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9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17. 18:03
[306 / 2145] 쪽
  
잡아함경 제 9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230. 삼미리제경(三彌離提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 삼미리제(三彌離提)라는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世間)이라고 말하는데 왜 세간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삼미리제에게 말씀하셨다.
  "이른 바 눈·빛깔·안식(眼識)·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리고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법·의식(意識)·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이런 것들을 세간이라고 하느니라. 그 까닭은 6입처(入處)가 발생하면 곧 감촉[觸]이 발생하나니, 이와 같이 나아가 순전하고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니라.
  삼미리제야, 만일 저 눈이 없고 빛깔이 없으며, 안식이 없고 안촉이 없으며,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없다면,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법·의식·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없다면, 세간도 없고 또한 세간을 시설하지도 않을 것이
[307 / 2145] 쪽
  니라. 그 까닭은 6입처가 소멸하면 감촉이 곧 소멸하며, 이와 같이 나아가 순전하고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세간에 대해 설하신 것처럼 중생과 악마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이 말씀하셨다.
  
  
231. 삼미리제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삼미리제라는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이라고 말하는데 왜 세간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삼미리제에게 말씀하셨다.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을 세간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라고 하는가? 삼미리제야, 눈은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법이다. 빛깔·안식·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 그 일체도 또한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다.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법이라고 말하고, 세간이라고 부르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삼미리제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2. 공경(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308 / 2145]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 삼미리제라는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은 공(空)하다'고 말하는데, 어떤 것을 세간은 공하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삼미리제에게 말씀하셨다.
  "눈이 공하고, 항상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법도 공하며, 내 것이란 것도 공하다. 왜냐 하면 그 성질이 저절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빛깔·안식·인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또한 공하고,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법도 공하며, 내 것이라고 하는 것도 공하다. 왜냐 하면 그 성질이 저절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귀·코 ·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공한 세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삼미리제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3. 세간경(世間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세간과 세간의 발생·세간의 소멸·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사유(思惟)하라.
  어떤 것을 세간이라고 하는가? 6내입처(內入處)를 일컫는 말이다.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눈이라는 내입처[眼內入處]와 귀[耳]·코[鼻]·혀[舌]·몸[身]·뜻이라는 내입처[意內入處]니라.
  어떤 것이 세간의 발생인가? 미래의 존재를 받게 하는 애욕[當來有愛]에 탐욕[貪]과 기쁨[喜]이 함께 하여 이것저것을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이 세간의 소멸인가? 미래의 존재를 받게 하는 애욕에 탐욕과 기쁨
[309 / 2145] 쪽
  이 함께 하여 이것저것을 즐거워하고 집착하던 것이 남김 없이 끊어지고, 이미 버리고 이미 토해내고 이미 다하여,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그치며 마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인가? 8정도(正道)를 일컫는 것이니, 바른 소견·바른 뜻·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생각·바른 선정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4. 세간변경(世間邊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 끝에까지 걸어서 도달한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또 '세간 끝에까지 걸어서 도달하지 않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도 말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坐禪)하셨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은 세존께서 떠나신 뒤에 곧 서로 의논하였다.
  '세존께서는 조금 전에 (나는 세간 끝에까지 걸어서 도달한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또한 세간 끝에까지 걸어서 도달하지 않고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라고 이와 같이 법을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고 계신다. 우리들은 지금 세존께서 간략하게 말씀하신 법에 대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자(尊者)들 중에 누가 능히 세존께서 간략하게 말씀하신 법에 대해서 우리들을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존자 아난이 있을 뿐이다. 그는 총명함과 지혜를 모두 지녔고, 또 언제나 세존을 그 가장 측근에서 모시고 있으며, 세존께서도 그의 많은 지식과
[310 / 2145] 쪽
  범행(梵行)을 찬탄하신다. 그분이라면 우리들을 위해 세존께서 간략하게 말씀하신 법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존자 아난에게 가서 설명해달라고 청해보자."
  이 때 많은 비구들은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을 한 뒤에 한쪽에 앉아, 위의 일을 낱낱이 아뢰고 아난에게 자세히 물었다. 그 때 아난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사색해 보십시오. 이제 여러분들을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저 세간과 세간의 이름, 세간의 깨달음, 세간의 언사(言辭), 세간의 언어(言語) 같은 것들은 다 세간의 작용[數]에 들어갑니다. 여러분, 이른바 눈이 곧 세간이요, 세간의 이름이며, 세간의 깨달음이요, 세간의 언사이며, 세간의 언어이니, 이런 것들은 다 세간의 작용에 들어갑니다.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6입처(入處)에 대해 그것의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아나니, 이것을 거룩한 제자가 세간 끝에까지 이르러 세간을 알며, 세간의 존경을 받고 세간을 건넌 것이라고 하느니라."
  그 때 존자 아난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걸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세계 끝까지 이를 수 없고
  세계 끝에 이르지 못하면
  온갖 괴로움 면할 수 없네.
  
  그러므로 저 모니존(牟尼尊)을
  세간을 아는 분이라고 말하나니
  그 분은 능히 세계 끝에 이르셨고
  모든 범행(梵行)을 이미 이루셨다네.
  
  세계의 끝은 분명코 있고
  바른 지혜만이 알 수 있다네.
[311 / 2145] 쪽
  깨달음의 지혜로 세간을 통달하셨으니
  그러므로 저 언덕에 건너갔다 하네.
  
