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9. 지극한 신심을 가진 일가 / 황암 진군장(黃岩 陳君璋)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43
 

 

 

29. 지극한 신심을 가진 일가 / 황암 진군장(黃岩 陳君璋)


황암 진군장(黃岩 陳君璋)은 인품이 단정하고 신중하며 말씨가 적었다. 그는 조심스레 사람을 사귀어 신의(信義)가 한 고을을 감복시켰다. 그의 나이 마흔에 가까워지자 부인 섭씨(葉氏)와 함께 틈만 있으면 경건히 법화경을 독송하였다. 그 고을에 “양황참문” 책이 없어서 군장은 손수 베껴 썼는데 그러다 보니 문 앞의 산다화(山茶花)가 가을을 맞이하여 활짝 핀 줄도 몰랐다.

홍무(洪武) 경술(1370)년에 군장의 나이 60세였는데 병세가 위독하였다. 그의 아들 경성(景星)과 며느리 왕씨(王氏)는 타고난 효성으로 약과 음식을 몸소 보살피고 밤에도 옷을 벗지 않고 낮에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왕씨는 자기 넙적다리 살을 도려내어 죽을 끓여 바치기까지 하였다. 그 해 12월 11일 서산에 해질 무렵 군장은 그의 몸을 부축해서 앉히게 한 후 경성에게 유언을 하였다.

”나는 돌아가련다.”

”어디로 돌아가시렵니까?”

”해 지는 곳으로 떠나가리라.”

또 이어서 부탁하였다.

”내가 죽으면 불가의 법에 따라 화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집안사람들에게 함께 아미타불을 부르라 하고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군장은 두 아들을 두었는데 맏이는 바로 경성이고 둘째는 나에게 출가한 거정(居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