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

[제1장 오법전의] 一. 법(法)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

通達無我法者 2007. 2. 16. 20:52
一. 법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1)

 


    혜능대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善知識)들이여, 마음을 맑히고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생각하

라!』

   대사께서는 말씀하시지 않고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침묵하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이여, 조용히 들으시오. 혜능의 아버지 본관은 범양인데 좌천

되어 *신주백성(嶺南新州百姓)으로 옮겨 살았고 혜능은 어려서 일찍 아버

지를 여의었으며 늙은 어머니와 외로운 아들은 남해로 옮겨와서 가난에 시

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며 지냈느니라.』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사고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官宿舍)에 가서

손님은 나무를 가져가고 혜능은 값을 받고 문을 나서려 하는데 마침 한 손

님이 【*금강경(金剛經)】읽는 것을 보았다. 혜능은 한 번 들음에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닫고 이내 손님에게 묻기를 『어디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읽습니까?』

   손님이 대답하기를 『나는 기주 황매현 동빙무산에서 *오()조 홍인화

상을 예배하였는데, 지금 그 곳에는 문인 천 여 명이 넘습니다. 나는 거기에

서 五조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권하시기를 다만 【금강경】한 권만 지

니고 공부하면 곧 자성을 깨달아 바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

을 들었습니다』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혜능은 숙세에 법()의 인연이 있어서 곧 어머니를 하직하

고 황매의 빙무산으로 가서 五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다.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묻기를

   『그대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그대가 지금

나에게 구하는 것이 또한 무엇이냐?』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제자는 영남 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일부러 멀리 와서 화상

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

입니다』하였다.

   五조대사는 혜능을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영남 사람이요 또한 *오랑캐(갈료渴獠) 출신이니 어떻게 부처

가 될 수 있단 말이냐』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은 남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은 스승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

이 있겠습니까?』하였다.

   五조대사는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 있는 것

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혜능을 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시니, 그때 혜능은 한 행자

를 따라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 달 남짓이나 방아를 찧고 지냈다.

  五조 홍인대사께서 하루는 문인들을 모두 불러오게 하였다. 문인들이 다

모이자 말씀하시기를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나니, 세상 사람의 *나고 죽

는 일이 크거늘(生死大事) 그대들 제자들은 종일토록 *공양(供養)하는 일과

다만 복받는 일만을 구할 뿐 나고 죽는 *생사고해(生死苦海)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대들의 *자성(自性)이 미혹하면 복의 문이 어찌 그대들을

구제할 수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서 스스로 잘 살펴 보

아라. 지혜 있는 자는 본래의 성품인 반야의 지혜로써 각기 게송 한 수를 지

어 나에게 가져 오너라. 내가 그대들의 *게()송을 보고 만약 큰 뜻을 깨친

자가 있으면 그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六대의 조사가 되게 하리니 빨리

서둘도록 하여라』


 

[주해註解]

*선지식善知識 : 선우(善友),정법(正法)을 설(說)하여 불도(佛道)에 들게 하고 해탈을 얻

게 하는 사람. 도는 불도(佛道)의 인연(因緣)을 맺게 하는 사람.

*영남嶺南 : 광동(廣東)ㆍ광서(廣西)의 양성(兩省)을 말함. 당시(當時)는 유적(流謫)의 지

(地)였다.

*금강경金剛經 : 라집역(羅什譯)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외(外) 오종(五種)

의 역(譯)이 있다. 제법개공(諸法皆空)의 도리를 밝혔는데 특히 선가(禪家)에서 중(重)히 여

김.

*오조五祖 홍인대사弘忍大師(601~674) : 사조(四祖) 도신대사(道信大師)의 법(法)을 사

(嗣)함. 사조산(四祖山)의 동빙무산(東빙<憑 - 心>茂山)에서 수행자(修行者)를 교화(敎化)

함. 그 문하(門下)을 동산법문(東山法門)이라 함. 【수심요론修心要論】일권(一卷)이 있으며

【전법보기傳法寶記】ㆍ【릉가사자기楞伽師資記】등에 그의 전기(傳記)가 있음.

*갈료渴獠 : 미개한 야만인을 말함, 오랑캐. 중국의 남서(南西)지방에 사는 야만족.

*생사사대生死事大 :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생사유전(生死流轉)하는 고통이 끝이 없기 때

문에 수행(修行)에 의(依)하여 생사(生死)를 극복하는 일이 가장 큰 일임.

*공양供養 : 불(佛) ㆍ법(法) ㆍ 승(僧)의 삼보(三寶)나 부모(父母)나 타인(他人)이나 사령

(死靈)들에게 베푸는 일.