  "이와 같습니다. 여러분, 전에 세존께서 법을 간략하게 말씀하신 뒤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는데, 제가 이제 여러분을 위해 자세히 분별해 설명하였습니다."
  존자 아난이 이 법을 설명하자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5. 근주경(近住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물고 있는 제자가 있으면 곧 괴로워하면서 혼자 살고,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가 없으면 곧 즐거워하면서 혼자 사느니라.
  어떤 것을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가 있으면 곧 괴로워하면서 혼자 산다고 하는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지각을 내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함께 한다. 만일 저 비구가 이 법을 행(行)한다면 그것을 스승이 있는 것이라고 하며, 만일 그 곁에 머무르면서 그것을 가까이 머무는 제자라고 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가 있으면 항상 괴로워하면서 혼자 사느니라.
  어떤 것을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가 없으면 항상 즐거워하면서 혼자 산다고 하는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지각을 내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함께 한다. 저 비구가 이 법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스승이 없는 것이라고 하며, 그것을 의지하여 머무르지 않으면 그것을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없다고 하나니, 이것이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
[312 / 2145] 쪽
  르는 제자가 없으면 항상 즐거워하면서 혼자 산다는 것이다.
  만일 그 비구에게 스승도 없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도 없다면 그는 '범행의 복을 얻었다'고 나는 말한다. 왜냐 하면 스승도 없고 가까이 머무는 제자도 없는 비구는 자기 스스로 범행을 세우고, 능히 정녕코 괴로움을 다하여 괴로움의 발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6. 청정걸식주경(淸淨乞食住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檀)을 가지고 숲 속에 들어가 한낮에 좌선하였다. 이 때 사리불은 좌선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숲 속에서 한낮에 좌선하고 오는 길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어떤 선정에 들어 들었었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숲 속에서 공삼매선(空三昧禪)에 들어 머물렀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1)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5품 여섯 번째 소경을 참조하라.
[313 / 2145] 쪽
  "훌륭하고, 훌륭하다. 사리불아, 너는 상좌선(上座禪)에 들어 머무르면서 좌선하였구나. 만일 모든 비구들로서 상좌선에 들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만약 성으로 들어갈 때나 혹은 걸식할 때나 혹은 성에서 나올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눈으로 빛깔을 보고 있다. 혹 탐욕과 은애(恩愛)와 사랑하는 생각과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가?'
  사리불아, 비구가 이렇게 관찰할 때에 만일 안식(眼識)이 빛깔에 대해 애착하는 마음과 물들어 집착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 비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음을 끊기 위하여, 의욕을 일으키고 늘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생각을 잡아매는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불이 붙어 머리나 옷을 태울 때에 그 불을 끄기 위하여 마땅히 뛰어난 방편을 써서 힘써 그것을 끄려고 하는 경우와 같다. 저 비구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마땅히 왕성한 근욕(勤欲) 방편을 써서 생각을 잡아매는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관찰할 때, 혹은 길에서나 마을에서 걸식할 때, 혹은 마을에서 나올 때 그 중간에서 빛깔에 대해 안식이 일어나 사랑하는 생각과 물들어 집착함이 없으면, 그 비구는 기쁘고 즐거운 선근(善根)으로 밤낮 꾸준히 힘써 생각을 잡아매기를 닦고 익혀야 하나니라. 비구야, 이것을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깨끗이 없앤 걸식'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경의 이름을 청정걸식주(淸淨乞食住)라고 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7. 장자소문경(長者所問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2층 강당[重閣講堂]에 계셨다.
  이 때 욱구루(郁瞿婁)라는 장자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314 / 2145] 쪽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에 어떤 비구는 현세[見法]2)에서 반열반(般涅槃)하고, 무슨 까닭에 어떤 비구는 현세에서 반열반하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빛깔에 대해 안식이 일어나서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어 집착한다면, 그는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어 집착하기 때문에 항상 식(識)을 의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식에 속박되기 때문에 혹은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현세에서 반열반하지 못한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의식(意識)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만일 비구가 빛깔에 대해서 안식이 일어나 사랑하거나 즐거워하거나 물들어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는 사랑하거나 즐거워하거나 물들어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식을 의지하지 않게 된다. 부딪치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취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모든 비구들은 현세에서 반열반하게 된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의식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장자야, 어떤 비구는 현세에서 반열반하게 되고, 또 어떤 비구는 현세에서 반열반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장자소문경(長者所問經)에 설한 내용과 같이 아난소문경(阿難所問經)과 불자위제비구소설경(佛自爲諸比丘所說經)도 또한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238. 인연경(因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이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인(因)과 무슨 연(緣)으로 안식(眼識)이 생기며, 무슨 인과 무슨 연
  
2) 팔리본에는 di he dhamma로 되어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현법(現法)'으로 한역되는데 이는 곧 '현세에서'라는 뜻이다.
[315 / 2145] 쪽
  으로 귀[耳]·코[鼻]·혀[舌]·몸[身]·뜻의 식(識)이 생깁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안식이 생겼다면, 그 일체는 눈[眼]이 빛깔[色]과 인연이 되었기 때문이니라. 귀[耳]는 소리[聲]를 인연하고, 코[鼻]는 냄새[香]를 인연하며, 혀[舌]는 맛[味]을 인연하고, 몸[身]은 감촉[觸]을 인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뜻[意]이 법(法)을 인연하여 의([意識)이 생기나니, 왜냐 하면 모든 의식, 그 일체는 다 뜻이 법을 인연하여 생기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비구들아, 안식은 인연으로 생기고 ………… 나아가 의식도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39. 결경(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결박되는 법과 결박하는 법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결박되는 법인가? 눈과 빛깔·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이니, 이것을 결박되는 법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결박하는 법인가? 욕망과 탐욕을 말하는 것이니 , 이것을 결박하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40. 취경(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16 / 2145] 쪽
  "내가 이제 취해지는 법과 취하는 법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취해지는 법인가? 눈과 빛깔·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이니, 이것을 취해지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취하는 법인가? 욕망과 탐욕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취하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41. 소연법경(燒燃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들어 아는 게 없는 범부 비구들아, 차라리 불로 구리쇠 막대기를 달구어 눈을 지져 태울지언정, 안식으로 빛깔을 취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취하지는 말라. 왜냐 하면 빛깔을 취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취하면 마치 무쇠 탄자[鐵丸]가 물에 가라앉듯 나쁜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들어 아는 게 없는 범부들아, 차라리 송곳으로 귀를 뚫을지언정 이식(耳識)으로 소리를 취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따라 집착하지 말라. 왜냐 하면 이식이 소리를 취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따라 집착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마치 무쇠 탄자가 물에 가라앉듯 나쁜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들어 아는 게 없는 범부들아, 차라리 예리한 칼로 코를 벨지언정 비식(鼻識)으로 냄새를 취하고 좋은 냄새를 따라 집하지 말라. 왜냐 하면 냄새를 취하고 좋은 냄새를 따라 집착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마치 무쇠 탄자가 물에 가라앉듯 나쁜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들어 아는 게 없는 범부들아, 차라리 예리 칼로 혀를 끊을지언정 설식(舌識)으로 맛을 취하고 좋은 맛을 따라 집착하지 말라. 왜냐 하면 맛을 취하고 좋은 맛을 따라 집착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마치 무쇠
[317 / 2145] 쪽
  탄자가 물에 가라앉듯 나쁜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들어 아는 게 없는 범부들아, 차라리 강철로 만든 예리한 창으로 몸을 찌를지언정 신식(身識)으로 감촉을 취하고 좋은 감촉을 따라 집착하지는 말라. 왜냐 하면 감촉을 취하고 좋은 감촉을 따라 집착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마치 무쇠 탄자가 물에 가라앉듯 나쁜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잠[睡眠]에 빠짐은 어리석은 삶이다. 이 어리석은 삶은 아무 이익도 없고 아무 福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비구들아,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저 빛깔에 대해 감각과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만일 감각과 생각을 일으키면, 틀림없이 얽매임과 다툼이 생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르게 하고, 하늘과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거나 안락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공부한다.
  '나는 지금 차라리 불에 달군 쇠창으로 내 눈을 찌를지언정, 안식으로 빛깔을 취함으로써 세 갈래 나쁜 세계[惡趣]에 떨어져 긴 세월 동안 괴로움을 받지는 않으리라.
  나는 오늘부터 올바르게 사색[思惟]하여, 눈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빛깔과 안식과 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도 또한 무상한 것이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귀[耳]·코[鼻]·혀[舌]·몸[身]의 입처(入處)에 대해서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차라리 쇠창으로 내 몸을 꿰뚫을지언정, 신식(身識)으로 감촉과 좋은 감촉을 따라 취함으로써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나는 오늘부터 바르게 사색하여, 몸은 무상한 것이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또 감촉과 신식과 신촉(身觸)과 신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도 또한 무상한 것이고 함이 있으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318 / 2145] 쪽
  또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공부한다.
  '잠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삶이다. 이 어리석은 삶은 과보(果報)도 없고 아무 이익도 없으며 복도 없다. 나는 마땅히 자지 않을 것이며, 또한 감각과 생각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만일 생각을 일으킨다면 얽매임과 다툼이 생겨 많은 사람들을 이치로써 요익(饒益)하게 하지 못하고 안락(安樂)을 얻게 하지도 못할 것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와 같이 관찰하는 자는 눈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빛깔과 안식과 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들에 대해서도 또한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싫어하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42. 지경(知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눈을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여의지 못한다면 그는 정녕 괴로움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눈에 대해서 알고 분별하며, 끊고 탐욕을 여읜다면, 그는 정녕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눈에 대한 네 가지 경과 같이, 귀에서부터 뜻에 이르기까지 각각 네 개의 경 모두 24경도 위에서와 같이 말씀하셨다.
[319 / 2145] 쪽
  
