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능엄경(楞嚴經)

능엄경 제5권

通達無我法者 2007. 7. 6. 17:36

-맺힌 것을 푸는 요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록 제2의(第二義)의 문을 말씀하셨으나,   
   지금 관찰해 보건대 세상에서 맺힌 것을 풀려는 사람이
   만약 그렇게 맺히게 된 원인을 알지 못하면
   저는 이 사람은 끝끝내 풀 수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와 이 모임 가운데 있는 배울 것이 있는 이와 성문들도 이와 같아서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모든 무명과 더불어 함께 생기고 함께 없어지나니,
   비록 이렇게 많이 들은 하나의 훌륭한 근기를 지녀서 이름만 출가하였다고 할 뿐,
   마치 하루씩 거르는 학질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바라옵건대, 큰 자비로써 빠져서 헤어나지 못함을 불쌍하게 여겨 주소서.
   오늘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이렇게 맺혀졌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푸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미래에 고난받을 중생으로 하여금 윤회를 면해서
   삼계(三界)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 대중들과 함께 온몸을 땅에 던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정성을 다하여 여래의 가장 높은 가르침을 기다렸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과 모임 가운데 있는 모든 배울 것이 있는 자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또한 미래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세간을 벗어나는 원인을 말씀하시어
장래의 법안(法眼)을 만들어 주려 하사
염부단자금광(閻浮檀紫金光)의 손으로 아난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니,
그때 시방에 부처님의 넓은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그 세계에 계시는 수없이 많은 부처님의 정수리로부터 각각 보배의 빛이 나왔다.
그 광명은 동시에 저 세계에서 기타림으로 와서 여래의 정수리에 닿자
여러 대중들이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보게 되었다.

그때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함께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께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아난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훌륭하다. 아난아,
   네가 나면서부터 함께 생긴 무명이 너로 하여금 윤회하고 전전하게 하는,
   나고 죽는 것이 맺혀진 근원을 알고자 할진댄
   그것은 오직 너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때문이요 다른 물건 때문이 아니며,   
   네가 또 최상의 보리가 너로 하여금 해탈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고요하고 편안하고 오묘하고 항상함을 속히 증득하는 방법을 알고자 할진댄
   그것도 역시 너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인함이지 다른 물건이 아니니라."

아난은 비록 이러한 진리의 말씀을 들었어도 마음은 아직 분명치가 못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째서 저로 하여금 나고 죽음에 윤회하게 하며,
   편안하고 즐겁고 오묘하고 항상하게 하는 것 모두가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요,
   다른 물건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감각기관과 그 대상인 물질은 근원이 같고, 얽매임과 해탈도 둘이 아니며,
   인식하는 성품의 허망함이 허공의 꽃과 같느니라.

   아난아, 대상인 물질로 말미암아 앎을 발하며,
   감각기관으로 인해서 형상이 있나니
   형상과 보는 주체가 성품이 없어서 허수아비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이제 알고 보는 주체로써 앎을 성립한다면 곧 무명의 근본이고,
   알고 보는 주체에 보는 것이 없으면 이는 곧 열반으로써 번뇌가 끊긴 참되고 깨끗한 것이니
   어떻게 그 가운데에 또다시 다른 물체를 용납하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참다운 성품에는 작위(作位)함이 없거늘
     인연으로 생기는 것은 허깨비와 같다네
     작위도 없으며 생기거나 없어짐도 없어서
     진실하지 못함이 허공의 꽃과 같느니라.


     거짓을 말하여 진실을 나타낸다면
     거짓과 진실이 둘 다 거짓이라네
     진실도, 진실이 아닌 것도 아니거늘
     어찌하여 보는 주체이다, 보이는 물질이다 하겠느냐?


     중간에 진실한 성품이 없나니
     그러므로 허깨비와 같느니라
     맺히고 풀림이 원인이 같아서
     성인과 범부가 두 길이 아니라네.


     너는 어우러진 마음 속의 성품을 보아라
     허공과 실체 이 두 가지가 다 아니니
     혼미하여 어두우면 곧 무명이요
     밝게 열리면 곧 해탈이니라.


     매듭을 푸는 데는 차례를 따라서
     여섯이 풀리면 하나도 따라서 없어지리라
     감각기관 가운데 원만한 놈 선택하면
     흐름에 들어가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라.


     아타나(阿陀那)의 미세한 의식은
     습기가 사나운 흐름[濕流]을 이루나니
     진실과 진실 아님에 미혹할까 염려하여
     내가 늘 말하지 않았노라.


     제 마음에서 제 마음을 취하면
     환망(幻妄) 아닌 것이 환법(幻法)이 되고
     취하지 않으면 환망 아닌 것조차도 없으리니
     환망이 아닌 것도 오히려 생기지 않거든
     환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랴.


