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39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09:48
[1590 / 2145] 쪽
  
잡아함경 제39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081. 고종경(苦種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의 녹야원(鹿野苑)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국의 성안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 때 어떤 비구도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다가, 길가에 있는 어떤 나무 밑에 서서 나쁜 탐욕으로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나무 밑에서 나쁜 탐욕 때문에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킨 것을 아시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비구야, 괴로운 종자를 심어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지 말라. 만일 비구가 괴로운 종자를 심어 스스로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면, 아무리 구더기나 파리 떼가 몰려들지 못하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느니라.
  그러자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내가 마음 속으로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것까지 다 알고 계시는구나.'
  그러자 그는 곧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 때 세존께서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신 다음 정사(精舍)로 돌아와,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2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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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으신 다음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다.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비구대중들에게로 오시어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비구가 나무 밑에 서서 나쁜 탐욕으로 인하여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 나는 곧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야, 비구야, 괴로운 종자를 심어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지 말라. 만일 비구가 괴로운 종자를 심어 스스로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면, 아무리 구더기나 파리 떼가 몰려들지 못하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느니라.'
  그러자 그 비구는 곧 '부처님께서는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부끄러움[慚愧]과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털이 곤두선 채 길을 따라 가버렸느니라.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서 합장한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괴로운 종자이고, 어떤 것이 나쁜 냄새며, 어떤 것이 액체가 흐르는 것이고, 어떤 것이 구더기와 파리가 되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분해하고 성내며 번민하고 원망하는 것을 괴로움의 종자라고 하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을 냄새를 피운다고 하였으며, 여섯 가지 감관[觸入處]을 계율에 따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을 액체가 흘러내린다고 하였고, 감관을 단속하지 못함[不攝]으로써 탐욕과 근심과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마음이 다투어 생기는 것을 구더기와 파리 떼라고 비유하여 말했느니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귀나 눈을 단속하지 않으면
  탐욕 그로 인해 생겨난다.
  이것을 괴로움의 종자라 하는데
  이로 인해 냄새나는 액체가 흘러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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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각관(覺觀)과 기미(氣味)는
  나쁜 탐욕을 즐김에서 나온다.
  
  마을이나 혹은 한적한 곳에서
  낮이나 밤이나 끊임없이
  멀리 떠나 범행(梵行) 닦으면
  마침내 괴로움을 벗어나리라.
  
  만일 안으로 마음이 고요해져서
  결정코 진리를 깨닫고 나면
  자나깨나 언제나 안락함은 물론
  몹쓸 파리 떼나 구더기도 없어지리라.
  
  바른 대장부로서 익히고 친해야 할 것은
  훌륭한 말씀이신 성현의 길이거니
  여덟 가지 바른 길 깨달아 알면
  다시는 후세의 몸 받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82. 복창경(復瘡經)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
  
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2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93 / 2145] 쪽
  어가 걸식하시고서, 걸식을 마친 다음 정사로 돌아와 발을 씻은 뒤에 안다림(安陀林)에 들어가 좌선하셨다.
  마침 어떤 비구도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 정사에 돌아와 발을 씻은 뒤에 안다림에 들어가 어느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正受]에 들었다.
  그 비구가 낮 선정에 들었을 때 탐하고 즐기는 마음 때문에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 때 안다림을 의지하여 머물고 있던 어느 천신(天神)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비구는 나쁘다. 이 안다림에서 좌선하면서 나쁜 탐욕의 마음으로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다니, 내가 가서 꾸짖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 비구에게 가서 말했다.
  비구여, 비구여, 종창을 앓고 있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렇소. 치료하여 좀 낫게 해주오.
  천신이 비구에게 말했다.
  종창이 무쇠 가마솥과 같은데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겠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만 있으면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오.
  천신이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현명하게 종창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종창을 고치고 나면 완전히 나아 다시는 도지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시어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서 걸식을 마친 다음 돌아와 안다림으로 가서 낮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 때 어느 비구 한 사람도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안다림으로 가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에 들었다. 그런데, 그 비구는 마음의 나쁜 탐욕으로 인하여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다. 그 때 안다림에 의지하여 살고 있던 어떤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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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그 비구에게 말했다.
  '비구여, 비구여, 종창을 앓고 있는가?'……(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훌륭하고 훌륭한 말이다. 그와 같아서 비구여, 그것은 뭇 현성들의 치료법이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사람들은 제각기 종창을 만들어
  스스로 병을 앓아 고통받나니
  세간의 갖은 욕망 바라고 구함은
  마음의 나쁜 탐욕 때문이니라.
  
  종창을 만들어 냄으로 말미암아
  구더기와 파리 떼 다투어 모여드나니
  애욕으로 갈구함은 종창이요
  온갖 나쁜 생각은 구더기와 파리라네.
  
  모든 탐욕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뜻을 좇아 생기나니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
  화려한 명예와 이익을 구한다네.
  
  탐욕의 불길은 갈수록 왕성하여
  허망한 상상과 좋지 못한 생각이
  밤낮으로 몸과 마음을 괴롭혀
  고요한 길에서 멀리 떠나게 하네.
  
  만일 안으로 마음이 고요해져서
  결정하는 지혜가 명료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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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종창은 사라지고
  부처님의 안온한 길을 보리라.
  
