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38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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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38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1062. 선생경(先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선생(善生)은 수염과 머리를 처음으로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선생 선남자(善男子)에게는 단정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번뇌가 다하여 번뇌 없이 심해탈(心解脫)·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적정(寂靜) 속에서 온갖 번뇌 끊었으니
  저 비구의 장엄함이 좋기도 하다.
  탐욕 여의고 모든 결박을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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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반을 얻어 다시는 태어나지 않나니
  저 맨 마지막의 몸을 가지고
  원수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63. 추루경(醜陋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보기 민망할 만큼 그 형색(形色)이 추하고 더러웠으므로 모든 비구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았다. 그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四部大衆)들에게 둘러싸여 계셨다. 비구들은 그 추하고 더러운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어 서로들 말하였다.
  '저 비구는 누구인데 길을 따라 오고 있는가? 얼굴이 추해 보기에 민망하구나. 반드시 남의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기 오는 비구가 얼굴이 너무도 추해, 보기에 민망스러워 남의 업신여김을 받으리라고 보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게 보입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저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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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는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모든 결박을 끊었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됨을 평가할 수 있느니라.
  그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비구가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은 것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았습니다.
  너희들은 이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내지)…… 그리고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됨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없나니
  오직 사자만이 짐승의 왕인지라
  그와 견주어 같은 것 없느니라.
  
  이와 같이 저 지혜로운 사람은
  몸은 비록 작으나 큰 사람이니
  다만 그 몸의 겉모양만 보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지 말라.
  
  커다란 몸에 살덩이 많고
  지혜 없으면 어디다 쓰리.
  이 사람은 훌륭하고 지혜 있나니
  그는 곧 최상의 장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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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 여의고 모든 결박을 끊고
  열반을 얻어 영원히 태어나지 않으리니
  이 맨 마지막의 몸을 가지고
  모든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64. 제바경(提婆經)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提婆達多)3)는 많은 이양(利養)을 받고 있었다. 그 많은 이양이란 비제히(毘提希)의 아들인 마갈다국(摩竭陀國)의 왕 아사세(阿闍世)가 날마다 5백 대의 수레에 5백 개의 밥이 들어있는 솥을 싣고 제바달다의 처소에 와서 제바달다에게 공양하였다. 제바달다는 5백 명이나 되는 다른 대중들을 거느리고 그 공양을 받곤 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다가 이와 같이 많은 이양을 받고 ……(내지)…… 심지어는 그의 다른 대중 5백 명들까지도 따로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袈裟)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롸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다가 이러이러하게 많은 이양을 받고 있으며 ……
  
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3) 팔리어로는 Devadatta라고 함. 그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원래는 부처님의 제자였으나 아사세왕(阿闍世王)의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부처님께 반란을 꾀하고서 자신의 승단을 조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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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지)…… 심지어는 그의 다른 대중들 5백 명까지도 따로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 제바달다가 많은 이양을 얻는다고 찬양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 제바달다가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現世)에서도 제 자신이 망할 것이요 후세(後世)에서도 망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비유하면 파초나 대나무나 갈대는 열매를 맺으면 곧 죽고, 이듬해에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는 것처럼, 제바달다도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비유하면 노새[駏驉]가 새끼를 배면 반드시 죽는 것처럼, 제바달다도 그러한 온갖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저 어리석은 제바달다는 얼마동안 그 이익을 받겠지만, 반드시 오랜 세월 동안 이익이 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비록 내게 이익이 있더라도 거기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곧 죽고
  대나무와 갈대도 또한 열매 맺고는 죽는다.
  노새는 새끼를 배면 반드시 죽고
  사람은 탐하다가 스스로 망한다.
  
  옳지 않은 짓을 항상 행하면
  어리석음을 면하지 못함을 알라.
  착한 법은 날마다 줄어들어서
  줄기도 마르고 뿌리도 상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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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 수비구경(手比丘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위국에는 수비구(手比丘)5)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의 제자[釋氏子]로서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부처님의 제자인 수비구가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늘 이른 아침에 저희 비구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부처님의 제자인 수비구가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수비구는 목숨을 마치고 어느 세계에 태어나서 어떤 생을 받으며, 또 그의 후세는 어떠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수비구는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였으니, 목숨을 마친 그는 틀림없이 나쁜 세계인 지옥[泥犁]에 태어날 것이다.
  어떤 것이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인가? 탐욕[貪欲]·성냄[瞋恚]·어리석음[愚癡]이 그것이다. 이러한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은 마음을 결박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제자인 그 수비구는 나쁜 세계인 지옥에 태어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은
  대장부의 마음을 결박하나니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5) 『별역잡아함경』에는 수비구(手比丘)가 상수비구(象首比丘)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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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서 생겨나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
  마치 저 대나무나 갈대의 열매 같네.
  
  탐욕·성냄·어리석은 마음이 없으면
  그것을 일러 지혜[黠慧]라 말하고
  안에서 생겨 자신을 해치지 않나니
  그것을 훌륭한 대장부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탐욕을 여의고
  성냄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여의어라.
  만일 비구로서 지혜가 밝으면
  괴로움 다해 반열반(般涅槃)을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66. 난다경(難陀經) ①
  
  위의 수비구경에서 설하한 내용과 같이 이 난다경도 그와 같은 내용을 설하셨다.
  