     이것을 이름하여
     '묘련화'요 '금강왕보각'이며
     '여환삼마지'라 하나니
     짧은 시간에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초월하리라.


     *아비달마(阿毘達磨)는
     시방 바가범(薄伽梵, 세존)의
     오직 이 한 길만이 열반에 이르는 문이니라.


이에 아난과 여러 대중이 부처님의 최상의 자비하신 가르침인 *기야(祇夜)와 *가타(伽陀)가
섞여 엉겼으면서도 정밀하고 밝아 오묘한 이치가 맑게 통함을 듣자옵고
마음의 눈이 밝게 열려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더니,
아난이 합장하여 이마를 땅에 대어 예를 드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부처님께서 차별 없는 큰 자비로 말씀하신
   성품은 청정하고 오묘하고 항상하다는 진실한 법구를 들었사오나
   마음으로는 아직도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도 없어지는 매듭을 푸는 차례를 모르고 있습니다.
   원컨대 큰 자비를 베푸시어 여기에 모인 무리들과 장래의 중생들을 다시 가엾게 여기셔서
   법음(法音)을 베풀어 속에 밴 때까지 깨끗이 씻어 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사자좌에서 *열반승(涅槃僧)을 정돈하고 *승가리(僧伽梨)를 여미신 다음
칠보로 장식한 책상을 끌어당겨서 *겁바라천(劫波羅天)이 바친 화건(華巾)을 가져다가
대중앞에서 이를 매어 매듭을 만들어 아난에게 보이시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매듭이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다시 *첩화건(疊華巾)을 매어서 또 한 개의 매듭을 만들고는 다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도 매듭이옵니다."

이와 같이 차례로 첩화건을 매어 모두 여섯 개의 매듭을 만들었는데
한 번씩 매듭을 만들 때마다 첩화건으로 만든 매듭을 들고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

아난과 대중들도 그와 같이 차례로 부처님께 대답했다.

  "그것도 매듭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 첩화건을 맨 것을 네가 매듭이라고 하였는데
   이 첩화건의 실제는 본래 한 가닥이었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두번째와 세번째에도 또한 매듭이라고 하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첩화건은 짜서 만든 수건으로서 비록 본래는 하나이나
   저의 생각으로는 여래께서 한 번 매시면 한 개의 매듭이라고 하고,  
   만약 백 번 매시면 백 개의 매듭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 수건은 다만 여섯 개의 매듭뿐이어서 일곱은 되지 못하였으며 다섯에 머물지는 않았사옵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다만 처음 것만 인정하시고 두번째와 세번째 것은 매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첩화건은 네가 알다시피 원래는 하나였으나
   내가 여섯 번 매듭을 매었을 때에 여섯 개의 매듭이란 이름이 있게 되었나니
   너는 자세히 관찰하여라.
   수건의 본체는 같은 것이지만 매듭이로 인하여 달라진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처음 매어서 매듭이 된 것을 첫번째라고 말하고 그렇게 하여 여섯번째 매듭까지 생겼으니,
   내가 지금 여섯번째 매듭을 가지고 첫번째 매듭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섯번째 매듭이 만약 그대로 있으면
   이는 여섯번째 매듭이지 결코 첫번째 매듭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제가 여러 생을 두고 끝까지 밝혀본다고 한들
   어떻게 이 여섯번째 매듭의 이름을 바꿀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여섯 개의 매듭이 같지는 아니하나 근본 원인을 따져 보면 하나의 수건으로 된 것인데
   그 매듭을 섞이게 한다는 것은 마침내 성립될 수 없느니라.
   곧 너의 여섯 개의 감각기관도 역시 이와 같아서 필경 같은 가운데에서 마침내 다른 것이 생기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굳이 이 여섯 개의 매듭이 하나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싫어해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면 다시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이 매듭을 만약 그대로 두면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서
   그 가운데 자연 '이 매듭은 저것이 아니고, 저 매듭은 이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오늘날 다 풀어서 매듭이 생기지 않게 하시면
   곧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는 일이 없어져서 오히려 하나라고 이름할 것도 없을 것이거늘
   어떻게 여섯이 성립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 이치도 그와 같느니라.

네가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마음의 성품이 어지러워짐을 따랐기에 깨닫고 보는 것이 허망하게 생겨났으며,
   그렇게 생긴 허망함이 쉬지 아니하여 보는 주체가 피로해지고 물질의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눈동자가 피로해지면 곧 허공에 헛보이는 꽃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
   맑고 정밀하고 밝은 것과는 동떨어져서 일체 세간의 산과 강,
   이 땅덩어리와 나고 죽음과 열반이 어지럽게 일어나나니
   이는 모두가 곧 어지럽고 혼란한 피로에서 생긴 뒤바뀐 헛꽃의 현상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피로 때문에 생기는 현상은 매듭지어진 것과 같은 것이니 어떻게 풀어 없애야 되겠습니까?"

