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다른 말씀 없으시고 / 백운사(白雲寺) 도(度)스님
처주(處州) 여수현(麗水縣) 백운산(白雲山) 백운사(白雲寺) 도(度)스님은 화정사(華頂寺) 무견(無見)스님의 문하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였으며 일평생 굳건히 정진하여 언제 어디서나 뛰어났다. 그는 말 일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차스럽게 법어를 청하는 학인이 있으면 그저 몸소 대사(大事)에 진력하라는 한마디 뿐 다른 말이 없었다.
근래 절에서 주지하는 이들은 옛사람의 말을 긁어 모아 자기 말인 양 떠들어대며 후학의 정신을 뽑아놓는다. 그러다가 눈 밝은 사람이 따지고 들면 흡사 도적놈이 주인집 물건을 훔쳐 다시 주인집에 팔려다가 훔친 물건이라는 증거가 분명해져 다시는 변명하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몸둘 바를 모르는 꼴과 같다. 이런 류의 사람과 도스님의 기용(機用)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 내 듣기로 그의 선실로 들어간 사람은 매우 많다고 하는데 그의 종지를 깨달은 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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