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릉록(宛陵錄)

20. 배휴의 헌시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21:17
 

20. 배휴의 헌시


어느 날 배상공이 불상 한 구를 대사 앞에 내밀면서 호궤(胡跪)합장하며 말씀드렸다.

“청하옵건대 스님께서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배휴!”

“예!”

“내 너에게 이름을 다 지어 주었노라.”

그러자 배상공은 곧 바로 절을 올렸다.

하루는 상공이 시(詩) 한 수를 대사께 지어올리자 대사께서 받으시더니 그대로 깔고 앉아 버리면서 물었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몰라야만 조금은 낫다 하겠지만, 만약 종이와 먹으로써 형용하려 한다면 우리 선문(禪門)과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상공의 시가 이러하였다.


대사께서 심인을 전하신 이후로

이마에는 둥근 구슬 몸은 칠척 장신이로다.

석장을 걸어 두신 지 십년 촉나라 물가에서 쉬시고

부배(浮杯)에서 오늘날 장(漳)의 물가를 건너왔네.

일천 무리의 용상대덕들은 높은 걸음걸이 뒤따르고

만리에 뻗친 향그런 꽃은 수승한 인연을 맺었도다.

스승으로 섬겨 제자 되고저 하오니

장차 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시렵니까?


대사께서 대답하여 읊으셨다.

마음은 큰 바다와 같아 가이 없고

입으론 붉은 연꽃을 토하여 병든 몸 기르네.

비록 한 쌍의 일 없는 손이 있으나

한가한 사람에게 일찍이 공경히 읍(揖)한 적이 없었노라.


裴相 一日 托一尊佛於師前胡跪云 請師安名 師召云 裴休 休應諾 師云 與汝安名竟 相公便禮拜 相公 一日 上詩一章 師接得便坐却 乃問 會麽 相公云 不會 師云 與麽不會 猶較些子 若形祇墨 何有吾宗 時曰 自從大士傳心印 額有圓珠七尺身 掛錫十年棲蜀水 浮杯今日渡漳濱 千徒龍象 隨高步 萬里香花 結勝因 願欲事師爲弟子 不知將法付何人 師答曰 心如大海無邊際 口吐紅蓮養病身 雖有一雙無事手 不曾祇揖等閑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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