여래께서 손으로 매듭이 생긴 수건을 잡고서 그 왼쪽을 당기며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손을 돌려 그 오른쪽을 당기면서 또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손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당겼으나 마침내 풀지 못하였으니
   너는 방편을 말해 보아라. 어떻게 해야 풀리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매듭 중심에서부터 풀면 풀릴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만약 매듭을 풀려거든 매듭 중심에서부터 풀어야 하느니라.

   아난아, 내가 말하기를 '불법은 인연으로부터 생긴다'고 하였으니
   세간과 화합하는 거친 현상들을 취해서 말한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세간과 출세간의 법을 발명하여 그 근본 원인이 인연한 바를 따라 나오는 것을 깨달으며,
   이와 같이 항하사처럼 많은 세계 속에 한 방울의 비까지도 그 수효를 알며,
   앞에 나타나는 갖가지 현상 가운데 소나무는 곧도 가시나무는 굽었으며,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에 대하여 그 까닭을 모두 알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너의 마음 속을 따라서 여섯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라.
   그 감각기관의 매듭이 만약 풀리면 대상인 물질의 현상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모든 허망한 것이 사라져 없어지면 참되지 않음이 어찌 있겠느냐?

   아난아, 내가 지금 너에게 묻겠는데 이 겁바라수건의 여섯 매듭이 앞에 나타났으니
   동시에 매듭을 풀면 한꺼번에 풀릴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매듭이 본래 차례로 맺혀진 것이므로
   지금도 마땅히 차례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여섯 개의 매듭이 본체는 같지만 그 매듭은 동시에 맺혀진 것이 아니므로
   그 매듭을 푸는 데 어떻게 한꺼번에 풀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인하여 생긴 의혹을 풀어버리는 것도 이와 같느니라.
   그 감각기관이 처음 풀어지면 먼저 인공(人空)을 얻고
   허공의 성품마저 원만하게 밝아져서 법의 해탈이 이루어지나니 법을 해탈하고 나서
   모두가 공하다는 것까지도 생기지 않아야
   이것을 보살이 삼마지에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걸림이 없는 원통(圓通)을 얻다

아난과 여러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받자옵고 지혜로운 깨달음이 원만하게 통해서
의혹이 없어짐을 얻고는 한꺼번에 합장하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아뢰었다.

  "저희들이 오늘에야 몸과 마음이 밝아져서 걸림이 없음을 얻어 시원합니다.
   비록 또 하나와 여섯이 없어지는 이치를 깨닫기는 하였사오나
   아직도 원만하게 통하는 근본은 깨닫지 못하였사오니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정처 없이 헤매면서 여러 겁을 외롭게 떠돌다가 무슨 마음 무슨 생각으로
   부처님의 천륜(天倫)에 참여하게 되었습니까?
   마치 어미를 잃어버렸던 젖먹이가 그 어머니를 만난 듯합니다.

   만약 다시 이 모임으로 인하여 도가 이루어진다면
   얻어 들은 비밀스런 말씀이 본래 깨달음과 같으련만,
   듣지 못한 것과 다름이 없게 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오직 큰 자비를 베푸셔서
   우리에게 신비하고 존엄하신 은혜로써 말씀해 주시어
   여래의 최후의 가르침을 성취하게 하여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는 온몸을 땅에 던지고 물러 나와 숨을 죽인채 앉아서 부처님의 은밀한 가르침을 기다렸다.

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의 여러 큰 보살들과 번뇌가 다 끊어진 큰 아라한에게 널리 말씀하셨다.

  "너희들 보살과 아라한은 나의 법으로 인하여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이루었으니
   내가 지금 너희에게 묻겠다.  
   최초에 발심하여 십팔계(十八界)를 깨달았을 적에
   어느 것이 원만하게 통한 것이며, 어떤 방편으로 삼마지에 들어갔느냐?"


-육진(六塵)의 원통(圓通)

교진나(憍陳那) 등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녹야원과 *계원(鷄園)에 있을 적에 여래께서 최초로 도를 이루심을 보았고\
   부처님의 음성에서 *사제(四諦)를 깨달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물으시므로 제가 먼저 안다고 하였는데,  
   부처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아야다(阿若多)'라고 하셨으니,
   오묘한 음성이 은밀하고 원만하였으므로
   저는 그 음성으로 인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음성이 제일인가 하옵니다."

우바니사타(優波尼沙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부처님께서 최초로 도를 이루심을 보았을 때
   부처님께서 깨끗하지 못한 모양을 보게 하셨으므로
   크게 싫어해서 여의어야겠다는 생각을 내었기에
   모든 물질의 성품을 깨달았나이다.

