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시중24/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31. 15:06
시중  24


14-2 사람에 따라 모습을 나타낸다

却見乘境底人하니 是諸佛之玄旨 佛境不能自稱我是佛境이요 還是這箇無依道人 乘境出來니라 若有人出來하야 問我求佛하면 我卽應淸淨境出하고 有人問我菩薩하면 我卽應慈悲境出하며 有人問我菩提하면 我卽應淨妙境出하고 有人問我涅槃하면 我卽應寂靜境出하야 境卽萬般差別이나 人卽不別이라 所以應物現形 如水中月이니라

“다시 경계를 부리는[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니 여기에는 모든 부처님의 깊은 뜻이 드러나 있다.

부처님의 경지는 ‘나는 부처의 경지다.’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무의도인(無依道人)이 경계를 활용하면서 나타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나에게 부처가 되는 길을 묻는다면 나는 즉시 청정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살을 묻는다면 나는 곧 자비의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

또 어떤 사람이 보리를 묻는다면 나는 곧 깨끗하고 오묘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

또 어떤 사람이 열반을 묻는다면 나는 곧 고요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 준다.

경계는 수만 가지로 차별하지만 사람은 차별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는 것은 마치 물속에 비친 달과 같다.”


강의 ; 불교에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모두 경계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하루 종일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이끌려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 저기 온갖 것에 종속되어 사는 것이 습관화 되어 어디에든 메이지 않으면 사는 것 같지 않다. 공허하고 허전함을 느껴서 몸 둘 바를 모른다.

어디엔가 메여야만 사람으로서 사는 것 같음을 느낀다.

사람이나 텔레비전이나 전화나 무슨 일거리나 독서나 무엇에든지 메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경계들로부터 부림을 당한다.

그런데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도리어 경계를 부리면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깨달은 사람들의 깊고 오묘한 삶이 그곳에 있다.

조주스님이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시간을 마음대로 부리면서 살았듯이.

부처님의 경계라 하더라도 스스로 부처님의 경계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끄달리지 않은 사람[無依道人]일 뿐이다.

오히려 경계를 능동적으로 부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임제스님은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나에게 부처가 되는 길을 묻는다면 나는 즉시 청정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고 한다.

그것은 곧 부처의 경계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또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살을 묻는다면 나는 곧 자비의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고 한다.

그것은 곧 보살의 자비를 바로 보여준다는 뜻이다.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능히 경계를 부리는 사람의 표본이다.

경계는 수만 가지지만 사람은 하나다.

마치 하늘의 달은 하나지만 물이 있는 곳에는 모두 그 물의 상태에 따라 달이 비치듯이 오는 사람의 정도에 맞춰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임제스님은 응물현형 여수중월(應物現形 如水中月)하는 것이 오늘의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