  바른 장부가 노닐어야 할 길
  성현께서 이미 잘 말씀하셨으니
  밝은 지혜로 그 길을 알아야
  다시는 온갖 몸을 받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83. 식우근경(食藕根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법과 율에 익숙지 못하여 걸식할 때 앞뒤 차례를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너는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라서 법과 율을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차례를 뛰어넘지도 말고 거듭 받지도 말라. 앞뒤의 차례가 없이 걸식을 행하면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자 승랍이 적은 비구가 말했다.
  여러 상좌님들께서도 차례를 뛰어 넘고 앞뒤를 지키지 않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닙니다.
  
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2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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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말했으나 그만두지 않았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걸식할 때 앞뒤의 차례를 지키지 않고, 또 음식을 거듭 받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두 번 세 번 충고하였으나 듣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상좌들께서도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서 왜 나만 꾸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저희 모든 비구들이 세 번이나 그에게 충고했습니다만 듣지 않으므로 세존께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법답지 않게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넓은 늪에 큰 호수가 있고 거기에 큰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그 코끼리들은 연뿌리를 뽑아 진흙을 씻어버린 뒤에 그것을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몸은 살찌고 기분은 유쾌하며, 힘이 세고 즐거움이 많다. 그들은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코끼리는 몸집이 작은 데다 바짝 말랐다. 그 코끼리는 큰 코끼리를 본받아 연뿌리를 뽑았으나 깨끗이 씻을 줄 몰라 진흙 채로 그것을 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하여 몸은 살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으며 갈수록 여위어만 간다. 그런 인연으로 죽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한다.
  그와 같이, 나이 많고 덕망이 있는 비구들은 오랫동안 도를 배워 즐기고 장난질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으므로 스승이 찬탄하는 바이고, 그밖에 밝은 지혜로 범행을 닦는 사람들도 역시 그를 칭찬한다. 이런 비구들은 도시나 시골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도 몸과 입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관을 잘 단속하여 마음을 집중시켜 생각을 잡아매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믿게 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을 변하지 않게 하며, 혹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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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복·음식·침구·의약 따위를 얻더라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탐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으며, 미혹하지도 않고 그것을 좇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본 뒤에 그것을 먹거나 쓴다. 그것을 먹거나 쓰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유쾌하고 윤택해지며 혈색과 힘을 얻는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는 법과 율에 익숙하지 못해, 여러 장로(長老)들을 의지해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도 잘 보호하지 못하고 감관의 문을 지키지도 못하며, 생각을 한결같이 잡아매지도 못해서,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게 하지도 못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은 변하게 하며, 혹 재물·의복·음식·침구·탕약을 얻으면 곧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며, 그것을 탐하고 좇아서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며, 즐기고 탐하는 마음으로 먹고 쓰기 때문에 몸이 유쾌하거나 윤택하지 못하고 안온하거나 즐겁지도 못하다.
  그는 이러한 음식으로 인연하기 때문에 점점 죽음[死]으로 향해 가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고 말한 것은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거나 바른 법과 바른 율을 잃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고, 죽을 고생이라는 것은 바른 법과 율을 범하고 죄의 모양을 알지 못하며, 죄를 제거해 없앨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큰 코끼리가 연뿌리 뽑아
  물에 씻어 먹을 때
  다른 종류의 코끼리도 그걸 본받지만
  진흙을 묻힌 채로 먹나니
  진흙 채로 먹기 때문에
  여위고 병들어 마침내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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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84. 장수경(長壽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한림(寒林)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명(壽命)은 매우 촉박하여 점점 저승길[後世]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모든 범행(梵行)을 닦아야 한다. 태어난 사람 치고 죽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히 방편을 세워 착한 법을 한결같이 닦지 않고, 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그 때 악마 파순(波旬)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은 왕사성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聲聞)들을 위해 (사람의 목숨은 매우 촉박하여……(내지)……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하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악마 파순은 소년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말했다.
  
  늘 중생들을 핍박하면서도
  인간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고
  혼미하고 취해 마음이 방일해도
  죽는 곳으로 향해가지 않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악마가 와서 교란시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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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중생들을 핍박하고 못살게 굴면
  세상에 태어나 수명이 매우 짧으리니
  열심히 닦고 수행하고 정진하되
  불에 타는 머리를 구원하듯 하라.
  
  잠깐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지니
  죽음의 악마 갑자기 닥쳐오리라.
  네가 곧 악마인 줄 나는 아나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하늘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5. 수명경(壽命經)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모든 행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편안한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有爲)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해탈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이 모든 행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0 / 2145] 쪽
  해탈해야 한다)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저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파순은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수명은 낮이나 밤이나 흘러
  다하여 없어질 때가 없다.
  수명이 늘 오고 가는 것이
  마치 저 수레바퀴 도는 것 같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틀림없이 악마가 교란시키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낮과 밤은 항상 흘러가고 바뀌니
  목숨도 따라서 점점 줄어든다.
  사람의 목숨이 줄어드는 것이
  마치 작은 개울물이 잦아드는 것 같네.
  네가 곧 악마인 줄 나는 아나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6. 마박경(魔縛經)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거니시다가[經行],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
  
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1 / 2145] 쪽
  에 들어가 몸을 추스리고 단정히 앉아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생각을 모으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에서 밤에 일어나 거닐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몸을 추스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으고 선정에 들어 있다. 내가 지금 저곳에 가서 교란시키리라.'
  그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저 허공에서 움직이는7) 내 마음의
  긴 올가미를 가지고 내려와
  그대 사문을 단단히 묶어
  그대 벗어나지 못하게 하리.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틀림없이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나는 세상의 다섯 가지 욕망과
  여섯째 의식(意識)을 늘 말한다.
  나는 그것을 영원히 여의었기에
  온갖 괴로움이 이미 끊어졌노라.
  