  
1067. 난다경 ②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 이모의 아들인 존자 난다(難陀)는 좋은 옷과 고운 색으로 물들인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光澤)이 나는 옷을 입기 좋아했고, 좋은 발우
  
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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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기를 좋아하였으며,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난다는 부처님 이모의 아들로서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을 입기 좋아하고, 좋은 발우만 지니고 다니며,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어떤 한 비구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난다 비구의 처소로 가서 '난다여 스승님께서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말하라.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난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난다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정말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만 입기 좋아하고,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하는가?
  난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이모의 아들로서 귀한 가문인데도 출가하였다. 그러니 너는 마땅히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 입기를 좋아하거나, 좋은 발우만 지니고 다니거나,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마땅히 '나는 부처님 이모님의 아들로서 귀한 가문인데도 출가하였다. 그러니 아련야(阿練若)7)에서 살면서 걸식하고 분소의(糞掃衣)8)
  
7) 팔리어로는 aranna라고 함. 또는 아란야(阿蘭若)·아란야(阿蘭耶)·아란나(阿蘭拏)라고도 음역. 삼림(森林)을 말하며, 수행승이 수행하는 장소를 의미함.
8) 버려진 넝마조각을 모아 이어서 만든 누더기 옷. 초기의 수행 승려는 이것을 몸에 걸치고 있었음. 분소(糞掃)는 반스끄리트어 pamsu의 음역인데, 한문 의역(意譯) 상으로도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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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분소의를 입은 이를 찬탄하고 항상 산이나 늪에 살면서 다섯 가지 욕락[欲]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 때 난다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은 뒤로는 아련야에서 수행하면서 걸식하고 분소의를 입었다. 또 항상 누더기 옷 입은 이를 찬탄하고 산이나 늪에 살기를 좋아하며 애욕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난다여, 너는 무엇을 보고
  아련야에 살면서 수행하느냐?
  집집마다 다니며 걸식하고
  몸에는 분소의를 걸쳤구나.
  산이나 늪에서 사는 것 좋아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돌아보지 않는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1068. 저사경(低沙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저사(低沙)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곧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에게도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며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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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저사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런 까닭에, 어느 누구를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면서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어떤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사 비구의 처소로 가서 '저사여, 스승님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라.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저사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하신다.
  저사 비구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로 '나는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를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며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였느냐?
  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마땅히 '나는 곧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라도 공경해야 하고, 그 무엇이라도 두려워해야 하며, 무슨 충고든지 인내하며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대 저사 비구야,
  성냄을 여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성내는 마음 내지 말지니
  성내는 사람은 훌륭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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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너 성내고 교만한 마음 여의고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수행하거든
  그런 다음에 너는 나의 처소로 와서
  범행(梵行) 닦기를 공부하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저사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69. 비사가경(毘舍佉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비사가반사리자(毘闍佉般闍梨子)는 공양당(供養堂:講堂)에서 많은 비구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만족스럽고 묘한 음성은 맑고 트였으며, 문구[句]와 뜻[味]은 분명하고 올바르며, 지혜를 따라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듣는 사람들마다 즐겁게 들었고,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은 말은 깊은 이치를 드러내어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한결같은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게 하였다.11)
  그 때 세존께서는 낮 선정에 들어 사람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써 그가 설법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그 강당으로 가시어 대중 앞에 앉아 비사가반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사가야, 너는 모든 비구들을 위해 이 공양당에서 많은 비구 대중들에게 설법하였구나. 그 말은 만족하였고……(내지)……깊은 이치를 잘 나타내어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한결같이 존경하게 하였으며 한마음으로 즐겁게 듣게 하였구나. 너는 자주자주 모든 비구들을 위해 이와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1) 『잡아함경』에는 이부분이 그 말이 원만하고 말하는 것이 막힘이 없어서 대중들로 하여금 기쁘게 하여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없고 곧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言辭圓滿 所說無滯 能令大衆 聞者悅豫 聽之無厭 卽得悟解〕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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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설법해 주어서 모든 비구들이 한결같이 존경하게 하고, 한마음으로 즐거이 듣게 하여라. 그렇게 하면 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이익 되고 안락하게 머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만일 설법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지혜로움 뒤섞여 분별하기 어렵네.
  그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은
  스스로 나타낼 방법이 없나니
  맑고 시원한 법 잘 연설하여야
  그 연설로써 지혜가 나타나리.
  
  법을 잘 연설하면 밝은 빛 되어
  큰 신선의 깃대를 빛내어 나타내리.
  법을 잘 연설하는 것 신선의 깃대요
  그 법은 나한의 깃대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비사가반사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0. 연소경(年少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공양당에 모여 다함께 가사를 만들고 있었다. 그 때 거기에는 어떤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그 비구는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막 이 법과 계율에 들어왔는데도 그는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
  
1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57 / 2145] 쪽
  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구들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 많은 비구들이 공양당에 모여서 가사를 만들고 있었는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막 이 법과 계율에 들어온 어떤 젊은 비구가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정말로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았느냐?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능력껏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젊은 비구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 비구는 네 가지 증상심법[四增上心法:四禪]을 얻어 정수(正受:三昧)에 들어 현재 세상에서 안락하게 머물러 억지로 애쓰지 않고도 얻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본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한다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이니, 그는 더욱 정진하여 공부하고 수행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았느니라.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 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서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아주 하열(下劣)한 방편이거나
  덕이 부족하고 지혜가 적어 그런 것 아니네.
  바로 저 열반을 향해 나아가
  번뇌의 쇠사슬을 벗어났기 때문이네.
  
