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금시조를 만났을 때 / 조사들의 선문답

通達無我法者 2008. 4.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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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님이 황룡스님에게 물었다.
" 황룡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막상 와 보니 능구렁이
[赤斑蛇]만 보이는군요."
" 그대는 능구렁이만 보았지 황룡은 아직 보질 못했군."
" 어떤 것이 황룡입니까?"
" 굽이굽이 서려 있지."

 

" 갑자기 금시조(金翅鳥)를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겠지."
" 그렇다면 그 금시조를 만나면 먹히겠군요."
" 그대의 공양에 감사드리오."
( 벽암록)

 

 

석일(昔日)에 어느 선사께서 상당하시어 대중에게 물으시기를,

"문득 금시조를 만나서는 어떻게 하려는고?"하니,

 

등은봉(鄧隱峰) 선사는 가사(袈裟)를 둘러쓰고

법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버리셨다.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은 1961년 28세 되던 해 가을,

드디어 '향엄상수화' 화두의 관문을 뚫었다.

스님은 다음의 오도송을 지어 향곡 스님에게 바쳤다.

이 주장자, 이 진리를 몇 사람이나 알꼬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다 알지 못하누나.
한 막대기 주장자가 문득 금룡으로 화해서
한량없는 조화를 자유자재 하는구나.

 

그러자 향곡 스님이 물었다.
" 용이 홀연히 금시조를 만난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 당황하여 몸을 굽히고 세 걸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자 향곡 스님은 "옳다, 옳다." 하면서 크게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