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12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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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12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283. 종수경(種樹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결박에 묶이는 법을 따라 맛들여 집착하고, 돌아보며 기억하여 마음이 묶이면 애욕[愛]이 생긴다. 그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取]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으며,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나니,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수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되느니라.
  마치 사람이 나무를 심어 처음에 작고 연약할 때, 사랑하고 보호하여 안전하게 하고, 기름진 흙으로 북돋아주며, 때맞추어 물을 주고 차고, 따스한 기온을 맞추어주면 이 인연으로 그 나무는 점점 자라나 크게 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결박에 묶이는 법에 맛들여 집착하고 자라게 되면 곧 은혜(恩惠)와 애욕(愛欲)이 생긴다. 그리하여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으며,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나니,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수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되느니라.
  만일 결박이 묶는 법에 대해서 무상(無常)한 것이라고 관찰하고, 나고 소멸하는 것이라는 관찰, 하고자 할 것이 없는 것이라는 관찰, 소멸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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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는 관찰, 버려야 할 것이라는 관찰에 머물러,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아서 마음이 묶이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곧 애욕이 소멸한다.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하나니,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수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되느니라.
  마치 나무를 심어 처음에 작고 연약할 때,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아 안전하게 해주지도 않고, 기름진 흙으로 북돋아주지도 않으며, 때맞추어 물을 주지도 않고, 차고 따뜻한 기온을 맞춰 주지도 않으면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만일 거기에다 다시 뿌리를 끊고 가지를 꺾어 조각조각 자르고, 총총 썰어서 바람에 말리고 햇볕에 쪼이며, 불로 태워서 재 가루를 만들어 거센 바람에 날리거나 흐르는 물에 던져버린다고 하자.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나무의 뿌리를 끊고 나아가 불살라 아주 없애버렸다면, 이것은 미래 세상에 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비구들아, 결박에 묶이는 법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라는 관찰을 따르고, 나고 소멸하는 것이라는 관찰, 하고자 할 것이 없는 것이라는 관찰, 소멸해야 할 것이라는 관찰, 버려야 할 것이라는 관찰에 머물러,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아서 마음이 묶이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곧 애욕이 소멸한다.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하나니,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수하고 큰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4. 대수경(大樹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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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취하는 법[取法]을 따라 맛들여 집착하고, 돌아보며 기억하여 마음을 묶으면, 그 마음은 치달리면서 명색(名色)을 좇게 되느니라.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入處)가 있고, 6입처를 인연하여 감촉[觸]이 있으며, 감촉을 인연하여 느낌[受]이 있고,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으며,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取]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으며,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老]·병듦[病]·죽음[死]·근심[憂]·슬픔[悲]·번민[惱]·괴로움[苦]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싸이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줄기·가지·잔가지·잎·꽃·열매가 있는 큰 나무가 뿌리를 깊이 단단하게 내렸을 때 기름진 흙으로 북돋아주고 물을 대주면 그 나무는 굳고 튼튼하여 영원히 썩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취하는 법을 따라 맛들여 집착하고, 돌아보며 기억하여 마음이 묶이면, 그 마음이 치달리면서 명색을 좇게 되느니라.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가 있고,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으며,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고,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으며, 애욕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싸이게 되느니라.
  만일 취하는 법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라는 관찰을 따르고, 나고 소멸하는 것이라는 관찰, 하고자 할 것이 없는 것이라는 관찰, 소멸해야 할 것이라는 관찰, 싫어해야 할 것이라는 관찰에 머물러, 마음이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아서 묶여 집착하는 일이 없으면, 식(識)이 곧 치달리지 않으면 명색이 곧 소멸한다. 명색이 소멸하면 6입처가 소멸하고, 6입처가 소멸하면 접촉이 소멸하며, 접촉이 소멸하면 느낌이 소멸하고, 느낌이 소멸하면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한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하고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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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소멸하게 되느니라.
  마치 나무를 심었을 때, 안전하도록 때맞추어 사랑하고 보호하지도 않고, 기름진 흙으로 북돋아주지도 않으며, 때맞추어 물을 대주지도 않고, 차고 따스한 온도를 맞추어주지도 않으면 그 나무는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만일 거기에다 다시 뿌리를 끊고 가지를 꺾어 조각조각 자르고, 총총 썰어서 바람에 말리고 햇볕에 쪼이며, 불로 태워 재 가루를 만들어 거센 바람에 날리거나 흐르는 물에 던져버린다고 하자.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나무의 뿌리를 끊고……(내지)……불살라 아주 없애버렸다면, 이것은 미래 세상에 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취하는 법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라는 관찰을 따르고, 나고 소멸하는 것이라는 관찰, 하고자 할 것이 없는 것이라는 관찰, 소멸해야 할 것이라는 관찰, 싫어해야 할 것이라는 관찰에 머물러, 마음이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아서 묶여 집착하는 일이 없으면, 식(識)이 곧 치달리지 않아 명색이 곧 소멸한다. 명색이 소멸하면 6입처가 소멸하고, 6입처가 소멸하면 접촉이 소멸하며, 접촉이 소멸하면 느낌이 소멸하고, 느낌이 소멸하면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한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하고 큰 괴로움뿐인 무더기가 소멸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5. 불박경(佛縛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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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과거 아직 정각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를 기억하고 있는데,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선정에 들어 사유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상은 고난 속에 빠져있다.1) 말하자면 혹은 태어나고 혹은 늙으며, 혹은 병들고 혹은 죽으며, 혹은 옮겨가고 혹은 다시 태어남을 받는다. 그런데도 모든 중생들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그것이 의지하는 바를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태어남[生]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는가?'
  곧 바르게 사유하여 '존재[有]가 있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고, 존재를 인연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다'고 빈틈없고 한결같은 지혜[等無間知]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존재가 있는가?'
  곧 바르게 사유하여 '취함[取]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기 때문에 존재가 있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이 지혜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취함에는 또 어떤 인연과 법이 있기 때문에 취함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취함이 있는가?'
  곧 바르게 사색하여 '법을 취해 맛들여 집착하며, 돌아보고 기억하여 마음이 묶이면 애욕은 더하고 자라난다. 그 애욕이 있기 때문에 취함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기 때문에 취함이 있다.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모인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은 지혜를 일으켰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비유하면 기름과 심지를 인연하여 등불이 탈 수 있는 것과 같나니, 자주자주 기름과 심지를 더해준다면
  
1) 고려대장경 원문은 '세간난입(世間難入)'으로 되어 있다. 원문 그대로 번역할 경우 내용과 부합되지 않아 팔리본과 대조하여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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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등불은 오래오래 가겠느냐?"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모든 비구들아, 색(色)을 취하고, 맛들여 집착하며, 돌아보고 기억하면 애욕의 묶음이 더욱 늘어난다. 애욕을 인연하기 때문에 취함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으며,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모이느니라.
