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Ⅰ. 종체(宗體)를 나타냄

通達無我法者 2008. 3. 24. 11:04

 

Ⅰ. 종체(宗體)를 나타냄

은정희 역주/일지사/자료입력:도규희

 

 

【소(疏)】
이 기신론을 해석하려함에 대략 세 가지 문이 있으니, 처음은 종체(宗體)1) 를 나타냈고, 다음은 제명(題名)을 해석했으며, 세 번째는 글에 따라 뜻을 나타내었다.
〔將釋此論, 略有三門, 初標宗體, 此釋題名, 其第三者依文顯義.〕

처음 종체(宗體)를 나타내는 것은, 저 대승(大乘)의 체(體)됨이 고요하여 적막하며, 깊어서 그윽하다. (이 대승의 제가 깊고) 깊고 또 깊으나2) 어찌 만상(萬像)의 밖을 벗어났겠으며, 고요하고 또 고요하나 오히려 백가(百家)의 말 속에 있다. 만상의 밖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오안(五眼)3)으로 그 몸을 볼 수 없으며, 이기영 역 :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오안으로도 그 몸을 능히 볼 수 없으며.
4) 백가의 말 속에 있으나 사변(四辯)5)으로 그 모양을 말할 수 없다.6)
크다고 말하고 싶으나 안이 없는 것에 들어가도 남음이 없고,7) 작다고 말하고 싶으나 밖이 없는 것을 감싸고도 남음이 있다.8) 유(有)로 이끌려고 하나 진여(眞如)도 이를 써서 공(空)하고, 무(無)에 두려고 하나 만물이 이(대승의 체)를 타고 생기니, 무엇이라고 말해야 될지 몰라 억지로 이름하여 대승이라고 한다.
〔 第一標宗體者. 然夫大乘之爲體也. 簫焉空寂, 湛爾沖玄, 玄之又玄之, 豈出萬像之表, 寂之又寂之. 猶在百家談. 非像表也. 五眼不能見其軀. 在言裏也 , 四辯不能談其狀. 欲言大矣, 人無內而莫遺. 欲言微 苞無外而有餘. 引之於有, 一如用之而空. 獲之於無, 萬物乘之而生. 不知何以言之, 强號之謂大乘.〕

【별기(別記)】
그 체가 텅 비었음이여, 태허(太虛)와 같아서 사사로움이 없으며, 그 체가 넓음이여, 큰 바다와 같아서 지극히 공변됨이 있다. 지극히 공변됨이 있기 때문에 동(動)과 정(靜)이 뒤따라 이루어지며,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염정(染淨)이 이에 융합된다. 염정이 융합되므로 진속(眞俗)이 평등하며, 동정(動靜)이 이루어지므로 승강(昇降)이 가지런하지 않다. 승강이 가지런하지 않으므로 감응(感應)의 길이 통하며, 진속이 평등하므로 생각하는 길이 끊어졌다. 생각하는 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이 대승을 체득(體得)한 이는 그림자와 울림을 타서 방소(方所)가 없고, 감응의 길이 통하기 때문에 이 대승을 구하는 이는 명상(名相)을 초월하여 돌아가는 데가 있다. 타는 바의 영향(影響)은 나타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으며, 이미 명상을 초월하였으니 무엇을 초월하고 어디로 돌아가겠는가? 이를 이치가 없는 지극한 이치라 하며, 그러하지 않으면서 크게 그러한 것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別記 其體也. 曠兮其若太虛而無其私焉 . 蕩 其若巨海而有至公焉. 有至公故, 動靜隨成. 無其私故, 染淨斯融. 染淨融故, 眞俗平等. 動靜成故, 昇降參差. 昇降差故, 感應路通. 眞俗等故, 思議路絶. 思議絶故, 體之者, 乘影響而無方. 感應通故, 祈之者, 超名相而有歸. 所乘影響, 非形非說. 旣超名相, 何超何歸. 是謂無理之至理. 不然之大然也.〕

【소(疏)】
스스로 두구대사(杜口大士)와 목격장부(目擊丈夫)가 아닐진대 누가 말이 떠난 중에서 대승을 논할 수 있으며, 생각이 끊어진 데서 깊은 믿음을 일으킬 것인가? 그러므로 마명보살(馬鳴菩薩)이 무연대비(無緣大悲)로써 저 무명(無明)의 헛된 바람이 미음 바다를 요동시켜 떠다니기 쉬움을 불쌍히 여기고, 이 본각(本覺)의 참된 성품이 긴 꿈에 잠들어 깨어나기 어려움을 가엾게 여기어, 이에 동체지력(同體智力)으로 이 논을 짓고 여래(如來)의 깊은 (뜻을 담은) 경의 오묘한 뜻을 찬술하여, 배우는 자로 하여금 한 두루마리의 책을 잠시 열어서 삼장(三藏)의 뜻을 두루 탐구하게 하고,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경계를 길이 쉬어서 드디어 일심(一心)의 근원에 돌아가게 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自非杜口大士, 目擊丈夫, 誰能論大乘於雜言, 起深信於絶慮者哉. 所以馬鳴菩薩, 無綠大悲. 傷彼無明妄風, 動心海而易漂. 愍此本覺眞性, 睡長夢而難悟. 於是同體智力堪造此論. 撰述如來深經奧義. 欲使爲學者 開一軸, ?探三藏之旨, 爲道者永息萬境, 遂還一心之原.〕

