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 10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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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10 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256. 무명경(無明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존자 마하 구치라(摩訶拘絺羅)는 기사굴산(耆闍崛山)1)에 있었다.
  이 때 존자 구치라가 해질 무렵에 선정(禪定)에서 일어나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로 서로 즐거워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시면 저를 위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무명(無明)이라고 말들 하는데 어떤 것이 무명이며, 누구에게 그 무명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무명이란 알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알지 못하는 것이 곧 무명입니다."
  
  
1) 마갈타국 동북쪽에 있는 산으로 팔리어로는 Gijjha-k a이고 영취산(靈鷲山)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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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까?"
  "말하자면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인데 색의 무상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은 사라지고 마는 법인데 색은 사라지고 마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색은 나고 멸하는 법인데 색은 나고 멸하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도 무상한 것임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은 사라지고 마는 법인데 식이 사라지고 마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식은 나고 멸하는 법인데 식이 나고 멸하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여, 이 5수음(受陰)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빈틈없이 한결같음[無間等]이 없고, 어리석고 어두워 밝지 못하면 그것을 무명이라 하며, 이것을 성취한 사람에게 '무명이 있다'고 합니다."
  또 물었다.
  "사리불이여, 밝음[明]이라고 말들 하는데, 어떤 것을 밝음이라 하며, 어떤 이에게 그 밝음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마하 구치라여, 이른바 밝음이란 곧 아는 것이니, 잘 아는 것을 밝음이라 고 말합니다."
  "무엇을 아는 것입니까?"
  "이른바 색이 무상함을 아는 것이니, 색의 무상함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색은 닳아서 없어지는 법이니 색이 닳아서 없어지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은 나고 멸하는 법이니 색이 나고 멸하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 수·상·행도 마찬가지며 식의 무상함을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은 닳아서 없어지는 법이니 식은 닳아서 없어지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알며, 식은 나고 멸하는 법이니 식은 나고 멸하는 법임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구치라여, 이 5수음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고 보며, 밝게 깨닫고 지혜로우며 빈틈없이 한결같으면 이것을 밝음이라고 하며, 이 법을 성취한 사람에게 '밝음이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정사(正士)는 각각 말한 바를 듣고, 서로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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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무명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이 때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는 기사굴산에 있었다.
  이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여러 가지로 서로 즐기고 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시면 저를 위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우선 물으십시오.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무명이라고 말들 하는데, 다시 어떤 것을 무명이라고 하며, 어떤 이에게 그 무명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무명이란 알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알지 못하는 것을 무명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까?"
  "말하자면 색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여, 이 5수음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해, 깨닫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빈틈없이 한결같음이 없고 어리석고 어두워 밝지 못하면 이것을 무명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성취한 사람에게 '무명이 있다'고 합니다."
  또 물었다.
  "사리불이여, 어떤 것을 밝음이라고 하며, 어떤 이에게 그 밝음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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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음이란 곧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잘 아는 것을 밝음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것을을 아는 것이라고 합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색을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을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구치라여, 이 5수음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고 보며, 밝게 깨닫고 지혜로우며 빈틈없이 한결같으면 그것을 밝음이라고 하며, 이 법을 성취한 사람에게 '밝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두 정사는 각각 말한 바를 듣고 서로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제각기 본래 있었 처소로 돌아갔다.
  