   깨끗하지 못한 것과 백골(白滑)과 미세한 티끌을 따라 허공으로 돌아가서
   허공과 물질이 둘 다 없어져 더 배울 것이 없는 도를 이루었는데
   부처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니사타(尼沙陀)'라고 하셨으니,
   대상인 물질이 이미 다 없어지고 미묘한 물질이 은밀하고 원만하였으므로
   저는 그 물질의 모양으로부터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색신으로 인하여 닦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향엄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께서 모든 작위가 있는 형상을 자세히 살피라고 하심을 듣고 난 후,
   깨끗한 방에서 편안히 생각에 잠겼다가
   여러 비구들이 침수향 태우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향기가 은연중에 콧속으로 들어오거늘 그 향기는 나무도 아니요,
   허공도 아니며 연기도 아니요, 불도 아니어서
   가도 닿은 데가 없으며 와도 좇아 온 데가 없음을 관하였나이다.

   이로 인하여 뜻이 사라져서 번뇌가 끊어짐을 발명하였사오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향엄(香嚴)'이라고 이름하셨는데
   대상인 향기가 문득 사라지고 오묘한 샹기가 은밀하고 원만하였으므로
   저는 그 향기로 인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향기가 제일인가 하나이다."

약왕(藥王)과 약상(藥上) 두 법왕자가 모임 가운데 있다가 오백의 범천(梵天)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한량없는 세월 동안 세상의 훌륭한 의사가 되어서
   입으로 이 사바세계의 풀.나무.쇠붙이.돌을 맛보았는데
   그 가짓수가 무릇 팔천이나 되옵니다.
   이와 같이 쓰고.시고.짜고.담담하고.달고.매운 것 등의 맛과 아울러
   화합해서 생긴 맛.함께 생긴 맛. 변하여 생긴 맛과 찬 맛.더운 맛.
   그리고 독이 있고 없고를 두루 맛보아 알 수 있었습니다만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맛의 성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며,
   몸과 마음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몸과 마음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으니,
   맛의 원인을 분별함으로 인해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저의 형제를 인가하시어
   약왕.약상 두 보살로 이름하여 주심을 받자와
   지금 이 모임 중에서 법왕자가 되었사오며
   맛으로 인해 깨달아 보살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부처님게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맛으로 닦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발타바라(跋陀婆羅)가 그 도반인 열여섯 명의 *개사(開士)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과거 세상에 위음불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출가한 후
   스님들과 목욕할 적에 차례로 욕실에 들어갔었는데
   홀연히 물로 인하여 깨닫고서 이미 때를 씻은 것도 아니며,
   또한 몸을 씻는 것도 아니며,
   중간이 편안하여 지닌 것이 없음을 얻었습니다.

   숙세의 습기를 잊지 못해서 지금에 와서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얻었으니,
   부처님께서 저를 발타바라라고 이름하심을 받자옵고
   오묘한 접촉으로 밝아져서 불자로 머물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접촉으로 인하여 닦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자금광(紫金光) 비구니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나간 세월 어느 세계에 있을 적에 세상에 나온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이 '일월등(日月燈)'이셨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법을 듣고 닦아 익혔으며,
   그 부처님이 멸도(滅度)하신 뒤에는 사리를 공양하면서 등을 켜 계속 밝혔고,
   자금광(紫金光)으로 부처님의 형상에 도금을 했더니
   그후부터는 세세생생을 몸에 항상 자금광빛이 모여 원만하였나이다.
   이 자금광 비구니 등은 곧 저의 권속이니 그때 다함게 발심했던 이들이옵니다.

   저는 세간의 여섯 가지 대상인 물질이 변하여 없어짐을 보고서
   오직 비고 고요함으로써 멸진정(滅盡定)을 닦았기에
   몸과 마음이 백천 겁을 지내도 마치 손가락을 퉁기는 기간과 같이 짧았으므로
   저는 공(空)한 법으로써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세존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두타(頭陀)에 최고라고 하셨는데
   오묘한 법이 밝게 열려서 정기가 번뇌를 모두 다 소멸시켰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법으로 인함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육근(六根)의 원통(圓通)

