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9 옷 입은 것에 속지 말라 1 如山僧今日用處는 眞正成壞하며 翫弄神變하야 入一切境호대 隨處無事하야 境不能換이니라 但有來求者하면 我卽便出看渠하나 渠不識我새 我便著數般衣하면 學人生解하야 一向入我言句하나니 苦哉라
“산승이 오늘날 법을 쓰는 것은 진정으로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며 가지고 놀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부리기도 한다. 일체 경계에 들어가지만 가는 곳마다 아무 일이 없어서 경계가 나를 빼앗지 못한다. 누가 찾아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곧 바로 그를 알아보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곧 몇 가지 옷을 입어 보이면 학인들은 알음알이를 내어 한결같이 나의 말 속으로 끌려 들어오고 마니 슬픈 일이다.”
강의 ; 앞에서 다섯 분 선지식의 가풍을 간략히 소개하고 여기서는 임제스님 자신이 법 쓰는 가풍의 일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진정으로 만들고 부순다. 마술하는 사람이 구슬을 가지고 희롱하듯 보였다가 감췄다가 한다. 또는 하나를 보이다가 여러 개를 보이기도 한다. 그 신묘한 변화는 현란하다. 그리고 모든 경계에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청정한 경계나 더러운 경계나 성인의 경계나 범부의 경계나 부처의 경계나 중생의 경계에 다 드나든다. 그러나 그 모든 경계에서 아무런 일이 없다. 그래서 경계가 나를 빼앗거나 바꾸어 놓지 못한다. 수처작주(隨處作主)다. 어떤 상황이든 나는 그 상황에 따라가지 않고 나는 나로서 당당하게 주인으로 산다. 명예와 이익이 나를 유혹하더라도, 칭찬과 비방이 나를 흔들더라도 나는 여여히 동요하지 않는다. 가난과 고통이, 병고와 몰락이, 패배와 오욕이 나를 나락으로 빠뜨리더라도 나는 당당하고 유유자적하다. 내가 하는 일에 시기와 질투로써 헐뜯고 모함하고 욕하고 방해하더라도 나는 연민의 정을 가지고 그들을 가엽고 불쌍하게 생각한다. 가르치고 제도해야할 사람들로 생각한다. 함께 덩달아 열을 올리거나 시비를 삼지 않는다. 수처작주, 수처작주한다. 법을 씀에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면 나는 그들을 곧 알아차린다. 여러 가지 옷을 바꿔 입어가며 변신을 해 보이듯이 작용에 변화를 보이면 학인들은 그 뜻을 모른 체 말에만 끌려 다닌다. 마치 흙덩이를 쫓아가는 삽살개 같다. 흙덩이를 던지는 그 사람을 물 줄 모른다. 슬프고 안된 일이다.
瞎禿子無眼人이 把我著底衣하야 認靑黃赤白이로다 我脫却하고 入淸淨境中하면 學人一見하고 便生忻欲타가 我又脫却하면 學人失心하야 忙然狂走하야 言我無衣로다 我卽向渠道호되 儞識我著衣底人否아하면 忽儞回頭하야 認我了也로다
“눈멀고 머리 깎은 중이나 안목 없는 사람들이 내가 입은 옷을 가지고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흰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내가 옷을 벗어버리고 텅 빈 경계에 들어가면 학인은 한번 보고 기꺼운 생각을 낸다. 또 내가 다시 벗어버리면 마음 둘 바를 몰라 바쁘게 달아나면서 나에게 옷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그들에게 ‘그대는 내가 옷을 입는 그 사람을 아는가?’ 라고 물으면, 홀연히 머리를 돌려버리고 나를 잘못 알고 만다.”
강의 ; 보통의 사람들도 몇 가지의 옷을 입고 변화를 부린다. 중국영화에 변검(變臉)이라는 것이 있다. 소매를 휘저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가면이 바뀌는 신기한 중국 전통의 가면술을 영화화 한 것이다. 인간의 한 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선지식이 사람을 교화하는 방편으로써는 근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갖가지 옷을 바꿔 입는 것은 당연하다. 혹은 옷을 다 벗어버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옷이 아니라 옷을 입는 그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다. 차별 없는 참사람, 곧 무위진인(無位眞人)이다. 무위진인을 어떻게 아는가? 지금 무엇이 무위진인인가? 하는 그 사람이다. 그것도 아니면 바람소리를 듣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이다. 불법을 물으러 갔다가 죽도록 얻어맞은 그 사람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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