  
258. 무명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과 존자마하 구치라는 기사굴산에 있었다.
  이 때 마하 구치라가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서로 즐거워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당신께서 혹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우선 물으십시오,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이 때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무명(無明)이라고 말들 하는데, 무명이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며, 어떤 이에게 그 무명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알지 못하는 것이 곧 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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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까?"
  "말하자면 색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여, 이 5수음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하며, 빈틈없이 한결같지 못하고 어리석거나 어두우면 이것을 무명이라고 하며, 이 법을 성취한 사람에게 '무명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물었다.
  "밝음[明]이란 어떤 것을 밝음이라고 하며 어떤 이에게 그 밝음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는 것이 곧 밝음입니다."
  "어떤 것을 아는 것이라고 합니까?"
  "색을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을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여, 이 5수음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보며, 밝게 깨닫고 지혜로우며 빈틈없이 한결같으면 그것을 밝음이라고 하며, 이것을 성취한 사람에게 '밝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때 두 정사(正士)는 각각 말한 내용을 들어 상기해보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259. 무간등경(無間等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마하 구치라와 함께 기사굴산에 있었다. 마하 구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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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사리불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서로 즐거워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당신께서 혹 한가하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우선 물으십시오.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이 때 마하 구치라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만일 비구가 아직 빈틈없이 한결같은 법[無間等法]을 얻지 못하여 빈틈없이 한결같은 법을 구하고자 한다면 어떤 방편(方便)으로 구하고, 어떤 법을 사색[思惟]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만일 비구가 아직 빈틈없이 한결같은 법을 얻지 못하여 빈틈없이 한결같은 법을 구하고자 한다면, 열심히 노력하여 '5수음은 병(病)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고 살기가 되며,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공(空)한 것이고 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색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이치대로 생각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비구가 이 5수음에 대해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색한다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물었다.
  "사리불이여, 수다원과를 증득한 다음에 다시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어떤 법을 사유(思惟)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구치라여, 이미 수다원과를 증득한 다음에 사다함과를 증득하고자 한다면 또한 열심히 노력하여 '이 5수음이라는 법은 곧 병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고 살기가 되며,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이치답게 생각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비구가 이 5수음에 대해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유한다면 사다함과를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가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사다함과를 증득한 다음에 다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고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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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땅히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구치라여, 사다함과를 증득한 다음에 아나함과를 증득하고자 하면 또한 마땅히 열심히 노력하여 '이 5수음이라는 법은 병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고 살기가 되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이고 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이치답게 생각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비구가 이 5수음에 대해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유한다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나함과를 증득한 다음에 다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고자 하면 또한 마땅히 열심히 노력하여 '이 5수음이라는 법은 병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고 살기가 되며, 무상 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이치답게 생각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비구가 이 5수음이란 법을 열심히 노력하여 사유한다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하 구치라가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아라한과를 증득한 다음에는 다시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마하 구치라여, 아라한도 또한 '이 5수음이란 법은 병이 되고 종기가 되며, 가시가 되고 살기가 되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얻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서이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기 위해서이며, 현세(現世)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이 때 두 정사는 각각 말한 내용을 들어 상기해보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260. 멸경(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습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존자 아난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서로 문안인사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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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존자 사리불이 존자 아난에게 물었다.
  "물어볼 일이 있는데 당신이 혹 틈이 있으면 나를 위해 대답해 주겠습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당신께서 우선 물으십시오.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난이여, 소멸[滅]이라고 말들 하는데, 어떤 것을 소멸이라고 하며, 어떤 이에게 그 소멸이 있습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시여, 5수음은 본래 행(行)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말하자면 색수음(色受陰)은 원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젓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난이여, 당신의 말처럼 이 5수음은 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원본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말하자면 색수음은 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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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이여, 만일 이 5수음이 본래 행이 지은 것이 아니고,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것이 소멸될 수 있겠습니까? 아난이여, 5수음은 본래 행이 지은 것이요, 본래 생각으로 소원한 것입니다. 그것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하는 법이니, 그 법은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멸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 두 정사는 각각 말한 내용을 들어 상기해보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261. 부류나경(富留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아난이 구섬미국(拘睒彌國)의 구사라원(瞿師羅園)2)에 있었다.
  이 때 존자 아난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존자 부류나미다라니자(富留那彌多羅尼子)는 내가 어린 나이로 처음 출가했을 때, 언제나 심오한 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난아, 생겨난 법에 대해 (이것은 나다)라고 헤아리는 것이지, 생기지 않은 것을 헤아리는 것은 아니다. 아난아, (생긴 법을 나라고 헤아리는 것이지 생기지 않은 것을 헤아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색은 생겨난 것이다. 그 생겨난 것을 가지고 나라고 생각한다. 생기지 않은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수·상·행·식고 생겨나는 것이다. 생겨난 것을 가지고 나라고 생각한다. 생기지 않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면 어떤 장정이 손에 거울을 들거나 맑은 물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이 환히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와 같나니, 나타났기 때문에 보는 것이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난아, 색은 생긴 것이다. 생겨났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나라고 헤아리는 것이지, 생기지 않은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생겨난 것이다. 생겼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나라고 헤아
  
