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4. 동상종(洞上宗)을 지키고 전하다 / 운외(雲外)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7:55
 

 

 

 

14. 동상종(洞上宗)을 지키고 전하다 / 운외(雲外)스님


운외(雲外)스님은 창국(昌國) 사람이다. 몸은 왜소하게 태어났으나 정신만은 남달랐다. 설법할 때는 정확한 비유와 방증을 들었고, 자신을 굽혀 배우려 하는 자들을 귀하게 여겨 자상하게 성취시켜주었다. 그러면서도 맹렬히 달려나가 뒤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매의 눈초리와 용의 눈동자를 지닌 자라 하여도 그를 엿보지 못하였으며, 동상종(洞上宗)은 그의 힘으로 전해졌다.

노년에 천동사 주지가 되자 세상의 뛰어난 선객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스님은 거만하거나 재물을 탐하거나 혼자 먹지 않았고, 시주를 받으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후생들을 만나면 존중하고 그들이 선문을 짊어질 것을 기대하였으며, 하루 두끼 죽과 밥은 반드시 손수 발우를 들고 큰방에 가서 하였다.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 남아 있는 재산이 없자 선객들이 각출하여 스님을 영결하였다. 스님의 뒤를 이은 제자로는 빙 대방(聘大方), 여 독목(舁獨木), 성 우암(省愚菴), 증 무인(證無印) 네 사람이다. 그들은 종문(宗門)을 크게 하기에 넉넉한 인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지위가 덕을 따라주지 못하여 그들의 법통을 전수할 자가 없었으며 무인스님 문하에만 겨우 한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