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禪林寶訓)

선림보훈/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3. 16:34
0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명교 계숭(明敎契嵩)스님 / 1007∼1072 
 

 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도덕이 간직되었다면 보통사람이라 해도 곤궁하지 않으며, 도덕이 없다면 천하에 왕노릇을 한다 해도 되는 일이 없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옛날에 굶어 죽은 사람이지만 지금 사람들까지도 자기를 그에게 비교하여 주면 모두가 기뻐한다. 한편 걸(桀)·주()·유(幽)·여()는 옛날의 임금이었으나 지금도 사람들은 자기를 그에게 비교하면 모두가 화를 낸다. 그러므로 이 때문에 납자는 도덕이 자신에게 충만하지 못한 것을 근심할지언정, 세력과 지위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아야 한다. 『심진집(津集)』

2. 부처되는 공부는 하루아침에 완전해지지 않는다. 낮으로 부족하면 밤까지 이어가며 오랜 세월이 지나야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그 때문에 『주역(周易)』에서도, `배움으로써 뭇 이치를 모으고 질문으로 그것을 분별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 말은 공부에 있어서 질문과 변론이 아니면 이치를 알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요즈음의 납자들 중에는 어딜 가나 다른 사람에게 한 마디 질문이나 변론을 꺼내는 사람이 드물다. 이들은 무엇으로 성품자리를 도와 날로 새로와지는 공부를 하려는지를 모르겠다.

3. 태사공(太史公)은 『맹자(孟子)』를 읽다가, 양혜왕(梁惠王)이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대목에 이르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덮어버리고 길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슬프다. 이익이란 실로 혼란의 시초이다. 때문에 공부자(軫夫子)께서도 이익에 대해서는 드물게 말씀하셨는데, 이는 항상 그 근원을 막고자 함이었다."
근원이란 시초이다. 귀천을 막론하고 이익을 좋아하는 폐단은 다를 수 없다. 공직자가 이익을 챙기느라 공정하지 못하면 법이 문란해지고, 보통사람이 속임수로 이익을 취한다면 일이 혼란해진다. 일〔事〕이 혼란해지면 사람들이 다투어 화평하지 못하고, 법이 문란해지면 대중이 원망하여 복종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로가 뒤틀려 싸우며 죽음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 이로부터 비롯하니, `이익은 실로 혼란의 시초이다'라고 한 경우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성현께서 이익을 버리고 인의(仁義)를 무엇보다도 존중해야 한다고 깊이 주의를 주기까지 하셨는데도 후세에는 이익을 걸고 서로를 속이며 성현의 가르침을 상하게 했던 자들이 있었으니, 이를 어떻게 막겠는가. 더구나 이익 취하는 방법을 공공연히 벌여놓고 자행하면서 세상 풍속을 올바르게 하여 야박하지 않게 하려 하나, 될 법이나 하겠는가.

4.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드러나는 것도 있고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드러나지 않는 악은 사람을 해치며, 드러난 악은 사람을 죽인다. 사람을 죽이는 악은 작고, 사람을 해치는 악은 크다. 그러므로 잔치하는 가운데도 독주〔毒〕가 있고 담소하는 중에도 창〔戈〕이 숨겨져 있으며, 안방 구석에도 호랑이와 표범이 있고 길거리에는 첩자가 있다. 스스로가 마음속에 악이 싹트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성현이 아닌 다음에야 예의와 법도로써 미리 막아야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해로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5. 대각 회연(大覺懷璉:1008∼1090)스님께서 육왕산(育王山)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두 스님이 시주물 때문에 다툼이 그치지 않는데도 일을 주관하는 스님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님이 불러서 오라 하고는 그들을 꾸짖었다.
"지난날 포공(包公)이 개봉(開封)지방의 판관(判官)으로 있을 때, 그 동네 어떤 사람이 와서 `백금(白金) 백 냥을 저에게 맡겨둔 사람이 있었는데 죽어버렸읍니다. 지금 그 집안에 되돌려주었으나 그 아들이 받질 않으니, 공께서는 그 아들을 불러 되돌려주십시오' 하였다. 공은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즉시 그의 아들을 불러 말하자, 그는 사양하며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백금을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집에 맡겨둔 일이 없읍니다'라고 말하였다. 두 사람이 굳이 사양하자, 공께서는 부득이 성내에 있는 사찰과 도관(道觀)에 부탁하여,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어 천도하라 하였다. 나는 그 일을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번뇌 속에 사는 속인도 재물을 멀리하고 의로움 사모하기를 그토록 하는데, 너희들은 부처님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다지도 염치를 모르는가."
하고는 드디어 총림의 법규에 따라 쫓아내버렸다. [서호광기(西湖廣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