2) 구사라(瞿師羅:Ghositara) 장자가 보시한 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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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는 것이지, 생기지 않은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가? 아난아, 색은 영원한 것인가, 아니면 무상한 것인가?'
  아난이 대답하였습니다.
  '무상한 것입니다.'
  또 물었습니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또 물었습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른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입니다.'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또 물었습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다시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아난아, 그러므로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다 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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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다 나라는 것이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음을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관찰하는가?
  이와 같이 관찰하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탐욕을 여의고 해탈(解脫)한다. 그리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後世)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탐욕을 여의고 해탈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그 존자는 내게 큰 이익을 주었습니다. 나는 그 존자에게서 법을 듣고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습니다. 나는 그 때부터 언제나 이 법으로써 출가(出家)한 외도(外道)가 아닌 사문 바라문의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위해 설명하였습니다."
  
  
262. 천타경(闡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많은 상좌 비구들이 바라내국(波羅國)의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鹿野苑)에 있었다.
  그 때는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 : 般涅槃)에 드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무렵이었다.
  그 때 장로 천타(闡陀)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거두어두고 발을 씻은 뒤에 자물쇠를 가지고, 숲에서 숲으로 방에서 방으로, 경행처(經行處)3)에서 경행처로 돌아다니면서 모든 비구들에게 청해 말하였다.
  
3) 좌선의 피로를 풀고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행자들이 거닐던 일정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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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저를 가르치고 저를 위해 설법하여, 저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해주십시오. 저는 마땅히 법대로 알고 법대로 관찰하겠습니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색은 무상한 것이고,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며, 모든 행(行)도 다 무상한 것입니다. 모든 법은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열반은 고요한 것입니다."
  천타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도 색은 무상한 것이고,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며, 모든 행도 무상한 것이고, 모든 법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열반은 고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천타가 다시 말하였다.
  "그러나 저는 '모든 행은 비고 고요하여 얻을 수 없고, 애욕이 다하고 탐욕을 여읜 것이 열반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거기에 어떻게 나[我]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는 것이 법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 세 번 이렇게 되풀이하여 말하였다.
  천타가 또 말하였다.
  "이 중에 저를 위해 설법하여 저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진 사람은 누구십니까?"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존자 아난이 지금 구섬미국 구사라원(瞿師羅園)에 있다. 그는 일찍이 세존을 공양하였고 가까이에서 모셨으며,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모든 범행자들이 다 아는 분이다. 그 분이라면 틀림없이 나를 위해 설법하여 나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천타는 그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밥을 먹고는 돌아와 침구를 챙겼다. 침구를 챙겨둔 뒤에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구섬미국으로 떠났다. 천천히 유행(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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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行)하며 구섬미국에 이르러,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천타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어느 때 여러 상좌 비구들이 바라내국 선인이 살던 녹야원(鹿野園)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거두어놓고 발을 씻은 뒤에, 자물쇠[戶鉤]를 가지고 숲에서 숲으로, 방에서 방으로, 경행처에서 경행처로 돌아다니며 모든 비구들을 보고 청하였습니다.
  '마땅히 저를 가르치고 저를 위해 설법하여, 저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저를 위해 '색은 무상한 것이고,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며, 모든 행은 무상한 것입니다. 모든 법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열반은 고요한 것입니다'라고 설법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도 색이 무상한 것이고,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며, 모든 행도 무상한 것이고, 모든 법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열반은 고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든 행은 비고 고요하여 얻을 수 없고, 애욕이 다하고 탐욕을 여읜 것이 열반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어떻게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는 것이 법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겠습니까?'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중에 저를 위해 설법하여, 저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는 다시 (존자 아난이 지금 구섬미국의 구사라원에 있다. 그는 일찍이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가까이에서 모셨으며,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모든 범행자들이 다 아는 분이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나를 위해 설법하여 나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훌륭하신 존자 아난이여, 이제 저를 위해 설법하여, 저로 하여금 법을 알게 하고 법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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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존자 아난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천타여, 제 마음은 매우 기쁩니다. 전 당신이 능히 모든 범행자들 앞에서 숨김없이 거짓의 가시를 부셔버려 기쁩니다. 천타여, 어리석은 범부들은 '색은 무상한 것이고,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며, 모든 행은 무상한 것이고, 모든 법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열반은 고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제 그 훌륭하고 묘한 법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자세히 들으십시오. 제가 당신을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때 천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훌륭하고 묘한 마음을 얻었고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얻어 기쁘다. 나는 이제 훌륭하고 묘한 법을 감당할 수 있다.'
  그 때 아난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마하가전연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치시는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전도되어 혹은 있다, 없다는 두 극단에 의지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대상 세계를 취해 마음으로 곧 분별해 집착한다. 가전연이여, 만일 받아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머무르지 않고 나[我]라고 헤아리지 않으면, 이 괴로움은 생길 때에 생겼다가 소멸할 때에 소멸할 것이다. 가전연이여, 여기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미혹하지 않으며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능히 스스로 알면 그것을 바른 소견[正見]이라고 하나니,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가전연이여, 세간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관찰하면 '세간은 없다'는 소견이 생기지 않을 것이요, 세간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관찰하면 '세간은 있다'는 소견이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전연이여, 여래는 두 극단을 떠나 중도를 말씀하셨다. 말하자면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저것이 생기나니, 즉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行)이 있고 ……(내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말하면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소멸하나니, 즉 무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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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하면 행이 소멸하고 ……(내지)…… 나아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이 소멸하느니라.'"
  존자 아난이 이 법을 말하였을 때, 천타 비구는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 때 천타 비구는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을 일으켜 의심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태어남을 의지하지 않고 큰 스승께서 가르치신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공손히 합장하고 존자 아난에게 아뢰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러한 것은 지혜롭고 범행이 있는 착한 벗들이 가르치고 훈계하여 말하는 법입니다. 저는 이제 존자 아난에게서 이러한 법을 듣고 '모든 행(行)은 다 비고 모두 고요하여 얻을 수 없으며, 애욕이 다하고 탐욕을 여의어 완전히 소멸한 것이 열반이다'라는 것에 대해, 마음이 즐겁고 바르게 머물러 해탈하였습니다. 다시는 굴러 되돌아오지 않고, 또 다시는 나[我]를 보지 않으며, 오직 바른 법만 볼 것입니다."
  이 때 아난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매우 좋은 이익을 얻었고 매우 심오(深奧)한 불법 가운데서 거룩한 지혜의 눈을 얻었습니다."
  이 때 두 정사(正士)는 서로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제각기 본래 있던 처소로 돌아갔다.
  