243. 미경(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만일 눈에 맛들인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문 바라문은 악마의 손에서 마음대로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악마의 밧줄에 묶이고 악마의 올가미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이 눈에 맛들이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문 바라문은 악마를 따르지 않고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 악마의 올가미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맛들임[味]에 대해 설하신 것과 같이 환희(歡喜)·찬탄(讚歎)·염착(染著)·굳게 머무름[堅住]·사랑하고 즐거워함[愛樂]·미워하고 질투함[憎嫉]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내입처(內入處)에 대해 7경을 설하신 것과 같이, 외입처(外入處)에 대한 7경도 또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244. 마구경(魔鉤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악마의 갈고리[魔鉤]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눈이 빛깔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魔)의 갈고리이고, 귀가 소리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의 갈고리이다. 코가 냄새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의 갈고리이고, 혀가 맛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의 갈고리
[320 / 2145] 쪽
  이다. 몸이 감촉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의 갈고리이고, 뜻이 법에 맛들이고 집착하는 것이 곧 마의 갈고리이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이 눈으로 빛깔에 맛들이고 집착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문 바라문은 마의 갈고리에 그 목이 걸려 마에게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느니라."
  
  더러움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깨끗함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245. 사품법경(四品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수(拘留搜)3)의 조복박우(調伏駮牛)라고 하는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설법하리라. 그 법은 첫 말도 좋고 중간 말도 좋으며 끝말도 또한 다 좋다. 또 좋은 뜻과 좋은 맛으로서 순일(純一)하고 원만하며, 깨끗하고 조촐한 범행이니, 이를 일러 사품법경(四品法經)이라고 하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주리라. 어떤 것을 사품법경이라고 하는가?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고 생각할 만하며 즐거워할 만하고 집착할 만한 것이 있으면, 비구가 그것을 보고는 기뻐하고 찬탄하며 좋아하여 집착하고 굳게 머무른다.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지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으며, 좋아하여 집착할 만하지 않고 괴롭고 싫은 것이 있으면, 비구가 그것을 보고는 성내고 꺼려한다. 이와 같은 비구는 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 나아가 마의 얽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3) 팔리어로는 kurusu이다. kuru는 나라이름이고 su는 복수처소격 명사어미이다. 따라서 '구루국 사람들 사이에서'라는 뜻이다.
[321 / 2145] 쪽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고 생각할 만하며 즐거워할 만하고 집착할 만한 것이 있더라도, 비구가 그것을 보고 나서 그런 줄 알고 기뻐하면서도 찬탄하지 않고 굳이 즐거워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하고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집착할 만하지 않은 것이 있더라도, 비구가 그것을 보고 나서 성내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하는 비구는 마로부터 자유롭고 ………… 나아가 마의 얽매임에서 벗어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것을 비구의 사품법경이라고 하느니라."
  
  
246. 칠년경(七年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 계셨다. 그 때 천마(天魔) 파순(波旬)은 '사문 구담(瞿曇)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 있다. 내가 이제 그에게 가서 그의 도를 닦으려는 뜻을 어지럽히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이 때 마왕(魔王) 파순이 수레를 모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신하여 지팡이를 들고 소를 찾았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에 손과 다리가 찢겨진 모습으로 손에 소 채찍을 들고 세존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구담이여, 내 소를 보았는가?"
  세존께서 '이 자는 악마(惡魔)이다. 나를 어지럽히려고 왔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곧 악마에게 말씀하셨다.
  "악마여, 어디에 소가 있느냐? 소를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
  악마는 '사문 구담이 내가 악마인 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여, 안촉입처(眼觸入處)가 곧 내가 타고 다니는 것이요, 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촉입처가 곧 내가 타고 다니는 것이다."
[322 / 2145] 쪽
  그리고 다시 물었다.
  "구담이여,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부처님께서 악마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안촉입처와 이·비·설·신·의의 촉입처가 있다. 그 안촉입처가 없고 이·비·설·신·의의 촉입처가 없는 곳은 네가 미치지 못하는 곳인데 나는 그곳에 도달하였다."
  그 때 천마 파순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항상 나[我]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 내 것[我所]이라네.
  일체가 다 내게 속한 것인데
  구담이여, 어디로 가려 하는가?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하는 나는 곧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파순아,
  스스로 지는 곳에 떨어졌느니라.
  
  악마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말하기를 '도를 알아
  안온하게 열반으로 향한다'고 한다면
  너 혼자서 유행(遊行)하여 가거라.
  무엇 때문에 번거롭게 남을 가르치는가?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323 / 2145] 쪽
  만일 악마를 떠나려는 자가
  저 언덕으로 건너는 길을 물으면
  진실하여 영원히 남음 없다고
  그를 위해 평등하게 설명하리라.
  언제나 방일하지 않기를 익히면
  영원히 악마의 자재에서 벗어나리라.
  
  악마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깃덩이 같은 돌이 있어
  굶주린 까마귀가 먹으러 찾아왔네.
  부드럽고 맛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굶주린 빈창자를 채우려 했네.
  
  그러나 결국 그 맛 얻지 못하고
  주둥이만 부러져 하늘로 올라가네.
  나는 이제 마치 그 까마귀 같고
  구담은 바로 돌과 같은 분이로다.
  