  나는 그 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늙음·병듦·죽음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병듦·죽음이 소멸하는가?'
  곧 바르게 생각하여 '태어남이 없으면 늙음·병듦·죽음이 없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병듦·죽음이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태어남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소멸하는가?'
  곧 바르게 사유하여 '존재가 없기 때문에 태어남이 없고, 존재가 소멸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다시 또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존재가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가 소멸하는가?'
  곧 바르게 생각하여 '취함이 없기 때문에 존재가 없으며, 취함이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가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은 관찰[無間等觀]을 일으켰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취함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취함이 소멸하는가?'
  곧 바르게 생각하여 '취하는 법은 무상한 것이며 나고 멸하는 것이므로,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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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을 여의고 소멸해 없애며 버리고 여의어야 할 것이다. 마음으로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아서 마음이 묶이지 않으면 애욕은 곧 소멸한다. 그 애욕이 소멸하기 때문에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한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히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은 관찰을 일으켰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비유하면 기름과 심지로 등불을 켜는 것과 같다. 만일 기름을 더하지 않고 심지를 돋우지 않는다면 그 등불의 빛은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비구들아, 취하는 법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며 나고 멸하는 것이라고 관찰하여, 탐욕을 여의고 소멸해 없애며 버리고 여의어서, 마음으로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고 마음이 묶여 집착하지 않으면 욕망은 곧 소멸한다. 욕망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6. 취경(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 아직 정각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를 기억하고 있는데,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선정에 들어 사유(思惟)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2)
  ……(자세한 내용은 위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고 다만 그와 다른 내용은
  
2)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에 해당하는 글자가 없다. 앞뒤의 경을 참조하여 한글문맥을 살리기 위해 보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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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다.)……
  "비유하면 땔감을 열 다발, 스무 다발, 서른 다발, 마흔 다발, 쉰 다발, 백 다발, 천 다발, 백천 다발을 옮겨다 쌓아놓고 불을 붙여 큰 불길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마른 풀이나 섶을 거기에 더한다면,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은 어떠하냐? 그 불이 계속 오랫동안 탈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모든 비구들아, 취하는 법에 맛들여 집착하고 돌아보며 기억하여 마음이 묶이고 집착이 더하면, 그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으며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싸이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그 불덩어리가 왕성하게 타고 있을 때 나무나 풀을 더해주지 않는다면,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은 어떠하냐? 그 불은 꺼지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모든 비구들아, 취하는 법에 대해서 무상한 것이며 나고 소멸하는 것이라고 관찰하고, 탐욕을 여의고 소멸해 없애며 버리고 여의어서, 마음으로 돌아보거나 기억하지 않고 묶여 집착하지 않으면 애욕은 곧 소멸하나니, 애욕이 소멸하면 취함이 소멸하고 ……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와 같다다)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7. 성읍경(城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436 / 2145]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아직 정각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나는 혼자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선정(禪定)에 들어 사유(思惟)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다. 이와 같이 존재·취함·애욕·느낌·접촉·6입처도 그와 같으며, 명색에 대해서도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명색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명색이 있는 것일까?' 하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곧 바르게 사유하자 '식이 있기 때문에 명색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기 때문에 명색이 있다'는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이 생겼다.
  내가 이렇게 사유했을 때, 식을 한계로 돌아오게 되고 그것을 넘어설 수가 없었으니, 이른바 식을 인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가 있으며,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모였다.
  이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소멸하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없고, 태어남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이와 같이 태어남·존재·취함·애욕·느낌·접촉·6입처·명색·식·행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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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행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무명이 없기 때문에 행이 없고,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며, 행이 소멸하기 때문에 식이 소멸하고, 식이 소멸하기 때문에 명색이 소멸하며, 명색이 소멸하기 때문에 6입처가 소멸하고, 6입처가 소멸하기 때문에 감촉이 소멸하며, 감촉이 소멸하기 때문에 느낌이 소멸하고, 느낌이 소멸하기 때문에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기 때문에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한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이 하였다.
  나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옛 선인(仙人)의 길과 옛 선인의 지름길과 옛 선인의 길의 자취를 얻었다. 옛 선인은 이 자취를 좇아갔으니 나도 이제 따라가자.'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광야(曠野)를 헤매며 거친 들판을 헤치면서 길을 찾다가 문득 옛 사람이 다니던 길을 만난 경우와 같다. 그는 곧 그 길을 따라 점점 앞으로 나아가다가 옛 성읍(城邑)과 옛날의 왕궁(王宮)·동산·목욕하던 못·수풀의 청정함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왕에게 가서 고하여 이 사실을 왕이 알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찾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꼭 아tu야만 합니다. 제가 광야를 헤매며 거친 들판을 헤치고 길을 찾다가 문득 옛 사람이 다니던 길을 발견하였고, 저는 곧 그 길을 따라갔습니다. 제가 그 길을 따라 갔더니 거기에는 옛 성읍과 옛 왕궁·동산·목욕하던 못·수풀·물 등 청정한 경지를 보게 되었는데, 대왕께서 가셔서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왕은 곧 그곳으로 가 살았고, 그곳은 풍성하고 즐겁고 안온하여 인민들이 불꽃처럼 성하게 모여들었다.
  이제 나도 그와 같이 옛 선인의 길, 옛 선인의 지름길, 옛 선인의 자취, 옛
 
[438 / 2145] 쪽
  선인이 갔던 곳을 얻었고, 나도 그 길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것은 8성도(聖道)를 일컫는 말이니, 즉 바른 소견·바른 뜻·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선정이 그것이니라. 나는 그 길을 따라 늙음·병듦·죽음[老病死]과 늙음·병듦·죽음의 발생[老病死集]과·늙음·병듦·죽음의 소멸[老病死滅]과 늙음·병듦·죽음의 소멸에 이르는 길[老病死滅道跡]을 보았다. 또 태어남·존재·취함·애욕·접촉·6입처·명색·식도 마찬가지며, 행과 행의 발생, 행의 소멸,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까지도 다 보았다.
  나는 이 법을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및 다른 외도의 사문 바라문과 재가 출가자들을 위해 설법하였으며, 그 여러 사부대중(四部大衆)들은 법을 듣고는 바로 따르고 믿고 즐거워하면서 법의 훌륭함을 알았다. 그래서 범행(梵行)이 더하고 넓어져 많은 유익함을 주기 위해 열어 보이고 나타내 드날렸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8. 노경(蘆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존자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는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존자 마하구치라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앉아, 존자 마하구치라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존자 마하구치라가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뭐든지 물으십시오.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존자 마하구치라에게 물었다.
[439 / 2145] 쪽
  "어떻습니까? 존자 마하구치라여, 늙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물었다.
  "죽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또 물었다.