  이 현명한 젊은 비구는
  높은 대장부의 지위를 얻었으며
  욕심을 여의고 심해탈(心解脫)하였고
[1558 / 2145] 쪽
  열반에 들어 다시 나지 않으며
  가장 마지막 이 몸 가지고
  모든 악마의 무리 무찔러 항복 받았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71. 상좌경(上座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상좌(上座)14)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혼자서 어느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항상 혼자 머물러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걸식을 마치고는 혼자 돌아와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 나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상좌라는 존자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늘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며, 혼자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마을에서 혼자서 머무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서 선정에 들곤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상좌 비구의 처소로 가서 '스승님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라고 상좌 비구에게 전하라.
  그 비구는 분부를 받고 상좌 비구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님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그러자 그 상좌 비구는 즉시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그 분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1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 상좌(上坐)는 비구의 이름이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3본에는 '좌(坐)가 좌(座)'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1559 / 2145] 쪽
  이 때 세존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로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고 혼자 마을에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였느냐?
  상좌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서 혼자 살고 있으며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혼자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느냐?
  상좌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다만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혼자서 마을에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뿐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그것이 혼자의 삶이니, 나는 혼자의 삶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훌륭하고 묘한 혼자의 삶이 있나니, 어떤 것이 훌륭하고 묘한 혼자의 삶인가? 비구야, 이른바 과거는 말라빠지고 미래는 아주 멸하여 없는 것이며, 현재는 탐하거나 기뻐하는 것이 없으면 그는 곧 바라문으로서, 마음에 망설임이 없고 걱정이나 후회를 버려, 모든 존재의 애욕을 여의고 온갖 번뇌를 다 끊으면 그것을 혼자의 삶이라고 하나니, 이보다 더 훌륭한 혼자의 삶은 없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모든 것 골고루 환하게 비추고
  온갖 세상을 두루 알아서
  일체의 법에 집착하지 않으면
  일체의 애욕을 모두 떠난 것이니
  이렇게 즐겁게 사는 사람을
  혼자서 사는 이라고 나는 말한다.
[1560 / 2145] 쪽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상좌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2. 승가람경(僧伽藍經)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승가람(僧迦藍)은 구살라국(拘薩羅國)의 인간 세상을 유행(遊行)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렀다.
  그 승가람 비구에게는 본이(本二)라고 하는 출가하기 전의 아내가 있었다. 그 여자는 사위국에 있었는데 승가람 비구가 구살라국의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왔다는 말을 듣고는 영락(瓔珞)으로 장엄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아기를 안고 기원(洹)으로 와서 승가람 비구의 방 앞에 이르렀다.
  그 때 존자 승가람이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그 때 예전 아내본이가 그 비구의 앞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기는 아직 어린데 당신은 버리고 출가하고 말았으니 누가 이 아기를 기르겠습니까?
  그러자 승가람 비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말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예전 아내 본이가 말하였다.
  내가 두 번 세 번 얘기해도 나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으니, 나는 지금 이 아기를 여기 두겠소.
  그리고는 그 비구가 거닐고 있는 길 앞에 두고 떠나가면서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여, 이 아이는 당신의 지식이니 당신이 직접 기르시오. 나는 이제 버리고 가겠습니다.
  존자 승가람은 그래도 여전히 그 아기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예전 아
  
1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61 / 2145] 쪽
  내 본이가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지금 아기를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구나. 그렇다면 저 사람은 틀림없이 선인(仙人)의 얻기 어려운 이치를 얻은 모양이구나. 장하시다. 사문이여, 반드시 해탈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마음에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아기를 안고 돌아갔다.
  그 때 세존께서 낮에 정수에 들어 사람 귀보다 뛰어난 천인(天耳)로써 존자 승가람과 본이가 하는 말을 듣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으며
  세상의 어울림에서
  해탈하여 집착하지 않으니
  나는 말하노라. 저 비구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라 하리라.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으며
  물들지 않고 근심도 없어
  두 마음 함께 고요해졌으니
  나는 말하노라. 저 비구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라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승가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3. 아난경(阿難經)16)
  
1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과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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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阿難)이 혼자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그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뿌리의 향기[根香]·줄기의 향기[莖香]·꽃의 향기[華香]가 그것이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또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그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뿌리의 향기·줄기의 향기·꽃의 향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또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울 수 있는 것도 있을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세 가지 향기가 있는데 그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향내를 피우지 못하나니, 세 가지 향기는 곧 뿌리 향기·줄기의 향기·꽃의 향기이다. 그러나 아난아, 어떤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것도 있다.
  아난아,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향기란 무엇인가?
  아난아, 성읍(城邑)이나 마을에 있는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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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 마시지 않으면 그런 선남자나 선여인은 8방(方)과 상하에서 모두들 착한 사람이라고 숭배하고 칭찬하기를 '어느 곳 어느 마을의 선남자와 선여인은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내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어떤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뿌리의 향기와 줄기의 향기와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오직 선남자와 선여인이 계율을 잘 지켜
  그로 인해 생겨난 청정한 향기만이
  거스르거나 따르거나 모든 곳에 가득하여
  두루 향내를 피워 미치지 못할 곳이 없다.
  
  다가라(多迦羅)17)와 전단(栴檀)과
  우발라(優鉢羅)와 말리(末利)18)
  이와 같은 여러 향(香)에 견주어 보면
  계율의 향기가 제일이라네.
  전단 등 온갖 향기는
  향내가 미치는 범위가 일부분이지만
  오직 계율을 지키는 덕의 향기만은
  흘러 퍼져 하늘까지 미치느니라.
  
  
17) 다게라(多揭羅) 또는 다가루(多伽婁)로 쓰기도 하며, 향의 이름인데 지금의 감송향(甘松香)이 그것이다.
18) 꽃의 이름. 말라(末羅) 또는 마라(摩羅)라고도 하며, 만(鬘)이라고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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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깨끗한 계율의 그 향기는
  방일(放逸)하지 않게 정수(正受)에 들어
  바른 지혜로 평등히 해탈하게 하기에
  악마의 도(道)는 들어올 수 없느니라.
  