아나유타(阿那律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에 출가하여 늘 수면을 즐겼는데
   여래께서 저를 꾸짖으시기를 축생의 무리가 된다고 하셨으므로   
   제가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울고 자책하면서
   칠 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더니 두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 저에게 *낙견조명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를 가르쳐 주셨으므로
   저는 눈으로는 시방세계를 보지 못하지만 참다운 정기가 환희 열려서
   마치 손바닥에 있는 과일을 보듯 했으니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시어 아라한을 이루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보는 것을 돌이켜 근본을 따르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주리반특가(周利般特迦)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많이 듣는 성품이 없었는데
   처음 출가하여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듣고서
   여래의 비밀하신 게송 한 구절을 백 일 동안이나 읽어도
   앞의 것을 외우면 뒤의 것을 잊어버리고 뒤의 것을 외우면 앞의 것을 잊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시어
   저에게 편안히 있으면서 숨쉬는 것을 조절하라고 하셨으므로
   제가 그때 숨쉬는 것을 관하여 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없어지는
   모든 행동의 찰나를 미세한 것까지 다 연구했는데
   그 마음이 환해져서 크게 걸림이 없음을 얻었고,
   나아가 번뇌가 다 없어지는 데까지 이르러
   아라한이 되어서 부처님의 자리 아래에 머물렀거늘
   부처님께서 더 배울 것이 없음을 이루었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숨쉬는 것을 돌이켜 공(空)을 따름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교범바제(憍梵鉢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게 아뢰었다.

  "저는 구업(口業)으로 죄를 지었으니
   과거 겁에 스님을 조롱한 탓으로 세세생생에 소처럼 되새김하는 병이 있었는데
   여래께서 저에게 일정한 맛의 깨끗한 마음의 법문을 가르쳐 주셨으므로
   저는 잡념이 없어질 수 있어서 삼마지에 들어가 맛을 아는 것이
   실체도 아니고 물질도 아님을 관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생각 동안에 세간의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서
   안으로는 몸과 마음을 해탈하고
   밖으로는 세계를 버려서 삼계(三界)를 멀리 벗어남이
   마치 새가 새장을 벗어난 것 같아
   때와 먼지를 소멸하여 법안이 맑아져서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부처님께서 친히 인가하시어 배울 것이 없는 도에 올랐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맛을 돌이켜 지로 돌아감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게 아뢰었다.

  "저는 처음으로 발심하고서 부처님을 따라 도에 들어가
   부처님께서 '세간에는 즐길 만한 일이 없다'고 자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성중에서 걸식할 적에 마음으로 법문을 생각하다가
   저도 모르게 길에서 독한 가시에 발이 찔려서 온몸이 매우 아팠습니다.   
   제가 느낌이 있으므로 이렇게 아픔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사온데
   비록 느낌이 있어 아픔을 느끼지만
   깨달음의 깨끗한 마음에는 아픔과 아픔을 느끼는 것이 없으므로
   제가 또 생각하기를 '이 한 몸에 어찌 두 개의 깨달음이 있으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가다듬은 지 오래지 아니하여
   몸과 마음이 문득 공(空)해져서 삼칠 일 동안에 모든 번뇌가 다 없어져서
   아라한을 이루고서 친히 인가하심을 받아 더 배울 것이 없음을 발명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깨달은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순수하게 깨달아 몸을 버리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수보리(須菩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이전부터 마음에 걸림이 없음을 얻어서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이 많았음을 스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 어머니의 태 속에 있을 때부터 비고 고요하다는 것을 알았었는데
   이와 같이 시방에 이르기까지도 공(空)하여졌으며,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공한 성품을 증득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깨닫는 성품이 참으로 공한 것임을 밝혀 주셨으므로
   공한 성품이 원만하게 밝아져서 아라한을 증득하고,
   부처님의 *보명공해(寶明空海)에 들어가 부처님의 지견(知見)과 같아졌는데
   더 배울 것이 없음을 이루었다고 인가하시어
   해탈한 빈 성품은 저보다 더할 사람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깨달은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모든 현상이 아닌 데에 들어가고
   능히 아니라는 것과 아니라고 여겨질 대상이 다하여,
   법을 돌려 없는 데로 돌아가는 방법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육식(六識)의 원통(圓通)