  "어떻습니까? 늙음과 죽음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와 다른 사람이 함께 지은 것입니까? 혹은 자기도 아니요 남도 아니며 인(因)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늙음과 즉음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도 아니요, 또한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이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태어남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은 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태어남·존재·취함·애욕·느낌·접촉·6입처도 마찬가지이며, 명색(名色)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도 남도 아니요 인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명색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도 아니요, 자기나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 명색은 식(識)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식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도 아니요 남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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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자 사리불이여, 그 식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도 아니요, 자기나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 식은 명색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존자 마하구치라여, 아까 '명색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도 아니요,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같이 지은 것이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도 아니다. 그 명색은 식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이제는 또 '명색을 인연하여 식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이치입니까?"
  존자 마하구치라가 대답하였다.
   "지금 비유를 들어 말하겠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잘 이해하게 됩니다. 비유하면 세 개의 갈대를 빈 땅에 세울 때 서로서로 의지해야 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만일 그 하나를 빼버리면 둘도 서지 못하고, 만일 둘을 다 빼버리면 하나도 또한 서지 못하게 되니, 서로서로 의지해야 서게 되는 것입니다. 식이 명색을 인연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서로서로 의지해야 나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존자 마하구치라여, 세존의 성문(聲聞)들 중에 지혜(智慧)가 밝게 통달하고, 잘 다루어 두려움이 없으며, 감로법(甘露法)을 보고 감로법을 두루 갖추어 몸으로 증득한 사람은 바로 존자 마하구치라이십니다. 그러하기에 이와 같이 매우 심오한 이치의 변론이 있어서 갖가지 어려운 질문에 모두 대답할 수 있으시니, 세상이 정수리에 떠받들어 공경해야할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과 같으신 분입니다. 저도 이제 존자 마하구치라를 정수리로 떠받들어 존경하는 이유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에게서 유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다른 모든 범행자(梵行者)들도 자주 당신께 찾아온다면 그들 또한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존자께서 설법을 잘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존자 마하구치라께서 말씀하신 법을 마땅히 30가지로 찬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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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드날리고 따라 기뻐하겠습니다.
  존자 마하구치라께서는 늙음과 죽음을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어서 완전하게 소멸하라고 말씀하시니, 바로 이런 분을 법사(法師)라고 합니다. 태어남·존재·취함·애욕·느낌·접촉·6입처·명색·식을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완전하게 소멸하라고 말씀하시니, 바로 이런 분을 법사라고 합니다. 만일 비구가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완전하게 소멸하는 방향으로 향한다면, 이런 자를 법사라고 합니다. ……(내지)……식에 대해서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완전하게 소멸하는 방향으로 향한다면, 이런 자를 법사라고 합니다. 만일 비구로서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완전하게 소멸해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잘 해탈하면, 이런 자를 법사라고 합니다. ……(내지)…… 식에 대해서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완전하게 소멸해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잘 해탈하면, 이런 자를 법사라고 합니다."
  존자 마하구치라가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세존의 성문들 중에서 지혜가 밝게 통달하고, 잘 다루어 두려움이 없으며, 감로법을 보고 감로법을 두루 갖추어 몸으로 증득한 사람은 바로 존자 사리불이십니다. 이와 같은 매우 깊은 바른 지혜의 갖가지 질문을 하실 수 있으시니, 마치 사람들이 정수리로 떠받들어 공경할 만한 세간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과 같으신 분입니다. 당신도 이제 그와 같아서, 두루 일체 범행자들이 정수리에 떠받들고 공경하며 예(禮)로써 섬깁니다. 나는 오늘 통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고, 존자와 더불어 묘한 이치를 함께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두 정사(正士)는 다시 서로 기뻐하며 제각기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289.무문경(無聞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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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4대(大)로 된 몸에 대해서 싫어하고 근심하며 탐욕을 여의고 등져버리지만 식(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 하면 4대로 된 몸에서는 더함이 있고 줄어듦이 있으며 취함이 있고 버림이 있음을 보지만, 마음[心]과 뜻[意]과 식(識)에 대해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능히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여의어 해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것을 보호하고 아끼면서 나[我]라고 하는 것에 매달려, 얻거나 취하는 것이 있으면 '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 둘 다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그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여의어 등져버리지 못한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4대로 된 몸에 대해서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고 얽매일지언정 식(識)에 대해서 나와 내 것이라고 얽매이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4대로 된 몸에서는 10년을 머무르고 20년 30년 나아가 백 년 동안 머무르다가도 결국 소멸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많기도 한 것을 보지만, 마음과 뜻과 식은 밤과 낮, 시시각각으로 잠깐 사이에 변하고 옮겨 다른 것이 생기고 다른 것이 소멸하기 때문이다. 마치 원숭이가 숲 속에서 놀 때, 잠깐 사이에 여기저기로 나무 가지를 옮겨 잡으며 하나를 놓고 곧 다른 한 나무 가지를 잡는 것과 같나니, 그 마음과 뜻과 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다른 것이 생기고 또 다른 것이 소멸하느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모든 연기(緣起)에 대해서 잘 사유하고 관찰한다. 즐거움과의 감촉[樂觸]을 인연해 즐겁다는 느낌이 생겨 즐겁다는 느낌을 깨달았을 때, 즐겁다는 느낌의 깨달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그 즐거움과의 감촉이 소멸하면 즐거움과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긴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느니라. 즐겁다는 느낌에서와 같이 괴로움과의 접촉[苦觸]·기쁨과의 접촉[喜觸]·근심과의 접촉[憂觸]도 마찬가지이며, 평정과의 접촉[捨觸]을 인연하여 평정하다는 느낌이 생겨 평정한 느낌을 깨달았을 때, 평정한 느낌의 깨달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그 평정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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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촉이 소멸하면 그 평정과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긴 평정하다는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느니라. 그는 이와 같이 사유한다.
  '이 느낌과 접촉은 즐거움과의 접촉과 접촉에 얽매임을 일으킨다. 이러저러한 즐거움과 접촉하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즐거움을 느끼고, 이러저러한 즐거움과의 접촉이 소멸하면 이러저러한 즐겁다는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고 쉬고 사라진다.'
