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7. 단강 각은(斷江覺恩)스님의 행장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42
 

 

 

27. 단강 각은(斷江覺恩)스님의 행장


단강(斷江)스님은 법명이 각은(覺恩)이며 속성은 자계 고씨(慈溪顧氏)다. 스님은 후리후리한 키에 청정하고 준엄하게 살았다. 어린 시절 운문산 광효사(廣孝寺)에서 삭발하고 뒷날 명주 연경사(延慶寺) 문법사(聞法師)에게 사교의(四敎儀)를 배웠는데 겨우 7일 만에 통달하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그 당시 횡천(橫川)스님이 육왕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선종을 중흥시키자 학인들이 모여들었다. 스님도 그곳을 찾아가 향을 사른 후 입실하여 기어(機語)가 맞자 횡천스님은 내기(內記) 소임을 맡도록 명하였다. 이를 계기로 그의 공부가 나날이 드러나 원근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스님이 지은 게송은 우아하고 고풍스러웠는데 제형 모헌지(提刑 牟龜之)는 책머리에 서문을 썼으며 당시 사대부 조문 민공(趙文敏公)․등강 장공(鄧康莊公)․원문 청공(袁文淸公) 등과 모두 절친한 사이였다. 소주(蘇州) 천평사(天平寺) 주지가 되어 횡천(橫川)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뒤에 개원사(開元寺)와 명주 보복사(保福寺)의 주지로 옮겨 갔다가 월주(越州) 천의사(天衣寺)에서 입적하였다.

어느 날 방장실에 앉아 있다가 주장자를 붙잡고 ”빈 골짜기에 지팡이를 의지한 노승은 분명 한 폭의 수보리(須菩提) 그림이렷다!” 하였다. 그리고는 시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주장자를 내던지고 깔개에 기댄 채 열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