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49 |
14-27 모두다 놓아버리라 道流야 一刹那間에 便入華藏世界하며 入毘盧遮那國土하며 入解脫國土하며 入神通國土하며 入淸淨國土하며 入法界하며 入穢入淨하며 入凡入聖하며 入餓鬼畜生이나 處處討覓尋하야도 皆不見有生有死하고 唯有空名이로다 幻化空花를 不勞把捉이니 得失是非를 一時放却하라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한 찰나 사이에 연화장 세계에 들어가고 비로자나불의 국토에도 들어간다. 해탈국토에도 들어가고 신통국토에 들어가고 청정국토에도 들어간다. 법계에도 들어가며 깨끗한 곳에 들어가고 더러운 곳에 들어간다. 범부의 세계에 들어가고 성인의 세계에 들어가며, 아귀․축생의 세계에도 들어간다. 그러나 곳곳마다 찾고 또 찾아보아도 아무 곳에도 생사가 있음을 보지 못하고 허망한 이름만 있을 뿐이다. 환영이며 허깨비며 헛꽃인 것을 애써서 붙잡으려 하지 말고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모두다 놓아버려라.”
강의 ; 사람의 마음은 미묘 불가사의하다. 사람이 보고 듣고 감지하고 창조해내는 그 능력도 역시 무궁무진하다. 촌보도 움직이지 않고 일체 세계를 다 돌아다닌다. 한 순간에 삼천 가지의 삶을 산다[一念三千]. 지옥, 아귀, 축생, 성인, 범부 등 없는 것이 없다. 작은 먼지 속에 앉아서 무한한 세계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 종적을 찾아보면 어디에도 태어나고 죽고 가고 오고하는 일이 없다. 허망한 이름뿐이다. 극락세계도 화장세계도 지옥세계도, 해탈도 신통도 청정하고 더러운 곳도, 범부도 성인도 아귀도 축생도 모두가 헛된 이름뿐 실체는 없다. 그 인생이 어디쯤 왔던지 뒤돌아보면 영광도 오욕도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승리도 패배도 텅 비어 없다. 누구나 똑 같다. 부귀빈천 남녀노소 그 누구에게도 한결같다. 한바탕 꿈이고 스쳐가는 환영이다. 인생사 일체가 환영이며 허깨비며 헛꽃인 것을 애써서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라.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모두다 놓아버려라. 깃털처럼 가볍게 살라. 물처럼 흘러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살라. 이런 노래가 있다. 굽이쳐 넘실대며 흘러가는 길고 긴 강물, 그 물결에 휩쓸리듯 옛 사람들 모두 다 사라졌네. 옳고 그르고 이기고 지는 일 모두가 허망하여라. 청산은 예와 다름없건만 서산의 붉은 해는 몇 번이나 넘어 갔던가. 고금의 많고 많은 일들 한바탕 웃음에 붙여 보낸다. 신심명의 글이다. 다시 한번 음미해야 한다. 환화공화(幻化空花) 불노파착(不勞把捉). 득실시비(得失是非) 일시방각(一時放却). 인생은 결국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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