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염라대왕 앞에서 / 연복사(演福寺)주지 택운몽(澤雲夢)
원나라가 송나라를 멸망시킨 후 양련 진가(楊璉眞加)를 강회(江淮) 지방의 석교도총통(繹敎都總統)에 임명하고 그에게 월주(越州) 산음(山陰) 지방에 있는 남송시대의 왕릉들을 발굴하도록 명하였다. 이때 연복사(演福寺) 주지로 있던 택운몽(澤雲夢)이 진가를 따라 송 이종(宋 理宗)황제의 시신에 가혹한 행위를 하였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지난날의 원한이 있었을 것이다. 운몽은 고의적으로 진가에게 아첨하기 위해서 왼발로 이종의 시신 옆구리를 또 한차례 발길질하였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양주(楊州) 고을에 사는 어느 한 사람이 갑자기 죽어 염라대왕 앞에 끌려 갔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승의 천자가 오신다는 기별이 왔다. 염라대왕이 명부전에서 내려와 천자를 맞이해 들였는데, 노란 수레덮개와 왼편에 깃털로 만든 일산이 즐비하고 수레며 말들이 꽉 메워 그 모습은 인간세상 황제의 의장과 다를 바 없었다. 자리에 앉은 후 얼마 있으려니 졸개귀신이 한 승려를 결박한 채 명부전 앞으로 끌고 나왔는데, 천자가 그를 질책하였다.
”내 황제의 자리에 있은 40여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별다른 잘못이 없었고 너희 불교에 대해서도 막은 일이 없으며 너와도 원수 진 일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진가에게 아부하고자 나에게 지나친 능욕을 가하는가?”
마침내 사나운 역사에게 명하여 쇠송곳으로 스님의 왼쪽 엄지발가락을 찔러 높이 꿰어 든 후 채찍을 치니, 그의 비명소리가 너무나 애처로워 코끝이 시큰하여 차마 들을 수 없었다. 잠깐 뒤 물러나왔으나 갑자기 죽은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천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어느 사람이 송 이종(宋 理宗)황제라고 하였으며, 채찍을 맞은 승려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항주 연복사 주지 택운몽이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자 연복사를 찾아가 그 사실을 묻고 본것을 증험해 보았으니 즉 운몽스님은 왼쪽 엄지발가락에 부스럼이 생겨 고치지 못하고 이미 죽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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