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19. 만법과 일심 / 영명 연수(永明延壽)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0:37

 

 

 

  영명 연수(永明延壽:904~975)스님이 스스로 물었다.

   이 근본 식심(識心)을 일체법의 체(體)라 하고, 항상하여 움직이지 않는다[常主不動]고도 하였다.   그렇다면 만법은 이 한마음[一心]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한 마음에서 떠나 있는 것인가?   만일 만법이 마음에 있다면 만법이란 변해가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 마음을 항상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하는가?   한편, 만법이 이 마음에서 떠나 있다면 어떻게 일체법의 체(體)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는 스스로 이렇게 답하였다.

 

   열리고 닫히는 것은 연을 따를 뿐

   즉한 것도 떠난 것도 모두 아니다

   연이 모이기에 닫힌다[合]하고

   연이 흩어지기에 열린다[開]하니

   열리고 닫히는 건 오로지 인연일 뿐

   쥐고 펴는 주체는 없다

   연은 모이고 흩어질 뿐

   연 또한 본래 빈[空] 것이라

   이것도 저것도 알지 못하니

   주관과 객관이 모두 고요하다.

 

   開合隨緣    非卽非離

   以緣會故合    以緣散故開

   開合但緣    卷舒無體

   緣但開合    緣亦本空

   彼此無知    能所俱寂

 

그리고 「밀엄경(密嚴經)」의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비유컨대 쇠와 돌 등에는

   본래 물기가 없지만

   물과 함께 섞이면

   물기가 흐르듯이

   장식(藏識)도 그러하여

   본체는 흐르는 것이 아니나

   모든 식(識)이 함께 상응하면

   사물[法]과 함께 흘러 변한다

   마치 쇳가루가 자석을 따라서

   빙빙 돌며 옮겨가는 것같이

   두 가지 모두 생각이 없지만

   그 형상은 마치 생각이 있는 듯하네

   제 8식과 제 7식도

   이런 줄을 알아야 하리

   습관의 끈에 얽매여

   사람이란 있는 것이 아니면서도 있는 듯하니

   세계에 두루한 중생의 몸이

   5음 6취(五陰六趣)를 두루다니는 것이

   쇳가루가 자석에 이끌려

   빙빙 돌면서도 모르는 것과 같은것.

 

   譬如金石等    本來無水相

   與水共和合    若水而流動

   藏識亦如是    體非流動流

   諸識共相應    與法同流轉

   如鐵因磁石    周回而轉移

   二俱無有思    狀若有思覺

   賴耶與七識    當知亦復然

   習繩之所繫    無人而若有

   普徧衆生身    周行諸陰趣

   如鐵與磁石    展轉不相知

 

   내, 일찍이 일체 중생을 잘 살펴보니 변하고 움직이는 가운데 미혹하여 이에 따라 마음을 내고 집착하며 실재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잘못된 생각 때문에 생사와 죄복이 있는 것이니 마치 어린아이가 스스로 빙빙 돌다가 머리가 어지러우면 집이 빙글빙글 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방편을 마련하시어 마음이 없는 무정들을 천류케 하시니 마음이 본디 고요한 줄 알면 그것이 바로 무생(無生)의 대 해탈문으로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