  이와 같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색(色)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싫어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解脫)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에서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0. 무문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4대(大)로 된 몸에 대해서는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탐욕을 여의어 등져버리지만 의식에 대해서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 하면 4대로 된 몸은 현재 늘어남이 있고 줄어듦이 있으며, 취함이 있고 버림도 있다. 그러나 마음[心]·뜻[意]·식(識)에 대해서는 저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그 식을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도 않고 탐욕을 여의고 등져버리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보호하고 아끼면서 나라고 하는 것에 얽매여 얻거나 취하게 되면 '이것은 나라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들 말한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凡夫)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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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도 않고, 또한 탐욕(貪欲)을 여의고 등져버리지도 못하느니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차라리 4대로 된 색신(色身)에 대해서 나니, 내 것이니 하면서, 거기에 얽매일지언정 식(識)에 대해서 나니, 내 것이니 하면서 거기에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 하면 4대로 된 몸에서는 10년을 머무르고 20년 30년……(내지)……백 년 동안 머무르다가 잘 소멸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그보다 조금 많기도 한 것을 보지만, 마음과 뜻과 식은 밤 낮으로 시시각각 잠깐 사이에도 변하고 옮겨져서 다른 것이 생기고 또 다른 것은 소멸하기 때문이다. 마치 원숭이가 숲 속에서 놀 때, 잠깐 사이에 여기저기로 나무 가지를 옮겨다니면서 하나를 놓고는 곧 다른 하나를 잡는 것과 같나니, 그 마음·뜻·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잠깐 사이에 옮겨가고 변해 다른 것이 생기고 또 다른 것은 소멸하느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모든 연기(緣起)에 대해서 사유(思惟)하고 관찰한다. 즉 즐거움과의 접촉을 인연하여 즐겁다는 느낌이 생기고 즐겁다는 느낌을 깨달았을 때, 즐겁다는 느낌의 깨달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그 즐거움과의 접촉이 소멸하면 즐거움을 인연하여 생긴 즐겁다는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느니라. 즐겁다는 느낌에서와 같이 괴로움과의 접촉[苦觸]·기쁨과의 접촉[喜觸]·근심과의 접촉[憂觸]도 마찬가지이며, 평정과의 접촉[捨觸]을 인연하여 평정하다는 느낌이 생겨 평정한 느낌을 깨달았을 때, 평정한 느낌의 깨달음을 사실 그대로 안다. 그 평정과의 접촉이 소멸하면 그 평정과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긴 평정하다는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느니라.
  비유하면, 두 나무를 서로 비비면 화합하여 불을 일으키지만, 만일 두 나무를 서로 떨어뜨려 놓으면 불도 따라서 소멸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이, 모든 느낌은 접촉을 인연하여 발생하나니, 접촉이 일어나면 접촉이 발생하느니라. 만일 이러저러한 접촉이 발생하면 이러저러한 느낌도 또한 발생하며, 이러저러한 접촉이 소멸하면 이러저러한 느낌도 또한 소멸하고 그치며,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느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면 색(色)에서 해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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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수(受)·상(想)·행(行)·식(識)에서 해탈하며,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나니,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을 얻었다고 나는 말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1. 촉경(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안의 접촉법[內觸法]'에 대하여 너희들은 이해하느냐?"
  이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린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안의 접촉법에 대하여 저희들은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 앞에서 이러이러하다고 스스로 설명하였지만, 이러이러하다는 그 설명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만족해하지 않으셨다.
  그 때 존자 아난(阿難)은 부처님의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쳐드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거룩한 법(法)과 율(律)에서 말하는 안의 접촉법은 이 비구가 말한 것과는 다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거룩한 법과 율의 안의 접촉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그 설법을 들으면 마땅히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자세히 들어라.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주리라. 이 모든 비구들이 안의 접촉에 대하여 이해하려면 마땅히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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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중생들에게 갖가지 많은 괴로움이 생긴다면, 이 괴로움은 무엇이 그 인(因)이 되고, 무엇이 발생[集]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生]이 되고, 무엇이 접촉[觸]이 되는가?' 하고 이와 같이 이해할 때,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괴로움은 억파제(億波提)3)가 그 인이 되고, 억파제의 발생이며, 억파제의 태어남이 되고, 억파제가 변한 것이다.
  또 비구들아, 그 안의 접촉법이나 또는 억파제는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그것을 이해하였을 때, 또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억파제는 애욕[愛]이 인이 되고, 애욕이 발생이 되며, 애욕이 태어남이 되고, 애욕이 접촉이 되느니라.
  또 비구들아, 안의 접촉법을 이해하려면 마땅히 또 알아야 한다. 애욕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이와 같이 이해할 때,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간에서 사랑하는 단정한 색, 거기서 애욕(愛欲)이 생기고 또 생기며, 매이고 또 매이며, 머무르고 또 머무른다.
  만일 모든 사문 바라문들이 세간에서 사랑하는 단정한 색에 대해서 영원하다는 생각, 한결같다는 생각, 안온하다는 생각, 병이 없다는 생각, 나라는 생각,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또 본다면, 곧 그 색에 대한 애욕은 더 늘어나고 자라게 된다. 애욕이 더 늘어나고 자라게 된 뒤에는 억파제가 더 늘어나고 자라나게 되며, 억파제가 더 늘어나고 자라난 뒤에는 괴로움이 더 늘어나고 자라나게 되며, 괴로움이 더 늘어나고 자라난 뒤에는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한다. 그러면 그는 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했다고 나는 말하리라.
  비유하면 길 가에 맑고 시원한 못이 있어 향기와 맛이 모두 훌륭한데, 어떤 사람이 그 안에 독을 넣었다고 하자. 따뜻한 봄날에 길 가던 모든 사람들은 바람과 더위에 목이 몹시 말라 다투어 찾아와 마시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사부(士夫)들이여, 이 맑고 시원한 못물은 향기와 맛은 모두 훌륭하나 그 속
  
3) 팔리어로는 upadhi이고 우파제(優波提)라고도 하며 유의(有依) 소의(所依), 태어남의 요소라는 뜻이다. 즉 모든 법이 의지하는 발생의 조건이므로 의인(依因)이라고도 한다. 아라한과를 증득하면 새로 태어나게 하는 원인인 우파제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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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는 독이 있으니 여러분은 마시지 마십시오. 만일 마신다면 당신들은 죽거나 혹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 목마른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그것을 마셨다. 그들은 비록 좋은 맛은 얻었지만 잠깐 사이에 혹 죽거나 혹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였다.
  그와 같이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들이 세간에서 사랑할만한 단정한 색을 보고, 영원하다는 소견, 한결같다는 소견, 안온하다는 소견, 병이 없다는 소견, 나와 내 것이라는 소견을 일으킨다면 ……(내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할 것이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들이 세간에서 사랑할 만한 단정한 색에 대해서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것이 아니다'라고 관찰한다면, 그 애욕은 곧 사라진다. 애욕이 사라졌기 때문에 억파제가 사라지고, 억파제가 사라졌기 때문에 괴로움이 사라지며, 괴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사라지느니라.