  수루나(輸屢那)에 대한 세 가지와
  무명(無明)에 대해서 또 세 가지와
  무간등(無間等)과 멸(滅)과
  부류나(富留那)와 천타(闡陀)에 대해 설하셨다.
  
  
263. 응설경(應說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국(拘留國)의 얼룩소 치는 마을[雜色牧牛聚落]에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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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알고 봄으로써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었다. 알고 보지 못한 것이 없다. 어떤 것을 알고 봄으로써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었고, 알고 보지 못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인가? 말하자면 이것은 색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이것은 식이요, 이것은 식의 발생이며, 이것은 식의 소멸이라고 알고 보았다. 만일 방편을 닦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지 못하고서 나의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하였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란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런 비구는 끝내 번뇌가 다한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닦고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을 닦고 익히지 않았다고 하는가? 말하자면 염처(念處)·정근(正勤)·여의족(如意足)·근(根)·력(力)·각(覺)·도(道)4)를 닦고 익히지 않았다는 말이다.
  비유하면 암탉이 많은 알을 낳고도 때맞춰 품어주지도 않고 온기(溫氣)와 냉기(冷氣)를 잘 맞춰주지도 못하고서, 병아리로 하여금 주둥이와 발톱으로 알을 쪼아 스스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오게 하려는 것과 같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병아리에게는 주둥이와 발톱으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올 힘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어미 닭이 때맞춰 품어주고 온기와 냉기를 조절하며 그 새끼를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도 부지런히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지 못하고서 번뇌가 다한 해탈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리 될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닦고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지 않았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지 않은 것을 이르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가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설사 번뇌가 다해 해탈하게 하지 않으려 하더라도 그 비구는 저절로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한다. 왜냐하면 부지런히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혔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마치 저 암탉이 그 새끼를 잘 길러 때맞추어 품어주고 온기와 냉기를 알맞게 조절해
  