  들어오지 못하고 부끄러워 떠났으니
  마치 까마귀가 허공으로 달아나듯
  마음 속에 근심과 앙심을 품고
  그는 곧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네.
  
  
247. 습근경(習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堀山)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24 / 2145] 쪽
  "만일 사문 바라문이 눈으로 빛깔을 익히고 가까이한다면, 그는 곧 악마의 자재(自在)를 따르게 되고 ,………… 나아가 악마의 얽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만일 사문 바라문이 눈으로 빛깔을 익히거나 가까이하지 않는다면, 그는 악마의 자재를 따르지 않게 되고, ………… 나아가 악마의 얽매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익히고 가까이함에 대하여 설하신 말씀과 같이, 매이고 집착함[繫着]·맛들임[味]·이웃 마을[隣聚]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며, 또 받아 가지고 매여 집착함[受持繫着], 내 것이라고 구하고 욕심냄[我所求欲], 순박하고 짙어 버리지 못함[淳濃不捨]에 대해서도 또한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
  
  
248. 순나경(純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파타리불다라국(波利弗多羅國)의 계림(鷄林)에 머물러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대순타(大純陀)4)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을 나누고 난 뒤에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순타에게 말하였다.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존자 순타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아난이 존자 순타에게 물었다.
  "세존·여래·응(應 : 應供)·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을 말씀하시되, 이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은 나
  
4) 팔리어로는 Mahacunda이고 사리불의 동생이다. 마하주나(摩訶周那)로도 한역한다.
[325 / 2145] 쪽
  [我]라는 것이 아니라고 내세우고 밝히십니다.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식도 또한 나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순타는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가장 많이 들고 아시는 분입니다. 제가 멀리서 존자가 계신 곳을 찾아온 것은 이 법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존자여, 원컨대 오늘 저를 위해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이 순타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 존자께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해주십시오. 존자 순타여,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며 안식(眼識)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만일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긴다면, 그 인(因)과 그 연(緣)은 영원한 것입니까, 무상(無常)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 또 물었다.
  "그런 인과 그런 연으로 안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무상하여 변하여 바뀔 때에도 그 식(識)은 머무르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소멸하는 것임을 안다면, 그래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것에 대해 '이것은 나이다. 나와 다른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귀·코·혀·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며, 뜻과 법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뜻이 있고 법이 있으며 뜻의 식이 있습니까?"
 
[326 / 2145] 쪽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뜻과 법을 인연하여 의식(意識)이 생기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또 물었다.
  "만일 뜻이 법을 연(緣)하여 의식을 일으킨다면 그 인과 그 연은 영원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여."
  또 물었다.
  "그런 인과 그런 연으로 의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무상하여 변하고 바뀔 때에도 의식은 머무르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소멸하는 줄을 안다면, 그래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이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존자 아난이 순타에게 말하였다.
  "그러므로 존자여,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로는 식도 또한 무상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비유하면 장정이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파초(芭蕉)나무를 보고, 재목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여, 뿌리를 끊고 잎들을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단단한 심을 찾아 다 벗겨 보았지만, 단단한 곳이라고는 전연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안식과 귀·코·혀·몸·뜻의 식을 바르게 관찰하고, 바르게 관찰했을 때에는 전혀 취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취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고,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스스로 열반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압니다."
[327 / 2145] 쪽
  그 두 정사(正士)는 이 법을 말할 때 서로 기뻐하였고, 제각기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249. 구치라경(拘絺羅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사리불의 처소를 찾아가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쭐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시면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아난은 사리불에게 물었다.
  "6촉입처(六觸入處)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도 다시 남는 것이 있습니까?"
  존자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도 다시 남는 것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시는데 그렇게 묻지 마시오."
  아난이 다시 물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까?"
  존자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까?' 하고 물으시는데 그렇게 묻지도 마시오."
  아난이 다시 물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는 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남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닙니까?"
[328 / 2145] 쪽
  존자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또한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는 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남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닙니까?' 하고 물으시는데 그렇게 묻지도 마시오."
  존자 아난이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있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없다고 말해서도 안 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그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존자 사리불이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 남는 것이 있는가?'라고 한다면 이것은 곧 빈 말이요, '없는가?'라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 말입니다. '남는 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라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 말이요, '남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남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닌가?'라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 말입니다. 만일 6촉입처가 다하고 탐욕을 떠나, 소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모든 거짓을 떠나 반열반(般涅槃)을 얻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곧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이 때 두 정사(正士)는 기뻐하면서 서로 본래 있던 처소로 돌아갔다.
  
  
250. 구치라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이 때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는 함께 기사굴산에 있었다. 존자 마하 구치라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존자 사리불이 마하 구치라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329 / 2145] 쪽
  존자 마하 구치라는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존자 사리불이여, 눈이 빛깔을 얽어맵니까, 빛깔이 눈을 얽어맵니까? 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접촉, 그리고 뜻과 법에 있어서도 뜻이 법을 얽어맵니까, 법이 뜻을 얽어맵니까?"
  존자 사리불이 존자 마하 구치라에게 대답하였다.
  "눈이 빛깔을 얽매는 것도 아니고 빛깔이 눈을 얽매는 것도 아닙니다. 나아가 뜻이 법을 얽매는 것도 아니고 법이 뜻을 얽매는 것도 아닙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그 중간에서 만일 욕망과 탐욕을 일으키면 그것이 곧 얽어매는 것입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비유하면 검고 흰 두 마리 소가 한 멍에와 굴레에 묶여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검은 소가 흰 소를 묶었는가, 흰 소가 검은 소를 묶었는가' 하고 묻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것을 바른 물음이라고 하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검은 소가 흰 소를 묶은 것도 아니고, 흰 소가 검은 소를 묶은 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에 멍에나 혹은 굴레를 씌우면 그것이 곧 묶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존자 마하 구치라여, 눈이 빛깔을 얽매는 것도 아니고 빛깔이 눈을 얽매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 뜻이 법을 얽매는 것도 아니고 법이 뜻을 얽매는 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의 욕망과 탐욕이 곧 얽어매는 것입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만일 눈이 빛깔을 얽어매거나 혹은 빛깔이 눈을 얽어매며, 나아가 만일 뜻이 법을 얽어매거나 혹은 법이 뜻을 얽어맨다면, 세존께서 사람들에게 '범행을 세우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눈이 빛깔을 얽어매는 것도 아니고 빛깔이 눈을 얽어매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 뜻이 법을 얽어매는 것도 아니고 법이 뜻을 얽어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존께서 사람들에게 '범행을 세우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세존께서는 눈으로 빛깔을 보았을 때 좋건 나쁘건 욕망과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 밖의 중생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았을 때 좋거나 나쁘면 곧 욕망과 탐욕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
[330 / 2145] 쪽
  는 '욕망과 탐욕을 끊으면 곧 마음이 해탈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아가 뜻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이 때 두 정사(正士)는 서로 기뻐하면서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
  