*생사고해生死苦海 : 범부(凡夫)가 생사내왕(生死來往)하는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

계(無色界)에서 받는 모든 고통을 말함.

*자성自性 : 자기(自己)의 본성(本性)은 청정(淸淨)한 진여(眞如)이므로 자성청정심(自性淸

淨心)이라 하고 곧 불성(佛性)ㆍ법성(法性)과 같음.

*게: gatha의 음사(音寫)ㆍ게송(偈頌)이라고 함. 시(詩)와 같음. 경론중(經論中)에 시구

(詩句)로서 불덕(佛德)을 찬탄하거나 법리(法理)를 나타내는 귀글임.

 

 一. 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2) 

 


     문인들이 분부를 받고 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서로 번갈아 말하기

를『우리들은 굳이 마음을 써서 게송을 지어 화상에게 받칠 필요가 없다.

*신수상좌(神秀上座)는 우리의 교수사이므로 신수상좌가 법을 얻은 후에는

저절로 의지하게 될 터이니 애써서 지을 필요가 없다』하고 모두들 생각을

쉬고 다들 감히 게송을 바치지 않았다.

     그때 마침 화공 노진이 五조대사의 방 앞에 있는 삼 칸 복도에 <*능가변

상(楞伽變相)>과 五조대사가 가사와 법을 전수하는 그림을 그려 공양하고

후대에 전하여 기념하고자 벽을 살펴보고서 다음 날 착수하려고 하였다.

   상좌(上座)인 신수는 생각하였다.

  『모두들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敎授師)이기 때

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五祖)대사께서 나의

마음 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리오.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

)대사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거니와 조사가 되기를 바람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부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참(양구良久) 동안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일이며 못내 어

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마침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붙여놓고 법을 구하여야겠다.

만약 오조(五祖)대사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않다고 나를 찾으

시면 나의 전생의 업장이 두터워서 법에 합당하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주해註解]

*신수神秀(~706) : 북종선(北宗禪)의 조(祖). 당대(唐代) 개봉인(開封人). 성(姓)은 李씨. 처

음에 유학(儒學)을 배우고 출가후(出家後) 제방(諸方)에서 수학(修學). 년오십(年五十)에 기

주(蘄州) 쌍봉산(雙峰山) 유거사(幽居寺)에 오조(五祖) 홍인선사(弘忍禪師)를 방(訪)하여 사

사(師事) 육년(六年) 오조회하오백인(五祖會下五百人)의 상좌(上座)가 됨. 오조(五祖) 시적

후(示寂後) 십수년(十數年) 수행(修行). 당양(堂陽) 옥천사주직(玉泉寺住職). 측천무후(則天

武后)의 청(請)을 수(受)하고 내도량(內道場)에서 법요(法要)를 설(說)함. 낙양(洛陽) 천궁사

(天宮寺)에서 시적(示寂) 수백여세(壽百餘歲). 대통선사(大通禪師)라 시(諡)함. 【전법보기

傳法寶記】ㆍ【릉가사자기楞伽師資記】에 전기(傳記)가 있음. 저(著)에 【관심론觀心論】이있음.

*변상變相 : 변현(變現)의 상(相)이란 뜻. 불(佛)의 본생담(本生譚) 또는 극락정토(極樂淨土)

의 변현(變現)의 상(相)을 벽(壁)이나 견(絹) 등에 화(畵)한 것. 여기에는【릉가경楞伽經】의

설법양상(說法樣相)을 그린 불화(佛畵)

*교수사敎授師 : 주지(住持)를 도와서 대중(大衆)을 지도하는 소임. 수계(受戒)할 때 삼사

(三師)의 한 분.

*양구良久 :  잠시간 무언(無言)의 상태를 말함. 학인(學人)에게 회광반조(回光返照)시킬 때

나 언전불급저(言詮不及底)를 시(示)할 때 쓰임.


 一. 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3)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벽 위에 게송을 지어서 써

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에 이르기를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하여

     莫使有塵埃  막사유진애어라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써놓고 방에 돌아와서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五조대사께서 아침에 노 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읽고 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공봉에게 돈 삼십 천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

은 그리지 않으리라.【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아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

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

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五조대사께서 제자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루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五조대사가 말

씀하셨다.

   『그대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워라. 외우는 자는 장차 자성(自性)을

*볼(견성見性)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제자들이 다들 외우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선재

)』고 말하였다.

 


[주해註解]

*삼악도三惡道 : 삼악취(三惡趣)라고도 함. 죄(罪)를 범(犯)한 과보(果報)로 받는 지옥(地

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 등의 악(惡)한 곳.