4) 4념처·4정근·4여의족·5근·5력·7각지·8정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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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면, 그 새끼들로 하여금 방편을 써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게 하지 않으려 해도 그 여러 새끼들은 스스로 방편을 써서 껍질을 깨고 아무 탈 없이 나오는 경우와 같다. 왜냐하면 그 암탉이 때맞추어 품어주고 냉기와 온기를 알맞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도 방편을 잘 닦으면, 번뇌가 다해 해탈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 비구는 저절로 번뇌가 다해 마음이 해탈할 것이다. 왜냐 하면 부지런히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혔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힌 것을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면 장인(匠人)이나 장인의 제자가 손으로 도끼자루를 잡을 때, 잡기를 쉬지 않으면 조금씩 점점 닳아 손가락 자국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도끼자루가 조금씩 닳아 손가락 자국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닦고 익히고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오늘은 얼마쯤 번뇌가 다하고 내일은 얼마쯤 번뇌가 다한다고 스스로 알고 보지는 못하지만, 마침내 그 비구는 번뇌가 다한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잘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힌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면 큰 배가 바닷가에 묶여 있을 때 여름 6개월을 지내고 나면 사나운 바람과 땡볕에 등나무 밧줄이 점점 끊어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닦고 익히며 그것을 따라 성취하면 일체의 결박과 사(使)와 번뇌의 묶음에서 점점 해탈하게 된다. 왜냐 하면 잘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닦고 익힌다고 하는가? 염처·정근·여의족·근·력·각·도를 닦고 익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라."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60명의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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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소토단경(小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선정에 들어 사색[思惟]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색(色)이 있을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수·상·행·식이 있을까?'
  이 비구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선정에 들어 사유하다가 '혹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색이 있을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수·상·행·식이 있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세존께 여쭈옵니다. 혹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색이 있습니까? 이와 같이 영원하고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정녕코 머물러 있는 그런 수·상·행·식이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손으로 조그만 흙덩이를 집어 들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손안의 흙덩이가 보이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이와 같은 조그만 흙도 나는 얻지 못했다. 만일 내가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영원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으며 바르게 머무르는 법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 스스로 전생[宿命]을 기억해보면,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복을 닦아 훌륭하고 미묘하며 사랑할 만한 모든 과보(果報)를 다 얻었었다. 일찍이 7년 동안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고 익혀 7겁의 성겁(成劫)과 괴겁(壞劫) 동안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았었다. 7겁 중 괴겁일 때는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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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7겁 중 성겁일 때는 범천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 하늘 궁전에서 대범왕(大梵王)이 되어, 이길 자도 없고 위도 없는 이로써 1천 세계를 다스렸었다.
  그 뒤로 다시 36번이나 천제석(天帝釋)이 되었었고, 다시 백천 번은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거느리면서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7보(寶)를 두루 갖추었으니, 이른바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마니보(摩尼寶)·옥녀보(玉女寶)·주장신보(主藏臣寶)·주병신보(主兵臣寶)였으며, 1천 명의 아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모두 용맹스럽고 건장하였다. 4해(海) 안의 땅은 편편하였고 어떤 독한 가시도 없었으며, 위협하지도 않고 핍박하지도 않고 법으로써 다루어 항복 받았느니라.
  관정왕(灌頂王)의 법에 8만 4천 마리 큰 코끼리[龍象]가 있었다. 모두 온갖 보배로 장엄하고 꾸몄으며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고 보배 깃대를 세웠는데, 포살상왕(布薩象王)5)이 그 우두머리가 되어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스스로 알아서 궁전 앞에 모였었다. 그 때 나는 생각하였다.
  '이 많은 코끼리 떼가 날마다 두 차례를 왕래하면서 무수한 중생들을 밟아 죽이니, 4만 2천 코끼리들은 백 년에 한 번만 오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자 곧 소원대로 8만 4천 코끼리 중 4만 2천 코끼리는 백 년에 한 번씩만 오게 되었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또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또한 순금으로 온갖 탈 기구를 만들었고 금 그물을 그 위에 덮었는데 바라마왕(婆羅馬王)이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대의 네 가지 보배 수레가 있었으니, 금(金)수레·은(銀)수레·유리(琉璃)수레·파리(玻璃)수레였다. 사자·호랑이·표범의 가죽과 갖가지 색깔의 흠바라(欽婆羅)6)로 그 덮개를 만들었는데 발구비사야난제(跋求毘闍耶難提) 소리가 나는 수레가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성을 가졌었다. 그곳은 안온하고 풍성하고 즐거워 인민들이 들끓었는데 구사바제성(拘舍婆提城)이 그 우두머리였느니라.
  