 사리불(舍利弗)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으로부터 마음으로 보는 것이 깨끗했고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이 많았는데,
   세간과 출세간의 갖가지 변화를 한 번 보면 통달하여 장애가 없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길로 다니다가 가섭파(伽葉波) 형제가 인연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
   마음이 무한함을 깨닫고는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보고 깨닫고 하는 것이
   밝고 원만해서 큰 두려움이 없음을 증득하여 부처님의 장자가 되었으니,
   부처님의 입을 좇아 났으며 법을 좇아 화생(化生)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 광명을 발하여
   그 광명이 극에 달한 지견(知見)이 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보현보살(普賢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미 일찍부터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부처님의 법왕자가 되었사오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보살근기(菩薩根機)가 있는 제자들을 가르칠 적에
   보현행을 닦으라고 하셨으니 이는 저의 이름을 따른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음으로 듣는 방법으로써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지견(知見)을 분별해서
   만약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다른 세계에
   어떤 한 중생이라도 마음으로 보현행을 잘 행하는 자가 있으면
   저는 그때 어금니가 여섯 개인 흰 코끼리[六牙白象]를 타고
   백천의 몸으로 분신하여 그들이 있는 곳마다 찾아 가겠습니다.
   비록 그 사람의 업장이 깊어서 저를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저는 몰래 그 사람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옹호하고 편안하게 위로해서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게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는 본래의 원인을 말하겠사오니
   마음으로 듣는 것이 밝게 발하여 자유자재로 분별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에 출가하여 부처님을 따라 도에 들어가서 비록 계율은 갖추었으나
   삼마지에서 마음이 항상 흩어지고 움직여서 번뇌를 다 끊어 없애지 못하였는데
   세존께서 저와 구치라를 시켜서 코 끝의 흰 부분을 관하게 하시기에
   저는 처음부터 자세히 관해서 삼칠일이 지나서야 콧속의 기운을 보게 되었습니다.
   들고나고 하는 것이 마치 연기와 같다가 몸과 마음이 안으로 밝아져서
   세계에 원만하게 통하고 두루 비어서 깨끗해진 것이 마치 유리처럼 맑았으니,   
   연기의 모양이 차츰 사라지고 코의 숨이 청정해지면서
   마음이 열리고 번뇌가 다 끊겨서 들고나는 숨이 광명으로 변하여
   시방세계를 비추어서 아라한이 되었으므로
   세존께서 저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보리를 얻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오래도록 숨이 사라져서 광명을 발하고,
   광명이 원만하여 모든 번뇌가 없어지게 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陀羅尼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으로부터 말재주가 뛰어나서
   괴로움과 허공에 대하여 말하고 실상을 깊이 깨달았으며,
   그처럼 항하의 모래수와 같이 많은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법문을
   제가 대중 가운데서 미묘하게 열어 보여 두려움이 없음을 증득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저에게 뛰어난 말솜씨가 있음을 아시고
   *음성륜(音聲輪)으로써 저를 발양(發揚)하게 하셨는데
   저는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을 도와 법륜을 굴리면서
   *사자후(獅子吼)로 인하여 아라한이 되었으므로
   세존께서 저를 인가하시기를 설법에는 제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법음으로 악마와 원수를 항복 받고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우바리(優波離)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친히 부처님을 따라 성을 넘어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여섯 해 동안 괴로움을 견디시며
   모든 마구니들을 항복 받고 외도들을 제압하여 세간의 탐욕 따위의 모든 번뇌에서
   해탈하심을 친히 보고서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계율을 받들어
   이렇게 삼천 가지 행동과 팔만 가지 미세한 성업(性業)*과 차업(遮業)*이
   모두 깨끗해졌으며 몸과 마음이 고요해져서 아라한이 되었사오니,
   저는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 규율을 세우는 책임을 맡았으므로
   부처님께서 저의 마음을 인가하시어
   계를 지키고 몸을 닦는 데는 대중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몸을 단속하여 몸이 자재하게 되고,
   다음에는 마음을 단속하여 마음이 통달한 연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통하여 이롭게 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대목건련(大目犍連)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에 길에서 우루빈나.가야.나제.세 가섭을 만나
   여래의 인연법에 대한 깊은 이치를 말하는 것을 듣고
   제가 갑자기 발심하여 크게 통달하게 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저의 몸에 가사가 입혀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저는 시방세계에 돌아다녀도 걸림이 없었으며
   신통을 발휘함이 으뜸임을 미루어 아라한이 되었사오니 어찌 세존뿐이겠습니까?
   시방의 부처님들께서도 저의 신통력이 원만하게 밝고 깨끗해져서
   자재하여 두려움이 없음을 감탄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맑은 데로 돌아가 마음의 빛을 발함이
   마치 흐린 물을 가라앉혀서 오래되면 맑고 깨끗하게 되는 것 같음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칠대(七大)의 원통(圓通)

오추슬마(烏芻瑟摩)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게 아뢰었다.

  "저는 오랜 겁 전에 탐욕스러운 성품이 많았습니다.
   그때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이 '공왕'이었습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음욕이 많은 사람은 맹렬한 불덩어리가 된다'고 하시며
   저로 하여금 백해(百骸)와 사지의 따뜻한 기운을 두루 관하라고 하셨는데
   신비한 광명이 안에서 엉키면서 많은 음심이 변하여 지혜의 불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부처님께서 저를 화두(火頭)라고 부르셨는데
   저는 화광삼매(火光三昧)*의 힘으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큰 서원을 발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도를 성취하려 하시거든
   제가 역사가 되어 마구니와 원수를 친히 항복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몸과 마음의 따뜻한 감촉이 걸림없이 유통함을 자세히 관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소멸되어서
   큰 보배의 불꽃이 생겨나 최상의 깨달음에 오르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지지보살(持地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난 옛적 보광여래께서 그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입니다.
   저는 그때 비구의 몸으로서 가장 중요한 길목과 나루에서
   산과 길이 험하고 좁아 여법(如法)하지 못하므로
   수레와 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손상시키기에
   제가 모두 메워서 평탄하게 하였으며,
   혹은 다리를 놓기도 하고 흙과 모래를 져다 메우기도 하면서
   이렇게 노력하기를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중생이 복잡한 곳에서 짐꾼을 얻어 짐을 지우려고 하면
   제가 먼저 짐을 지고 그 목적지까지 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곧 돌아오고 품삯은 받지 않았습니다.