  나는 이미 저 욕망을 벗어났고
  마음과 의식까지도 사라졌노라.
  파순아, 나는 너를 아노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7) 감각능력[根]과 감각대상[境]에 관련된 감각영역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현상을 비유한 것임.
[1602 / 2145] 쪽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7. 수면경(睡眠經)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거니시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밝은 모양에 생각을 모으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계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에 머물러 있으면서……(내지)……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저곳에 가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가서 게송으로 말했다.
  
  왜 자는가 무슨 까닭에 자고 있는가.
  죽는 것처럼 왜 또 자고 있는가.9)
  빈 집에서 왜 자고 있는가.
  벗어났는데 왜 자고 있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틀림없이 악마가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애욕의 그물 때문에 물들어 집착하나니
  애욕이 없는데 누가 끌고 가랴.
  
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9) 팔리본에는 '이렇게 핏기 없는 노예처럼 잠을 자는가?'라고 되어 있다.
[1603 / 2145] 쪽
  일체의 번뇌 남김없이 다 버렸기에
  오직 부처만이 편히 잘 수 있다네.
  너 악마 파순아
  여기에 대해 또 무슨 말을 하려느냐.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8. 경행경(經行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깜깜한 밤중에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며 번개가 치자 방에서 나가 거닐고 계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 왕사성 기사굴산에 머물고 있는데, 그는 깜깜한 밤중에 가랑비가 내리며 번개가 치자 방에서 나와 거닐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큰 돌덩이를 들고 두 손으로 가지고 놀면서 부처님 앞에 가서 그것을 부수어 미세한 먼지로 만들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이 기사굴산을
  내 앞에서 부순다 하더라도
  여래의 평등한 해탈에 대해선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리라.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4 / 2145] 쪽
  가령 이 사해(四海) 안에 있는
  모든 산과 땅덩이까지
  방일하게 행동하는 친족들이
  모두 다 부수어 먼지로 만든다 해도
  이 여래에 대해서는 털 하나도
  또한 능히 움직일 수 없으리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9. 대룡경(大龍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밤에 일어나 거니시다가 새벽녘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몸을 똑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아 앞에 두고 계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머물고 있으면서 밤에 일어나 거닐다가, 새벽이 되자 방에 들어가 몸을 똑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아 앞에 두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큰 용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지고 부처님의 몸을 일곱 바퀴 돌고는 머리를 들어 부처님의 정수리에 드리웠다. 몸뚱이는 큰 배와 같고, 머리는 큰 돛과 같았으며, 눈은 놋쇠 화로와 같고 혀는 끌려오는 번갯불과 같았으며, 들고나는 숨결은 천둥소리와 같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1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5 / 2145] 쪽
  비유하면 마치 저 빈 집과 같이
  모니(牟尼)의 마음은 비고 고요하니
  그 안에서 빙빙 돌며 노니는
  부처의 몸도 또한 그러하니라.
  
  한량없이 흉악한 용과
  모기·등에·파리·벼룩 따위가
  모두 모여와 그 몸 뜯어먹어도
  털 하나도 움직일 수 없으리.
  
  저 허공을 부수어 가르고
  이 대지(大地)를 흔들어 뒤엎으면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
  모두들 몰려와 두려워하겠지만
  
  칼과 창과 예리한 화살로
  모두 몰려와 부처님 몸을 해한다 해도
  그러한 모든 모진 해침도
  털 하나 손상하지 못하리.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0. 수면경(睡眠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라산(毘婆羅山) 칠엽수림(七葉樹林)에
  
1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6 / 2145] 쪽
  있는 석실(石室) 안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한데서 앉기도 하고 혹은 거닐기도 하시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누워서 편안히 쉬고 계셨다.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붙이고, 발을 포개고 밝은 모양에 생각을 모으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계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지금 왕사성 비바라산 칠엽수림에 있는 석실에 머물고 있으면서, 밤에 일어나 한데서 앉기도 하고 혹은 거닐기도 하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가, 오른쪽 옆구리로 누워, 발을 포개고 밝은 모양에 생각을 모으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했다.
  
  나 때문에 잠자는 체 하는가.
  아니면 죽음[後邊]에 들었기 때문인가.
  돈과 재물과 보배가 많이 있으면서
  무슨 이유로 쓸쓸한 곳 지키면서
  오직 혼자서 친구도 없이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너 때문에 자는 것이 아니고
  또 죽음에 든 것도 아니다.
  많은 돈이나 재물은 없지만
  근심 없는 보배를 모을 뿐이다.
  
[1607 / 2145] 쪽
  세상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누워서 쉬고 있을 뿐
  깨어 있어도 의혹하지 않고
  잠에 들어도 두려워하지 않노라.
  
  낮이나 혹은 밤이라 하여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자는 것이니
  그러므로 더하고 덜함이 없느니라.
  