*견성見性 : 자기심성(自己心性)의 근원(根源)이며, 일체존재(存在)의 근본성품인 진여불성

(眞如佛性)을 깨닫는 것.

*선재善哉 : 자기 뜻에 맞음을 칭찬하는 말. 좋다. 그렇다. 옳다의 뜻.

 

 一. 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4) 

 


   五조대사가 신수상좌를 처소로 불러서 물으시되 『그대가 이 게송을

은 것이냐? 만약 그대가 지었다면 나의 법을 얻으리라』하셨다.

   신수상좌가 대답하기를 『죄송스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습니다. 그러

나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대 화상께서는 자비로

살펴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습니까?』하였다.

   五조대사가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타락하지는 않겠으나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

는 진리(무상보리無上菩提)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 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그대는 다시

아가서 며칠 동안 잘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와서 바치

록 하여라.

   만약 문 안에 들어와서 자기 본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그대에

게 부촉하리라』하셨다.

   신수상좌는 돌아가서 며칠이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한 동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가면서 이 게송을 외우고 있었다. 혜능은

번 듣고, 이 게송이 아직 견성하지 못하였고 *큰 뜻(대의大意)을 알지도

못  한 것임을 알았다.

   혜능이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우는 것은 무슨 게송인가?』동자가

능에게 대답하기를 『그대는 모르는가? 五조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태어나고 죽는 생사대사(生死大事)가 가장 큰 일이니 가사와 법을 전하고

자 한다 하시며 제자들로 하여금 각기 게송 한 수씩을 지어 와서 바치라

하시고,큰 뜻을 깨달았으면 곧 가사와 법을 전하여 六대조사로 삼으리라

하셨는데신수라고 하는 상좌(上座)가 선뜻 남쪽 복도 벽에 상()을 여읜

*게송(무상無相偈) 한 수를 써 놓았더니, 五조대사께서 모든 문인들로

하여금 다 외우게 하시고 이 게송을 깨달은 이는 바로 자기의 성품을 볼 것

이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修行)하면 나고 죽는 생사를 벗어나게 되리

라』고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나는 여기서 방아 찧기를 여덟 달 남짓 하였으나, 아직 조사당 앞에

보지를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선배는 나를 남쪽 복도로 인도하여 이 게송

예배하게 하여 주시오. 그리고 바라건대 이 게송을 외워 내생의 인연을

어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기를 바라오(원생불지願生佛地)』하였다. 동자

혜능을 인도하여 남쪽 복도에 이르렀다.

혜능은 곧 이 게송에 예배하였고, 글자를 알지 못하므로 옆엣사람에게 읽어

주기를 청하였다.

   혜능은 듣고서 바로 대강의 뜻을 알았다.

   혜능도 또한 한 게송을 지어서 글을 쓸 줄 아는 이에게 청하여 서쪽 벽

에 쓰게 하여 자기의 본래 마음을 나타내 보였다. 본래 마음을 모르면 법

배워도 이익이 없으니, 마음을 알고 자기 성품을 보아야만 바로 큰 뜻을

닫느니라.

    혜능은 게송에 이르기를

       菩堤보리는  本無樹본무수

       明鏡명경은  亦無臺역무대

      *佛性불성은  常淸淨상청정커니

       何處하처  有塵埃유진애리요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 먼지 있으리오.


   다시 게송으로 이르기를

      心是菩堤樹  심시보리수

      身爲明鏡臺  신위명경대

      明鏡本淸淨  명경본청정커니

     何處染塵埃  하처염진애리요

     마음이 보리의 나무요

     몸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라

     밝은 거울은 본래 깨끗하거니

     어느 곳이 티끌과 먼지에 물들리오.


   절 안의 대중들이 혜능이 지은 게송을 보고 다들 괴이하게 여기므로 혜능 은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五조대사가 문득 혜능의 게송을 보시고 바로 큰 뜻을 잘 알고 있음을 알

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여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 이 게

도 또한 아직 깨닫지 못하였다』고 말씀하셨다.

   五조대사께서 밤중 삼경에 혜능을 조사당 안으로 불러 【금강경】을

법해 주셨다. 혜능이 한 번 듣고 말 끝에 바로 깨달아서 그날 밤으로 법을

전해 받으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이내 五조대사는 *단박에 깨닫는 법(돈법頓法)과 가사를 전하며 말씀하셨다.

   『그대가 六대조사가 되었으니 가사로써 신표를 삼아 대대로 이어받

 서로 전하되,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마땅히 스스로 깨치도

록  하여라.