  비유하면 길 가에 맑고 시원한 못이 있어 향기와 맛이 모두 훌륭한데, 어떤 사람이 그 안에 독을 넣었다고 하자. 따뜻한 봄날에 길 가던 모든 사람들이 바람과 더위에 목이 몹시 말라 다투어 찾아와 마시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사부(士夫)들이여, 이 맑고 시원한 못물은 향기와 맛이 모두 훌륭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독이 있으니 여러분은 마시지 마십시오. 만일 마신다면 당신들은 죽거나 혹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이 물에는 독이 있다. 만일 마신다면 나는 죽거나 혹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나는 우선 목마른 것을 참고 마른 보릿가루를 먹자'고 생각하고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와 같이 사문 바라문들이 세간에서 사랑할 만한 색에 대해서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無常], 괴로운 것이며[苦], 공한 것이고[空], 나라고 할 것이 아니다[非我]'라고 관찰한다면 ……(내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 법에 대해서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듣고, 이와 같이 깨닫고,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과거나 미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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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은 길을 이와 같이 관찰하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2. 사량경(思量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해야 바르게 괴로움과 맨 마지막 괴로움의 끝까지를 다 없게 할 수 있을까? 이 때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로 차별되는 온갖 괴로움에 대하여 그 모든 괴로움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것은 취함[取]이 인이 되고, 취함의 발생이 되며, 취함의 태어남이 되고, 취함의 접촉이 된다'라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만일 그 취함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모든 괴로움은 곧 다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한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취함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취함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취함은 애욕[愛]이 인이 되고, 애욕이 발생이 되며, 애욕이 태어남이 되고, 애욕의 접촉이 된다'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만일 그 애욕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취함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취함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한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애욕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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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애욕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애욕은 느낌[受]이 인이 되고, 느낌이 발생이 되며, 느낌이 태어남이 되고, 느낌이 접촉이 된다'고 알라. 그 느낌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애욕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애욕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느낌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느낌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느낌은 접촉[觸]이 인이 되고, 접촉이 발생이 되며, 접촉이 태어남이 되고, 접촉이 연(緣)이 된다'고 알라. 그 접촉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느낌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접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접촉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애욕은 6입처(入處)가 인이 되고, 6입처가 발생이 되며, 6입처가 태어남이 되고, 6입처가 접촉이 된다'고 마땅히 알라. 그 6입처가 남김없이 소멸되면 접촉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6입처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6입처는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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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아려라. 그리고 '그 6입처는 명색(名色)이 인이 되고, 명색이 발생이 되며, 명색이 태어남이 되고, 명색이 접촉이 된다'고 알라. 그 명색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6입처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명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명색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명색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명색은 식(識)이 인이 되고, 식이 발생이 되며, 식이 태어남이 되고, 식이 접촉이 된다'고 알라. 그 식이 남김없이 소멸되면 명색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식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식(識)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식은 행(行)이 인이 되고, 행이 발생이 되며, 행이 태어남이 되고, 행이 접촉이 된다. 여러 복된 행(行)을 지으면 좋은 식이 생기고, 복되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은 여러 행을 지으면 좋지 못한 식이 생기며, 아무것도 없는 행을 지으면 아무것도 없는 식이 생긴다. 이것이 (저 식은 행이 인이 되고, 행의 발생이 되며, 행의 태어남이 되고, 행의 접촉이 된다)라는 것이다'고 알라. 그 행의 욕망이 남김없이 소멸하면 식도 따라서 소멸한다. 그가 올라타야 할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행의 소멸이니라.
  또 비구들아,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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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생각해 헤아리고 관찰하라. 이 때 '그 행은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발생이 되며, 무엇이 태어남이 되고, 무엇이 접촉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고 헤아려라. 그리고 '그 행은 무명(無明)이 인이 되고, 무명이 발생이 되며, 무명이 태어남이 되고, 무명이 접촉이 된다'라고 알아야 한다. 그 복된 행도 무명이 연(緣)이 되고, 복되지 않은 행도 또한 무명이 연이 되며, 복되기도 하고 복되지 않기도 한 행도 또한 무명이 연이 된다. 그러므로 '그 행은 무명이 인이 되고, 무명이 발생이 되며, 무명이 태어남이 되고, 무명이 접촉이 된다'고 알라. 그 무명이 남김없이 영원히 소멸되면 행도 따라서 소멸될 것이다. 그가 올라타야 할 무명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아 그리로 향하고 법을 따라 수행하면, 이것을 비구가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무명의 소멸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무명(無明)을 좋아하지 않아서 밝음[明]을 일으킨다면, 다시 그 무명을 인연하여 복된 행이나 복되지 않은 행이나 아무 것도 아닌 행을 짓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무명을 즐거워하지 않아서 밝음을 일으킨다면, 무명이 소멸되고 행(行)이 소멸된다. 행이 소멸되면 식(識)이 소멸되며, 이와 같이 결국에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까지 다 소멸됩니다. 이렇게 하여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비구들아,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말하였고 너희들도 또한 그것을 알았다. 이러저러한 법에서 이러저러한 법을 일으키면 이러저러한 법이 생기고, 이러저러한 법을 소멸하면 이러저러한 법이 소멸해 그치고,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진다.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무명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밝음[明]을 일으켜 몸의 범주에서 감각을 느낀다면, 몸의 범주에서 감각을 느낄 때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만일 수명의 범주에서 감각을 느낀다면 수명의 범주에서 감각을 느낄 때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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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려 할 때에는 이 모든 느낌에서 감각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멸하느니라.
  비유하면 역사(力士)가 갓 구워낸 오지그릇을 가져다 열을 식히기 위해 땅 위에 놓아두면, 잠깐 사이에 뜨거운 기운은 다 흩어지고 무너져 소멸하는 것과 같나니, 그와 같이 비구들아,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고 밝음[明]을 일으켜 몸의 범주에서 느끼는 감각을 사실 그대로 알고, 수명의 범주에서 느끼는 감각을 사실 그대로 알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날 때 감각된 모든 느낌은 남김없이 다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3. 심심경(甚深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의심을 벗어났고 망설임을 여의었으며 삿된 소견의 가시를 뽑아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다.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는데 그 어느 곳에 나라는 것이 있겠느냐? 나는 저 비구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하였고, 저 비구들을 위하여 현성(賢聖)이 세상에 나와 공(空)과 서로 호응하여 연기(緣起)가 수순(隨順)하는 법을 설명하였다. 그것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있고, 이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가 있으며,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고,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내지)…… 이와 같이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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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설법하였건만 그래도 저 비구들은 아직도 의혹과 망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찍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생각하고 획득하지 못한 것을 획득했다 생각하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금 법을 듣고서도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후회(後悔)와 원망·흐리멍덩함에 빠짐·막히고 걸림이 생겼다. 왜냐 하면 이 매우 심오한 이치는 이른바 저 연기보다 몇 곱이나 더 깊어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니, 즉 일체의 취함을 여의어애욕이 다하고 탐욕이 없어져 적멸(寂滅)한 열반(涅槃)에 드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두 법이 있으니, 이른바 함이 있는 법[有爲]과 함이 없는 법[無爲]이다. 함이 있는 법이란 나기도 하고 혹은 머무르기도 하며 혹은 달라지기도 하고 혹은 소멸하기도 하는 것이다. 함이 없는 법이란 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며 달라지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모든 행의 괴로움이 적멸해져서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인(因)이 발생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발생하고, 인이 소멸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소멸한다. 모든 경로(逕路)를 끊고 서로 이어가는 것을 없애고, 서로 이어가는 것을 소멸하는 것마저 다 소멸하여 없애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苦邊]이라고 하느니라.