  그리고 다시 백 개의 창으로
  이 몸을 꿰어 흔들어대더라도
  오히려 안온하게 잘 수 있나니
  이미 마음의 창(槍) 여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1. 구지가경(瞿低迦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라산 칠엽수림에 있는 석실에 계셨다.
  그 때 존자 구지가(瞿低迦)는 왕사성의 선인산(仙人山) 곁에 있는 검은 석실에 있었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면서 방일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요익한 일을 수행하여, 일시적인 의해탈(意解脫:心解脫)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는 자주 물러나곤 하였다. 한 번·두 번·세 번·네 번·다섯 번·여섯 번 되풀이해서 물러났다가는 다시 일시적인 의해탈을 몸으로 증득하고 또 조금
  
1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08 / 2145] 쪽
  있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 존자 구지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방일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요익한 일을 열심히 수행하여, 일시적인 의해탈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는 자주 물러나곤 하였다. 그렇게 되풀이해서 여섯 번씩이나 물러났다. 나는 이제 칼로 자살하여 일곱 번째는 물러나지 않게 하리라.14)'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비바라산 곁의 칠엽수림에 있는 석굴에 머물고 있다. 그 제자 구지가는 왕사성 선인산 곁에 있는 검은 석실에 있는데, 혼자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일시적으로 의해탈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도 여섯 번이나 되풀이하여 물러났다가 다시 얻곤 하였다. 그러자 결국 그는 (나는 벌써 여섯 번이나 되풀이하여 물러났다가 다시 얻곤 하였으니, 나는 일곱 번째는 반복하여 물러나지 않게 하리라. 내 차라리 칼로 자살을 하여 일곱 번째는 물러나지 않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만일 그 비구가 칼로 자살한다면, 자살하지 못하도록 내 경계를 빠져나가 지금 당장 그의 스승에게 가서 알려야겠다.'
  그리고는 파순은 유리자루로 된 비파를 가지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현(絃)을 켜면서 게송을 읊었다.
  
  큰 지혜와 큰 방편 있고
  자재하고 큰 신통력 가진 이
  불꽃처럼 빛나는 제자를 두었으나
  지금 그는 죽으려고 한다.
  대모니(大牟尼)는 마땅히 제지하여
  그로 하여금 자살하지 못하게 하라.
  
  
14) 구지가는 일시적인 마음의 해탈[意解脫]을 얻은 상태이므로 그 마음의 해탈 상태에서 죽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일시적인 마음의 해탈 상태에 진입하자마자 자살할 생각을 한 것이다.
[1609 / 2145] 쪽
  불 세존의 바른 법과 율에서
  얻지 못한 것 공부하다가
  목숨 마치는 성문 있음을
  어느 누가 들어 보았겠는가.
  
  그 때 악마가 이 게송을 마치자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답하셨다.
  
  파순은 방일한 종자로서
  제 일이 있어 일부러 여기 왔구나.
  견고하고 완전히 갖춘 그 장부
  언제나 묘한 선정에 들어 있고
  밤이나 낮이나 열심히 정진하고 있기에
  목숨 따윈 돌아보지 않는다네.
  
  세 세계의 두려움 보고서
  그 애욕 완전히 끊어 버렸고
  이미 악마들까지 항복 받고서
  구지가는 반열반에 들었느니라.
  
  그러자 파순은 걱정되고 괴로워서 비파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근심과 슬픔을 마음에 품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오너라. 우리 함께 선인산 곁에 있는 검은 석실로 가서 구지가 비구가 칼로 자살하였는지 살펴보자.
  그 때 세존께서 많은 비구들과 함께 선인산 곁에 있는 검은 석실로 가시어, 구지가의 몸이 죽어 땅바닥에 있는 것을 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구지가 비구의 몸이 죽어 땅바닥에 있는 것이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1610 / 2145] 쪽
  예,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구지가 비구의 주변에서 몸을 둘러싸고 검은 연기가 일어나 사방에 가득한 것이 보이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구지가 선남자의 몸을 돌면서 그 식신(識神)15)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구 구지가는 머물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칼로 자살한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구지가 비구를 위해 첫 번째로 수기[記]를 하셨다.
  그러자 파순이 게송을 읊었다.
  
  상하 사방 모든 곳에서
  그의 식신을 두루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그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으니
  구지가는 도대체 어딜 갔는가?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이와 같이 믿음이 견고한 장부
  세상 어디서도 찾지 못하리.
  은혜와 애욕의 근본을 뽑고
  이 구지가는 반열반 하였노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5) 의식(意識)을 뜻하지만 당시 인도의 세속적 의미로는 육체에서 구별된 정신적인 영혼(靈魂)을 의미한다.
[1611 / 2145] 쪽
  
1092. 마녀경(魔女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鬱羅) 마을의 니련선강[尼連禪河] 가에 머물고 계셨는데, 보리수(菩提樹) 밑에서 도를 이루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울비라 마을의 니련선강 가에 있는데, 보리수 밑에서 도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가서 게송을 읊었다.
  
  혼자서 쓸쓸한 곳에 들어와
  선정에 들어 조용히 사색하고 있구나.
  나라와 재물 이미 버렸거늘
  여기서 다시 무엇을 구하는가?
  
  만일 마을의 이익을 구한다면
  어찌하여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는가?
  이미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끝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이미 큰 재물의 이익을 얻었기에
  마음이 만족하고 편하고 고요하다.
  
1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9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1612 / 2145] 쪽
  모든 마군(魔軍) 무찔러 항복 받고
  색욕(色欲)도 또한 집착하지 않노라.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선정의 묘한 기쁨 섭취하고 있나니
  그러므로 구태여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친하려고 하지 않노라.
  
  악마는 다시 게송을 읊었다.
  
  구담이여, 만일 스스로
  안온한 열반의 길을 알았거든
  혼자서나 무위(無爲)를 실컷 즐기지
  어찌하여 억지로 남을 교화하려 하는가?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악마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찾아와 저 언덕으로 건너는 방법 물으면
  나는 곧 그에게 올바른 대답 해주어
  그로 하여금 열반(涅槃)을 얻게 한다.
  그 때 그가 방일하지 않으면
  악마의 뜻대로 되지 않으리.
  