  그것을 안온한 길이라 하며
  그 길은 곧 맑고 깨끗하여
  묘한 선정으로 바로 향하여
  모든 악마의 결박 끊어버린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1074. 영발경(榮髮經)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1천 비구와 함께 하셨는데, 그들은 다 옛날에 머리를 땋았던 출가 외도로서 아라한이 된 자들이었다. 그래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없어졌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자기 이익을 완전히 얻었으며, 어떤 존재의 결박[有結]도 다 없어져서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선건립(善建立)이라는 지제(支提:탑)가 있는 장림(杖林)20)에 이르러 그곳에 머무셨다.
  마갈제국의 병사왕(甁沙王)은 세존께서 마갈제국 사람들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선건립의 지제가 있는 장림에 이르러 그곳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여러
  
1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 팔리어로는 La hivana라고 함. 또는 신슬지림(申瑟知林)·차월림(遮越林)·사사림(祠祀林)이라고도 하는데, 마갈타국(摩揭陀國)의 왕사성 외곽에 있는 숲의 이름.
 
[1565 / 2145] 쪽
  작은 나라 왕들과 많은 신하들과 수레 1만 2천 대와 말 8천 마리와 걸어서 따르는 수없이 많은 대중들과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 등 그의 뒤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왕은 왕사성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공경을 다하여 공양을 올리려고 하였다. 길 어귀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안 문까지 이르러서는 다섯 가지 장식 즉, 관을 벗고, 일산과 부채와 칼을 놓아두고 가죽신까지 벗어 놓았다.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는 옷을 바르게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자신의 성명을 불러대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갈제국의 병사왕입니다.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군요. 대왕이시여, 당신은 병사왕이시군요. 이 자리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하시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병사왕은 부처님 발에 거듭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고, 여러 왕과 대신과 바라문 거사들도 모두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차례대로 앉았다. 그때 마침 울비라가섭(鬱羅迦葉)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때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큰 사문이 울비라가섭에게서 범행을 닦는 것인가? 아니면 울비라가섭이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닦는 것인가?'
  그 때 세존께서는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의 생각을 아시고서 곧 게송으로 물으셨다.
  
  울비라가섭이여, 그대는
  우리 법에서 어떤 유익한 점을 보았기에
  그대가 오래 전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는 일 따위를 버렸는가?
  불 섬기던 일 버린 까닭을
  지금 여기서 말해보아라.
  
  울비라가섭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1566 / 2145] 쪽
  돈이고 재물이고 그런 따위의 재미와
  여자 등의 다섯 가지 향락의 결과로
  미래의 몸 받는 것 관찰했더니
  그런 것들은 다 큰 더러움이라
  그러므로 오래 전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던 것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물으셨다.
  
  네가 이 세상의 돈과 재물과
  다섯 가지 향락의 맛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다시 왜 하늘 신을 버렸는가?
  가섭아, 그 이유를 말해보아라.
  
  가섭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도를 깨달아 남은 이 몸 여의고
  아주 사라져 남은 자취 없으며
  소유한 것 없고 집착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나 다른 길에 떨어질 리 없네.
  그러므로 일찍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는 일들을 다 버렸습니다.
  
  큰 모임을 고루고루 가지고
  물이나 불을 받들어 섬기며
  어리석게도 거기에 빠져서
  뜻 세우고 해탈 방법 구하였었습니다.
  
  저 장님과 같이 지혜의 눈이 없어
[1567 / 2145] 쪽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으로 향할 뿐
  나고 죽음에서 영원히 벗어날
  그런 바른 길은 보지 못하였더니
  
  오늘에야 비로소 세존님 만나
  무위(無爲)의 도를 보게 되었으니
  큰 용의 말씀에 힘을 입어
  저 언덕으로 건너게 되었습니다.
  
  모니(牟尼)께서 넓은 세상 구제하시고
  한량없는 중생들 편안하게 해주셨네.
  구담(瞿曇)께선 참진리를 나타내신 분임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가섭을 찬탄하셨다.
  
  장하다, 그대 가섭이여.
  과거에도 나쁜 생각하지 않더니
  차츰차츰 분별하고 구해 온 끝에
  드디어 훌륭한 데 이르렀구나.
  
  가섭이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그대 무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그 때 울비라가섭은 곧 정수에 들어 신통력으로 동쪽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 서고 앉고 눕기 등 네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불 삼매[火三昧]에 들어 온몸이 파랑·노랑·빨강·하양·파리(頗梨)빛·분홍빛으로 불붙었다. 그리고는 윗몸에서는 물이 나오게 하고 아래 몸에서는 불이 나오게 하여 그 몸을 도로 태우고, 다시 윗몸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 쏟아 부었다. 혹은 윗몸에서는 불이 나오게 하여 그 몸을 태우다가 아래 몸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그 몸에 쏟아 붓기도 하였다. 이렇게 갖가지 신통을 나타낸 뒤
[1568 / 2145] 쪽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곧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요, 그대는 내 제자이다. 그대는 편안한 자세로 다시 자리에 앉아라.
  그러자 울비라가섭은 본 자리로 돌아왔다. 그 때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울비라가섭이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梵行)을 닦는 것이 확실하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마갈제국의 병사왕과 여러 바라문 장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5. 타표경(陀驃經) ①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타표마라자(陀驃摩羅子)가 그 왕사성에 오래도록 살고 있으면서 대중 스님들의 음식공양을 맡아보는 일을 하였는데, 그는 차례에 따라 청장(淸醬)을 배급하여 순서를 어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자지(慈地)라는 비구가 세 번씩이나 순서를 벗어나 거친 음식을 받아 식사할 때마다 몹시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상하기도 하다. 너무도 괴롭구나. 저 타표마라자 비구는 중생〔有情〕이기 때문에 거친 음식으로 나를 괴롭혀 밥 먹을 때마다 나를 몹시 괴롭히는 것일 게다. 내가 어떻게 해야 저에게 요익(饒益)하지 못한 일에 대하여 앙 갚음을 할 수 있을까?'
  그 때 자지 비구에게는 그 누이인 밀다라(蜜多羅)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왕사성에 있는 왕원(王園)의 비구니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밀다라 비구니는 자지 비구에게로 가서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 쪽
  
