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經五家解·덕민스님

선현기청분/1/빙소와해(氷消瓦解)의 당처를 간파하라

通達無我法者 2008. 9. 28. 15:26

 

[圭峰]第二 依天親論 約答問斷疑科釋 摠分四段 一 善現申請 又二 一 整儀讚佛
두 번째는 천친의 반야론에 의거하여, 문답(問答)을 통해 의심을 끊어가는 방향으로 과목을 해석하였다. 총체적으로는 네 단계로 나누었는데, 그 첫 째는 선현(善現)이 거듭 청하는 내용이다. 또, 그 가운데 둘이 있으니, 첫 째는 위의를 갖추어 부처님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善現起請分第二
(선현이 일어나 부처님께 법문을 청함)

時 長老須菩提 在大衆中 卽從座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世尊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이 때에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계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 공경하며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하셨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을 잘 호념해 주시고 모든 보살에게 잘 부촉해주시나이다.”

<보충설명1> 부처님께서 금강경에 관해 법문하신 핵심내용은 이미 법회인유분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즉, 수행대중과 함께 탁발을 끝내고 환지본처하여 의발을 거두고 발을 씻고 선정에 드신 진공묘유의 청정모습이 바로 군더더기 없는 금강경의 핵심법문인 것입니다. 만일 상근기의 수행자라면 부처님의 이런 모습에서 곧바로 금강경 법문의 참 맛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행대중 가운데에는 부처님의 이 모습이 금강경 법문의 진수인 줄 알아채지 못하는 중근기와 하근기 수행자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중근기와 하근기의 수행자들을 위해 두 번째 분단인 선현기청분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선현기청분에서는 수보리가 공경의 예를 갖추어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질문을 드리는 장중한 장면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수보리는 부처님과 똑 같은 한 마음으로 금강경 의 진공묘유에 관해 이미 통달하고 있었지만 낮은 근기의 수행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들의 대변자가 되어 부처님께 질문을 드리는 것입니다. 수보리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수보리의 의중을 꿰뚫어 알고 적멸의 세계에서 나와 수고롭게 언설의 바다에 나오셨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수보리의 청을 받아 법문을 펼쳐주는 것은 모두 금강경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입니다. 우리는 모두 부처님과 우리 사이에 수보리라는 대변인을 두지 않고 우리 자신이 직접 수보리가 되어야 합니다.
<보충설명2> 善現: 수보리 존자를 말함.
<보충설명3> 偏袒右肩 右膝着地: 인도 사람들이 높은 사람에게 공경을 표하는 최상의 예절.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쪽 무릎을 땅에 댄다.
<보충설명4> 護念: 명심하여 지키는 것. 불· 보살· 하늘이 수행자를 염려하여 두호하는 것. 여기서는 부처님께서 보살들을 위해 직접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고 지켜주는 것을 말함.
<보충설명5> 付囑: 대승보살은 소승보살을 인도하고, 소승보살은 대승보살을 잘 따르면서 서로 탁마해 나가는 것.


[說]楊歧 云黃面老子 幸自可憐生 被須菩提 出來道介希有 當下 氷消瓦解 此老此說 只要敎人 向劫外承當 所以 大慧 擧此話云黃面老子 不下一言 須菩提 見介甚麽道理 便道希有 但向楊歧 氷消瓦解處看 自然看得破 一生參學事畢 又古德 頌云四溟 風息月當天 不動波瀾駕鐵船 賴得空生 重漏洩 免同良馬暗窺鞭 則世尊 端坐 不下一言處 最初一句子 覿面提持 向諸人面前 兩手 分付了也 須菩提 早知如是 出來道希有 不有須菩提 誰知暗中明 因憶毘耶 當日事 一聲雷震三千界
양기가 이르기를 “황면노자가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셨도다.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서 나와 ‘희유하십니다’ 라고 말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얼음이 녹아버리고 기와가 바스러지는 것처럼 되었도다.”라 하였다. 양기노장의 이 말씀은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劫 밖을 향하여 알아차리게 하려는 소식이다. 그래서 대혜가 이 말을 들추어 가로되 “황면노자가 한 말씀도 내리지 않았거늘 수보리가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문득 희유하다고 말했는가? 다만 양기스님이 말한 빙소와해(氷消瓦解)의 당처를 향해 보고 자연히 간파하면 일생의 공부를 마칠 것이다.” 하셨다. 또, 고덕이 송(頌)하여 이르길 “사해(四海)에 바람이 잠잠하고 달이 하늘에 걸렸으니, 파도 한 점 일어나지 않고도 철선(鐵船)에 올랐도다. 수보리가 거듭 누설해 줌에 힘입어, 좋은 말이 가만히 채찍을 엿봄과 같이 면하게 되었도다.” 하셨다. 이는 모두 세존께서 단정히 앉아 한 마디 말씀도 내리지 않은 그 곳에서 최초의 일구(一句)를 엿보아 잡아끌어서 모든 사람의 면전을 향해 두 손으로 (‘이것이다’라고) 분부해 주었음을 말한 것이다. 수보리가 이미 이 같은 도리를 알아채고 대중 가운데서 나와 ‘희유하십니다’ 하시니, 수보리가 아니었으면 누가 어둠 속의 밝은 진리를 알았겠는가. 이로써 비야리성의 그 때 일을 기억하건대 한 소리 우레가 삼천 대천 세계를 진동시켰도다.

<보충설명1> 양기선사가 빙소와해라고 표현한 까닭은, 진리는 언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보리가 청법하였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설법하였으니 얼음이 녹아내리고 기와가 풀어지는 것처럼 미진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함허스님은, 양기선사의 이 표현이 부처님이 법을 설하기 이전, 시간과 공간이 벌어지기 이전, 곧 劫外의 당처를 알게 하려는 취지라고 풀이해 주었습니다.
<보충설명2> 楊歧: 송나라 선장의 거두로서 양기파의 개조인 方會선사를 말함. 중국 원주 의춘 출신으로 속성은 冷. 균주 규봉에 갔다가 승려가 되어 여러 경전을 섭렵하고 각처로 다니며 정진하여 慈明에게 법을 받음. 원주 양기산에 머물면서 선풍을 크게 드날리고 운개산 해회사로 옮겨 임제의 정맥을 백은수단에게 전함.
<보충설명3> 出來道介의 ‘介’: 구어체에서 따라다니는 접미사.
<보충설명4> 見介甚麽道理의 ‘介’: 조사
<보충설명5> 風息月當天: 바람이 한 점도 없는 하늘은 體이며 하늘에 걸린 달은 진공묘유의 용.
<보충설명6> 毘耶 當日事: 유마거사가 침묵으로 설한 不二法門을 말함. 부처님께서 선정에 든 모습, 육조스님의 방아 찧는 모습, 달마스님의 면벽의 모습 등은 모두 유마거사의 침묵과 함께 절대평등의 진리를 보여주는 모습임.

 

출처:법보신문/덕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