  악마가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엉긴 기름처럼 생긴 돌이 있어
  새가 날아와 먹으려 하였으나
  끝내 그것을 맛보지 못하고
[1613 / 2145] 쪽
  부리만 다친 채 허공으로 돌아갔네.
  나도 또한 그 새와 같이
  헛수고만 하고 하늘로 돌아가네.
  
  악마는 이와 같이 말하고 근심과 슬픔을 품고 마음으로 몹시 뉘우치며 머리를 숙이고 땅에 엎드려 손가락으로 땅을 긋고 있었다.
  그 악마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첫째 딸의 이름은 애욕(愛欲)이고, 둘째 딸의 이름은 애념(愛念)이며, 셋째 딸의 이름은 애락(愛樂)이었다. 그 세 딸이 파순이 있는 곳에 와서 게송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지금 무슨 걱정을 하십니까?
  장부여, 무엇이 그리도 근심되십니까?
  저는 지금 이 애욕의 밧줄로
  코끼리 길들이듯 그를 결박해
  아버지 앞에 끌고 와서
  아버지 마음대로 하도록 하리다.
  
  악마가 딸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는 은애(恩愛)를 이미 여의었으니
  애욕으로는 능히 부를 수 없다.
  그는 악마 경계를 이미 벗어났으니
  그러므로 나는 근심하고 시름한다.
  
  그 때 악마의 세 딸이 몸에서 광명을 방출하니 그 빛의 밝기가 치성하여 마치 구름 속의 번갯불 같았다. 그들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아뢰었다.
  저희들은 지금 세존의 발 아래 귀의(歸依)합니다. 부디 모시고 싶사오니 심부름이나 하도록 허락해 주소서.
[1614 / 2145] 쪽
  그러나 그 때 세존께서는 전혀 돌아보지도 않으셨다.
  여래는 이미 모든 애욕을 여의고 마음이 잘 해탈한 줄을 알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그러자 세 마녀는 저희들끼리 말했다.
  남자들은 갖가지 형상에 따라 좋아하는 애욕이 생겨난다. 우리 이제 각각 변화해서, 백 명의 처녀 모양, 백 명의 갓 시집온 신부 모양, 백 명의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 모양, 백 명의 아이를 낳은 여자 모양, 백 명의 중년 여자 모양, 백 명의 늙은 여자 모양으로 변신해 보자. 이런 갖가지 형상으로 변신하여 사문 구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저희들은 지금 높으신 이의 발 아래 귀의하나이다. 부디 모시면서 심부름이나 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해보자.
  이렇게 의논한 뒤에 갖가지 모습으로 변화하였다.……(바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오늘 세존의 발 아래 귀의하나이다. 부디 모시면서 심부름이나 하게 해 주십시오.
  그 때에도 세존께서는 전혀 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법은 모든 애욕을 여의는 것이니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그러자 악마의 세 딸은 저희들끼리 말했다.
  '만일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한 장부라면 우리들의 갖가지 아름다운 몸을 보고 마음이 곧 혼미해지고 어지러워져서 욕기(欲氣)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찢어지고 뜨거운 피에 얼굴이 달아오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문 구담은 우리를 전혀 돌아보지도 않는다. 아마도 여래는 애욕을 여의고 해탈하였으며 선해탈(善解脫)하였다는 생각을 얻은 것 같다. 우리는 이제 각각 게송으로 물어 보자.'
  그리고 그들은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애욕 천녀(天女)가 곧 게송으로 말했다.
  
[1615 / 2145] 쪽
  혼자서 선정에 들어 고요한 속에서
  세속의 돈과 재물과 보배를 버렸네.
  이미 세상 이익을 버렸는데
  이제 다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만일 마을의 이익을 바란다면
  어찌하여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가.
  이미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미 큰 재물의 이익을 얻어
  마음이 만족하고 편하고 고요하다.
  모든 악마를 무찔러 항복 받고
  색욕(色欲)에 집착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구태여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가까이 친하려 하지 않는다.
  
  다음에는 애념 천녀가 게송으로 말했다.
  
  어떤 묘한 선정을 많이 닦았기에
  다섯 가지 욕망의 흐름을 건너고
  또 다시 어떠한 방편으로써
  여섯째 바다까지 건너갔는가.
  
  어떤 묘한 선정을 많이 닦았기에
  그다지도 많고 많은 욕망을 여의고
  저 언덕에 건너갈 수 있게 되어
[1616 / 2145] 쪽
  애욕에 구속되지 아니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몸은 지식(止息)17)의 즐거움 얻고
  마음이 잘 해탈하여
  작용도 없으며 짓는 것도 없어서
  바른 생각으로 흔들리지 않노라.
  
  모든 법을 밝게 깨달아
  온갖 어지러운 생각 일으키지 않고
  탐애와 성냄과 수면과 덮음의 번뇌
  이런 것들을 이미 다 여의었노라.
  
  이러한 것들 많이 닦아 익혀서
  다섯 가지 욕망을 벗어나게 되었고
  또한 그 여섯 번째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게 되었노라.
  
  이와 같이 선정을 닦아 익혀서
  또한 저 많고 많은 애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게 되었기에
  애욕에 구속되지 않는 것이다.
  