2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69 / 2145] 쪽
  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자지 비구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밀다라 비구니가 자지 비구에게 말하였다.
  아리(阿梨)22)여, 왜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습니까?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타표마라자 비구는 자주 거친 음식으로 나를 괴롭혀 밥 먹을 때마다 나를 몹시 괴롭게 했는데 그대까지도 다시 나를 버리겠는가?
  비구니가 말하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께 가서 '세존이시여, 타표마라자 비구는 법답지 않기로 비교할 데가 없습니다. 저와 같이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波羅夷罪)를 범하였습니다'라고 말해 다오. 그러면 나도 '세존이시여, 내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하고 증언해 줄 것이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아리여, 내가 어떻게 범행을 행하는 비구를 바라이죄로 모함할 수 있겠습니까?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나는 그대와 인연을 끊을 터이니, 다시는 왕래하거나 말하거나 서로 쳐다보지도 말자.
  그러자 비구니는 잠깐 동안 잠자코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아리여, 내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면 내 마땅히 말대로 따르겠습니다.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는 잠깐 기다려라. 내가 먼저 세존께 갈 터이니 그대는 뒤에 따라 오라.
   그리고 자지 비구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밀다라 비구니도 그 뒤를 따라 가서 부처님
  
22) 원(元)본·명(明)본에는 모두 아암리(阿闇梨)로 되어 있고, 성본(聖本)에는 아사리(阿闍梨)로 되어 있는데 아사리는(acariya)는 구역에서는 교수사(敎授師)라고 하였고 신역에서는 궤범사(軌範師)라고 하였다.
[1570 / 2145] 쪽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불선(不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타표마라자는 저에게 와서 범행(梵行)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
  자지 비구도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 타표마라자 비구는 바로 그 대중들 가운데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타표마라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말을 들었는가?
  타표마라자 비구가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타표마라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표마라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선서(善逝)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타표마라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 때에 적절하지 않는 말이다. 너는 지금 기억이 나거든 기억한다고 말하고, 기억이 나지 않거든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라.
  타표마라자가 말하였다.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라후라(羅睺羅)는 부처님 뒤에 서서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불선(不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비구니가 말하기를 '존자 타표마라자는 저에게 와서 저와 함께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자지 비구도 또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누이 말과 같습니다'라고 말한 것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나에게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밀다라 비구니가 내게 와서 '세존이시여, 불선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라후라는 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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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말하고, 또 자지 비구도 나에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만약 그것이 기억나면 기억난다고 말하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로구나. 너도 오히려 그렇게 말을 하는데, 저 타표마라자 비구는 청정한 비구인데도 그런 말을 할 줄 모르는가?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타표마라자 비구에 대해서는 마땅히 기억해 두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했기 때문에 멸빈(滅擯)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지 비구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하면서 '너는 무엇을 보았으며 어디서 보았는가? 너는 그 때 무슨 일로 거기에 가서 그 일을 보게 되었느냐?' 하고 물어 보아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분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앉으시어 선정에 들어 가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타표마라자 비구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라 하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했기 때문에 멸빈하게 하였으며,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으며 어디서 보았는가? 그대는 그 때 무슨 일로 거기에 가서 그 일을 보게 되었느냐?
  이렇게 따져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 타표마라자는 범행을 범하지 않았고 바라이죄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타표마라자 비구는 세 번씩이나 나쁜 음식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나로 하여금 밥 먹을 때 나를 몹시 괴롭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타표마라자 비구에 대해 애욕·성냄·어리석음 그리고 두려움을 갖게 되어 그런 말로 모함한 것이다. 그러나 타표마라자는 청정하며 아무 죄도 없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1572 / 2145] 쪽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 타표마라자 비구를 잘 기억해 두었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하였기 때문에 멸빈(滅擯)하였으며,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였습니다.……(내지)…… 그는 말하기를 '타표마라자 비구는 청정하여 아무 죄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음식 때문에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거짓말을 하였구나.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만일 한 가지 법이라도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면
  뒷세상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
  어떤 나쁜 짓이라고 못할 것이 없으리라.
  
  차라리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키거나
  이글거리는 숯불을 먹을지언정
  금지하는 계율을 범하면서까지
  승려에게 주는 음식은 먹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6. 타표경 ②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2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73 / 2145] 쪽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와 같이 세 번 아뢰었다.
  부처님께 타표마라자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작용이 있는 모든 현상의 법이니 법이 응당 그와 같으니라.
  그 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곧 부처님 앞에서 삼매(三昧)에 들어 그 정수(正受)에 든 채로 동방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行]·멈추어 있고[住]·앉고[坐]·눕는[臥] 네 가지 위의(威儀)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다시 화삼매(火三昧)에 들어가서 몸 아래 부분에서 불을 내니, 온 몸에서 환하게 밝은 파랑·노랑·빨강·하양·파리(頗梨)빛·분홍빛 광명이 사방으로 퍼졌다. 몸 밑부분에서 불을 내어 그 몸을 태우다가 다시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다 그 물을 뿌렸다. 혹은 몸 윗부분에서 불을 내어 아래로 그 몸을 태우다가 몸 밑부분에서 물을 내어 위로 그 몸에 뿌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 방위를 두루 돌면서 온갖 변화를 나타낸 뒤에는 공중에 있는 채로 몸 안에서 불을 내어 다시 제 자신의 몸을 태워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취하는데 완전히 사라지고 고요하게 멸하여 티끌조차 남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허공에 등불을 켤 때 기름과 심지가 한꺼번에 다 없어진 것처럼, 타표마라자가 공중에서 열반하여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도 그와 같았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쇳덩이와 같아서
  그 불꽃 빨갛게 훨훨 타오르다가도
  뜨거운 세력 점점 식고 사라지면
  간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것 같네.
  
