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구봉(九峰)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54
 

 

 

구봉(九峰) 화상

  

  석상(石霜)의 법을 이었고 강서에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도건(道虔)이요, 속성은 유(劉)씨이니, 복주의 후관현(候官縣) 사람이다. 석상의 비밀한 뜻을 깨달은 뒤로부터 바로 구봉에 살다가 나중에는 늑담의 보봉 선원(寶峰禪院)에서 교화를 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간의 사람은 어떤 행을 행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축생의 행을 행하느니라."

  "축생은 다시 어떤 행을 행합니까?"

  "무간 행을 행하느니라."

  "그것은 여전히 장생(長生)의 길 위에 있는 사람이겠습니다."

  "그대는 생명을 함께하지 않는 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생명을 함께하지 않습니까?"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오래 사는 가문은 항상하지 않느니라." 

  

  선사께서 또 이렇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목숨을 알고 있는가? 목숨을 알려면 샘물처럼 흐르는 것은 목숨이요, 맑고 고요한 것은 몸이요 천 파도가 다투어 이는 것은 문수(文殊)의 경계요, 맑은 하늘이 한 길로 뻗는 것은 보현의 평상이다. 그 다음에 한 구절을 보탠다면 달을 가리킴이요, 그 안의 일은 달을 이야기함이니라. 예로부터 종문의 일은 마치 절도사의 깃발과 같나니, 제방에서의 선덕(禪德)들이 그렇게 많은 명목을 세워 설명하기 이전엔 여러분은 어떤 결실을 기준하여 이리저리 따져 헤아리는가? 이 경지에 이르러서는 세 치의 혀를 빌리지 않고 설명해 보아야 하며, 귀를 빌리지 않고 들어야 하며 눈을 빌리지 않고 분별해야 한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말하기 전엔 던져버리지 못하고, 말한 뒤엔 그 모습을 숨길 수 없다'하니, 온 건곤이 온통 그대들 자신의 당체(當體)이다. 어느 곳에다 눈·귀·코·혀를 두겠는가? 뜻만으로 헤아리고 분별해서 견해를 짓지 말라. 세상이 다하여도 쉴 때가 없으리라.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과 뜻으로써 현묘한 법을 배우려 하면 흡사 서쪽으로 가려는 이가 동쪽으로 향하는 것 같으니라' 하였으니, 입을 열어 논하면 여러분을 등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궁궐에서 소식이 끊겼는데, 은혜로운 사면[恩赦]은 어디서 옵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유광이 비록 두루 하나 문턱 안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문턱 안과 유광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푸른 물에 파도가 일고 푸른 산은 산빛이 수려하니라."

  "사람마다 이익 되기를 청해서 묻는다 하는데, 스님께서는 무엇으로 중생을 구제하시렵니까?"

  

  "그대는 큰 산에 한 치의 흙이 없으리라 여기는가?"

  "그렇다면 4해(海)에서 찾아드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연야달다(演若達多)의 머리가 혼미하여 마음이 저절로 미쳤느니라[狂]."

  "미치지 않는 이도 있습니까?"

  "있느니라."

  "어떤 것이 미치지 않은 자입니까?"

  "첫 새벽길에 눈을 뜨지 않는 자이니라."

  "어떤 것이 학인(學人) 자신입니까?"

  "그 밖에 누가 있느냐?"

  "그냥 그렇게 알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수미산이 수미산을 다시 이겠는가?"

  "조사에게서 조사에게로 전했다 하는데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석가는 인색하고 가섭은 풍부했느니라."

  "필경에 전해 지닌 일이 무엇입니까?"

  "동갑 노인들이 등불을 나누어주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모든 부처님도 나의 도가 아니라'했는데 어떤 것이 나의 도입니까?"

  "나의 도는 모든 부처님들이 아니니라."

  "모든 부처님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나의 도를 세웁니까?"

  "아까 잠시 불러들였다가 이제 쫓아버렸다."

  "어째서 쫓아버렸습니까?"

  "쫓아내지 않으면 눈에 티가 돋느니라."

  "모든 곳에서 찾을 수 없다면 성인이 아니겠습니까?"