  
251. 구치라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마하 구치라와 함께 기사굴산에 있었다. 존자 마하 구치라는 해질 무렵에 선정(禪定)에서 깨어나,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을 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흑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가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무명(無明)이라고 말들 하는데, 어떤 것을 무명이라고 합니까?"
  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앎이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앎이 없으면 그것을 무명이라고 합니다.
  어떤 것을 앎이 없다[無知]고 하는가? 말하자면 눈은 무상(無常)한 것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앎이 없다고 말합니다. 눈은 나고 멸하는 법에 불과하다고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앎이 없다고 하며, 귀·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존자 마하 구치라여, 이 6촉입처(觸入處)를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빈틈없이 한결같지 못하고 어리석으며, 밝음이 없고 크게 어두운 것, 그런 것들을 다 무명이라 말합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는 다시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밝음[明]이라고 말들 하는데 어떤 것을 밝음이라고 합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331 / 2145] 쪽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알면 곧 그것이 밝음입니다.
  무엇을 안다고 하는가? 말하자면 눈은 무상한 것이니, 눈은 무상한 것임을 사실 그대로 알고, 눈은 나고 멸하는 법이니 눈은 나고 멸하는 법이라고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귀 ·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이 6촉입처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고 보며, 밝게 깨닫고 깨달음으로 인해 지혜로우며 빈틈없이 한결같으면 이것을 밝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 두 정사는 각각 들은 것을 서로 주고받고는 기뻐하면서 제각기 자기가 있던 처소로 돌아갔다.
  
  
252. 우파선나경(優波先那經)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이 때 우파선나(優波先那)라는 비구는 왕사성의 한림(寒林) 속 화장터에 있는 사두암(蛇頭巖) 밑의 가릉가행처(迦陵伽行處)에 있었다. 이 때 존자 우파선나는 혼자 굴 안에서 좌선하고 있었다. 이 때 길이가 한 자쯤 되는 모진 독사가 위쪽 돌 틈에서 나와 우파선나의 몸에 떨어졌다. 우파선나는 사리불을 부르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독사가 제 몸에 떨어져 제 몸이 독이 퍼졌습니다. 그대들은 빨리 와서 저를 들어다 밖에 내놓으십시오. 이 굴 안에서 제 몸이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게 하지 마십시오."
  이 때 존자 사리불은 가까운 곳의 한 나무 밑에 있다가 우파선나의 말을 듣고, 곧 우파선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파선나에게 말하였다.
  "내 이제 그대의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根]을 살펴보니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중독이 되었으니 내 몸을 밖에 내놓아라. 몸이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게 하지 말라'고 하니, 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우파선나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5) 시호(施護) 등이 한역한 『불설수용존자경(佛說隨勇尊者經)』 을 참조하라.
[332 / 2145] 쪽
  "만일 '내 눈은 나[我]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귀·코·혀·몸·뜻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에 대해서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흙에 대해서 '흙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물·불·바람·허공·식에 대해서도 '물·불·바람·허공·식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색음(色陰)에 대해서 '색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수음·상음·행음·식음에 대해서도 '수음·상음·행음·식음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라면,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이 분명 변해서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눈은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 나아가 식음도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에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우파선나여, 그대가 만일 오랜 세월 동안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을 떠나 다라(多羅)나무를 자르듯이 그 뿌리를 끊어 미래 세상에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했다면, 어떻게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에 변화가 있겠는가?"
  이 때 사리불이 곧 그의 주위를 돌고 우파선나의 몸을 들어 굴 밖에 내어놓았고, 우파선나의 중독된 몸은 마치 겨 덩어리처럼 부서졌다.
  이 때 사리불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랫동안 모든 범행을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기쁜 마음으로 목숨을 버렸네.
  마치 독이 담긴 발우를 버리듯.
  
  오랫동안 모든 범행을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기쁜 마음으로 목숨을 버렸네.
  마치 사람이 중병에서 낫듯이.
[333 / 2145] 쪽
  오랫동안 모든 범행을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마치 불붙은 집에서 나오듯
  죽을 때 근심도 후회도 없네.
  
  오랫동안 모든 범행을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지혜로써 세상을 관찰하기를
  마치 더러운 초목처럼 여겨
  다시는 남음을 구하지 않고
  남은 것도 또한 이어지지 않네.
  
  이 때 존자 사리불이 우파선나를 공양한 뒤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눈병을 치료할 때 쓰는 산대[籌]만한 작은 독사가 존자 우파선나의 몸에 떨어져서, 그의 몸이 곧 겨 덩어리처럼 부서졌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우파선나가 이 게송을 외웠더라면 중독되지도 않았을 것이요, 그 몸이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게송과 어떤 글귀를 외웠어야 했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을 위하여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저에게 자애로운 마음으로
  견고한 뇌타라(賴羅)를 생각하고
  이라반나(伊羅槃那)와
  시바불다라(尸婆弗多羅)와
  
  흠바라상마(欽婆羅上馬)를 사랑하며
[334 / 2145] 쪽
  또 가구타(迦拘)와
  저 흑구담(黑瞿曇)과
  난도발난타(難徒跋難陀)를 사랑하라.
  
  발이 없는 것이나
  두 발 가진 것에도 자비심을 품고
  네 발, 발이 많은 짐승에게도
  또한 자비심을 일으켜라.
  
  물이나 육지에 의지하는
  모든 용에게 자비심을 품고
  생각이 있거나 생각이 없는
  모든 중생들을 사랑하라.
  
  일체를 안락하게 하고
  생기는 번뇌를 떠나게 하며
  모든 어진 이로 하여금
  모두들 악한 짓 못하게 하려 한다면
  
  언제나 사두암 밑에 살더라도
  어떤 나쁜 일도 닥치지 않으리니
  흉(凶)하고 해로운 모진 독사가
  중생의 목숨을 해칠 수 있으랴?
  
  이러한 참된 진리의 말씀
  위없는 큰 스승의 말씀이니
  내 이제 이 크신 스승의
  진실한 말씀 외워 익히면
  일체의 저 악하고 독한 것들
[335 / 2145] 쪽
  내 몸을 능히 해치지 못하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이 세간의 세 가지 독,
  이러한 세 가지 악하고 독한 것
  영원히 없앤 자를 불보(佛寶)라 하네.
  
  법보(法寶)는 온갖 독을 소멸해 없애고
  승보(僧寶)도 또한 흉악한 독을
  남김이 없이 모두 쳐부수고는
  착한 사람을 거두어 보호하네.
  부처님은 모든 독을 쳐부수시니
  너 뱀독도 이젠 부수어졌느니라.
  