  다음에는 애락 천녀가 게송으로 말했다.
  은애(恩愛)를 벌써 다 끊어버렸고
  두텁게 쌓인 온갖 욕망 끊어 없애면
  
17) 고통이 없어지는 것.
[1617 / 2145] 쪽
  사람으로 태어나 깨끗한 믿음 생기고
  탐욕의 바다 건너게 되며
  밝은 지혜 개발(開發)하여
  죽음이란 악마의 경계 뛰어 넘으리.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큰 방편 넓은 제도로 인해
  여래의 법과 율(律)에 들어온 사람
  그들은 이미 다 제도 받은 사람이거니
  지혜로운 사람이 또 무엇을 걱정하리.
  
  그 때 세 천녀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그녀들의 아비 악마 파순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마침 악마 파순이 멀리 딸들이 오는 것을 보고 게송으로 그들을 조롱하였다.
  
  너희들 세 딸들아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뽐내면서
  모두들 몸에서 광명을 방출하여
  마치 구름 속에 흐르는 번개 빛 같았지.
  
  크게 정진한 분의 처소에 이르러
  제각기 예쁜 자태 나타냈으나
  도리어 그 분께 깨지고 말았으니
  마치 바람에 날리는 솜 같구나.
  
  손톱으로 산을 무너뜨리려 함이요
  이로 깨물어 철환(鐵丸)을 부수려 함이요
  털이나 또 연뿌리 같은 실로
[1618 / 2145] 쪽
  큰 산을 빙빙 돌리려는 것과 같구나.
  
  질긴 결합의 속박에서 다 해탈하였거늘
  부질없이 그 마음 흔들리길 바라느냐.
  바람의 발을 붙들어 매려 함이요
  허공의 달을 떨어뜨리려 함이며
  손으로 큰 바다 물을 퍼내려 함이요
  호흡의 기운으로 설산(雪山)을 움직이려 함이네.
  
  질긴 결합의 속박에서 영원히 해탈한 사람
  행여 흔들어 동요시키려 하는 것
  깊고도 거대한 바다 속에서
  발 붙일 땅을 구하려는 것 같다네.
  
  여래께서는 일체에 대해
  그리고 질긴 결합의 속박에서 다 해탈하셨나니
  바른 깨침의 큰 바다에서
  흔들어 동요되길 바람도 그러하니라.
  
  악마 파순은 이렇게 세 딸을 조롱한 뒤에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3. 정부정경(淨不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鬱羅)라는 마을 니련선강 가에 있는 큰 보리수 밑에서 처음으로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셨다.
   하늘 악마[天魔]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울비라 마을의 니련선강 가에 있는데, 보리수 밑에서 깨
[1619 / 2145] 쪽
  달음의 도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 그는 곧 스스로 몸을 온갖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모양으로 변화해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멀리 파순이 온갖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모양으로 변화한 것을 보시고, '악마 파순이 온갖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모양으로 변화해 가지고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랜 세월 동안의 나고 죽음 속에서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모양 짓는구나.
  너는 왜 부질없이 그런 짓이나 하면서
  괴로움을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지 않느냐.
  
  만일 몸과 입과 뜻으로
  남을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는 사람은
  그런 이는 악마도 어쩌지 못하나니
  악마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
  악마여, 너는 이런 줄 알고
  여기서 스스로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4. 고행경(苦行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 마을에 흐르는 니련선강 가에 있는 보리수 밑에서 처음으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1620 / 2145] 쪽
  그 때 세존께서 혼자서 고요한 곳에서 전일한 마음으로 선정에 들어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고행에서 해탈하였다. 참 장한 일이다. 나는 이제 고행에서 잘 해탈하였다. 과거에도 바른 소원을 닦았었는데 지금은 이미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였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울비라 마을의 니련선강 가에 있는데, 보리수 밑에서 처음으로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젊은 사람으로 변화해 가지고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크게 고행을 닦음으로써
  맑고 깨끗함을 얻게 했더니
  이제는 도리어 그걸 버리고서
  여기에서 또 무엇을 구하는가.
  여기서 깨끗함을 구하려 하나
  깨끗함을 얻을 방법이 없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고행 닦는 법을 아는 것
  모두가 아무런 의미 없는 짓
  끝내는 아무 이익 얻지 못하는 것이
  마치 활에서 소리만 내는 것과 같다네.18)
  
18) 이 부분이 팔리어본에는 육지에 배를 올려놓고 노를 젓는 것과 같다[如陸舟之艫舵]라고 되어 있다.
[1621 / 2145] 쪽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길을
  나는 이미 다 닦아 익혀서
  제일의 청정함을 얻었는데
  그 깨끗하기는 더할 나위 없다.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5. 걸식경(乞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라바라문(娑羅婆羅門)이라는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라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라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다. 내가 지금 먼저 그 집에 들어가 신심 있는 바라문 장자들에게 말해서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빈 발우로 나오게 하리라.'
  그 때 악마 파순이 부처님 뒤를 따라가면서 이렇게 외쳤다.
  사문이여, 사문이여, 밥을 조금도 얻지 못하였는가?
  그 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새로19) 여래에 대해
  한량없는 죄를 짓고 있다.
  너는 여래를 불러
  