  "성인이니라."

  "우두(牛頭)가 4조를 만나지 못했을 때 어찌 성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성인의 경계가 없지는 않았느니라."

  "두 성인의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티끌 속에서 몸을 숨기는 기술이 있다지만 온몸으로 황제의 지방[帝鄕]

  

  에 들어가는 것만이야 하겠느냐?"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온 건곤이 모두 눈[眼]이라' 하는데 어떤 것이 건곤의 눈입니까?"

  "건곤이 그 속에 있느니라."

  "건곤의 눈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이 바로 건곤의 눈이니라."

  "밝게 비칠 수 있습니까?"

  "세 가지 광채의 세력을 빌리지 않느니라."

  "세 가지 광채를 빌리지 않는다면 무슨 근거로 건곤의 눈이라 부릅니까?"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해골바가지 앞에서 귀신을 보는 사람이 무수하리라."

  "한 붓으로 단숨에 단청을 하면서 어째서 지공(志公)의 사진은 그리지 못합니까?"

  "승요가 지공을 인정하였느니라."

  "그러면 지공도 승요를 긍정하였습니까?"

  "지공이 긍정한다면 승요는 인정치 않았을 것이다."

  "승요는 누구의 종지를 받았기에 지공을 인정했습니까?"

  이에 선사께서 대답했다.

  "거북이가 수미의 기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진심이다, 망심이다' 하는데 이 뜻이 어떠합니까?"

  "이는 진(眞)을 세워 망(妄)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심입니까?"

  "잡되게 먹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망심입니까?"

  "반연하여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이다."

  "이 두 가닥을 떠나서 어떤 것이 학인의 본체입니까?"

  "본체는 떠나는 것이 아니니라."

  "어째서 떠나지 않습니까?"

  "공덕천(功德天)을 공경치도 않는데 누가 흑암녀(黑暗女)를 미워하랴!"

  

  "경계를 대하여 움직이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큰 힘을 가진 사람입니까?"

  "경계를 대하여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니라."

  "아까는 어째서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셨습니까?"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집에 있을 때는 쉽다고 말했지만 막상 통발을 들고서야 비로소 고기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도는 명칭을 초월한다' 하였는데, 명칭 밖의 도를 누가 세웁니까?" 

  "이름을 빌리어 도라고 할 뿐이지, 도가 스스로 이름을 짓지는 않느니라."

  "스스로가 도라고 이름을 짓지 않았다면 노행자는 어떻게 안 것입니까?"

  "아는 곳은 노씨의 경계가 아니니라."

  "어떤 것이 노씨의 경계입니까?"

  "샛별을 뒤로 하고, 소를 거꾸로 타는 것이니라."

  "미륵은 원래 석가의 스승이었는데 석가에게 무슨 증험이 있어서 현묘하게 9겁을 초월했습니까?" 

  "보배로운 곳은 멀고 가깝고가 없지만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다."

  "빠르고 더딘 것 외에 또 나눕니까?"

  "어찌 나누지 않겠는가?"

  "어떻게 나눕니까?"

  "석가는 먼저 도달하지 않았고, 미륵은 뒤에 이르지 않았느니라."

  "그렇다면 계족산에서 옷을 들고 누구를 기다린 것입니까?"

  "먼 소식은 다만 보처에게나 전해야 하느니라."

  "전한 뒤엔 어떠합니까?"

  "용화(龍華) 회상에 자씨(慈氏)가 없느니라."

  "보처(補處), 그는 또 누구입니까?"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자씨에게 물어 보라."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9 권 > 466 - 475쪽

K.1503(45-233), 


  선사께서 상당하자 대중이 모였다.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허공에서 어떤 사람이 설법을 하는데 그 소리가 범천을 진동시킨다. 여러분도 듣는가? 만일 듣지 못했거든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오래 서 있었다. 잘 가거라."

  이에 대중이 막 흩어지려는데 선사께서 다시 대중을 불렀다. 대중이 고개를 돌리니, 선사께서 말했다.

  "이야기를 잘못 전하지 말라."

  "해가 한복판에 있을 때는 어떠합니까?"

