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록(懶翁錄)

20. 대어 (對語)*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6:49

 

 

 

20. 대어 (對語)*

 

 무제 (武帝) 가 달마에게 "내 앞에 있는 이는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달마가"모른다"
고 대답하니 무제가 말이 없었다. 이에 대해 보녕 (保寧) 스님은 대신해 혀를 내어보였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들려 주고는 "천지가 하나로 통한다" 하셨다.

태종 (太宗) 이 한 스님에게 "어디서 오시오" 하고 묻자 그 스님이 "와운 (臥雲) 에서 옵니
다" 하니 왕은 "와운은 궁벽한 곳이라 천자에게 조회하지 않는데 무엇하러 왔는가" 하였다.
이에 대해 보녕스님이 대신해 말하기를, "밝음을 만나면 드러나는 것입니다" 하였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들려 주고는 "정치가 잘 되는데 누가 달아나겠는가" 하셨다.

적 (寂) 대사가 삼계도 (三界圖) 를 올렸을 때 임금이 묻기를, "나는 어느 세계에 있습니
까?" 하니 적대사는 대답이 없었다. 보녕스님이 대신해 말하기를, "폐하께서야 어디로 가신
들 누가 존칭하지 않겠나이까" 하였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들려 주고는 "합장하고 몸을 굽히는데 누가 우러러보지 않겠는가" 하셨
다.

고사인 (高舍人) 이 한 스님에게 "시방세계가 모두 부처라면 어느 것이 보신 (報身) 이며 어
느 것이 법신 (法身) 입니까?" 하고 물었다. 보녕스님이 그 스님을 대신해서 "사인님, 다시
누구냐고 물어 보십시오" 하였다.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려 주고는 "비구니 〔師姑〕 는 여자로 된 것이니라" 하셨다.

설봉 (雪峰) 스님이 덕산 (德山) 스님에게 "옛부터 내려오는 종승 (宗乘) 의 일에 저도 한
몫이 있습니까?" 하였다. 덕산스님이 때리면서, "무어라고 말하는가?" 하니 설봉스님은 말이
없었다. 보녕스님이 대신해 말하기를, "가슴을 치고 곧 나가라" 하였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들려 주고는 "발을 밟고 나가라" 하셨다.

남전 (南泉) 스님이 양흠 (良欽) 에게 물었다.
"공겁 (空劫)  중에도 부처가 있는가?"
양흠이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그는 어떤 부처인가?"
"양흠입니다."
"어느 세계에 사는가?"
양흠이 말이 없었다.
보녕스님이 대신해 말하기를, "선상 (禪滅) 을 한 바퀴 돌고 나가라" 하였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들려 주고는 "어느 세계에 사는가?"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