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법화경(法華經)

제 4 장 신해품(信解品)(1)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09:44

제 4 장

신해품(信解品)(1)


그때, 거룩한 수행자인 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의 네 사람은, 부처님으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방편 속에 진실이 있다는 가르침과 사리불이 먼 훗날에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몹시 감탄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한 후, 오른 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일심으로 합장하여 몸을 굽혀
공경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들은 승단에 있어 선배격이어서 한결같이 나이도 많이 늙었으므로, 자신은 이미 세속적인
괴로움이나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를 얻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였으므로, 더 나아가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려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예부터 오랫동안 저희들을 위해 가르침을 설해 주셨지만, 저희들은 그때 설법을 듣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때로는 몸이 피곤하여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으른 마음을 일으킨 나머지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오로지 공(空)에 의해 생긴 것으로서 원래부터 형상(모습)이
없으며, 그 실상의 세계는 인연의 조작을 넘어선(무작) 상주불변(常住不變)의 존재이다’ 하는 따위의
사색에만 사로잡혀 부처님께서 지금 설하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불성을 갖추고 있음을 깨달은
연후에 다시금 사람들 사이에 있는 차별을 인식하고 상대방에 따라 그들에게 적합한 가르침을
자유자재로 설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모든 사람들을 인격 완성의 경지로 인도한다는, 보살의 길을
구하려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우선 이 고통스러운 삼계에서 벗어나, 이 세상의 현상에
현혹되지 않는 평안한 경지인 열반을 깨닫게 하여 주셨으므로, 저희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늙어갔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에게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교화하시는 것을 보았지만,
저희들도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동경과 서원하는 마음은 일으키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부처님께서 성문인 사리불에게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증명을 내리시는 것을
직접 듣고, 지금까지 전혀 경험치 못한 커다란 환희를 얻었으니, 오늘에 이르러 돌연히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들을 줄이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저희들은 이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는데 대해 깊이 기뻐하며 스스로 축하하고 있사오니, 이것은 참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진귀한 보배가, 구하지도 아니하였는데 저절로 자기 것이 된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제부터 비유를 가지고 저희들이 이해한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의 집을 뛰쳐나와, 갈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
오랫동안 타국에서 가난한 생활을 계속한지 어언 열, 스물 하고 오십 세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차츰 많아지자 더욱 가난해지니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의 근원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랑하는 사이에 발길은 저절로 본국 쪽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지자, 온갖 힘을 기울여 팔방으로 아들을 찾아 헤매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간 곳을 알 수 없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게 되었는데 집은 매우 부유하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재산이 있었습니다.

금, 은, 청보석, 산호, 호박, 수정구슬 등의 많은 보배가 창고에 가득 넘쳐흘렀으며 또 많은 남녀 노예와
고용인과 사무원들을 거느렸고, 코끼리, 말, 소, 양 등의 가축과 수레가 무수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널리 여러 타국과도 무역을 하고 있어, 상인과 고객이 그칠 새 없이 많이 출입하였습니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궁색한 몸이 된 그 아들은 여기저기의 촌락과 여러 나라의 도시를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한시도 아들을 잊어본 적이 없었으니, 서로 헤어진지 어언 오십 년 동안 항상 아들의 신상에
대해 계속 걱정해 왔지만, 그것을 남에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오직 자기 가슴속에서만
걱정하고 괴로워하였던 것입니다. 차츰 나이를 먹어 가면서는 항상 다음과 같은 생각이 마음속을
오가고 있었으니, 즉 ‘나는 이제 완연히 늙어 버렸는데, 많은 재산을 가지고있으며, 금, 은 등 그밖에
진귀한 보물들이 창고가 넘치도록 가득히 있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아들이 전혀 없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이 많은 재산을 상속케 할 자식이 없으니 허망하게 흩어져 버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아들 생각이 간절하여 견딜 수 없었기에, ‘만일 내 아들이 살아 있어, 이 재산을
전부 맡길 수 있다면 마음이 홀가분하여 근심과 걱정이 없어질 터인데’ 하고 애석해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한편 그 빈궁한 아들은 일용인부가 되어 정처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집에서 품팔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집 앞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멀리
집안을 살펴보니, 보기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보배로 꾸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 계급과 왕족 및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 계급과 중류계급인 장자들에게
공손히 에워싸여 있었습니다.

그 고귀한 분은 몇천만에 이르는 값진 진주목걸이로 몸을 치장하고, 좌우에는 파리를 �는 흰 총채를
가진 사무원과 심부름꾼이 단정히 서서 시중들고 있었으며, 훌륭한 천으로 지어진 천막이 위를 덮었고
아름다운 깃발이 많이 걸렸으며, 땅바닥에는 향수가 뿌려지고 갖가지 이름난 꽃들이 흩어졌으며
곁에는 보물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분주히 들고 내고 하며 나에게 주기도 하는 것 같았으니, 모두가
말할 수 없이 너무나 훌륭하고 굉장한 광경이라서 그 고귀한 분의 모습에는 자연히 머리가 숙여지도록
위엄과 거룩함이 있었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이 장자의 위덕이 매우 큰 것에 대해 매우 놀람과 동시에 자못 두려워져 이런 곳에는
오지 아니하였어야 옳았었다고 후회하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분은 틀림없이 임금님이거나 혹은 임금님과 비슷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역시 내 신분에
알맞는 가난한 거리로 가는 편이 좋으리라. 그 곳에는 일할 곳도 있고 입고 먹을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런 곳에서 어물어물하다가는 틀림없이 붙잡혀서 강제로 품삯도 없이 일을 하게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급히 도망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자는 우연히 문 밖에 서있는 사내에게
눈길이 멎자, 즉시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들뜨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장자는 마음속으로, ‘이제야말로 내 재산을 모두 맡길 수 있게 되었구나.
지금까지 저 아들을 생각해 왔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거늘, 홀연히 스스로 돌아와 주었으니
이제야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도 끊을 수 없는 내 아들에 대한 애정은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장자는 즉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을 쫓아가서 데리고 오라’ 하고 명령하니 심부름꾼은 급히
달려가 그 빈궁한 아들을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그 빈궁한 아들은 크게 놀라서 하는 말이,
‘나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하였는데 어찌하여 붙잡습니까?’ 하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심부름꾼들은 빈궁한 아들이 반항함으로 더욱 힘껏 붙잡아 강제로 끌어가는 것입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이렇게 붙잡혀서 끌려가면 필경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 무서워서 정신이 아찔하여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아버지인 장자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자, 심부름꾼을 불러, ‘이제 그만, 그 사내는 부리지 않겠으니
무리하게 데리고 올 필요가 없다. 찬물을 얼굴에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해줘라. 그리고 제정신이
들더라도 아무 말도 하자 말라’ 하고 명령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인 장자는 그 아들이 오랜 동안의 가난한 생활로 말미암아 마음이 비굴해졌으므로,
도저히 자기와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과는 가까이할 수 없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지만 마음속 깊이 생각한 바 있어, 남들에게는 그가 자기
아들임을 말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심부름꾼들은 장자가 시킨 대로 그 아들이 제정신이 들게 한 후, ‘너를 용서해 줄 것이니 돌아가도 좋다’
하고 말하였으므로, 빈궁한 아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하고 기뻐하며 땅바닥에서 일어서자 곧바로
빈민굴로 달려가서 거기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