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 두 통달한 대사[達士]는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智]를 얻어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왕은 곧 머리를 조아려 스님대중들에게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한다.
  
34) 혜해탈(慧解脫)과 함께 선정의 장애[定障: 不染汚無知·所知障의 일부분]를 끊은 것으로 심해탈(心解脫)이라고도 하며, 혹은 혜(慧)와 정(定)에 대한 두 가지의 장애 즉 번뇌장(煩惱障)과 해탈장(解脫障)을 벗어나 멸진정(滅盡定)을 얻은 것을 말함.
[949 / 2145] 쪽
  공작(孔雀)의 종족으로
  안팎의 친한 권속들
  이 은혜로운 보시로 말미암아
  모두 큰 이익 얻었나니
  좋은 복전 만나거든
  기뻐하며 언제나 보시하라.
  
  그 때 왕은 사미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들로 인해 스님들의 가사[僧衣]를 보시할 것이고, 스님들의 가사를 보시한 뒤에 다시 세 가지 옷[三衣]35)과 4억만 냥의 진귀한 보배를 5부대중께 보시하고, 그렇게 보시한 뒤에 다시 40억만 냥의 진귀한 보배로 염부제의 궁인·채녀·태자·신하들을 바꾸어 도로 찾을 것입니다.'
  아육왕이 짓는 공덕은 이와 같이 한량없을 것이니라.
  
35) 인도의 승단에서 개인의 소유를 허락한 세 종류의 옷. 대의(大衣)와 두 종류의 상의(上衣: 七條衣 와 五條衣)를 말함. 첫째 대의는 일명 승가리(僧伽梨)라고 하며, 정장하는 옷으로 마을에 탁발을 나가거나 왕궁에 초대받았을 때 입는 옷으로 9 내지 25조각의 천을 기워 합쳐서 한 장의 천으로 한 것으로 9조의(條衣)라고도 함. 둘째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은 일명 입중의(入衆衣)로도 불리며, 예배·청강(聽講)·포살(布薩) 등에 사용되고, 7조각의 천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7조의라고도 함. 셋째는 안타회(安陀會)로 일명 중의(中衣)·중착숙의(中着宿衣)라고도 함. 일상의 작업이나 취침 때에 착용하는 옷으로 이들 색은 선명한 정색(正色)이 아닌 탁한 괴색(壞色)으로 정해졌으므로 가사(袈裟)라고 불리게 됨. 한국·일본·중국에서는 3의를 형식화한 각종 가사가 만들어졌는데, 7조(條)·5조(條) 가사 등은 법의(法衣)를 형식을 따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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