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옛 터에 암자짓고 분수껏 살다 / 무견(無見)선사
무견(無見)선사는 선거 섭(仙居葉)씨의 아들로, 대대로 유학자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준수한 재주를 지녀 천령사(天寧寺) 고전(古田)화상의 내기(內記)로 있다가 서암사(瑞岩寺) 방산(方山)스님 회하에서 참구하여 그의 법요를 모두 터득하고서는 마음을 바꿔 가(可)장주를 데리고서 함께 송대 고암(高菴)스님이 주석했던 화정산(華頂山) 옛 터를 찾아 암자를 짓고 살았다.
이 때부터 그의 법이 크게 퍼져 학인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승속이 모두 토지가 없으면 대중을 수용할 수가 없다고 여겨 간혹 토지문서를 시주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스님은 모두 물리치고 겨울과 여름을 날 승복 한 벌로 지냈다. 공양이라고는 오로지 허기진 배를 채우면 족하였으며 좋고 나쁜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입적 후 다비를 하자 갑자기 가슴에서 맑은 물이 솟아올라 마치 병 속의 물을 쏟아놓은 듯하였으며 콩알처럼 큰 사리가 눈부시게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산중에 봉안하여 공양을 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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