  비구야, 저 어떤 것을 소멸해야 하는가? 말하자면 아직 남아 있는 괴로움이니, 그것이 만일 소멸하고 그쳐 맑고 시원해지며 쉬고 사라지면, 일체의 취함이 소멸하여 애욕이 다하고 탐욕이 없어져서 적멸한 열반에 드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4. 우치힐혜경(愚癡黠慧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인연에 얽매여 이 식을 갖춘 몸[識身]을 얻었다. 몸 안에 이 식을 갖춘 몸이 있고 몸 밖에 명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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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으면, 이 두 가지를 인연하여 접촉이 생긴다. 그러면 이 6촉입(觸入)에 부딪친 것을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괴롭거나 즐겁다고 느끼며, 이를 인연하여 여러 가지를 일으킨다. 무엇이 그 여섯 가지인가? 안촉입처(眼觸入處)와 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촉입처(觸入處)이다.
  저 영리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인연에 얽매여 이 식을 갖춘 몸을 얻었다. 이와 같이 몸 안에 식을 갖춘 몸이 있고 몸 밖에 명색이 있으면 이 두 가지를 인연하여 6촉입처가 생긴다. 6촉(觸)에 부딪치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괴롭거나 즐겁다고 느끼며 이를 인연하여 여러 가지를 일으킨다. 무엇이 그 여섯 가지인가? 안촉입처와 이·비·설·신·의촉의 입처이다.
  그러면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그들은 내가 닦는 모든 범행(梵行)에 있어서 어떠한 차별이 있는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시고, 법의 눈이시며, 법의 의지처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연설하여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그법을 들으면 마땅히 받아들이고 받들어 실천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들아, 저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인연에 얽매여 이 식을 갖춘 몸을 얻는다. 그들은 무명을 끊지 못하고 애욕의 인연을 다하지 못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 몸을 받는다. 도로 몸을 받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하느니라. 왜냐 하면 그 어리석은 범부들은 본래 범행을 닦음으로써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길로 바르게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도로 몸을 받고, 도로 몸을 받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하느니라.
  영리하고 지혜로운 사람들도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인연에 얽매여 이 식을 갖춘 몸을 얻는다. 그러나 그들은 무명을 끊고 애욕의 인연이 다한다. 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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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고 애욕의 인연이 다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 몸을 다시 받지 않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느니라. 왜냐 하면 그는 일찍부터 범행을 닦아 괴로움을 다하고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길로 바르게 향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다시 받지 않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느니라. 이것을 범부와 지혜로운 사람, 그들이 내가 닦는 범행에 있어서 가지는 갖가지 차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5. 비여소유경(非汝所有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몸은 너의 소유도 아니요 또한 다른 사람의 소유도 아니다. 이른바 6촉입처(觸入處)일 뿐이니, 본래부터 닦고 행한 서원[願]으로 이 몸을 받은 것이다. 무엇이 그 여섯 가지인가? 안촉입처(眼觸入處)와 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촉입처(觸入處)이니라. 저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모든 연기에 있어서 '이 6식신(識身)·6촉신(觸身)·6수신(受身)·6상신(想身)·6사신(思身)이 있다'고 바르게 사유하고 관찰한다.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미래의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고, 이러이러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나니, 이것을 일러 인(因)이 있고 연(緣)이 있어서 세간이 발생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른바 이것이 없기 때문에 6식신이 없고, 6촉신·6수신·6상신·6사신이 없다. 이른바 이것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없나니, 이러이러하여 순수하고 큰 괴로움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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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세간의 발생과 세간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바로 알아 잘 보고 잘 깨닫고 잘 들어간다면, 이것을 '거룩한 제자가 이 착한 법을 불러 이 착한 법을 얻고 이 착한 법을 알고 이 착한 법에 들어가 세간의 생성(生成)과 소멸(消滅)을 깨달아 알고 깨달아 보았으며, 현성(賢聖)들의 생사(生死)를 벗어남과 참되고 고요함을 성취하여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여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세간의 생성과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알아 잘 보고 잘 깨닫고 잘 들어가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6. 인연경(因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인연법(因緣法)과 연생법(緣生法)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인연법이라고 하는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다'고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내지)…… 이러이러하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연생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무명(無明)과 행(行) 등등이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出現)하시건 혹은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으시건 이 법은 항상 머무르나니, 법이 항상 머무르는 곳을 법계라고 한다. 이러이러하여 저 여래께서 스스로 깨닫고 알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어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시고, 열어 보여 나타내시며, 드날리시는 것이니,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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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건 혹은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건 간에 이 법은 항상 머무르나니, 법이 항상 머무르는 곳을 법계라고 한다. 이러이러하여 저 여래께서 스스로 깨닫고 알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어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시고, 열어 보여 나타내시며 드날리신 것이니, 이른바 '태어남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법은 법주(法住)·법공(法空)·법여(法如)·법이(法爾)이니라. 법여를 여의지 않고, 법여와 다르지 않으며, 분명하고 진실하여 뒤바뀌지 않고, 이와 같이 연기를 그대로 따르나니 이것을 연생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6입처(入處)·접촉[觸]·느낌[受]·애욕[愛]·취함[取]·존재[有]·태어남[生]·늙음[老]·병듦[病]·죽음[死]·근심[憂]·슬픔[悲]·번민[惱]·괴로움[苦]이니, 이것을 연생법이라고 하느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 인연법과 연생법을 바르게 알고 잘 보아, 과거를 구하여 '나는 과거 세상에 있었던가 혹은 없었던가? 나는 과거 세상에 어떤 종류였으며, 나는 과거 세상에 어떠하였던가?' 하고 말하지 않고, '나는 미래 세상에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어떤 종류일까, 어떠할까?' 하고 미래를 구하지도 않으며, '이것은 어떤 종류인가, 어떻게 이것이 앞에 있게 되었을까? 누가 마침내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중생들은 어디서 왔는가? 여기서 사라지면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 하고 마음으로 짐작하지도 않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 바라문이 범속(凡俗)한 소견을 일으키고 거기에 얽매인다. 말하자면 나라는 소견에 얽매여 말하고, 중생이라는 소견에 얽매여 말하며, 수명이라는 소견에 얽매여 말하고, 꺼리고 싫어하며 길(吉)하고 경사스럽다는 소견에 얽매인다면, 그 때 거룩한 제자는 그것을 다 끊고 다 알아 다라(多羅)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어 미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법으로 만드나니, 이것을 일러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인연법과 연생법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아 잘 보고, 잘 깨닫고, 잘 닦고, 잘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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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7. 대공법경(大空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拘留搜)의 조우(調牛)라는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처음·중간·마지막이 다 좋고, 좋은 뜻과 좋은 맛이며 순일(純一)하고 청정(淸淨)하며, 범행이 맑고 깨끗하나니 이른바 대공법경(大空法經)이라는 것이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대공법경이라고 하는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느니라.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고 하면, 혹 어떤 사람은 '그 누가 늙고 죽으며, 늙고 죽음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하고 따져 묻는다. 그러면 저들은 곧 '내가 곧 늙고 죽는다. 지금의 늙고 죽음은 내게 속한 것이고, 늙고 죽음은 바로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그들은 '명(命)이 곧 몸[身]이다'라고 말하고,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곧 마찬가지 뜻인데 여러 가지로 말한 것일 뿐이다. 