  그와 같이 평등한 해탈로써
  온갖 번뇌의 진흙탕을 건너고
  모든 흐름을 아주 끊어 없애면
  그가 돌아간 곳 알지 못하나니
[1574 / 2145] 쪽
  움직이지 않는 도의 자취 완전히 얻어
  남음 없는 열반으로 들어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77. 적경(賊經)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앙구다라국(央瞿多羅國)의 사람들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타바사리가(陀婆闍梨迦) 숲 속을 지나시다가, 소치는 이와 염소 치는 이와 나무하는 이와 그 밖의 다른 일들을 하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세존께서 길을 가시는 것을 보고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길로 가지 마십시오. 이 길 앞에는 앙구리마라(央瞿利摩羅)25)라는 도적이 있어 혹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두렵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 길을 따라 그대로 가셨다. 그들이 두 번 세 번 말씀드렸으나 세존께서는 그대로 가시다가, 멀리서 앙구리마라가 손에 칼과 방패를 들고 달려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몸을 나타내시어 천천히 걸었는데 앙구리마라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
  
2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6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31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경전으로는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앙굴마경(佛說鴦掘摩經)』과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앙굴계경(佛說鴦崛髻經)』이 있다.
25) A gulimala라고 함. 부처님의 제자로서 앙구마라(央仇摩羅)·앙굴마라(央崛魔羅)라 음역하고, 지만(指鬘) 또는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으로 음역하기도 함. 12세에 마니 발타라 바라문에게 출가하였으나, 스승의 아내의 모함으로 스승에게 미움을 받아, 천 사람을 죽여 천 손가락으로 영락을 만들어오면 법을 일러주겠다는 잘못된 가르침을 받고 999사람을 죽이고 나중에 친어머니를 죽이려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 정법을 듣고 귀의함.
 
[1575 / 2145] 쪽
  는 달려오느라고 그만 지쳐 멀리서 세존께 말하였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가지 마시오.
  세존께서 나란히 걸으시면서 대답하셨다.
  나는 늘 멈추어 있었는데 네가 스스로 멈추지 않을 뿐이니라.
  그 때 앙구리마라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께서는 오히려 빨리 가면서도
  나더러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말하네.
  나는 지쳐서 멈추어 있는데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니
  사문이여, 어째서 그대는 멈추었다 하고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앙구리마라여,
  내가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한 것은
  저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쉬었지만
  너는 중생에게 두려움을 주어
  나쁜 업을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일체의 벌레에 대해서도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하지 않거늘
  너는 저 모든 벌레들에 대해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며
  언제나 흉악한 업만 지으면서
  끝끝내 그쳐 쉴 때가 없구나.
  
[1576 / 2145] 쪽
  나는 모든 신(神)에 대해서
  칼질이나 몽둥이질하는 것 쉬었지만
  너는 저 모든 신에 대해서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히고 핍박 가하여
  언제나 나쁜 업만 지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는구나.
  
  나는 언제나 쉬는 법에 머물러
  조금도 방일하게 놀지 않지만
  너는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해
  그러므로 방일함을 끊지 못하고 있구나.
  
  앙구리마라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랜만에 모니(牟尼)를 보고서
  길을 따라 그 뒤를 쫓아왔는데
  이제 참되고 묘한 말 듣고 나니
  오랜 세월 동안의 나쁜 업 버려야 하리.
  
  그 도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들고 있던 칼과 창을 던져버리고
  세존의 발 아래 몸을 던지면서 말했네.
  원컨대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자비스런 마음 가지셨고
  큰 신선께서는 그를 매우 불쌍히 여겨
  잘 왔다. 비구야,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라고 하셨네.
  
[1577 / 2145] 쪽
  그 때 앙구리마라는 출가하여 혼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정진하며 생각하였다.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힘써 닦는 까닭은,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는 데 있었구나.'
  그 때 앙구리마라는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본래는 불해(不害)라는 이름을 받았었는데
  중간에 많은 중생 해치는 이 되었나니
  이제서야 이름이 진실이어서
  영원히 살생을 여의었다네.
  
  몸으로 살생을 행하지 않고
  입과 뜻으로도 역시 그러해
  진실로 살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중생을 핍박하지 않아야 함을 알았네.
  
  손을 씻어도 늘 피 색깔인지라
  앙구리마라라고 이름한 것인데
  세찬 물살에 떠다니던 사람이
  삼보(三寶)에 귀의해 멈추게 되었네.
  
  삼보에 귀의하고 난 뒤에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고
  삼명(三明)26)을 성취하였으니
  
26) 아라한과를 성취한 성자에게 갖추어진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세 가지에 대해 밝게 아는 것인데, 즉 천안명(天眼明)·숙명명(宿命明)·누진명(漏盡明)을 말한다.
[1578 / 2145] 쪽
  부처님의 가르침 이미 끝마쳤네.
  