  그러므로 이 주술 장구(章句)를 말하리라.
  
  우단바리 단바리 단륙 파라단륙 나뎨 숙나뎨 기바뎨 무나이 삼마이 단톄
  塢耽婆隸 耽婆隸 耽陸 波羅耽陸 枳跋 文那移 三摩移 檀諦
  니라기시 바라구볘우리 우오리 스바하
  尼羅枳施 婆羅拘閉塢隸 塢娛隸 悉波呵
  
  사리불이여, 우파선나 선남자가 그 때 이 게송을 말하고 이 장구를 말했더라면 독사에게 그 몸이 물리지 않았을 것이요, 그 몸도 또한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파선나는 일찍이 이 게송을 듣지 못하였고, 일찍이 이 주술 장구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오늘 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은 바로 미래 세상을 위하시려는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336 / 2145] 쪽
  
253. 비뉴가전연경(毘紐迦旃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우다이(優陀夷)는 구살라국(拘薩羅國)으로 가서 인간 세상에 유행하면서 구반다(拘磐茶) 마을에 이르러 비뉴가전연(毘紐迦旃延)이란 성을 가진 바라문 여사제의 암라원(菴羅園)에 머물렀다.
  이 때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에겐 많은 젊은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하다가 암라원에 이르러 어떤 나무 밑에 앉아있는 존자 우다이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단정하였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였으며, 마음은 편안하고 제일 가는 것을 성취하요 조복(調伏)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보고 그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을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우다이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해주고 힘쓰기를 권한 뒤에 잠자코 있었다. 그 모든 젊은이들은 존자 우다이의 말을 듣고 함께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이 때 모든 젊은이들은 나뭇단을 지고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의 집으로 가서 나뭇단을 땅에 내려놓고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우리 화상(和尙) 여사제[尼]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암라원에 사문 우다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의 성은 구담(瞿曇)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설법을 매우 잘 하였습니다."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승은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사문 우다이 구담께 내일 여기서 공양하도록 청하거라."
  이 때 모든 젊은 제자들은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의 분부를 받고 존자 우다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다이에게 아뢰었다.
  "존자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희들의 화상이신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께서 존자 우다이께 내일 아침에 공양하러 오시라고 청하셨습니다."
  이 때 우다이는 잠자코 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 모든 젊은이들은 우다이가 청을 허락했다는 것을 알고 화상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에게 돌아가
[337 / 2145] 쪽
  아뢰었다.
  "우리 화상 여사제시여, 저희들이 화상 여사제의 말씀으로 존자 우다이께 청하였더니 존자 우다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셨습니다. 화상 여사제께서는 때를 아소서."
  그 때 존자 우다이는 밤이 지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의 집으로 갔다.
  이 때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는 멀리서 존자 우다이가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를 펴고 앉기를 청한 뒤에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손수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득 차려놓았다. 공양이 끝나자 손을 씻고 발우를 씻은 뒤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이 때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는 공양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좋은 가죽신을 신고, 천으로 머리를 싸매고, 따로 높은 자리를 펴고는 오만한 모습으로 앉아서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물을 것이 있는데 한가하시면 대답해주시겠습니까?"
  우다이가 대답하였다.
  "누이여,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이와 같이 다음날도 모든 제자들은 암라원으로 가서 나무를 하고는 법을 듣고 돌아가 다시 화상 여사제에게 아뢰었고, 화상 여사제는 다시 사람을 보내 공양을 청하였다. 이렇게 전날과 같이 세 번을 되풀이하고 결국 설법을 청하였지만 때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설법하지 않았다.
  모든 젊은 제자들은 다시 화상 여사제에게 아뢰었다.
  "암라원에 계시는 사문 우다이께서는 설법을 매우 잘 하십니다."
  화상 여사제는 대답하였다.
  "나 또한 그가 설법을 매우 잘한다는 것을 알고는 두 번 세 번 오기를 청해 음식을 차리고 법을 물었다. 그러나 그는 매 번 때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설법을 하지 않고 떠났다."
  모든 제자들이 말하였다.
  "화상 여사제께서는 좋은 가죽신을 신고 천으로 머리를 싸매고는 공손하게 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설법하겠습니까? 왜냐 하면 그 존자
[338 / 2145] 쪽
  우다이께서는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설법하지 않고 떠난 것입니다."
  화상 여사제는 대답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다시 나를 위해 그를 청하라."
  모든 제자들은 분부을 받고 다시 공양을 청하기를 전과 같이 하였다. 이 때 화상 여사제는 공양(供養)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가죽신을 벗고, 옷을 여미고, 낮은 자리에 앉아 공손히 아뢰었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우다이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이제 물으십시오. 그대를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그는 곧 물었다.
  "어떤 사문 바라문들은 '괴로움과 즐거움은 제 스스로 지은 것이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남이 지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와 남이 같이 지은 것이다'라고 말하며, 또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고 남이 지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존자께서는 어떻습니까?"
  존자 우다이가 말하였다.
  "누이여, 아라하(阿羅訶 : 阿羅漢)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다른 것에서 생긴다'고 그렇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바라문 여사제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다이가 대답하였다.
  "아라하는 '모든 괴로움과 즐거움은 인연으로부터 생긴다'고 말합니다."
  우다이가 다시 바라문 여사제에게 물었다.
  "제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그대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눈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빛깔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안식(眼識)과 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
[339 / 2145] 쪽
  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존자 우다이여."
  우다이가 다시 물었다.
  "귀·코·혀·몸, 그리고 뜻과 뜻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도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우다이여."
  우다이가 말하였다.
  "이것이 아라하가 말한 '저 인연으로부터 괴로움과 즐거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바라문 여사제가 존자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존자 우다이여, 그와 같이 아라하는 '인연으로부터 괴로움과 즐거움이 생긴다'고 말합니까?"
  우다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라문 여사제여."
  바라문 여사제가 다시 물었다.
  "사문이시여, 아라한은 '인연으로 생긴 괴로움과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음의 소멸'에 대해 어떻게 말하였습니까?"
  우다이가 대답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 내키는 대로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바라문 여사제여, 일체의 눈이 남김없이 한꺼번에 소멸하고도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있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없을 것입니다. 사문이시여."
  "그렇습니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남김없이 한꺼번에 소멸해 영원히 다하고도 의촉(意觸)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이 있겠습니까?"
  대답하였다.
[340 / 2145] 쪽
  "없습니다. 사문이시여."
  "그렇습니다. 바라문 여사제여, 이것이 아라하가 말한 '인연으로 생긴 괴로움과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음의 소멸'이라고 합니다."
  존자 우다이가 이 법을 말하였을 때,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는 티끌[塵]을 멀리하고 때[垢]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 때 비뉴가전연 바라문 여사제는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疑惑에서 벗어났으며, 남을 의지하지 않고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법에 들어가 그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공손히 합장하고는 존자 우다이에게 아뢰었다.
  "저는 오늘 뛰어들어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그 때 존자 우다이는 바라문 여사제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254.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7) 는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항상 부지런히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고 익히고 있었다.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홀로 고요히 선정에 들어 사색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정근하는 성문(聲聞)들 중에 나도 그 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모든 번뇌를 다 끊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族姓)의 아들로서 재물과 보배가 풍족하다. 지금 차라리 집에 돌아가 5욕(欲)
  
