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25〉마경(魔境)/수행자의 道 높아질수록 마장 생겨

通達無我法者 2009. 7. 12. 12:31

 

 

수행자의 道 높아질수록 마장 생겨

〈25〉마경(魔境)

 
 
“연이도고마성(然而道高魔盛)하야 역순만단(逆順萬端)이나 단능정념현전(但能正念現前)하면 일체불능류애(一切不能留)니라 여능엄경(如楞嚴經)과 천태지관(天台止觀)과 규봉(圭峰)의 수증의(修證儀)에 구명마사(具明魔事)하니 예비불우자(預備不虞者)는 불가부지야(不可不知也)니라.”
 
그러나 도가 높을수록 마(魔)가 치성하여 역(逆)과 순(順)이 끝이 없지만, 다만 정념(正念)이 현전(現前)한다면 일체에 걸릴 것이 없다. <능엄경(楞嚴經)>과 <천태지관(天台止觀)>과 규봉의 <수증의(修證儀)>에서 마의 일을 다 밝혔으니, 미리 대비하여 잘못됨이 없는 자는 가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앞장에서 좌선의 공능으로 좌선을 잘하면 몸이 가볍고 편안해지며, 정신이 상쾌하고 예리해지며, 정념이 분명해지고 법미가 정신을 도와 적연하고 청정하여 즐겁게 된다고 하는 네가지를 밝혀주었다. 그러나 이번 장에서는 이렇게 되어 점점 도가 높아지면 마 역시 치성하여 역과 순이 끝이 없게 된다고 하였다.
 
예로부터 좋은 일 뒤에는 장애가 많은데 이것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수행자의 도(道) 또한 높아질수록 마경(魔境)이 치성해지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고 한다.
 
이 장에서는 수행자라면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마경(魔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경, 또는 선병(禪病)은 반드시 선지식(善知識)에게 의지해서 배우거나 이를 가르치고 있는 경론(經論)을 읽고 배워서 대비해야만 한다.
 
오늘날 선(禪)은 몇몇 특정한 지역이나 사람들만의 수행법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그 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선에 대한 연구도 점점 활발해져가고 있다. 또한 선이 승가.재가, 불교인.비불교인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수행하는 수행법이 되고 있다는 것은 수행과 실참을 통해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禪病은 반드시 선지식에게 의지해
 
배우거나 이를 가르치고 있는
 
경론을 읽고 배워서 대비해야만 한다
 
 
그러나 선이 반드시 이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수행을 하는 도중 여러가지 경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에게 나타나는 경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어떤 경우는 당황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가끔 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수행하는 데에만 주력할 뿐,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으로 돌아가기 위한 선이 잘못하면 도리어 병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병을 얻더라도 대처하는 법을 몰라 방황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이때 올바른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잘못하여 삿된 스승을 만나면 영원히 구제하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잘못된 수행으로 인한 폐해(弊害)도 적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참선뿐만 아니라 기도, 염불, 독송 등 모든 수행을 하다보면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행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장애를 만난다. 이와 같이 선수행에서는 물론 일상생활 가운데에서도 생기는 장애를 보통 마장(魔障)이라고 한다.
 
마(魔)는 일반적으로 마구니 또는 악마라고 불리운다. 그러므로 선을 수행하는데 있어 마의 일을 잘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마의 일을 잘 알아야 마의 침입을 받지 않을 수 있고 또한 마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지금까지의 수행을 송두리째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옛날 선지식들은 수행자에게 반드시 마의 일을 잘 알아야 한다고 누누이 경책하였다.
 
그러므로 경(經)에서도 ‘마의 일과 마의 죄를 설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보살의 악지식(惡知識)’이라 하였고, 이 장에서도 ‘마를 미리 대비하여 잘못됨이 없는 자는 가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수행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정 중에 나타나는 경계와 장애를 올바르게 알면 두려워 할 것이 없게 되고, 오히려 그 경계와 장애는 자신의 수행을 도와주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경계와 장애들은 알면 약이 되지만 모르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장애에 대하여, 그 장애가 어디에서 비롯되며 그 현상은 어떠하고 대치법은 무엇인가를 알지 않으면 바르게 수행에 정진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마경(魔境)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좀 더 자세하게 다루어보기로 하겠다.
 
그러면 마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마(魔)는 범어 ma-ra의 음사어(音寫語)인 마라(魔羅)의 준말로 장애자(障碍者).살자(殺者).악자(惡者)라 번역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여 불도를 닦는 데 방해가 되는 가지가지 형태의 장애를 통칭해서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마구니라고 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혜명(慧命)을 빼앗고 도법(道法)의 공덕과 선근(善根)을 파괴하며 일체 역류하는 사람의 일을 파하고 열반을 기뻐하지 않기 때문에 마(魔)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마는 수행자의 공덕과 재물을 약탈하고 지혜의 근본을 죽이므로 악자(惡者)라 하기도 한다.
 
또한 마를 인격화하여 마라(魔羅)라고도 하는데, 이는 곧 마왕을 일컫는다. 마왕의 이름은 파순(波旬)이며 악마의 호칭이다. 마왕은 욕계(欲界)의 제6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높은 곳에 살면서 정법(正法)을 파괴하는 신(神)이라 하여 천자마(天子魔) 또는 타화자재천마(他化自在天魔)라 한다.
 
마왕은 비록 복덕의 인연으로 자재천(自在天)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항상 삿된 소견을 품고 있으며, 마군(魔軍)·마녀(魔女) 등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다. 항상 부처와 그의 제자 등을 괴롭히고 불도수행을 방해하는 온갖 악한 일을 한다. 왜냐하면 바른 법을 공부하는 이가 있으면 그의 궁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마경(魔境)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능엄경(楞嚴經)>, 천태(天台)의 <마하지관(摩訶止觀)>과 <소지관>,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의 <원각경도량수증의(圓覺經道場修證儀)>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출처 :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