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67. 절벽에서 떨어져 정(定)에 들다 / 단애 요의(斷崖了義)수좌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00
 

 

 

67. 절벽에서 떨어져 정(定)에 들다 / 단애 요의(斷崖了義)수좌


단애 의(斷崖了義)수좌는 고봉(高峰)스님 회하에서 참구하였는데 법어를 깨닫지 못한다고 고봉스님이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떠밀어 버렸다. 그날 밤 많은 눈이 내렸으므로 대중들은 그가 이미 죽었으리라 여겼다. 이튿날 눈이 멈추어 도반들이 장작더미를 들고 그곳을 찾아가 그의 주검을 화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님은 고목 아래 반석 위에서 정좌를 하고 있었다. 그를 흔드니 눈을 번쩍뜨고 사방을 돌아보며 자신이 절벽 아래 눈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와 다시 고봉스님을 뵈니 고봉스님은 말없이 그를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그후로 그의 명성은 나날이 떨쳐 승속이 모두 그에게 귀의하였다.

스님은 도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주장자로 때릴 뿐, 말이나 얼굴색으로 나타내지 않았고 그들 스스로 깨닫도록 하였다. 요즘의 큰스님들은 말로 가르치는 이가 많은데 스님만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 높이 살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