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록(懶翁錄)

18. 숙녕옹주 묘선 (淑寧翁主 妙善) 에게 드리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6:47

 

 

 

18. 숙녕옹주 묘선 (淑寧翁主 妙善) 에게 드리는 글

 

 이 한 가지 큰 일을 성취하려면 그것은 승속이나 남녀나 초기 (初機) ·후학 (後學) 에 있
지 않고, 오직 당사자의 마지막 진실한 한 생각에 있을 뿐입니다. 제가 옹주를 보매 천성이
남과 다른 데가 있어, 본래부터 사심이나 의심이나 미혹한 마음이 없고, 오직 전심으로 더
없는 〔無上〕  보리를 구하려는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이 어찌 과거 무량겁으로부터 선지
식을 가까이하여 반야의 바른 법을 훈습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옛사람의 말에, `장부
란 남자 여자의 형상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요, 네 가지 법 〔四法〕 을 갖추면 그를 장부
라 한다' 하였습니다.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선지식을 가까이하는 것이요, 둘째는 바른 법
을 듣는 것이며, 셋째는 그 뜻을 생각하는 것이요, 넷째는 그 말대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법을 갖추면 참으로 장부라 하고, 이 네 가지 법이 없으면 비록 남자의 몸이라 하
더라도 장부라 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옹주님도 이 말을 확실히 믿고 그저 날마다 스물 네 시간 행주좌와의 4위의 (四威
儀)  속에서 오직 본래 참구하던 화두만을 들되 끊이지 않고 들며 쉬지 않고 의심하면 고요
하거나 시끄러운 가운데서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고,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의심하지 않아
도 저절로 의심되며, 자나깨나 화두가 앞에 나타나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고 일어나려 해
도 일어나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러 모르는 사이에 몸을 뒤쳐 한 번 내던지
면, 거기는 여자의 몸을 바꾸어 남자가 되고 남자 몸을 바꾸어 부처를 이루는 곳이 될 것입
니다. 간절히 부탁하고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