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덕산의 회심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4:16

글자에 집착 말고 마음을 깨쳐라

덕산선감 선사가 좌주였을 때 서촉에서 금강경을 강의하였다. 그런데 어떤 교학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우리 교학에서는 금강유정(金剛喩定)에 들어가 후득지(後得智)를 터득하고도 천 겁 동안 부처님의 위의를 배우고 만 겁 동안 부처님의 교화를 배운 연후에 비로소 성불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 남방에서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에 덕산은 격분하여 금강경의 주석서를 짊어지고 행각에 나섰다.

 

그래서 그 마구니들을 쳐부수려고 곧장 남방으로 갔다. 풍주 지방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서 호떡을 파는 노파를 만났다. 그래서 금강경 주석서를 내려놓고 점심으로 호떡을 사먹으려는 참이었다. 노파가 말했다. “짊어지고 온 짐은 무엇입니까.” 덕산이 말했다. “금강경에 대한 주석서올시다.” 노파가 말했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있는데 답변해주신다면 호떡을 점심으로 거저 드리지요. 그렇지만 답변하지 못하시면 다른 곳에 가서 점심을 사 잡수셔야 할겁니다.” 덕산이 말했다. “뭐든지 묻기만 하시구려.” 노파가 말했다. “금강경에는 과거심도 없고 현재심도 없으며 미래심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점심(點心)을 드신다고 하니 어떤 심(心)에다 점(點)을 찍으시겠습니까.” 덕산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덕산은 용담에 도착하여 대문의 문턱에다 한 발을 걸쳐놓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용담(龍潭)에 대하여 들어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연못[潭]도 보이지 않고 용(龍)도 나타나지 않는구나.”

 

이에 용담스님이 말했다. “그대는 벌써 용담에 들어와 있다네.” 이에 덕산이 예를 드리고 물러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짊어지고 온 금강경 주석서를 법당 앞에다 쌓아놓고는 횃불을 들고 말했다. “모든 경론을 다 궁구한다해도 그것은 마치 터럭 하나를 허공에 쌓는 것처럼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소중한 것을 다 가진다해도 큰 강물에 물 한방울을 보태는 것처럼 볼시시하다.” 그리고는 마침내 금강경 주석서를 불태워버렸다.

 

즉심시불 주장 반박하려 남방行

용담스님 선법 감화…계승 나서

덕산은 덕산선감 선사로서 법계는 천황도오 - 용담숭신 - 덕산선감 - 설봉의존으로 계승되었다. <금강경>에 정통하였고 성이 주(周) 씨였기 때문에 주금강이라 불리웠다. 교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좌주로 있을 때였다. 당시에 남방지역에서는 소위 선법이 크게 발전하던 때였다. 당시에 선법에서는 개개인의 마음이 그대로 부처라는 즉심시불(卽心是佛)을 비롯하여 평상의 마음이 바로 깨침이라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말처럼 일상의 삶 그대로가 진리이고 깨침이며 부처라는 주장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이에 덕산은 선법의 사람들은 건방지게도 그것을 무시한다고 간주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그들을 찾아가서 혼내주리라 생각하고는 남방지역을 찾아갔다. 도중에 시장기가 느껴졌기 때문에 호떡으로 점심(點心)을 대신하려고 호떡 파는 노파에게 다가갔다. 점심은 마음에 불을 당긴다는 뜻으로 배고픈 마음에 살짝 시장기만 면할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간식을 가리킨다. 그 노파는 용담의 어머니였다.

 

용담은 어렸을 때부터 사하촌에서 떡을 파는 어머니를 모시고 자라났다. 때문에 매일 떡을 준비하여 공양을 올렸을 정도로 신심이 대단했기 때문에 후에 용담숭신(龍潭崇信)이라 불리웠다. 노파는 덕산을 자기의 아들이기도 한 용담스님에게 안내하여 깨우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 셈이다. 덕산은 노파가 일러준대로 용담을 찾아가 끝내 자신이 경전의 글자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마침내 마음을 깨치는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는 <금강경>의 주석서를 불태워버렸다. 이후에 덕산은 많은 제자를 가르치면서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방법으로 몽둥이로 때려주는 방(棒)을 즐겨 구사하였다. 제방에서는 임제의 할(喝)과 함께 덕산의 방(棒)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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