  "마치 한밤중과 같으니라."

  "그럴 때, 해는 어디에 있습니까?"

  "한복판에 있느니라."

  "해가 한복판에 있다면 어떻게 한밤중과 같습니까?"

  "한밤중에도 해는 역시 한복판에 있다."

  "빛은 비추기는 합니까?"

  "흰 구름이 광채를 뿜으니 달 속의 그림자가 퍼지지 않느니라."

  이에 선사께서 다시 게송을 읊었다.

  

  한나절에 해가 둥글어도 비치지 않다가 

  도리어 삼경을 가리키자 잠시 사람들께 보인다. 

  밝고 어둠으로 앞의 일만 없애려하지 말라. 

  등(燈) 근처의 구족한 몸은 아니었노라.

  當午曰輪圓不照 却指三更暫示人 

  莫將明暗消前事 不是燈邊具足身

  

  "성인의 미혹과 범부의 미혹을 어떻게 구별합니까?"

  "성인의 미혹은 어둡기가 옷칠 같고, 범부의 미혹은 밝기가 해 같으니라."

  "성인의 미혹은 어찌하여 어둡기가 옷칠 같습니까?"

  "죽은 스님의 면전이라는 말도 듣지 못했느냐"

  

  "범부의 미혹은 어째서 밝기가 해와 같습니까?"

  "그대들의 의식이 맺힌 곳이 많기 때문이니라."

  "범부에도 성인에도 속하지 않는 경지(境地)를 어떻게 가려냅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천 개의 눈으로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세상 지혜와 부처 지혜는 이름은 같으나 본체는 다르다'했는데 세상 지혜와 부처 지혜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그대는 반딧불이 빛과 햇빛이 어떻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우수함과 열등함이 분명하겠습니다."

  "그대들이 하인이다, 주인이다 하기에 그러므로 다르니라."

  "다르다면 어째서 옛사람이 '몸과 마음이 한결 같아서 몸 밖에 다른 것이 없다'고 말하셨습니까?"

  "사물이 만약 완전하다면 무슨 같고 다름이 있겠는가?"

  

  법조 화상께 물었다.

  "듣건대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수는 용(用)이라'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소."

  "또 듣건대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수는 방두(方頭:머리가 나쁜 이)이다' 하셨다는데 무슨 뜻입니까?"

  "가는 것이야 오늘부터 가라마는 방두가 아니면 무엇이겠소?"

  "방두도 돌아옵니까?"

  "10명의 식구 중 9명이 떠드는데 한 명은 알지 못하오."

  "알지 못한다면 화상께선 어찌하여 문수를 방두라 하십니까?"

  "천 강에 달빛을 나누어주었지만 그 달빛 언제 푸른 하늘에서 내려온 적이 있던가?"

  "그러할 때에 문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선사께서 말했다.

  "머금고 있는 사이에 예전의 이름을 잃었다."

  

  "아홉 사람이 그렇게 와서, 무슨 소식을 전합니까?"

  "아홉 사람은 뜻을 얻지 못했다."

  "뜻을 얻지 못했다면서 무슨 소식을 전합니까?"

  "바로 그것이 소식을 전하는 경지(境地)이다."

  "누구의 말을 전합니까?"

  "차라리 혀를 끊을지언정 나라님의 휘자를 범할 수는 없느니라."

  "법우(法雨)가 골고루 적셔 주는데, 마른 나무는 어찌하여 꽃이 없습니까?"

  "듣지 못했는가? 높은 초원이 육지라는 말을."

  "끝내 꽃을 피울 때가 있겠습니까?"

  "꽃을 피운다면 마른 나무라 할 수는 없느니라."

  "옛사람은 어찌하여 '마른 나무에 한 떨기의 꽃이 핀다' 하였습니까?"

  "한 사람은 말을 않고, 한 사람은 구역질을 한다면 그대가 말해 보아라."

  "털을 쓰고 뿔을 인 사람은 어떤 지위에 머뭅니까?"

  "백은을 땅으로 삼고 황금으로 담을 만든다."

  "이 사람에게도 스승이 있겠습니까?"

  "있느니라."

