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무문선사 서문

通達無我法者 2008. 2. 19. 15:09

무문선사 서문

 

부처님께서는 마음으로 종(宗)1)을 삼고 문 없음으로 법문(法門)을 삼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미 문이 없다면 어떻게 사무칠 것인가?2)

 

허나 부처님께서는 또한 "문으로 든 이는 이 집에서는 귀한 것이 아니니 반연(攀緣)3)을 따라 얻은 이는 시작과 마침이 있고 이루어짐과 무너짐이 있다."라고 이르시지 않았던가.

 

이렇게 말한 것도 바람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요, 성한 살을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과 같다. 하물며 말이나 글구를 헤아려 찾으려는 것은 방망이를 휘둘러 달을 때리려 하는 것과 같고 옴에 걸려 가려운 발가락을 구두를 신고 긁는 것과 같으니 무슨 교섭(交涉)이 있으랴.

 

혜개(慧開, 무문 선사 자신)4)는 소정(紹定) 무자년(戊子年)5) 여름에 동가(東嘉)의 용상사(龍翔寺)라는 절6) 수좌(首座) 자리에 앉아 옛 선지식들의 공안(公案)을 두드리는 와자(瓦子)7)가 되어 법을 물어 오는 납자(衲子)8)들을 인도하였다. 이것들을 간추려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집성(集成)이 되었다. 처음부터 앞뒤 순서를 두지 않고 엮어 48칙이 되니 이를 무문관(無門關)이라고 이름한다. 공부를 하기로 작정을 한 이가 목숨을 돌보지 않고 단도직입(單刀直入)하면 팔이 8개 붙은 나타(那 )9)의 힘으로도 막아 낼 재간이 없을 것이고, 서천(西天)의 47조사10)와 동토(東土)의 23조사11)들까지도 목숨을 빌게 될 것이나 주저하기만 하다가는 창(窓)을 통하여 말이 달리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아 눈 깜빡할 사이에 어긋나 버릴 것이다.

 

대도(大道)는 문(門)이 없다

천차만별로 길이 있으나

이 관(關)을 꿰뚫어 얻으면

하늘 땅에 홀로 걸으리라
 

단기 3551년  /  불기 2255년  /  서기 1228년

 

禪宗無門關

佛語心 爲宗 無門 爲法門 旣是無門 且作磨生透 豈不見道 從門入者 不是家珍 從緣得者 始終成壞 恁?說話 大似無風起浪 好肉 瘡 何況滯言句 覓解會 掉捧打月 隔靴爬痒 有甚交涉 慧開 紹定戊子夏 首衆于東嘉龍翔 因衲子請益 遂將古人公案 作鼓門瓦子 隨機引道學者 竟爾抄錄 不覺成集 初不以前後 列 共成四十八則 通曰無門關 若是箇漢 不顧危亡 單刀直入 八臂那 他不住 縱使西天四七 東土二三 只得望風乞命 設惑躊躇 也似隔窓看馬騎 得眼來 早己蹉過

大道無門

千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


1) 종(宗) : 근본(根本).
2) 이 구절은 마조 도일 선사가 {능가경}을 인용하여 대중에게 설법한 것을 무문 선사가 다시 재인용한 것이다. 이 문장은 {경덕전등록6권} 마조 도일 선사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원 문재현 선사께서 옮긴 바로보인 출판사의 {전등록1} 303쪽 참조.
3) 반연(攀緣) : 대상인 경계를 의지하는 것. 일체 번뇌의 근원.

4) 황룡 무문(黃龍無門) 혜개(慧開) 선사(1183∼1260) : 항주(杭州) 사람으로 이름은 혜개이고 성은 양(梁)씨이다. 평강의 만수사(萬壽寺)라는 절에 주석(住錫)하고 있는 월림 사관(月林師觀) 선사 밑에서 '無'자를 들고 6년 동안 참구하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점심 공양을 알리는 북소리를 듣고 활연대오하였다.

5) 소정(紹定) 무자년(戊子年) : 남송(南宋) 이종 황제(理宗皇帝) 시대로 소정(紹定) 원년(元年), 서기로 1228년을 말한다. 무문 선사가 45세 때이다.

6) 수좌(首座) : 수행자 중의 우두머리. 곧 조실(祖室) 다음 분.

7) 와자(瓦子) : 스스로 허물을 무릅쓰고 교화하는 분.

8) 납자(衲子) : 납의(衲衣)를 입은 자. 중의 다른 말. 수행하는 선승을 주로 일컫는다.

9) 나타(那 ) : 인도 신화에 나오는 큰 힘을 가진 신으로서 북방 비사문천왕의 다섯 아들 중 맏 아들이라고 한다. 얼굴이 넷, 팔이 여덟 개라고 한다.

10) 서천의 47조사 : 석가 세존 이후의 초조 마하 가섭으로부터 28조 보리달마에 이르는 인도의 조사들을 말한다.

11) 동토의 23조사 : 달마 대사를 초조로 해서 2조 혜가,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 6조 혜능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의 조사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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