   또 비사부(毘舍浮)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는 여러 해 동안 흉년이 들었는데
   저는 그때에도 짐꾼이 되어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않고 일 전만 받았으며,
   또 수레를 멘 어떤 소가 흙구덩이에 빠지게 되면
   저의 신통력으로 그 바퀴를 밀어 주어 고뇌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때 국왕이 부처님을 맞아 재(齋)를 베풀었는데
   제가 그 길을 평탄하게 닦아 놓고 부처님을 기다렸더니
   비사(毘舍) 부처님께서 정수리를 만지시며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평탄하게 가지면 온 세계의 땅이 다 평탄해질 것이다'라고 하셨으므로
   저는 곧 마음이 열려서 몸에 있는 미세한 티끌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미세한 티끌과 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깨달아서 미세한 티끌과 자성이 서로 접촉되지 않았으며,
   마침내 도병(刀兵)까지도 접촉됨이 없었습니다.
   저는 법의 성품에서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으며,
   지금은 마음을 돌리어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부처님께서 묘련화의 불지견지(佛知見地)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제가 먼저 증명하여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깨달은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몸과 세계의 두 미세한 티끌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므로
   본래 여래장에서 허망하게 미세한 티끌이 생긴 것임을 자세하게 관찰하여
   그 미세한 티끌이 사라지고 지혜가 원만하게 되어 최상의 도를 이루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월광동자(月光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이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이 수천(水天)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을 가르치시기를
   '물의 정밀한 성품을 닦고 익혀서 삼마지에 들어가되
    몸 속에 있는 물의 성품은 서로 빼앗음이 없어서
    처음으로 눈물과 침으로부터 진액.정액.피.대변.소변에 이르기까지
    몸 속에 돌아다니는 모든 물의 성품은 동일한 것임을 관하여
    그 물이 몸 속에 있는 것과 세계 밖 부당왕찰(浮幢王刹)*의 향수해와 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그 관법을 이루어서 다만 물만 보았을 뿐
   몸이 없어짐은 얻지 못한 채 비구가 되었으므로
   방 안에서 편안히 참선을 하고 있었는데
   저의 제자가 창문을 뚫고 방 안을 엿보다가 맑은 물만 방에 가득할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자
   어린것이 무지하여 자갈을 가져다가 물 속에 던져 소리가 나게 하고는
   힐끔힐끔 돌아보며 달아났습니다.

   제가 선정에서 나온 뒤에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가
   마치 사리불이 원한의 귀신을 만났을 때와 같았으므로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지금 나는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은 터라 오래 전부터 병의 인연을 벗어났는데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가슴이 이렇게 아픈단 말인가?
    아마도 퇴보하여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하였었는데
   그때 동자가 제게 와서 앞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하였습니다.

   저는 곧 그에게 말해 주기를
   '네가 다시 물을 보거든 즉시 문을 열고 그 물 속에 들어가서 자갈을 건져내라'고 하였습니다.
   동자는 시키는 대로 다음에 선정에 들어갔을 적에 다시 물을 관하니 자갈이 완연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고 건져냈는데 그러고 나서 제가 선정에서 나오니 몸이 처음과 같았습니다.