  "어떤 것이 이 사람의 스승입니까?"

  "털도 쓰지 않고 뿔도 이지 않은 사람이니라."

  "옛사람은 어째서 '설사 털을 쓰지 않고 뿔을 이지 않아도 교섭할 길이 없다'고 말하였습니까?"

  "옛사람은 다른 가운데 다른 것[異中異]을 밝히기 위하여 거듭 얼굴을 씻느니라."

  "중·하의 근기는 끊어 보내는 방편을 빌려야 합니까?"

  "이는 간곡한 방편에 떨어지는 것이다."

  "상상의 근기도 끊어 보냄을 빌립니까?"

  "집안의 가장은 씹던 밥을 먹지 않느니라."

  "옛사람은 어째서 '설사 상상의 근기라도 일깨워 주어야 된다'고 말하겠습니까?"

  

  "뚜렷하게 걷어올리고서 떠나면 누가 있어 그대같이 흔들거리랴?"

  "그렇다면 흔들거리는 것 역시 잘라버려야 되겠군요?"

  "그러하니라."

  "상상의 근기를 어떻게 일깨워 주어야 합니까?"

  "닭이 홰를 치는 시간을 넘겨도 어떤 사람은 놀라지 않느니라."

  "큰 천제(闡提)에 속하는 사람은 어떤 짐을 꾸립니까?"

  "칼날을 드러내고 칼을 치켜드느니라."

  "누구를 죽이려 합니까?"

  "모든 성인과 부처와 조사를 항시 없애야 한다."

  "물리친 뒤엔 이 사람을 어디서 죽여야 합니까?"

  "밥상 앞에 모인 자리에서 죽여야 하느니라."

  "죽인 뒤엔 어떠합니까?"

  "해오라기는 눈 숲에 들어가지 않느니라."

  "금방 난 자식에게도 생애라는 것이 있습니까?"

  "봉이 하늘에 오르나 푸른 구름은 알지 못하느니라."

  "문안에 든 뒤의 일은 어떠합니까?"

  "문안에서는 흰머리를 잊어버리느니라."

  "그렇다면 나이 젊은 아비가 있는 줄은 모르겠습니다."

  "해오라기가 이미 눈 숲에 들어와 있느니라."

  "그러할 때에도 가릴 곳이 있겠습니까?"

  "해오라기가 없지는 않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산 밑 단월(檀越) 집의 한 마리 수고우(水牯牛) 되리라' 했는데, 그 수고우를 살쾡이나 흰물소와 분별합니까?"

  "분별을 왜 안하는가? 해야지."

  "어떻게 분별합니까?"

  "살쾡이와 흰물소는 머리에 뿔이 없지만 산밑의 수고우는 뿔이 다시 나느니라."

  "그렇다면 옛사람이 한 마리의 수고우가 되었겠습니다."

  "만일 한 마리의 수고우가 되었다면 옛사람을 굴욕되게 함이니라."

  

  "화상께서는 조금 전에 어찌하여 뿔이 다시 난다 하셨습니까?"

  "다시 뿔이 나면 가엾어서 머리를 자르지 못하고 뿔이 없으면 무리에 들지 못하느니라."

  "위로부터 전하는 종승(宗乘)을 청해 묻는 것이 옳습니까? 청해 묻지 않는 것이 옳습니까?"

  "3년 동안 크게 가물어도 동해 바다는 모르느니라."

  "그렇다면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안에서도 얻을 수 없느니라."

  "안에서도 얻을 수 없고 밖에서도 얻을 수 없을 때는 어떠합니까?"

  "구족한 것도 아니요, 모자라는 것도 아니니라."

  "끝내 어떠합니까?"

  "궁구해도 다하지 못하느니라."

  "불(佛)·법(法) 두 글자가 마치 원수와 같을 때는 어떠합니까?"

  "토끼의 뿔은 그대 마음대로 가지라마는 토끼는 나에게 돌려 다오."

  "토끼에게 어찌 뿔이 있겠습니까?"

  "불·법, 두 글자는 무엇에 근거해 세웠는가?"

  "세우지 않은 자는 어떠합니까?"

  "토끼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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