【별기(別記)】
그 논이 세우지 않는 것이 없으며, 깨뜨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 중관론(中觀論)과 십이문론(十二門論)같은 것들은 모든 집착을 두루 깨뜨리며 또한 깨뜨린 것도 깨뜨리되, 깨뜨리는 것(能破)과 깨뜨림을 당한 것(所破)을 다시 인정하지 않으니, 이것을 보내기만 하고 두루 미치지 않는 논이라고 말한다. 또 유가론(瑜伽論)과 섭대승론 같은 것들은 깊고 얕은 이론들을 온통 다 세워서 법문을 판별하였으되, 스스로 세운 법을 모두 버리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을 주기만 하고 빼앗지는 않는 논이라고 말한다.
이제 이 기신론은 지혜스럽기도 하고 어질기도 하며, 깊기도 하고 넓기도 하여, 세우지 않는 바가 없으면서 스스로 버리고, 깨뜨리지 않는 바가 없으면서 도리어 인정하고 있다. 도리어 인정한다는 것은, 저 가는 자가 가는 것이 다하여 두루 세움을 나타내며, 스스로 버린다는 것은, 이 주는 자가 주는 것을 다하여 빼앗는 것을 밝힌 것이니, 이것을 모든 논의 조종(祖宗)이며 모든 쟁론을 평정시키는 주인이라고 말한다.

【소(疏)】
서술한 바는 넓지만 간략하게 말할 수 있으니, 일심(一心)에서 이문(二門)을 열어서 마라백팔(摩羅百八)의 넓은 가르침(능가경의 가르침)을 총괄하였으며, 현상의 물든 것에서 본성의 깨끗함을 보여 유사십오(踰사十五)의 깊은 뜻(승만경의 가르침)을 널리 종합하였다. 그 밖에 곡림일미(鵠林一味)의 종지(열반경의 가르침)와 취산무이(鷲山無二)의 취지(법화경의 가르침)와 금광명경(金光明經)과 대승동성경(大乘同性經)의 삼신(三身)의 극과(極果:지극한 결과)와 화엄경(華嚴經)과 보살영락경(菩薩瓔珞經)의 사계(四階)의 깊은 인연과,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과 대방등대집경(大方等大集經)의 넓고 호탕한 지극한 도리와 대승대방등일장경(大乘大方等日藏經)과 대방등대집월장경(大方等大集月藏經)의 은밀한 현문(玄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러한 것들 가운데 여러 경전의 핵심을 하나로 꿰뚫은 것은 오직 이 기신론뿐이다. 그러므로 아래 문장에서 말하기를
“여래(如來)의 광대하고 깊은 법의 한량없는 뜻을 총섭(總攝)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기신론을 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所述雖廣. 可略而言. 開二門於一心, 總括摩羅 百八之廣誥. 示性淨於相染, 普宗踰?十五之 致. 至如鵠林一味之宗, 鷲山無二之趣, 金鼓同性三身之極果, 華嚴瓔珞四階之深因, 大品大集曠蕩之至道, 日藏月藏微密之玄門. 凡此等輩中衆典之肝心, 一以貫之者, 其唯此論乎. 故下文言, 爲欲總攝如來廣大深無邊義故, 應設此論.〕

이 논의 뜻이 이미 이러하여 펼쳐보면 무량무변(無量無邊)한 뜻으로 종지(宗旨)를 삼고, 합해본다면 일심이문(二門一心)의 법으로 요체를 삼고 있다. 이문(二門)의 안에 만 가지 뜻을 받아들이면서도 어지럽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뜻이 일심(一心)과 같아서 혼융(混融)되어 있으니, 이러므로 개합(開合:펼침과 합함)이 자재하며 입파(立破:세움과 깨뜨림)가 걸림이 없어서, 펼쳐도 번잡하지 않고 합하여도 협착(狹窄)하지 않으며, 세워도 얻음이 없고 깨뜨려도 잃음이 없으니, 이것이 마명(馬鳴)의 뛰어난 술법이며 기신론의 종체(宗體)이다.
〔此論之意, 旣其如是, 開則無量無邊之義爲宗, 合則二門一心之法爲要. 二門之內, 容萬義而不亂. 無邊之義, 同一心而混融, 是以開合自在. 立破無?. 開而不繁. 合而不狹. 立而無得. 破而無失. 是爲馬鳴之妙術. 起信之宗體也.〕

그러나 이 논의 의취(意趣)가 심원하여 종래에 주석하는 사람들 중에 그 종지를 갖춘 사람이 적으니, 이는 진실로 각자 익힌 바를 벗어나지 못한 채 문장에 이끌려서, 마음을 비워 종지를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논주(論主)의 뜻에 가깝지 아니하니, 어떤 이는 잎사귀를 잡고서 줄기를 잃으며, 어떤 이는 옷깃을 끊어서 소매에 붙이며, 어떤 이는 가지를 잘라서 뿌리에 두르기도 한다. 이제 바로 기신론의 글에 따라 이 논이 의거하여 찬술한 경본(經本)을 끌어다 해당시켰으니 뜻을 같이 하는 이는 참작(消息)하기 바란다. 종체를 드러냄을 마치다.
〔然以此論意趣深 . 從來釋者 具其宗. 良由各守所習而 文. 不能虛 而辱旨. 所以不近論主之意. 或 源而述流. 或把葉而亡幹. 或割領而補袖. 或折枝而帶根. 今直依此論文. 當所述經本. 庶同趣者消息之耳. 標宗體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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