   그 후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났으되 산해자재통왕(山海自在通王) 부처님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몸이 없어져서 시방세계의 모든 향수해와 더불어 성품이 참다운 허공에 합하여
   둘도 없고 차별도 없으므로 지금 여래에게 '동진(童眞)'이란 이름을 얻어 보살의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물의 성품이 한결같이 흘러 통하여 무생인을 얻어서
   보살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유리광보살(琉璃光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옛날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이 무량성이셨습니다.
   보살께서 본래 깨달으신 오묘한 마음을 열어 보이시되
   '이 세계와 중생의 몸이 모두가 허망한 인연인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임을 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경계가 편안히 성립된 것과,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몸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생각을 관하였으되
   모든 움직임이 둘이 아니어서 평등하여 차별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여러 가지 움직이는 성품이 와도 좇아 온 데가 없고 가도 돌아갈 곳이 없으며,
   시방의 미세한 티끌같이 많은 뒤바뀐 중생들은 다같이 허망해서 삼천대천세계 속에 있는 중생들이
   마치 한 그릇 속에 담아 놓은 백 마리의 모기가 앵앵거리고 시끄럽게 울면서
   푼촌[分寸]만한 가운데에서 고동치고 발광하며 소란스럽게 구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을 만난 지 오래지 아니하여 무생인을 얻었는데
   그때 마음이 열려서 동방의 부동존 부처님의 나라[不動佛國]를 보고서 법왕자가 되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섬겼으며 몸과 마음이 광명을 발하여 환하게 통해서 걸림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바람의 힘이 의지할 데가 없음을 관찰하여 보리심을 깨닫고 삼마지에 들어가서
   시방의 부처님과 합하고 오묘한 마음을 전일하게 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과 함께 정광(定光) 부처님 처소에서 끝이 없는 몸을 얻었습니다.
   그때 손에는 네 개의 큰 보배구슬을 들고서
   시방의 미세한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를 비추어 허공으로 변화시켰으며,
   또 스스로의 마음에 크고 둥근 거울을 나타내고
   그 속에서 열 가지 미묘한 보배광명을 발하여
   시방의 끝없는 허공에 있는 모든 세계를 비춰 주고는, 거울 속으로 들어왔고
   내 몸에 들어와서는 몸이 허공과 같아져서 서로 방해하거나 걸림이 없었으며,
   몸이 작은 먼지같이 많은 국토에 들어갈 수가 있어서 널리 불사를 행하여
   크게 순하게 따름을 얻었습니다.
   이 큰 신비한 힘은 네 가지 원소가 의지할 것이 없이
   허망한 생각으로 생기고 없어지는 것이어서 허공과 다름이 없으며,
   불국과 본래 같은 것임을 자세히 관찰함으로 말미암아 같은 데에서 발명하여 무생인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허공이 끝이 없음을 관찰하여 삼마지에 들어가서
   오묘한 힘이 원만하고 밝게 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지나간 옛날 미세한 티끌처럼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이 일월등명이셨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게 되었으나
   마음에는 세상의 명성을 소중하게 여겨 족성(族姓)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저로 하여금
   '오직 심식(心識) 선정을 닦아 익혀서 삼마지에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여러 겁을 지나는 동안 이 삼매로써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을 섬겼더니
   세상의 명성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없어졌고,
   연등(燃燈)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기에 이르러서는
   제가 가장 오묘하고 원만한 식심삼매(識心三昧)를 증득하여
   허공에 가득한 부처님의 국토가 깨끗하고 더럽고 있고 없는 것까지가
   모두 제 마음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것이 오직 심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의식의 성품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배출하였고
   지금 수기를 얻어서 부처님 지위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시방이 오직 의식으로 인하였음을 자세히 관하여
   인식하는 마음이 원만하게 밝아져서 원만하게 성취한 진실에 들어가
   의타(依他)*와 변계집(遍計執)*을 멀리 벗어나 무생인을 증득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대세지보살(大勢地菩薩)이 그의 동료 쉰둘이나 되는 보살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니 지나간 옛날 모래처럼 많은 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무량광이셨으며,
   열두 부처님이 일 겁 동안 계속하여 나셨는데 그 마지막 부처님의 이름이 초일월광이셨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저에게 염불삼매를 가르치시되
   '비유하면 마치 한 사람은 기억하기를 전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잊어버리기를 전념한다고 할 때,
    이러한 두 사람은 만약 서로 만났더라도 만난 것이 아니며
    보았더라도 본 것이 아니거니와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해서 이렇게 기억하는 두 생각이 깊으면
    이와 같이 이 생에서 저 생에 이르도록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듯이 서로 어긋나지 않으리니,
    시방 부처님은 중생을 가엾게 생각하심이 마치 어미가 아들을 생각하듯 하시니
    만약 아들이 도망하여 간다면 비록 생각한들 무엇하겠느냐?

    아들이 만약 어머니를 생각함이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생각할 때처럼 한다면
    어머니와 아들이 여러 생을 지내더라도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하는 것과 같다.
    만약 중생의 마음이 부처님을 기억하면서 염불하면
    지금이나 뒷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을 보게 되어
    부처님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방편을 빌리지 않고서도
    저절로 마음이 열려지는 것이,
    마치 향기를 물들이는 사람의 몸에 향기가 베는 것과 같을 것이니
    이를 이름하여 향광엄장(香光嚴藏)이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본래 인지(因地)에서 염불하는 마음으로 무생인에 들어갔고,
   지금 이 세계에서도 염불하는 사람을 이끌어다가 정토에 돌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특별한 것을 가림이 없어서
   여섯 개의 감각기관을 모두 단속하여 깨끗한 생각이 서로 계속함으로써
   삼마지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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