   五조대사는 다시 말씀하시기를

   『혜능이여, 옛날부터 법을 전함에 있어서 목숨은 실낱에 매달린 것과

으니, 만약 이곳에 머물면 사람들이 그대를 해칠 것이니 그대는 모름지기

빨리 떠나도록 하여라.

   혜능이 가사와 법을 받고 밤중에 떠나려 하니 五조스님께서 몸소 *구강

역(九江驛)까지 혜능을 전송해 주셨으며, 떠날 때 문득 五조께서 당부하시

기를 『그대는 가서 노력하여라. 법을 가지고 남쪽으로 가되, 삼 년 동안

은 이 법을 펴려 하지 말아라.

어려운 일이 일어나리라. 뒤에 널리 교화하여 미혹한 사람들을 잘 지도하고

마음이 열리면 그대의 깨달음과 다름이 없으리라』고 하셨다.

   이에 혜능은 五조스님을 하직하고 곧 떠나서 남쪽으로 향하였다.

   두 달 가량 되어서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렀는데, 모르는 결에 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쫓아와서 혜능을 해치고 가사와 법을 빼앗고자 하다가

반 쯤 와서 다들 돌아갔다.

   오직 한 사람만이 돌아가지 않았는데, 성은 진이요 이름은 혜명이며, 선

조는 삼품장군으로 성품과 행동이 거칠고 포악하여 바로 고갯마루까지

아 올라와서 덮치려 하였다.

   혜능이 바로 가사를 돌려 주었으나 그는 또한 받으려 하지 않고 『제가

부러 멀리 온 것은 법을 구함이요 그 가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하였다.

   혜능이 고갯마루에서 바로 혜명에게 법을 전하니 혜명이 법문을 듣고 말

끝에 마음이 열렸으므로, 혜능은 혜명으로 하여금 곧 북쪽으로 돌아가서

람들을 교화하라고 당부하였다.

   혜능이 이곳에 와서 머무른 것은 모든 관료ㆍ수도인ㆍ속인들과 더불어

오랜 세월을 두고 인연이 있어서이다.

   본래 가르침은 옛 성인이 전하신 바요 혜능 스스로 안 것이 아니니, 성인

들의 가르침 듣기를 원하는 이는 각기 모름지기 마음을 깨끗이 하여 법을

듣고 나서 스스로 미혹함을 없애어 옛 사람들의 깨달음과 같기를 바랄지니라.

   혜능대사가 다시 말씀하였다.

   『선지식들이여, 보리반야의 지혜는 세상 사람들이 본래부터 스스로

니고 있는 것인데, 다만 마음이 미혹하여 능히 스스로 깨닫지 못하느니라.

모름지기 큰 선지식의 지도를 구하여 자기의 성품을 보아야 하느니라.

   선지식들이여, 깨닫게 되면 바로 위없는 지혜를 이루느니라.』

 

 

[주해註解]

*무상보리無上菩提 : 모든 번뇌를 끊고 진여불성(眞如佛性)을 깨달은 지혜. 무상정각(無上

正覺)ㆍ아뇩다라삼먁삼보리[何뇩多羅三藐三菩提(Anuttara-samyak-sambodhi)]. 또는

야바라밀般若波羅蜜

*대의大意 : 견성오도(見性悟道)하여 생사해탈(生死解脫)하는 큰 포부.

*무상게無相偈 : 상대적인 상(相)을 여읜 게송. 일체만유(一切萬有)의 진성(眞性)이 공적원

명(空寂圓明)하여 모든 명상(名相)을 떠난 뜻을 표현한 게송(偈頌).

*원생불지願生佛地 : 불국토(佛國土)에 태어나기를 서원함.

*혜능대사게송惠能大師偈頌 : 이 돈황본(敦煌本)『불성상청정(佛性常淸淨) 하처유진애(何

處有塵埃)』가 각(各) 유통본(流通本)에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何處惹塵

埃)』로 되어 있음. 단경(壇經) 유통본(流通本)은 덕이본(德異本)ㆍ종보본(宗寶本) 등이 있음.

*돈법頓法 : 점차로 위차(位次)를 밟아서 수행(修行)하지 않고 단박에 깨닫는 참선법을 말함.

*이심전심以心傳心 :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함. 선종(禪宗)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이에 서로

나 법(法)을 전하고 문자(文字)나 언설(言說)에 의(依)하지 않는 것.

*구강역九江驛 : 강소성(江蘇省) 구강군(九江郡)에 있는 나루터. 五조대사가 六조대사를

웅하던 나루터.

*대유령大庾嶺 : 강서성(江西省) 대유현(大庾縣)과 광동성(廣東省) 남웅현(南雄縣)과의

계(境界)에 있음. 중국(中國) 오령(五嶺)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