  소를 길들일 적엔 채찍을 쓰고
  코끼리 다루려면 쇠갈고리 쓰지만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는 이는
  칼이나 막대기 쓰지 않는다.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로 잡으려면 불에 구우며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신을 다룰 때는 지혜를 쓰네.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혀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그야말로 세상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1579 / 2145] 쪽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 힘써 닦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만일 온갖 악업(惡業)에서 벗어나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어떤 사람이 먼저는 악업(惡業)을 짓다가도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나는 이미 악업을 지었거니
  틀림없이 나쁜 세계를 향하여
  거기서 모진 과보(果報)를 받아
  묵은 빚으로 먹히고 또 먹히리.
  
  만일 그들이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다가도
  그들이 이러한 바른 법을 듣는다면
  맑고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어
  나에 대하여 인욕행(忍辱行)을 닦아
  다시는 다투는 일 일으키지 않으리니
  부처님의 은혜로운 힘에 힘입어서라네.
  
  나를 원망하여도 인욕 행하고
  또한 늘 참는 이를 찬탄하며
[1580 / 2145] 쪽
  때를 따라 바른 법을 듣고
  듣고 나서는 그대로 수행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앙구리마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78. 산도타경(散倒經)2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28)가 먼동이 틀 무렵에 탑보(補)라는 강가에 나와 강가 언덕에 옷을 벗어놓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하고 나서 언덕으로 올라와 옷 한 가지만 걸치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천자(天子)가 몸에서 광명을 놓아 탑보 강가를 골고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젊어서 출가하여 피부색은 곱고 희며, 머리는 검어 아직 한창 아름다운 시기이다. 마땅히 다섯 가지 향락[五欲]을 누리며 영락(瓔珞)으로 몸을 치장하고 향도 바르고 꽃모자〔華鬘〕도 쓰고 그렇게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친족(親族)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세속을 버리고 슬피 울며 서로 이별하고, 여기에 와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袈裟)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니, 어찌하여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이익을 구하고 있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에야말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
  
2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같다.
28) 이 비구의 이름은 삼미제(三彌提)이다. 팔리어 경전에서는 Samiddhi로 표기하고 있다.
[1581 / 2145] 쪽
  세상의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이다.
  천자가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의 즐거움을 얻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르면 시기에 적절치 못한 욕망은 맛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며, 이익은 적고 어려움만 많다. 나는 지금 현재 세상에서 이미 번뇌를 여의고,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통달하였다. 나는 현재 세상을 관찰한 인연으로써 스스로 깨달아 알았으니, 이와 같아서 천자여, 이것을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천자가 다시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욕망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다'고 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현재 세상의 즐거움으로……(내지)…… 스스로 깨달아 안다'고 하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젊어서 출가하였기 때문에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正法〕과 율의(律儀)를 자세히 말해 줄 수는 없다. 세존께서는 요즘엔 가란다죽원에 머물고 계신다. 그대는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의심스러운 것들을 여쭈어보고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기억해 받들어 가지도록 하라.
  천자가 다시 물었다.
  비구여, 여래께서 계신 곳에는 힘이 센 여러 하늘 신장들이 둘러싸고 있어, 내가 먼저 가서는 여쭐 수도 없을 뿐더러 또한 그곳에 쉽사리 나아갈 수조차 없다. 그러니 비구여, 만일 그대가 만약 나를 위해 먼저 세존께 말씀드려 주면 내가 그 뒤를 따라 가겠다.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 마땅히 당신을 위해 가겠다.
  천자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리하라. 존자여, 내가 뒤따라가겠다.
[1582 / 2145] 쪽
  그 때 저 비구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조금 전에 천자와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을 세존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 천자의 말이 진실한 말이라면 얼마 안 되어 곧 올 것이고, 진실한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그 천자가 멀리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벌써 여기에 왔다. 나는 벌써 여기에 왔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중생들은 사랑하는 생각을 따라
  사랑하는 생각에 머무나니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곧 죽음으로 방편을 삼느니라.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게송을 이해하였거든 곧 물어 보아라.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서(善逝)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게 게송을 설하셨다.
  
  만일 사랑하는 것을 제대로 알면
  저기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리.
  저것도 이것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이거니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한 이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천신(天神)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게송의 뜻을 알았거든 곧 물어 보아라.
  천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서시여.
[1583 / 2145] 쪽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동등함과 우세함과 하열함을 보면
  거기에서 비로소 다툼이 생기나니
  세 가지 일에 흔들리지 않으면
  아래도 중간도 위가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뜻을 이해하겠거든 곧 물어 보아라.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애욕과 이름과 물질을 끊고
  교만을 버려 얽매임이 없으며
  고요히 없애 성냄을 그치고
  결박을 끊고 욕망을 버리면
  인간 세상이나 하늘 세계에서
  이승이니 저승이니 함을 보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이치를 이해하거든 여기서 물어 보아라.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야 이해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야 이해하겠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79. 유경(喩經)29)
  