5) 팔리어로는 Uposatha-nagaraja이고 코끼리왕 이름이다.
6) 팔리어로는 kambala이고 일종의 모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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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궁전이 있었다. 이른바 금·은·유리·파리로 만들어졌는데 마니유리로 된 유하(由訶)7)궁전이 제일이었었느니라.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개의 네 가지 보배 평상이 있었다. 이른바 금·은·유리·파리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갖가지 비단 요에 모직물과 담요가 있었는데, 가릉가(迦陵伽)8) 침구를 그 위에 깔고 붉은 목침을 두었었느니라.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벌의 네 가지 의복이 있었으니, 이른바 가시세(迦尸細)9)로 만든 옷·추마(芻摩)10)로 만든 옷·두구라(頭鳩羅)11)로 만든 옷·구첨바(拘沾婆)12)로 만든 옷이었느니라.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가 있었다. 그들은 찰리 여자와 찰리에 가까운 여자들이었으니 하물며 다른 여자들이겠느냐?
  또 비구야, 관정왕의 법에는 8만 4천 가지 음식이 있었으니 온갖 맛을 골고루 갖추었었느니라.
  비구야, 8만 4천의 옥녀 가운데서 오직 한 여자에게만 시중을 들게 하였고, 8만 4천의 보배 옷 가운데 오직 한 벌만 입었으며, 8만 4천의 보배 평상 가운데 오직 한 평상에만 누웠고, 8만 4천의 궁전 가운데 오직 한 궁전에서만 살았다. 8만 4천의 성 가운데 오직 구사바제(拘舍婆提)라는 한 성에서만 살았고, 8만 4천의 보배 수레 가운데 오직 비사야나제구사(毘闍耶難提瞿沙)라는 수레만 타고 성을 나가 유람하였으며, 8만 4천의 보배 말 가운데 오직 털과 꼬리가 검푸른 빛깔인 바라하(婆羅訶)라는 말 한 마리만 탔고, 8만 4천의 큰 코끼리 가운데 포살타(布薩陀)라는 한 코끼리만을 타고 성을 나가 유람하였느니라.
  비구야, 이것은 어떤 업의 과보로 이와 같은 위덕(威德)의 자재(自在)함를 얻게 된 것인가? 이것은 세 가지 업의 과보(果報) 때문이었느니라. 무엇이
  
7) 팔리어로는 by ha이고 장엄(莊嚴)이라는 뜻이며, 궁전이름이다.
8) 팔리어로는 kadalimiga이고 사슴의 일종이다.
9) 팔리어로는 koseyya이고 비단을 말한다.
10) 팔리어로는 khoma이고 아마(亞麻)를 말한다.
11) 팔리어로는 kappasika이고 솜을 말한다.
12) 팔리어로는 kambala이고 모직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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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조복(調伏)이며, 셋째는 수도(修道)이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범부는 5욕에 물들어 만족할 줄 모르지만, 성인은 지혜가 원만히 이루어져 언제나 만족할 줄 아느니라. 비구야, 일체의 모든 행은 과거에 소멸해 다하였고 과거에 변해 바뀌었으며, 그 온갖 기구와 이름들도 다 닳아 없어졌느니라. 그러므로 비구야, 영원히 모든 행을 쉬고, 싫어하여 여의며, 탐욕을 끊어 해탈해야 하느니라.
  비구야, 색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른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헤아리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372 / 2145] 쪽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다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비구야, 색에 대해서 마땅히 싫어해 여읠 마음을 내고 싫어해야 하며, 탐욕을 여의고 해탈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마땅히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탐욕을 여의어 해탈해야 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얻어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아야 하느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언제나 흙덩이로 비유하여 가르치신 것을 기억하며,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유하면서 방일(放逸)하지 않게 지냈다. 방일하지 않게 지낸 뒤에는 '선남자(善男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까닭은,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몸소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기 위함이다'라고 사유하였다13)"
  이 때 그 존자도 또 스스로 법을 알아 마음이 해탈하였고 아라한이 되었다.
  