6)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 13권 제23 지주품(地主品) 3번째 소경과 불타집(佛陀什), 축도생(竺道生) 등이 한역한 『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제21권과 불타야사(佛陀耶舍), 축불념(竺佛念) 등이 한역한 『사분율(四分律)』 제39권을 참조하라.
7) 팔리어로는 So a이고 수루나(輸屢那)로 한역하기도 한다.
[341 / 2145] 쪽
  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나 행하여 복이나 짓자.'
  그 때 세존께서는 이십억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어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십억이에게 가서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고 알려주어라."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이십억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이십억이는 스승님의 명령이라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서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정말 홀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색하다가 '부지런히 공부하는 세존의 성문(聲聞)들 가운데 나도 그 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번뇌를 다 끊고 해탈을 얻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의 아들이고, 게다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나는 차라리 속세로 돌아가 5욕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나 하여 복이나 짓자'라고 생각하였느냐?"
  이 때 이십억이는 '세존께서 이미 내 마음을 아시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놀랍고 두려워 털이 곤두섰다. 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마음대로 내게 대답하여라. 이십억이야, 너는 속세에 있을 때 거문고를 잘 탔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거문고를 탈 때에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조이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더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었다.
  "어떤가? 만일 거문고 줄을 느슨하게 매면 과연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더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342 / 2145] 쪽
  또 물었다.
  "어떤가? 거문고 줄을 고르게 하여 너무 늦추지도 않고 조이지도 않으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내더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정진이 너무 조급하면 그 들뜸[掉悔]만 늘어나고, 정진이 너무 느슨하면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그러므로 너는 마땅히 평등하게 닦고 익히고 거두어 받아,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며 모양을 취하지도 말라."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거문고 타는 비유를 항상 생각하면서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홀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색하였다. 그리하여 번뇌가 다 끊어지고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해탈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닫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꼭 세존을 찾아뵙고 문안을 드리리라.'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법 안에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모든 번뇌[漏]가 다 끊어졌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제 자신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有]의 결박을 다 풀었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해탈하였습니다. 그 때 여섯 가지에서 해탈하였으니,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즉 탐욕을 여읜 해탈[離欲解脫]·성냄을 여읜 해탈[離恚解脫]·멀리 여읜 해탈[遠離解脫]·애욕이 다한 해탈[愛盡解脫]·모든 집착으로부터의 해탈[諸取解脫]·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해탈[心不忘念解脫]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조그마한 신심(信心)을 의지하여 '탐욕을 여의고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탐욕을 여읜 해탈이라고 합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계율을 조금 지키는 것에 의지하여 '나는 성냄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343 / 2145] 쪽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해탈이라고 합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익을 멀리 여의기를 닦아 익힌 것을 의지하여 '멀리 여의어서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로 멀리 여읜 해탈이라고 합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애욕을 여읜 것이라고 하고, 또한 집착을 여읜 것이라고 하며, 또한 기억을 잊어버림에서 떠난 해탈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든 만일 아라한이 되지 못하여 모든 번뇌를 다 끊지 못했다면, 이 여섯 가지에서 해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배우는 위치에 있어서 아직 증상(增上)한 즐거움의 열반(涅槃)을 얻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익히고 향하는 마음에 머무른다면, 그 때 그는 배우는 자의 계[學戒]를 성취하고 배우는 자의 근[學根]을 성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뒷날에는 반드시 번뇌가 다 없어져 마음이 해탈하며, ………… 나아가 후세(後世)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 것입니다. 그 때를 당하여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계[無學戒]를 얻고,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근[無學根]을 모두 얻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어리석고 작은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지낼 때에는 어린아이의 모든 감각기관[根]을 성취하였고, 그가 뒷날에 점점 자라 모든 감각기관이 성취되면 그 때에는 어른의 모든 감각기관을 성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배우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직 왕성한 안락은 얻지 못하였지만,………… 나아가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계와 배울 것이 없는 자의 모든 감관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혹 눈으로 항상 빛깔을 분별하더라도 끝내 마음이 해탈(解脫)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解脫)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이 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에서부터 나아가 무상함까지 다 관찰합니다. 귀로 소리를 분별하고, 코로 냄새를 분별하며, 혀로 맛을 분별하고, 몸으로 감촉을 분별하며, 뜻으로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을 관찰합니
[344 / 2145] 쪽
   다.
  비유하면 마을 가까이에 큰 돌산이 있는데, 끊기지도 않았고 부서지지도 않았으며 뚫리지도 않아 한결같이 두텁고 조밀하다면 설사 4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움직일 수 없고, 뚫고 지나갈 수 없는 경우와 같습니다. 저 배울 것이 없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눈으로 항상 빛깔을 분별하고, ……(내지) …… 뜻으로 항상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을 관찰합니다."
  그 때 이십억이가 거듭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을 여의어 마음이 해탈하고
  성냄이 없는 해탈도 또한 그러하네.
  멀리 떠나 마음이 해탈하고
  탐욕과 사랑도 영원히 남음 없네.
  모든 집착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또 마음에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입처(入處)의 생기는 곳 환히 알아
  그것에 대해 마음이 해탈하였네.
  
  저 마음이 해탈한 사람
  그 비구는 뜻이 쉬고 그치며
  해야 할 모든 일 이미 마쳐
  다시는 할 일을 만들지 않네.
  
  마치 저 큰 돌산은
  4방에서 부는 바람이 움직이지 못하듯이
  빛깔·소리·냄새·맛·감촉과
  또 법의 좋고 나쁨을
  
[345 / 2145] 쪽
  여섯 감관이 항상 대하더라도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나니
  마음은 언제나 굳게 머물러
  법의 생기고 사라짐을 환히 관찰하네.
  
  존자 이십억이가 이 법을 말하였을 때 스승은 마음으로 기뻐하셨고, 많이 들어 아는 모든 범행자들도 존자 이십억이의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존자 이십억이가 떠나가고 그리 오래지 않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이 잘 해탈한 사람은 마땅히 이와 같이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저 이십억이가 지혜로써 분명히 말하며, 제 자신을 추켜세우지도 않고 또한 남을 낮추지도 않으며, 바르게 그 이치를 말하듯이 마땅히 이 사람처럼 분명하게 말해야 하느니라. 그것은 증상만을 가진 자가 그 이치도 얻지 못했으면서 스스로 사람을 초월한 법을 얻었다고 자랑하여 스스로 손해 보는 것과는 같지 않느니라."
  
