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삼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4:32

지공거사 홍신은에게 보이는 말씀

(어느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하시는 말씀) (제삼편)

 

날이 밝도록 함께 앉아서 마음이 우주와 둘이 아닌 경지에 계합이 된 도리를 말하되 일찍이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니

다시 묻노라 이뜻이 어떠한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이미 둔하고 어리석음에 떨어진 것이며

깨닫지 못한 사람도 또한 둔하고 어리석음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가 낳아준 이 몸이 나의 본래 마음은 아닌 것이니

무엇이 몸을 끌고 다니는 본래 마음인고?

눈먼 거북이와 절름발이 자라인 것이니

영리한 사람이 이 말의 뜻을 바르게 알아 듣는다면

끝없는 마음의 경계가 나와 너라는 관념이 터럭 끝 만큼도 일어나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의 옛과 지금이 시작과 끝이

현재의 화두를 의심하는 마음진리를 여의지 않음을 보게 될 것이니

만일에 그렇지 못할진대 미친듯이 헐떡거리는

중생의 번뇌망상을 항복시켜 생각을 조복받고

문득 눈먼 거북이와 절름발이 자라라는 이 말의 뜻을 바르게 알아 듣고서

화두의심하는 일에 정신을 차려 집착하여서 화두의심이 되어지는

그 자리에는 번뇌망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화두를 의심해 오고 화두를 의심하여 가면 바로 안과 밖으로 하여금

꿈속까지 화두의심이 되어짐을 이루어서 깨달음에 이르는 날까지는

털끝만큼도 삿된 견해에 떨어짐이 없어서 의심이 사무쳐서 계속 되어지는 것이

마치 독약을 먹고서 중독이 되는 것과 같이 비유를 하며

또 다이아몬드 보석과 밤송이를 결정코 목에 삼키기를 요하고

결정코 목안에서 밖으로 토해 내려고 함과 같이하여

다만 평생의 있는 힘을 다하여 화두만을 의심하여 가면

자연히 화두 타파되어 깨닫는 곳이 있을 것이다.

 

가령 금생에 화두가 타파되지 못하여도 죽음이 닥쳐와서 임종할 때에

모든 악취가운데 떨어지더라도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며

얽매임이 없고 구속됨이 없어서 설사 염라대왕의 모든 큰 귀왕들을 만나더라도

또한 공손히 손을 합장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대개 이러한 최상승선의 부사의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즉 모든 금생에 지어놓은 업장이 있더라도

필경에 화두를 의심하는 힘이 수승한 것이

비유하자면 금강으로 만든 깃대와 같아서 뚫어도 들어가지 못하고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세상사람들이 세력이 있는 가문에 태어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관속과 나졸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또 물건을 던져서 땅에 떨어지게 하면 무거운 것이 먼저 땅에 땋는 것과 같은 것이니

형상이 있는 것은 비록 이루어지고 머무르고 파괴되어 없어지는 모양이 있으나

용이 껍질을 벗는 것과 같으며 나그네가 여관에 거쳐하는 것과 같아서

그 진실한 마음주인은 태어남도 없고 죽어서 가야할 곳도 없으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곳도 없으며 늙는 것도 없고 젊어지는 것도 없어서

비롯함이 없고 헤아릴수없는 과거의 겁으로부터 시작하여

금생에 이르기까지 몸을 받아 태어나고 몸을 버리고 가는 것이

천번 만번을 바뀌어도 일찍이 실터럭 만큼도 옮긴 적이 없는 것이다.

 

매우 슬픈일이다.

한무리의 배우는 학인들이 가끔가끔 대체로 화두의심을 지어가다가

생각으로 헤아리고 알음알이로 따져서는 화두가 타파되어 의심이 없는 경지와

여러가지 병통을 중도에 다 깨달은 줄 알고 화두에 의심이 안되어 공부 짓는 것을 노력하지 않으며

큰번뇌 미세한 번뇌를 항복받지 못하는 것이니

이러한 묵조 사사배의 무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금생에 이미 화두를 잡들 때 생각을 일으키는 그게 무엇이냐 하는

화두의심을 익혀서 겨우 큰번뇌 미세한 번뇌를 항복받아 생각이 쉬어지면          

복과 지혜가 둘다 갖추어서 일체관념이 붙지 않는 절대적인 본래 마음을 증득할 것이니

배휴와 이태백과 한문공과 백낙천과 소동파와 장무진이

곧 당나라때의 유명한 학자이면서 부처님 법에 신심이 돈독한 불교학자들이

이러한 사람들이 그러한 예이다.

 

비록 애욕의 경계에 침몰되고 유혹에 빠졌으며

또한 일찍이 최상승선을 익히지 않았으나

선지식의 중요성을 깊이 믿고서 한 말씀을 듣는 순간에

확철대오 하여서 죽음의 상대적인 일체관념을 초월하고

비록 번뇌 가운데 있으면서도 화두의심을 여의지 않으며

부처님의 부촉하심을 잊지 않고서 우리 부처님법의 문중을 외호하여서

모두가 조사스님과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믿고 따르면서

확철대오 하여서 부처님의 법을 전하여 인가받고 또 전하여 인가하기를 이으니,

이러한 세속 사람들이 만일 과거생의 여러겁에

최상승선인 화두공부를 익힌 사람이 아니면

문득 이렇듯 화두가 타파되어서 복도 구족하고,

지혜도 원만히 갖추었겠는가,

 

옳기는 곧 진실로 옳기는 하지만 금일 고봉은 도리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하여

성인이 되게 하는 최상승선의 약이 있으니

이는 방편에 의지하여 최상승선과 대승선을 병행하여

보살지를 거쳐 점차로 닦아 들어가서 성불을 하는 원돈문이 아니다.

본래 마음은 입을 열어서 말을 하면 그릇치는 것이니,

간략하게한 게송을 들려 줄 것이니,

최상승선의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면 화두의심을 타파하여 진실되게 참구하며

격외의 도리에 이르며,

눈먼 거북이와 절름발이 자라에 뜻이 계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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