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오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4:48

대중들에게 보이신 법문(제오편)

 

가죽이 뚫어지며 살이 묽어지고 힘줄이 끊어지며 뼈가 꺾어져서

뛰어난 변재를 갖추고 이렇게도 말을 하고 저렇게도 말을 하더라도

만일에 화두가 타파되어진 본래 마음을 이른진대

감히 여러분들은 화두의심이 사무치지 못했다 보증할 것이니,

바로 모름지기 허공이 부서져서 가루가 되고 바닷물이 가물어 없어지니,

확철대오하여 철저하게 깨달아서 안과 밖이 지극히 고요하고 깨끗하여 밝게 할지어다.

 

정히 이렇게 되어진 때라도 오히려 눈 가운데 먼지가루를 붙임이니라.

대중들아 또 일러보아라 어떤 것이 고향집에 이르는 경지의 소식인고.

진흙소가 무쇠로 만든 말뚝을 삼켜서 먹으니 금강신장이 피를 쏟아 내는구나.

 

만일 이 일을 의논할진대 큰 불덩어리가 맹렬한 불꽃이 하늘에 뻗쳐서

일찍이 조금도 줄어드는 간격이 없이 타오름과 같은지라

세간의 있는바 형상이 있는 물건을 모두 불속에 던져서 이르더라도

마치 한 조각 눈이 닿기도 전에 녹아지는 것과 같거니

어찌 털끝만큼의 일체관념을 용납하리오.

만일 능히 이와 같이 화두를 이끌어 잡들면

동녘에 해가 뜰 때부터 화두를 잡들어서 해가 서산에 질 때까지

화두를 이끌어 잡드는 공부의 성공을 만명의 사람이 시작하여 한 사람도 낙오자가 없게 되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할진대 비록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지내더라도 공연히 수고로움만 더욱 받을 것이다.

 

바다 밑에 진흙으로 만든 소는 달을 물고서 달아나고

바위 앞에 돌 호랑이는 새끼를 안고 졸고 있도다.

무쇠로 되어 있는 뱀은 금강의 눈을 뚫어서 들어가고

곤륜(흑인노예)이 코끼리를 타고 있는데 물가에 있는 하얀 해오라기가 끌어준다.

이 네 귀절 안에 어느 한 귀절은 능히 죽은 것으로 부정하고

능히 활구로 긍정하기도 하고

능히 종으로써 인정하기도 하고

능히 탈로써 부정하기도 하고 이런 내용이 갖추어 있으니,

만일 점검해서 어느 구절에 사구화 활구와

종으로 인정하고 탈로써 부정하는 것인가를 가려낼수 있다면,

그대에게 일생을 참선 공부하는 일을 마쳤다고 허락할 것이다.

 

만일 이 일을 의논할진대 비유를 하자면

사람이 사는 집 처마끝에 한무더기의 쓰레기와 똥을 붙여 두는 것과 같이하여

아침으로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비가 치고 바람이 불어도

이 사람이 쓰레기와 똥무더기가 집안에 있음을 세밀하게 살펴서 눈치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나니,

자못 한낱 써도 다함이 없는 보배가 그 가운데 쌓여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만일 찾아서 증득하며 백겁의 천번을 태어나는 생에 취하여도 다함이 없으며

써도 다함이 없으리니 모름지기 알아라.

 

이 보배는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너희 모든 사람의 한낱 자기 마음을 깊이 궁구하면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하는 믿음이 근본이 되어 발심이 생겨나게 함이니

만일 선지식의 이러한 말씀을 듣고 깊이 믿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지혜로 부처님 법을 생각하기를 해와 달같이 하여

다른 사람이 나를 옳다고 하던지 그르다고 하던지 마음에 끄달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좋은 일을 당하던지 좋지 아니한 일을 당하던지,

마음을 편안히 하여 무심히 가져서

남이 볼 때 벙어리 같이 눈먼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어린 아기같이 지내면

마음에 저절로 망상이 없어지게 될 것이니

결코 서로가 속이지 않으려니와 만일 선지식의 말씀을 믿지 못한다면

비록 헤아릴수 없는 겁을 지내더라도 또한 옳은 것이 없을 것이다.

널리 청하노니 모든 사람은 문득 이렇듯이 선지식을 믿고서

화두를 잡들어서 하여금 큰 번뇌 미세한 번뇌를 동시에 항복 받아서 본래 마음을 깨닫게 할지어다.

또 일러보아라.

이 무엇인고?

할 때 생각을 일으키는 이것이 지금 어느 것에 있는고

양구로써 아무 말씀 없이 잠자코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호랑이 굴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호랑이를 얻으리오.


'선요(禪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칠편  (0) 2008.02.18
제육편  (0) 2008.02.18
제사편  (0) 2008.02.18
제삼편  (0) 2008.02.18
제일편  (0)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