  
13)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사유하였다'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그러나 동일한 문장이 많은 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 문장들에 의거할 때 '사유하였다'가 생략된 것으로 파악되므로 '사유(思惟)'라는 단어를 넣어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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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포말경(泡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아비타(阿毘陀)14)라는 곳 항하(恒河) 가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항하강 큰 물이 사납게 일어나 흐름을 따라 모이는 물거품을 눈이 밝은 사부(士夫)가 자세히 관찰하고 분별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관찰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왜냐 하면 그 모인 물거품 가운데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비구들아,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면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고, 튼튼함도 없으며, 알맹이도 없고, 견고함도 없느니라.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색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비유하면 큰 비가 내려 물거품이 잠깐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을 눈이 밝은 사부가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왜냐 하면 저 물거품은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수(受)는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비구들아,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라.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
  
14) 팔리어로는 Ayojjha이고 아유타(阿踰陀)라고도 한다. 중인도에 있던 나라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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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느니라.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수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비유하면 늦은 봄 초여름에 구름도 없고 비도 없는 따가운 한낮에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것을 눈이 밝은 사부가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왜냐 하면 저 아지랑이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상(想)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비구들이여,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라.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상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비유하면 눈이 밝은 사부가 단단한 재목을 구하려고 날이 선 도끼를 가지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통통하고 곧고 길고 큰 파초나무를 보고 곧 그 밑동을 베고 그 꼭대기를 자르고 잎사귀를 차례로 벗겨 보고는, 도무지 단단한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왜냐 하면 그 파초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행(行)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비구들아,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라.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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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없다.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모든 행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비유하면 요술쟁이나 요술쟁이의 제자가 네거리에서 상병(象兵)·마병(馬兵)·차병(車兵)·보병(步兵)을 요술로 만들어 보이는 것을 지혜롭고 눈이 밝은 사부(士夫)가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그 허깨비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존재하는 모든 식(識)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비구들아,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하라. 자세히 관찰해 사유하고 분별할 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단한 것도 없고, 알맹이도 없으며, 견고함도 없다.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모든 식에는 단단한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색(色)은 모인 물방울 같고
  수(受)는 물 위의 거품 같으며
  상(想)은 봄날 아지랑이 같고
  모든 행(行)은 파초와 같으며
  모든 식(識)과 법(法)은 허깨비와 같다고 관찰하라.
  태양 종족의 존자께서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두루두루 자세히 사유(思惟)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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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기억으로 잘 관찰해보면
  알맹이 없고 단단하지도 않나니
  거기에는 나[我]도 내 것[我所]도 없느니라.
  
  고통 덩어리인 이 몸에 대해
  큰 지혜로 분별해 말하리라.
  세 가지 법이 떠나버리면
  그 몸은 버려야할 물건이 되느니라.
  
  목숨과 온기와 모든 의식
  이것이 떠나고 남겨진 몸뚱이는
  영원히 무덤 가에 버려지나니
  마치 나무토막처럼 의식이 없네.
  
  이 몸은 언제나 이와 같거늘
  어리석은 사람을 허깨비는 속이나니
  살기와 같고 독한 가시와 같으며
  거기에는 어떠한 견고함도 없네.
  
  비구야, 부지런히 닦고 익히며
  음(陰)으로 이루어진 이 몸을 관찰하라.
  밤낮으로 언제나 골똘하고 정밀하게
  바른 지혜로 기억을 붙잡아 머무르면
  함이 있는 행은 영원히 쉬고
  맑고 시원한 곳을 길이 얻으리라.
  
