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어록(達磨語錄)

중도론(中道論)-3. 마음에 머물지 않는 한 모든 것이 완전하다

通達無我法者 2008. 9. 20. 14:55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소리쳤다.
"거기에 있는 자는 누구냐?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 사람은 도둑이 아니었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소리치지 마시오. 다른 사람들의 잠을 깨우지 마시오.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오. 나는 내 낙타를 찾고 있소. 내 낙타는 당신이 잠들기 시작한 시간에 잃어버렸소."

왕은 왕궁의 지붕 위에서 낙타를 찾고 있는 이 미친 사람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호위병들을 불러 그 미친 사람을 잡아오도록 했다. 그런데 왕궁을 다 뒤져도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왕은 궁전 뜰에 앉아 있었는데 어젯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은 즉시 소리쳤다.
"여봐라, 그 사람을 데리고 오라."

그때 그는 왕궁의 대문 앞에서 상인들의 천막을 치려고 호위병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호위병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서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이곳은 왕궁이지 상인들이 숙소가 아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말했다.
"나는 이곳이 상인들의 숙고인 것으로 한다. 당신은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들여보내 달라. 이 문제를 왕과 이야기하겠다. 만약 왕에게 이곳이 상인들의 숙소인 것을 확인시킬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만약 왕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때 한 신하가 와서 왕이 이 사람을 부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수피는 왕에게 불려갔다.
왕은 그를 보자 입을 열었다.
"그대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그대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그대는 어제 내 궁전의 지붕 위에서 낙타를 찾고 있었고, 지금은 이 왕궁을 그대의 숙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이해력이 있어 보이는 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면 내 말이 통하겠소. 그렇소, 내가 바로 어젯밤 왕궁의 지붕 위에서 낙타를 찾던 사람이오. 하지만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보지는 마시오. 만약 당신이 황금보좌에 앉아서 축복을 받기를 원한다면, 또 산 사람을 불에 태워 죽이거나 칼로 처형하면서 신을 찾고 있다면, 내가 왕궁의 지붕 위에서 낙타를 찾는 것이 뭐 그리 이상하단 말이오? 만약 내가 미쳤다면 당신 역시 미친 사람이오. 나는 전에 당신이 앉아 있는 똑 같은 자리에 당신보다 좀더 늙은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소."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그 사람은 바로 나의 부친이오. 이제 그는 돌아가셨소."

그러자 그 수피가 말했다.
"그전에 나는 그 사람보다 더욱 늙은 당신처럼 생긴 사람을 보았소."

왕이 말했다.
"맞았소. 그 사람은 나의 할아버지요."

그 수피가 말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소?"

왕이 대답했다.
"그분 역시 돌아가셨소."

그러자 그 수피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언제 죽을 것이오? 나는 이전에 당신의 할아버지와 이 문제를 이야기했소. 그리고 그후에 당신의 아버지와도 이야기했소. 그들 역시 이곳이 자신들의 집이라 생각했소. 그런데 그 가엾은 사람들은 이제 무덤 속에 있소. 이제 나는 그 문제를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신 역시 곧 무덤 속으로 들어갈 것이오. 집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은 잠을 자고 나면 다른 데로 가야하니 말이오."

왕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역시 모두 침묵에 빠졌다. 이윽고 그 수피가 말했다.
"만약 당신의 집이 어딘가를 진정 알고 싶다면 당신이 묻히게 될 무덤에 가 보시오. 그곳에는 당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있을 것이오. 그곳이 바로 당신의 진짜 나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상인들의 숙소에서처럼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고 말한 것이오."

왕은 이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왕은 자리에 일어나 말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내가 틀렸습니다. 당신이 옳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곳에서 머물다 가십시오. 나는 진짜 내 집을 찾아가겠습니다. 이곳은 나의 집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상인들이 하룻밤 머물다 가는 여관이다. 달마의 어록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것은 자신의 집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것은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진짜 집은 더 이상 그대가 떠날 곳이 없는 영원하고 궁극적이며 절대적인 귀환처이다. 존재하는 것에서 고통을 받지 않는 것은 도(道)에 이르는 것이며 망상을 피우지 않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이 말을 간단히 줄인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마음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해탈이며, 진정한 집을 찾는 것이며, 도에 이르는 것이다.

무지에 몰두하지 않는 것이 지혜이다. 사람들은 무지에 몰두하지 않기에 이 말은 매우 이상스럽게 들린다. 아무도 무지 속에 몰두하기를 원치 않는다. 왜 사람들이 무지에 몰두하고 싶어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고 싶다. 하지만 그 뜻은 똑같다. 그 말은 이렇게 바꾸고 싶다. 지식에 몰두하지 않는 것이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