만일 '명이 곧 몸이다'라고 알아 말한다면, 그것은 범행자(梵行者)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또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보아 말한다면, 그것도 범행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두 극단에 대해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 것이 바르게 중도(中道)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은 세상에 나와 사실 그대로 뒤바뀌지 않고 바르게 보나니, 이른바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고, 이와 같아서 태어남[生]·존재[有]·취함[取]·애욕[愛]·느낌[受]·접촉[觸]·6입처(入處)·명색(名色)·식(識)·행(行)도 마찬가지이며,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고 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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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누가 '무엇이 곧 행이며, 행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하고 물으면 저들은 곧 '행이 곧 나요, 행은 곧 내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저들은 이와 같이 '명이 곧 몸이다'라고 말하고,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어떤 이든지 '몸이 곧 몸이다'라고 보는 자라면, 그런 범행자는 있을 수 없다. 혹은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고 말한다면, 그런 범행자도 또한 있을 수 없다. 이 두 극단을 여의는 것이 바르게 중도로 향하는 것이다. 현인과 성인은 세상에 나와 사실 그대로 뒤바뀌지 않고 바르게 보나니,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라고 보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明]이 생긴다면, 그 누가 늙고 죽을 것이며 늙고 죽음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늙고 죽음이 곧 끊어지면,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을 줄을 알아 미래 세상에 있어서 나지 않는 법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이 생긴다면, 그 누가 태어날 것이며 태어남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내지)…… 누가 행할 것이며 행이 누구에게 속하겠느냐? 행이 곧 끊어지면, 마치 다라 나무 밑동을 자르듯 그 근본을 끊을 줄을 알아 미래 세상에 있어서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법이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서 탐욕을 여의어서 밝음이 생긴다면, 그 무명이 소멸하면 곧 행이 소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나니, 이것을 대공법경(大空法經)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8. 법설의설경(法說義說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의 조우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4) 현장(玄奘)이 한역한 『연기경(緣起經)』 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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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연기법(緣起法)에 있어서 그 법에 대한 설명[法說]과 뜻에 대한 설명[義說]을 말하리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무엇이 연기법의 법에 대한 설명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느니라. 이것을 연기법의 법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느니라.
  무엇이 연기법의 뜻에 대한 설명인가?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고 한다면 그 어떤 것을 무명(無明)이라 하는가? 만일 과거를 알지 못하고 미래를 알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안을 알지 못하고 밖을 알지 못하고 안팎을 알지 못하며, 업(業)을 알지 못하고 과보(果報)를 알지 못하고 업과 과보를 알지 못하며, 부처님을 알지 못하고 법을 알지 못하고 승가를 알지 못하며, 괴로움을 알지 못하고 발생을 알지 못하며, 소멸을 알지 못하고 길을 알지 못하며, 인(因)을 알지 못하고 인이 일으키는 법을 알지 못하며,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고, 죄가 있고 죄가 없음과 익히고 익히지 않음과 못나고 뛰어남과 더럽고 깨끗함과 연기에 대한 분별을 모두 알지 못하며, 6촉입처를 사실 그대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것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빈틈없고 한결같음[無間等]이 없어 어리석고 컴컴하며, 밝음이 없고 크게 어두우면 이것을 무명이라고 하느니라.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행(行)이라고 하는가? 행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몸의 행[身行]·입의 행[口行]·뜻의 행[意行]이니라.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식(識)이라고 하는가? 6식신(識身)을 이르는 말이니, 안식신(眼識身)·이식신(耳識身)·비식신(鼻識身)·설식신(舌識身)·신식신(身識身)·의식신(意識身)이니라.
  식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명(名)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네 가지 형상[色]이 없는 음(陰)이니, 즉 수음(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이니라. 어떤 것을 색(色)이라고 하는가?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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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와 4대로 만들어진 것을 색이라고 말한다. 이 색과 앞에서 말한 명을 합해 명색이라고 하느니라.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入處)가 있다 하니, 어떤 것을 6입처라고 하는가? 6내입처(內入處)를 일컫는 말이니, 안입처(眼入處)·이입처(耳入處)·비입처(鼻入處)·설입처(舌入處)·신입처(身入處)·의입처(意入處)이니라.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접촉[觸]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6촉신(觸身)이니, 안촉신(眼觸身)·이촉신(耳觸身)·비촉신(鼻觸身)·설촉신(舌觸身)·신촉신(身觸身)·의촉신(意觸身)이니라.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느낌[受]이라고 하는가? 3수(受)를 이르는 말이니, 괴롭다는 느낌·즐겁다는 느낌·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는 느낌이니라.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애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3애(愛)이니, 욕애(欲愛)·색애(色愛)·무색애(無色愛)이니라.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취함[取]이라고 하는가? 4취(取)이니, 탐욕에 대한 취함[欲取]·소견에 대한 취함[見取]·계에 대한 취함[戒取]·나에 대한 취함[我取]이니라.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다 하니, 어떤 것을 존재[有]라고 하는가? 3유(有)이니, 탐욕의 존재[欲有]·빛깔의 존재[色有]·빛깔이 없는 존재[無色有]이니라.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태어남[生]이라고 하는가? 만일 이러저러한 중생들이 이러저러한 몸의 종류로 생겨나, 뛰어넘고 화합하고 태어나서 음(陰)을 얻고, 계(界)를 얻고, 입처(入處)를 얻고, 명근(命根)을 얻으면 이것을 태어남이라고 하느니라.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 하니, 어떤 것을 늙음[老]이라고 하는가? 만일 털이 하얗게 세고 정수리가 벗겨지며, 가죽이 늘어지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지며, 사지가 약해지고 등이 굽으며, 머리를 떨어뜨리고 끙끙 앓으며, 숨이 짧아져 헐떡이고 앞으로 쏠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몸이 시커멓게 변하고 온몸에 저승꽃이 피며, 정신이 희미해져 멍청히 있고 거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지면 이것을 늙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죽음[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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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하는가? 이러저러한 중생들이 이러저러한 종류로 사라지고, 옮기며, 몸이 무너지고, 수(壽)가 다하며, 따뜻한 기운이 떠나고, 명(命)이 소멸하여 음(陰)을 버릴 때가 이르면 이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이 죽음과 앞에서 말한 늙음을 합해 늙음과 죽음이라고 한다. 이것을 연기의 뜻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9. 연기법경(緣起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의 조우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이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연기법(緣起法)은 세존께서 만든 것입니까? 다른 사람이 만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시거나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거나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 저 여래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등정각(等正覺)을 이룬 뒤에, 모든 중생들을 위해 분별해 연설하고 드러내어 보이신다. 그것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고,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고 ……(내지)…… 완전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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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타경(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의 조우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이 때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세존을 뵙고 서로 경하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제 자신이 짓고 제 자신이 깨닫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을 무기(無記)라고 말한다. 제 자신이 짓고 제 자신이 깨닫는다면 이것은 곧 무기이니라."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그러면 다른 사람이 짓고 다른 사람이 깨닫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이 짓고 다른 사람이 깨닫는다는 것도 곧 무기이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왜 제가 '제 자신이 짓고 제 자신이 깨닫는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무기라고 말씀하시고, '다른 사람이 짓고 다른 사람이 깨닫는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무기라고 말씀하십니까?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제 자신이 짓고 제 자신이 깨닫는다고 하면 곧 상견(常見)에 떨어지고, 다른 사람이 짓고 다른 사람이 깨닫는다고 하면 곧 단견(斷見)에 떨어진다. 뜻에 대한 설명과 법에 대한 설명은 이 두 극단을 떠나 중도에 처하여 설법하는 것이니라. 말하자면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면 행이 소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바라문은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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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가전연경(迦旃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리(那梨)라고 하는 마을 깊은 숲 속에 있는 대빈사(待賓舍)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산타가전연(陀迦旃延)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바른 소견[正見]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을 바른 소견이라고 하며, 어떤 것을 세존께서 시설하신 바른 소견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산타가전연에게 말씀하셨다.
