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43〉일체의 반연을 놓아버린다(放捨諸緣)/밖을 향해 치달리는 마음을 쉬

通達無我法者 2009. 12. 2. 20:38

 

 

밖을 향해 치달리는 마음을 쉬어라

〈43〉일체의 반연을 놓아버린다(放捨諸緣)

 
 
<좌선의>에서는 좌선 전에 준비해야 할 것으로 마음가짐 다음으로 “일체의 반연을 놓아 버리고 만 가지 일을 쉬어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같고 움직이고 고요함에 틈이 없어야 한다”고 하였다.
 
반연이란 마음과 마음의 작용이 경계를 대했을 때 작용하고 그 모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안 있으면 동안거 결제가 시작된다. 안거는 일정한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참선에 몰입하는 기간이다. 안거 시작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신변의 잡무를 정리하여 주변을 간편하게 하는 것이다. 주변을 간편하게 정리해야만 좌선 시 마음도 안정되고 집중할 수 있다. ‘만 가지 일을 쉰다’는 것은 밖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쉬는 것을 의미하며, 자기 주변의 모든 세속적인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스님들의 경우 안거할 경우 특정한 사찰에 방부를 들여 3개월 동안 사찰 밖으로 출입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수행정진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밖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쉴 수 있다. 그러나 재가수행자의 경우는 온갖 세상 일을 하면서 틈을 내어 수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주변의 일을 최대한 축소해서 중요한 일 이외에 소소하거나 잡다한 일을 삼가야 한다. 삶 자체가 번잡하면 그만큼 생각도 많이 일어나게 되고, 수행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잡다한 일을 삼가해야 한다
 
삶 자체가 번잡하면 그만큼
 
생각도 많이 일어나게 되고
 
수행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달마스님도 ‘밖으로 모든 반연을 쉬고 안으로 마음에 헐떡거림이 없어서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가히 도에 들 수 있다 (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牆壁 可以入道)’고 하였고,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에서도 “인연으로 빚어지는 일을 그쳐야 한다(息諸緣務)”고 하였다. 그 이유를, “만일 연무(緣務)가 많으면 곧 도를 행하는 일을 폐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섭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니, 이처럼 인연이 많으면 도를 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란하여 마음을 올곧게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모든 반연을 쉰다는 것은 오로지 밖을 향해 치달리는 마음을 쉰다는 것이고, 마음이 쉬어야 비로소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선정(禪定)에 들 수 있기 때문에 밖으로의 모든 반연을 쉬게 한 것이다. 밖으로 모든 반연을 쉬어서 참선할 준비가 되었다면 수행할 때에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라 하겠다. 음식을 조절하여 절제하는 것을 조식(調食)이라 한다. 조식은 부처님 당시 수행자에게 하루에 한 끼니만을 먹도록 하신 데서부터 엄격히 절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먹는 것과 잠자는 것은 수행이 깊어지면 자연히 조절되는 것이지만 초심자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좌선시 음식의 양을 조절하여 많이 먹거나 적게 먹지 말아야 한다. 먹고 싶은 양의 7부를 먹는 것이 선가식의 적량(適量)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적량이 틀리므로 스스로 자연스러운 균형을 찾아야만 한다. 음식은 다만 몸을 부지해 가는 약으로 먹어야 하는데, 이는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해서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을 위해서도 소식을 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에는 ‘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다만 몸을 편안하게 하고 체중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적당하게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졸음(睡眠)이 적으며, 앉고 일어나고 경행(經行)하는 데에도 숨이 가쁘지 않고 편안하며, 대변과 소변을 적게 보고 자신이 닦는 행에 있어서도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엷어진다’고 하였으며,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에서도 ‘대개 음식을 먹는 법은 본래 몸을 보살펴 도에 나가고자 함이다. 지나치게 배불리 먹으면 호흡이 급하고 몸이 포만하여 모든 혈맥이 통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가리고 막히게 하여 앉아 있어도 불안하게 된다.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몸이 여위고 마음이 불안하여 생각이 견고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서도 ‘밥을 받는 것이 다만 몸이 마름을 치료하여,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함인 줄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식사 직전, 식사 직후의 좌선은 피해야 한다.
 
이렇게 음식을 조절할 줄 알고 나면 다음으로 수면을 조절해야 한다. 옛 선지식들께서 공통으로 수면을 조절할 것을 권하시고 수면은 도를 장애하는 가장 큰 마장이라 하셨다. 잠을 절제하는 것을 조면(調眠)이라고 한다. 음식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수면량이 적당한지 알게 될 때까지 필요한 수면량을 주의 깊게 유념해야 한다. 수면을 조절해서 부족하거나 지나치지 않게 해야 한다.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에서는 ‘잠이란 무명과 현혹과 전복(顚覆)을 부르니 이를 방종히 해서는 안 된다. 잠이 지나치면 성인의 법을 닦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공부를 상실하여 마음이 어두워지므로 선근(善根)이 사라지게 된다. 마땅히 무상함을 깨닫고 수면을 조절하여 정신과 기운을 맑게 하고 생각과 마음을 밝고 깨끗하게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야 성인의 경지에 마음을 두어 삼매가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부처님 당시부터 선지식들에 이르기까지 잠의 조절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너무 과다한 수면은 마음을 지루하게 하거나 불안정하게 하는 반면, 너무 적게 수면을 취하면 몸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자연스러운 균형을 발견하여 자신 수면의 최적량을 찾아야 한다. <초발심자경문>에서도 ‘오랜 겁에 도의 장애는 수마(睡魔)보다 큰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수면에 ‘마(魔)’ 자를 붙인 것을 보면 잠의 조절이 수행에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보통 음식과 수면을 조절하는 것이 사소한 일 같아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수행은 이런 사소한 것의 조절과 절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이렇게 하면 맑은 정신과 기운을 유지하게 되어 성인의 경지에 이르기가 보다 쉽게 되겠지만, 만일 이것이 실패하면 멀고 험한 수행의 길은 지속되지 못하고 좌절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 처음부터 잘 조절하고 절제한다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선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