19) 고려대장경에는 신(新)자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신(新)자가 친(親)자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1622 / 2145] 쪽
  온갖 고뇌 받느냐고 묻는구나.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말했다.
  구담이여, 다시 마을로 들어가라. 마땅히 밥을 얻을 수 있게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령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나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나니
  마치 저 광음천(光音天)이 언제나
  기쁨을 먹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설령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나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면서
  언제나 기쁨으로 음식을 삼나니
  이 몸을 의지하지 않느니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6. 승삭경(繩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인간과 천상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도 인간과 천상의 속박을 벗어났으니, 너희들은 인간 세상에 나가 많은 사람을 제도하고 많은 이익을 주어 인간과 하늘을 안락하게 하되, 짝지어 다니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따로 다니도록 하라. 나도 지금 울비라(鬱羅) 마을로 가서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인간 세간을 유행하리라.
[1623 / 2145] 쪽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바라내국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나는 이미 인간과 천상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도 그렇게 되었으니, 너희들은 각각 따로 사람들을 교화하라.……(내지)……나도 지금 울비라 마을로 가서 인간 세간을 돌아다니리라)라고 이렇게 설법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벗어나지 못하고서 벗어났다 생각하거나
  이미 해탈했다고 스스로 말하면
  큰 결박에 묶이게 되리니
  그땐 내가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리.
  
  그 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일체의 속박인
  인간과 천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네.
  네가 파순인 줄을 이미 알았으니
  너 파순은 곧 스스로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7. 설법경(說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石主)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1624 / 2145] 쪽
  그 때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곳곳의 남자와 여자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삼귀(三歸)를 받아 가졌다. 그리고 모든 병자로서 모여든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대면서 '나 아무개 등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라고 외쳤고, 온 마을과 도시가 이렇게 외쳤다.
  그 때 부처님께서 성문들을 위해 열심히 설법하셨는데, 그 때 신심을 일으켜 삼보(三寶)에 귀의한 사람들은 다 인간이나 천상 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있으면서 사부대중을 위해 열심히 설법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신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무엇 때문에 애타게 법을 설하여
  모든 사람들을 교화하는가.
  반대하거나 반대하지 않거나
  수고로움을 면치 못하리.
  그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
  그것은 곧 결박이 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려고 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 야차(夜叉)는 알아야 한다.
  중생이란 떼지어 나는 것이니
  만일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가엾이 여기지 아니하리.
[1625 / 2145] 쪽
  가엾이 여기는 마음 있기에
  그들을 교화하지 않을 수 없나니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는 것
  법이 응당 그러해야 하느니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8. 작왕경(作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혼자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왕이 되어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한결같이 법대로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다. 그는 혼자서 선정에 들어 (왕이 되어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법대로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위해 설법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왕이 되어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법대로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곧 왕이 되소서. 선서(善逝)께서는 지금 곧 왕이 되소서. 반드시 뜻대로 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하시고, 곧 마왕에게 말씀하셨다.
  너 악마 파순아, 너는 왜 나에게 '왕이 되소서. 세존이시여, 왕이 되소서.
[1626 / 2145] 쪽
  선서시여, 당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느냐?
  악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만일 4여의족(如意足)만 닦아 익히되 많이 닦아 익혀라. 그러고 나면 왕께서 설산(雪山)을 순금으로 변하게 하고 싶으면 조금도 다름없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4여의족을 닦아 익히되 많이 닦아 익히셨으니, 뜻대로 설산을 순금으로 똑같게 변화시키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세존께 '왕이 되소서. 세존이시여, 왕이 되소서. 선서시여, 당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국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러니 어떻게 왕이 되겠는가? 나는 또한 설산을 순금으로 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변하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령 여기에 저 설산 만한
  순금 덩어리가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 금을 얻는다 해도
  그래도 만족할 줄 모를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금과 돌을 동일하게 보느니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99. 중다경(衆多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1627 / 2145] 쪽
  그 때 많은 비구들이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供養堂)에 모여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마침 많은 비구들은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에 모여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저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화해 상투를 틀고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공양당으로 가서, 많은 비구 대중들 앞에서 잠깐 동안 잠자코 서 있다가 잠시 뒤에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젊은 나이에 출가하였다. 지금 너희들의 살결은 희고 털은 검으며 한창 왕성한 시기이다.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면서 장엄한 모습으로 즐겨야 할 때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친척들을 저버리고 슬피 울면서 이별한 다음, 믿음 때문에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는가? 왜 현세(現世)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가?
  비구들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우리는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요, 우리들은 곧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파순(波旬)이 또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의 말씀에 의하면, 다른 세상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며, 이익은 적고 근심만 많다고 하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현세의 즐거움이란 모든 번뇌를 떠나면 시절(時節)을 기다리지 않아도 스스로 통달할 수 있다고 하셨다. 현세에서 이와 같이 관찰한 인연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나니 바라문이여, 이것을 현세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러자 바라문은 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1628 / 2145] 쪽
  그 때 모든 비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사람은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변화를 부리는 것일까?'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대중들이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에 모여 있었는데, 장엄하게 꾸민 장성한 어떤 바라문이 상투를 틀고 저희들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젊어서 출가하여……(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습니다. 그는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그런 변화를 부립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바라문이 아니라 악마 파순인데, 너희들이 있는 곳에 와서 너희들을 교란시켜보려고 한 짓이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온갖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모두 다 애욕으로 말미암나니
  세상을 다 칼이나 가시처럼 여긴다면
  어느 누가 애욕을 좋아하겠는가.
  
  이 세상에 몸으로 느끼는 것은
  모두 다 칼이나 가시 같은 것이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늘 열심히 스스로 길들여야 한다.
  