  
255. 노혜차경(魯醯遮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은 아반제국(阿磐提國)의 습마타강(濕摩陀江) 가에 머물고 있었다. 미후실(獼猴室)8)의 아련야굴(阿練若窟)에 살던 로혜차(魯醯遮)라는 바라문이 그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기를 아라한 법과 같이 하였다.
  그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미후실 마을로 들어가 차례로 걸어다니며 걸식하였다. 그는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8) 팔리어로는 Makkaraka e라고 하며, 마을의 이름이다.
 
[346 / 2145] 쪽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坐禪)하였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에게는 젊은 제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며 나무를 하다가 존자 마하가전연의 굴 근처에 이르러 서로 시시덕거리며 말하였다.
  "이 굴 안에는 머리를 깎은 사문(沙門)이 살고 있는데 그는 까무잡잡하게 생겼다. 이 세상에서 그리 훌륭한 사람도 아닌데 로혜차 바라문은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기를 아라한의 법과 같이 한다."
  이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젊은이들아, 떠들지 말라."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다시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도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그러자 존자 마하가전연이 문 밖으로 나와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젊은이들아, 너희들은 떠들지 말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너희들은 우선 들어보거라."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부디 설법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듣겠습니다."
  그 때 존자 마하가전연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날의 바라문들은
  뛰어나고 묘한 계를 닦고 익혀
  숙명(宿命)을 아는 지혜 생기게 되고
  진실한 진리의 선정 즐겼느니라.
  
  언제나 자비에 머물렀으며
  모든 감관[根]의 문을 단단히 닫아
  입의 허물을 항복 받았으니
  옛 사람의 행은 이러했느니라.
  
[347 / 2145] 쪽
  본래의 진실한 행은 버리고
  거짓된 일만 지니고 있으며
  족성(族姓)만 내세워 방일(放逸)하면서
  모든 감관과 여섯 경계 따르는구나.
  
  스스로 굶주리며 무덤에서 살고
  세 번 목욕하고 세 가지 경전 다 외워도
  감관의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으면
  마치 꿈속에서 얻은 보물과 같다네.
  
  머리를 땋고 가죽옷 입고
  그릇된 계(戒)를 집착해 몸에 재를 바르며
  추한 옷으로 몸을 가리고
  지팡이 짚고 물병 지니는 것
  그것은 바라문의 모양을 빌어
  그로써 이양(利養)을 구하는 것이니라.
  
  그 몸을 잘 거두어 보호하고
  맑고 깨끗이 티끌과 때를 여의어
  모든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
  이런 이를 진정한 바라문이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젊은 바라문들이 성을 내면서 불쾌하게 생각하고 존자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우리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꾸짖고 있군요."
  그들은 나뭇단을 가지고 로혜차 바라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말하였다.
  "화상께서는 아십니까? 저 마하가전연이 우리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욕하였습니다."
[348 / 2145] 쪽
  로혜차 바라문이 모든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그런 말 말라. 왜냐 하면 마하가전연은 연세도 많고 계와 덕을 존중하시는 분이시다. 그 분이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씀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욕했을 리가 없다."
  모든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화상께서 저희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가서 살펴보십시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은 모든 젊은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마하가전연에게로 가서 서로 문안 인사를 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저의 여러 젊은 제자들이 여기에 왔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여기에 왔었습니다."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셨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들과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당신이 그 모든 젊은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지금 저를 위해 모두 말씀해 주십시오."
  마하가전연은 곧 그를 위해 전부 말해 주었다. 그러자 로혜차 바라문도 역시 성을 내면서 불쾌한 마음으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모든 젊은이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 마하가전연께서는 진실로 우리들의 경전을 비방하고 헐뜯어 말하고 바라문을 욕하시는군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조금 뒤에 다시 마하가전연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문(門)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것을 문이라고 합니까?"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바라문이여, 법다운 질문입니다. 내가 이제 그대를 위해 그 문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여, 눈이 곧 문이니 빛깔을 보
[349 / 2145] 쪽
  기 때문입니다. 귀·코·혀·몸도 마찬가지며, 뜻이 곧 문이니 법을 분별하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이여, 제가 문을 묻자 곧 그 문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마하가전연께선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입니까?"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바라문이여,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물으니, 그것은 법다운 질문입니다. 이제 그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여, 어리석고 많이 들어 아는 것이 없는 범부(凡夫)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 대해서 집착을 일으키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에 대해서는 화를 냅니다. 그래서 몸을 관찰하는 염처[身念處]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대한 참다운 앎이 없고, 거기서 여러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켜 남김없이 완전히 없애지 못하며,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있어서 막히고 걸려 만족을 얻지 못합니다.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이 만족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는 악한 행이 가득 차서 휴식을 얻지 못하고, 마음이 고요해지지 못합니다. 고요해지지 않기 때문에 감관[根]의 문을 항복 받지 못하고, 지켜 보호하지 못하며, 닦고 익히지 못합니다. 저 눈과 빛깔·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고,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이여, 제가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묻자 곧 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마하가전연여, 그러면 또 어떤 것을 문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라 합니까?"
  마하가전연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는 훌륭하게도 내게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
[350 / 2145] 쪽
  를 물으시는군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그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 집착을 일으키지도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에 대해서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 마음을 거두어 몸을 관찰하는 염처에 머무르고, 한량없는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거기서 일어나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남김없이 완전히 없앱니다.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대해서 만족을 얻고, 해탈이 만족된 뒤에는 몸으로 부딪치는 악한 행도 다 쉬게 되어 마음에 바른 생각을 얻습니다. 이것을 첫 번째 문을 잘 항복 받고 지켜 보호하며 닦고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눈과 빛깔에서와 같이, 귀와 소리·코와 냄새·혀와 맛·몸과 감촉·뜻과 법도 또한 그와 같이 합니다."
  로혜차 바라문이 말하였다.
  "기이하십니다. 마하가전연여, 제가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묻자 곧 저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비유하면 어떤 장정이 독한 약초(藥草)를 찾다가 도리어 감로(甘露)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지금 저도 내 제자들처럼 화가 나서 찾아와 이 자리에 앉았는데, 마하가전연께서 큰 법비[法雨]를 제 몸에 내리시니 마치 감로가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마하가전연이시여, 집에 일이 많아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마하가전연이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때를 아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 때 로혜차 바라문은 마하가전연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經典 > 잡아함경(雜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아함경 제 11 권  (0) 2007.12.17
잡아함경 제 10 권  (0) 2007.12.17
잡아함경 제 8 권  (0) 2007.12.17
잡아함경 제 7 권  (0) 2007.12.17
잡아함경 제 6 권  (0)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