  "세간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에 두 가지가 있으니, 유(有)와 혹은 무(無)이다. 취함[取]에 부딪히고, 취함에 부딪히기 때문에 혹은 유에 의지하고 혹은 무에 의지한다. 만일 이 취함이 없다면 마음과 경계를 얽어매는 번뇌를 취하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며, 헤아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괴로움이 생기면 생겼다고 보고, 괴로움이 소멸하면 소멸했다고 보아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미혹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아는 것을 바른 소견이라고 한다. 이것이 여래가 시설한 바른 소견이니라.
  왜냐 하면 세간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고 본다면 세간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세간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알고 본다면 세간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것을 두 극단을 떠나 중도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니, 즉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고 ……(내지)……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산타가전연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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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아지라경(阿支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기사굴산에서 나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이 때 아지라가섭(阿支羅迦葉)이 작은 볼 일이 있어 왕사성을 나와 기사굴산으로 향하다가 멀리서 세존을 뵙게 되었다. 세존을 뵙고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여쭐 일이 있는데 혹 한가하다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나는 지금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걸식하고 돌아오면 그 때 그대를 위해 설명해 주리라."
  두 번째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는 세 번째로 다시 물었다.
  "구담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말씀해 주시는 것을 미루십니까? 구담이시여, 무엇이 다를 것이 있습니까? 제가 지금 물을 것이 있습니다. 저를 위해 해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지라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대로 물어라."
  아지라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은 무기(無記)이니라."
  가섭이 또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이 또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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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은 자기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와 남이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은 다시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괴로움은 자기도 남도 아닌 인(因)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도 남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이 다시 물었다.
  "왜 인이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하십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무기라고 대답하시고, '남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와 남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도 남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모두 무기라고 대답하시니, 그러면 저괴로움은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이 괴로움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괴로움은 있는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구담이시여, 이 괴로움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을 보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느낌이 곧 자기가 느끼는 것이라면 '괴로움은 자기가 짓는 것이다'라고 나는 당당하게 설명하리라. 만일 남이 느끼고 남이 곧 느끼는 이라면 그것은 곧 남이 짓는 것이다. 만일 그 느낌이 자기도 느끼고 남도 느끼는 것으로서 다시 괴로움을 준다면 이러한 것은 자기와 남이 짓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자기와 남을 인하지 않고 인이 없이 괴로움이 생긴다고도 나는 또한 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극단을 떠나 중도(中道)를 설명하나니, 여래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설법하느니라.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면 행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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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지라가섭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이 때 아지라가섭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에서 벗어나 남을 의지하지 않고 알고, 남을 의지하지 않고 제도되어, 바른 법과 율(律)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제도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저를 증명하여 알아주소서."
  아지라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 때 아지라가섭은 세존을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송아지를 보호하려는 암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감각기관[根]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계셨다. 많은 비구들도 또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아지라가섭이 세존에게서 법을 듣고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근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모든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다시 성을 나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많은 비구들은 오늘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아지라가섭이 부처님에게서 법과 율을 듣고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송아지를 보호하려는 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감관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어떤 세계로 가서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무엇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알고, 법에 나아가, 법에서 다음 생을 받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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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미 반열반(般涅槃)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가서 그 몸에 공양하라."
  그 때 세존께서 아지라가섭을 위하여 제일의 기별(記)을 주셨다.
  
  
303. 점모류경(玷牟留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시다가, 조그만 볼일이 있어 기사굴산으로 와서 유행(遊行)하고 있던 외도 출가자인 점모류(玷牟留)를 길에서 만나셨다. 그는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그 곳에 나아가 서로 반가워하며 위로하였고, 서로 반가워하며 위로한 뒤에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물을 것이 있는데 혹 한가하시면 해설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외도(外道)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먼저 성에 들어가 밥을 빈 뒤에 돌아와 그대를 위해 설명하리라."
  두 번째 말씀도 또한 이와 같았다. 그는 세 번째로 다시 청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말씀해 주시는 것을 미루십니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저를 위해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대로 물어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가 곧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가 지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무기(無記)이니라."
  "사문 구담이시여, 괴로움과 즐거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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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니라."
  또 물었다.
  "구담이시여,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무기이니라."
  또 물었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도 아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인(因)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외도인 출가자 점모류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도 아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무기이니라."
  ……(이 아래의 자세한 내용은 위의 아지라가섭경(阿支羅迦葉經)과 같다.)……세존께서 외도 출가자 점모류에게 제일의 기별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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