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무업의 깨침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3:58

“청정한 평상심이 부처님 속성”

 

무업선사는 <열반경>의 좌주로 있었다. 어느 날 마조대사에게 물었다. “삼승의 문자는 빠짐없이 그 뜻을 궁구해보았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듣건대 선문에서는 즉심시불이라 말한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단지 그대가 모른다는 그 마음이 곧 즉심시불이다. 달리 어떤 것이 있겠는가.” 무업이 다시 물었다.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와서 은밀하게 전한 종지는 무엇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그대는 참 번거롭게 하는구만. 돌아갔다가 다른 때 찾아오게나.” 이에 무업이 그 자리를 뜨려는데 마조가 “좌주여”하고 불렀다. 무업이 고개를 마조쪽으로 돌리자 마조가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 말에 무업이 당장 깨치고나서 예배를 드렸다.

 

무업은 산서성 서남군의 분주지역에서 널리 선풍을 드날린 분주무업(759~820)이다. 속성은 두씨로서 신장이 6척을 훨씬 넘었고 말투는 범종처럼 위엄이 넘치고 장중하였다. 경전에 해박하여 <금강경> <법화경> <유마경> <사익경> <화엄경> 등에 뛰어났는데 특히 <열반경>을 오랫동안 강의하였다. 불경의 진리에 통달했다고 하여 대달국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교학에서 생긴 의문 선법으로 밝혀

조계 천태 여산 등 돌며 불법 전파

 

이 대목은 마조가 즐겨 사용한 즉심시불의 대화를 통하여 무업이 깨치게 된 기연을 다루고 있다. 즉심시불은 즉심즉불 시심시불 시심즉불 비심비불과 같은 의미이다. 여기에서 심은 본래부터 번뇌와 분별심이 없는 청정한 마음을 가리킨다. 곧 그와 같은 청정한 평상심에 즉하는 것이야말로 다름아닌 부처의 속성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평상심에 즉하는 행위가 중요하다. 그 행위가 일상의 생활에서 드러나는 작용이 조사선의 가풍이었다.

 

삼승의 12분교를 두루 섭렵했던 무업도 선문에서 말하는 즉심시불은 그 근거를 찾을 수도 없었고 어떤 의미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어느 날 개원사의 마조도일을 참방하여 물었다. ‘저는 온갖 경전에 달통했는데도 불구하고 즉심시불이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하건대 그게 무슨 뜻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마조는 무업이 궁금해하는 바로 그와 같은 의심이야말로 때가 익었음을 간파하고 그렇게 질문하고 있는 그대의 마음이 곧 즉심시불 바로 그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무업은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뜻에서 평소에 궁금했던 다른 것을 물었다. ‘그렇다면 보라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와서 정법안장의 가르침을 전했다는데 그것은 또 무엇입니까.’ 마조에게 무업의 질문은 점입가경이었다. 마조는 무업의 그와 같은 행위가 참으로 딱하였다. 즉심시불도 모르는 주제에 정법안장의 비밀에 대하여 묻는 것이 가관이었다.

 

그러나 마조는 기연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선장이었다. 그와 같은 무업의 분별심을 잠재워주는 것은 그 상황을 일변하는 것이었다. 이에 시끄럽게 굴지말고 돌아갔다가 한가로운 때에 찾아와서 다시 물으라고 권하였다. 그 거대한 체구를 지닌 무업이 힘이 팽겨서 고개를 떨구고 조실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엉겁결에 고개를 돌려 마조의 얼굴을 치켜보았다. 마조는 이전의 모습 그대로 앉아 있는데 그 입에서는 바로 천둥같은 소리로 무업 자신의 바로 지금의 심정은 또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순간 무업은 실망도 의문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자신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줄을 깨쳤다.

 

선문에서 말하는 즉심시불이야말로 바로 자신의 의문을 이렇게 해결해 주는구나 하고 생각하자니 불성상주의 도리가 비로소 말끔하고 훤칠하게 드러났다. 무업은 이후 조계와 천태와 여산 등을 유행하면서 자신이 깨친 불법을 널리 전하고 분주에 오랫동안 주석하였다. 무업의 경우도 다른 좌주처럼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교학을 공부했던 의문을 선법을 통하여 밝히고나서 끝내 선문에서 또아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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