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구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5:21

대중에게 보이는 말씀 (제구편)

 

 선의 자기 본연을 몰라서 참구함에 만일 죽음에 이르기 전에 공부를 이루려 할진대

마치 천자가 되는 우물 밑에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이 생각을 하여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며 저녁부터 아침에 이르기까지

천가지 일어나는 생각과 만가지 일어나는 분별심이

화두를 의심하고 생각이 일어나는 그 자리를 돌이켜서 의심하여

다만 화두 타파되어서 나고 죽음에 대한 올바를 견해를 구하는 마음이요

 

확철대오한 구경각에 결코 큰번뇌 미세한 번뇌가 없을지니,

진실로 능히 지금 현재에 일으키는 상대적인 생각을 버리고

절대적인 공안에 철저히 부딪쳐 보아서 화두의심이 혹 3일 5일 혹은 7일에

화두가 밀밀하게 이어져서 힘을 얻지 못하면

고봉이 오늘날에 크게 망어를 범한지라 영원히 혀를 빼어서 보습으로 발을 가는 지옥에 떨어지리라.

 

 때로는 상기가 오르고 두통이 나서 열이 나고 몸이 불편하며,

때로는 차가워져서 얼음이 얼듯이 싸늘해지고 혼침하며,

때로는 당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과 같이 화두가 끌려 오지 않고,

때로는 잔잔한 물결 위에 돛을 편 배가 흘러가는 것과 같이 화두가 순일하게 되어지며

이 네가지의 마가 서로 서로 장야가 되고 해로움으로 인하여

드디어 공부를 배우는 학자로 하여금 고향집을 잊어버리고 업을 읽게 하여서

마음 고향에 돌아가는 일을 마쳐 버리는 것이니,

고봉이 오늘날에 이러한 상황을 위해서 간략히 한가지 꾀 (계교)를 베풀어서

모든 중생들의 추번뇌, 세 번뇌에서 나오는 망상심으로 더불어 자취를 쓸고 흔적을 없어지게 할 것이다.

 

아무런 말씀없이 잠자코 양구해서 말씀하시기를 척 (이러한 말도 모두가 허물이 된다.)

 여러분 형제들이 십년 이십년이 되도록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으면서

선지식을 찾아 헤매어서 공부를 하였으나

마음을 깨닫지 못하여 가끔가끔 혼침과 그물을 덮어 가두어진 바를 입었다고 말하나니,

자못 혼침과 추번뇌 세 번뇌 그 자리가 곧 일체관념이 붙지 않는 절대적이 본래 마음인 줄 알지 못하도다.

 

 매우 슬프도다 미혹한 사람이 마음을 깨닫지 못하여

망령되어 스스로가 알음알이를 덧붙여 견성을 했다고 하여 병을 삼는지라

알음알이로써 알음알이를 다스려서 본래 마음으로 하여금 구하면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며

급하면 급할수록 더욱 더디게 함을 이루나니,

설사 한번의 절반이라도 화두의심을 돌이켜 알 수 없는 의심을

자신의 공부 경계에 비추어 보아 당장에 공부가 그릇된 줄을 알아

확연히 약과 병을 둘다 잊어버리고 본래 마음이 눈앞에 들어나서

달마스님이 홑으로 전한 취지를 훤출하게 밝히며

본래 마음자리를 학철대오하여 보더라도 만일 고봉의 점검해서 가려내는 것을 의거한다면

오히려 이 상대적인 생각이 붙는 일이랴,

만일 최상승선의 일체 관념이 붙지 않는 절대적인 그 자리를 이를진대

모름지기 다시 푸른산 밖에 있는 줄 알지니라.

 

정히 물을 거스려 배를 끄는 것과 같아서 한 삿대를 올리려고 하면

열삿대나 뒤로 물러가고 열삿대를 올리려고 하면 백사대나뒤로 물러가서

더욱 앞으로 끌수록 더욱 뒤로 물러가는 지라

뒤로 물러가고 또 뒤로 물러가서 바로 넉넉히 물러가서 

큰 바다의 바다 밑바닥에 이르더라도

배머리를 끌어 거두어 돌려서 결정코 다시 저 가운데를 향하여

버티어 끌어 올라가고자 할것이니,

 

만일 이러한 지조와 의지를 갖추었을진대

곧 이 고향집에 이르는 소식이라

사람이 산에 오르매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같으니라.

 이 일의 확실하고 진실하게 화두를 의심하는

간절한 그 자리는 지금 현재에 일으키는 상대적인 생각을 버리고

절대적인 화두에 부딪쳐 보는 것과 같이 할 것이니,

겨우 털끝 만큼의 두려워 하는 마음과 먼지터럭만큼의 차별하고 분별하는 관념이

잠재의식 가운데 쌓임이 있으면 어찌 열번을 부딪힘에 아홉번 넘어지고 실패하는 데 그칠뿐이리오.

 

조금 어렵더라도 최상승선에 부딪쳐 화두를 참구하지 않을때에

일체 미세한 망상도 일어나지 않는 마음이 이미 상대적으로 헐떡이는

중생들의 추번뇌 세번뇌에서 나오는 탁한 망상심에게 구속되어서

목숨을 마침이어니와 만일 이 쇠뭉치로 된 눈푸른 사람일진대 이 무엇인고?

하여 이 할 때 생각을 일으키는 그게 뭐냐 하여

화두가 의심이 안되면 분한 마음을 일으켜서

 

또 분한 마음을 일으키고 화를 내고 또 화를 내어서 의심하다보면

생각이 쉬어 들어가서 꿈도 잠도 없어져서

그때에 화두 의심이 무르익어지면 확연해 질것이니,

가령 몸을 잃고 목숨을 잃어서 천번을 태어나고

만겁에 이르더라도 최상승 화두법을 익힌 것이

근본을 항상 여의지 않고 밀밀하게 이어질 것이니라.

모든 대중들아 과연 능히 이 같이 그릇된 것을 알아야하며

과연 능히 이같이 채찍을 붙이면 죽음을 이르기전에 일을 마칠것이니

결코 의심없이 힘쓰고 힘쓸지어다.


'선요(禪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십일편  (0) 2008.02.18
제십편  (0) 2008.02.18
제팔편  (0) 2008.02.18
제칠편  (0) 2008.02.18
제육편  (0)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