2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8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33권 제39 등법품(等法品) 1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584 / 2145] 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먼동이 틀 무렵에 탑보(補)라는 강가에 나와 강가 언덕에 옷을 벗어놓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하고 나서 언덕으로 올라와 옷 한 가지만 걸치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천자가 몸에서 광명을 놓아 탑보강 가를 골고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여, 비구여, 이것은 곧 무덤이다. 밤이면 연기가 일어나고 낮에는 불이 타오른다. 어느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무덤을 무너뜨린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자 또 큰 거북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큰 거북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자 또 털침구가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털침구를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또 살점[肉段]이 보였다. 그 저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살점을 제거한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또 도살장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도살장을 무너뜨린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1585 / 2145] 쪽
  말하였다.
  '이 독벌레를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자 또 두 갈래 길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두 갈래 길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자 또 사립문이 보였다.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립문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자 또 큰 용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둬라. 큰 용은 없애지 말라.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비구여, 그대는 이 말을 가지고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아라. 그리고 세존의 말씀대로 그대는 그대로 받들어 지녀야 한다. 왜냐 하면 여래를 제외하고는 세간의 모든 하늘이나 악마·범(梵)·사문·바라문으로서 이것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 주는 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제자들은 내게서 듣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으리라.
  그 때 그 비구는 천자에게서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그 천자가 물은 말에 대하여 세존께 자세히 여쭈었다.
  어떤 것이 무덤이며, 어떤 것이 밤이면 연기가 일어나는 것이며, 어떤 것이 낮에는 불이 탄다고 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바라문이고, 어떤 것이 파헤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고, 어떤 것이 칼이며, 어떤 것이 큰 거북이고, 어떤 것이 털침구이며, 어떤 것이 살점이고, 어떤 것이 도살장이며, 어떤 것이 독벌레이고, 어떤 것이 두 갈래 길이며, 어떤 것이 사립문이고, 어떤 것이 큰 용입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무덤이란 중생들의 몸을 가리키는 말로서 곧 거친 네 가지 요소[四大]로 이루어진 이 몸뚱이는 부모가 남겨주신 몸이니,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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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키고 어루만지며 또 가꾸어 기르지만, 그것은 다 변하여 무너져 내리고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밤이면 연기가 일어난다고 한 것은 사람이 밤에 일어나 깨닫고 관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낮에 벌어지는 일이란 몸과 입으로 짓는 업을 이르는 말이다.
  바라문이라고 한 것은, 즉 여래·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을 이르는 말이다. 파헤친다고 한 것은 방편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혜로운 이라고 한 것은 많이 들어 아는 성인의 제자를 이르는 말이며, 칼이라고 한 것은 지혜의 칼을 이르는 말이다. 큰 거북이라고 한 것은 5개(蓋)를 가리키는 말이며, 털침구라고 한 것은 성내고 원망하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살점이라고 한 것은 아까워하고 미워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도살장이라고 한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의 향락[]五欲功德을 가리키는 말이다. 독벌레라고 한 것은 무명(無明)을 가리키는 말이며, 두 갈래 길이라고 한 것은 의심과 미혹을 가리킨 말이다. 사립문이라고 한 것은 교만함을 가리키는 말이며, 큰 용이라고 한 것은 번뇌를 끊은 아라한을 가리킨 말이다.
  이와 같이 비구여, 가령 대사(大師)는 성문(聲聞)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안타깝게 여기고 불쌍하게 생각하여 진리를 가지고 안위시키는 것이다. 네가 이미 한 일에 대해서는 너희들도 꼭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즉 드러나 있는 곳에서나 숲 속·빈집·산이나 늪·굴 속에서 풀이나 나뭇잎을 깔고 앉아 고요히 사색하여 방탕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뉘우침이 없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니라.
  그리고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이 몸을 일러 무덤이라 말하고
  깨닫고 관찰함은 밤에 나는 연기에 해당하며
  낮에 짓는 업은 불에 타는 것에 해당하고
  바라문이란 부처님을 일컬은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파헤침에 해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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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움은 지혜 밝은 이로서
  날카로운 지혜의 칼을 가지고
  번뇌 여의고 좋은 데로 나아가네.
  
  다섯 가지 덮개는 큰 거북에 해당하고
  성냄과 원한은 털침구에 해당하며
  아끼고 미워함은 살점에 해당하고
  다섯 가지 욕망은 도살장에 해당하네.
  
  무명(無明)은 독벌레에 해당하고
  의심과 미혹은 두 가지 길에 해당하며
  사립문은 교만을 나타낸 것이요
  번뇌 다한 아라한은 큰 용에 비유한 것이네.
  모든 논란 완전히 끊었으므로
  나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80. 참괴경(慚愧經)3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에 있는 선인이 살던 곳인 녹야원(鹿野苑)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기 위하여 바라내성으로 들어가셨다.
  그 때 어떤 비구는 마음을 잡지 못하여 그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하여 모든
  
3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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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관을 단속하지 못하였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다가 그 비구는 멀리 세존께서 계신 것을 보고 나서야 모든 감관을 단속하여 단정히 응시하면서 걸어갔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모든 감관을 단속하고 단정히 응시하면서 걸어가는 것을 보시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하셨다.
  저녁 때 선정에서 일어나 비구들에게로 가시어 자리를 펴고 대중 앞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비구가 마음을 잡지 못하여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해져서 모든 감관이 흐트러진 것을 보았다. 그 비구도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멀리서 나를 보자 곧 스스로 몸을 단속하였다. 그 비구가 누군가?
  그 때 그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여미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사온데, 그 때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하여 모든 감관을 단속하지 못하다가, 멀리서 세존을 뵙고서는 곧 스스로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하다. 너는 나를 보고는 스스로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비구야, 그 법이 마땅히 그러한 것이니라. 만일 비구를 보더라도 스스로 그렇게 단속해야 하고, 또 비구니·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보더라도 그와 같이 모든 감관을 단속한다면, 마땅히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함이 있을 것이고 안온함과 쾌락(快樂)을 얻을 것이다.
  그 때 대중 가운데서 어떤 다른 비구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 마음이 혼미하고 혼란하여
  오로지 한 생각을 매어두지 못한 채
  이른 아침에 가사 입고 발우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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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네.
  
  도중에서 저 큰 스승님의
  위엄과 덕망 갖춘 모습 뵈옵고
  기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껴
  곧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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