  순금 덩어리를 높이 쌓아
  마치 저 설산 만한 것을
[1629 / 2145] 쪽
  한 사람이 전부 가져다가 쓴다 해도
  마음은 오히려 만족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마땅히 평등한 관법을 닦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100. 선각경(先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선각(善覺)20)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다음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21)을 오른 어깨에 걸치고 숲 속에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서 낮 선정을 닦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바른 법과 율(律)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도를 배우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큰 스승이신 여래(如來)·등정각(等正覺)을 만나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범행(梵行)하고 계를 지키며 덕망을 갖춘 어질고 착하고 진실한 대중들 가운데 있게 되다니. 나는 이제 현재 세상에서도 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고 착할 것이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곳에 선각이라는 성문(聲聞) 제자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20) 팔리어본에는 삼미제(三彌提, Samiddhi)로 표기하고 있다.
21) 스님이 늘 소지하고 다니는 것으로 앉을 때에 깔고 앉는 것. 작은 가사 모양으로 생겼는데 좌선이나 재를 모실 때에 쓴다.
 
[1630 / 2145] 쪽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커다란 몸집을 지닌 힘센 장정으로 변화하니, 보는 사람들마다 두려워하였다. 그의 힘은 대지(大地)를 뒤엎고 흔들어댈 만하였다.
  그가 선각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가자, 선각 비구는 멀리서 몸집이 거대하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몸집이 거대하고 억세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나타났는데 그 힘은 땅을 뒤흔들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털이 곤두섰습니다.
  부처님께서 선각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몸집이 큰 장정이 아니다. 그는 악마 파순인데 너를 교란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너는 그만 돌아가서 그 나무 아래에서 아까 닦던 삼매를 닦아 그 악마를 뒤흔들어라. 그렇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존자 선각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정사에 돌아와 생각하였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의 제자 선각은,……(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1631 / 2145] 쪽
  그리고는 다시 용맹스럽고 억세고 힘이 땅을 흔들어댈 만큼 큰 몸집을 가진 장부로 변화하였다.
  선각 비구는 멀리서 그를 보고 곧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바른 믿음 가지고 집 아닌 데로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부처님이란 값 매길 수 없는 보배에
  바른 생각으로 마음 매어 머문다.
  
  변화하여 나타난 너의 형상을 따라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너는 곧 변신한 허깨비임을 나는 아나니
  너는 여기에서 곧 썩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이 사문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01. 사자경(師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 신선이 살았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사자 같은 목소리로 성문들에게 '이미 알았다. 이미 알았다'라고 말한다. 여래는 성문들에게 어떤 법을 이미 알았으며, 이미 알았기 때문에 사자 같은 목소리로 외치는지를 알지 못하느냐?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集聖諦]·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道聖諦]이다.
  그 때 하늘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1632 / 2145] 쪽
  '사문 구담이 지금 바라내국 신선이 살았던 녹야원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설법하기를,……(내지)……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이미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 그는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무엇 때문에 대중들 앞에서
  두려움 없는 사자의 목소리로 외치는가.
  나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하여
  일체를 항복 받기 희망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여래는 일체의
  심오한 바른 법과 율에 대하여
  방편으로써 사자처럼 외치나니
  법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무엇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고 두려워하리.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102. 발경(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넓은 벌판에 머무셨는데, 5백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1633 / 2145] 쪽
  부처님께서는 그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면서 5백 개의 발우를 뜰에 놓아두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5백 비구들을 위해 5수음(受陰)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법이라고 설명하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넓은 벌판에 5백 비구들과 함께 있는데……(내지)……5수음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는 큰 소로 변화하여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5백 개의 발우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그를 몰아내어 발우를 부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은 본래 소가 아니고, 악마 파순인데 너희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
  그리고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이것은 모두 내[我]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
  만일 진실한 이 이치를 분명히 알면
  그런 것에 아무 집착할 게 없느니라.
  
  마음에 집착하는 법이 없으면
  모든 형상의 속박에서 벗어나리니
  그 어느 것이나 뚜렷하게 깨달아
  악마의 경계에 머물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634 / 2145] 쪽
  
1103. 입처경(入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넓은 벌판에 6백 비구 대중들과 함께 계시면서 그들을 위해 6촉입처(觸入處)22)의 발생[集]과 6촉(觸)의 발생, 그리고 6촉의 사라짐에 대해 연설하셨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왕사성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넓은 벌판에서 6백 비구들을 위해, 6촉입처(觸入處)와 이것의 발생하는 법과 사라지는 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그곳에 가서 그들을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몸집이 크고 용맹스러우며, 대지를 뒤흔들 만한 힘을 가진 장사로 변화하여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비구들은 멀리서 몸집이 크고 용맹스러운 그 장사를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저 사람은 누구이기에 형상이 저렇게도 무섭게 생겼는가?라고 서로 수군거렸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은 본시 악마인데 우리들을 교란시키기기 위해 하는 짓이다.
  그리고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빛깔[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
  그리고 여섯 가지 모든 법은
  사랑스럽고 또한 마음에 들어
  세상에선 오직 이것만 있다 하나
  그것은 바로 가장 나쁜 탐욕으로서
  언제나 범부들을 결박하네.
  
  만일 그런 것들을 뛰어 넘으면
  
22) channam phass yatan na 이고, 여섯 가지 접촉의 영역을 말함.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이 빛깔[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법(法)에 대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1635 / 2145] 쪽
  그는 곧 부처님의 거룩한 제자로서
  악마 경계를 멀리 벗어나리니
  마치 구름 없는 하늘의 해와 같으리.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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