  이 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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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무지경(無知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시작이 없는 생사(生死)에서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여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면서도 괴로움의 본제(本際)를 알지 못하는구나.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에 난 온갖 곡식과 초목들이 모두 다 말라 시드는 때가 오더라도 모든 비구들아, 만일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였다면, 그 중생들은 생사(生死)에 윤회(輪廻)할 것이고 애욕의 결박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큰 바닷물이 다 마르는 때가 오더라도 모든 비구들아,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였다면, 애욕의 결박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오랜 세월이 흘러 수미산왕(須彌山王)이 다 무너지는 때가 오더라도,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였다면, 그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생사에 윤회할 것이고 애욕의 결박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오랜 세월이 흘러 이 대지(大地)가 다 무너지는 때가 오더라도, 무명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였다면, 그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생사에 윤회할 것이고 애욕의 결박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며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비구들아, 비유하면 개를 기둥에 묶어 둔 것과 같다. 그 개는 묶인 끈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오랜 세월 동안 기둥 주위를 돌며 빙빙 돌기를 쉬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어리석은 중생들은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해서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면서 색을 따라 돌고 돈다. 이와 같이 수·상·행도 마찬가지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해서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면서 식을 따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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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비구들아, 색(色)을 따라 돌고, 수(受)를 따라 돌며, 상(想)을 따라 돌고, 행(行)을 따라 돌며, 식(識)을 따라 도나니, 색을 따라 돌기 때문에 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상·행도 그러하며 식을 따라 돌기 때문에 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들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수·상·행에 대해서도 그러하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식을 따라 돌지 않는다. 그것들을 따라 돌지 않기 때문에 색에서 벗어나고, 수·상·행·식에서 벗어나나니, '그들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67. 무지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시작이 없는 이 생사에서 무명(無明)에 덮이고 애욕의 결박에 묶여 오랜 세월 동안 생사를 윤회하면서도 괴로움의 한계를 알지 못한다.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개를 끈에 묶어 기둥에 매어 둔 것과 같다. 개를 묶은 끈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개는 기둥을 따라 돌면서 혹은 서기도 하고 혹은 눕기도 하며 그 기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중생들은 색에 대해서 탐욕[貪欲]을 여의지 못하고, 사랑[愛]을 여의지 못하며, 기억[念]을 여의지 못하고, 갈망[渴]을 여의지 못한다. 그래서 색에서 윤회하고 색을 따라 돌면서, 혹은 서기도 하고 혹은 눕기도 하며 색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수·상·행·식을 따라 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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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은 서기도 하고 혹은 눕기도 하며 그것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마음에 대해서 잘 사유하고 관찰해야 한다. 왜냐 하면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은 탐욕에 물들고,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중생들이 깨끗해지느니라. 비구들아, 나는 얼룩새[斑色鳥]15)만큼 다양한 색깔을 가진 어떤 생물도 본적이 없는데 마음은 그보다 더한 것이다. 왜냐 하면 그 축생(畜生)은 마음이 갖가지이기 때문에 빛깔도 갖가지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마음에 대해 잘 사유하고 관찰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은 탐욕에 물들고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었다.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해지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차란나(嗟蘭那)라는 새의 다양한 색깔을 본적이 있느냐?"
  대답하였다.
  "본적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란나새가 다양한 색깔인 것과 같이, 그 마음이 갖가지로 뒤섞인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나는 말한다. 왜냐 하면 그 차란나새는 마음이 갖가지이기 때문에 그 색깔도 갖가지인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에 대해서 잘 사유하고 관찰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갖가지 탐욕·성냄·어리석음에 갖가지로 물들어 있다.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해지느니라.
  비유하면 화사(畵師)나 화사의 제자가 잘 만든 새하얀 바탕에 여러 가지 채색을 갖추어 생각대로 갖가지 모양을 그려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어리석은 중생들은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
  
15)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 새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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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 색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색을 좋아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다시 미래의 모든 색을 일으킨다. 수·상·행도 마찬가지며,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들은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식을 좋아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다시 미래의 모든 식을 일으키느니라. 미래의 색·수·상·행·식을 일으키기 때문에 색에서 해탈하지 못하고, 수·상·행·식에서 해탈하지 못하나니,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어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색을 일으키지 않는다. 수·상·행도 또한 그러하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모든 식을 일으키지 않는다. 색·수·상·행·식에 대해서도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색에서 해탈하게 되고, 수·상·행·식에서 해탈하게 되나니, '그들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에서 해탈하였다'고 나는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68. 하류경(河流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강물이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올 때 그 물은 깊고 빠르며, 그 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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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거세게 쏟아져 많은 것들이 떠내려가고 빠지는 것과 같다. 그 강의 양쪽 기슭에 갖가지 풀과 나무들이 자라지만 큰 물에 쓰러져서 물가에서 썩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건너다가 대부분 물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물살에 밀려 빠지기도 한다. 어쩌다가 물살에 밀려 언덕 가까이 가게 되어 손으로 풀이나 나무를 잡아보지만 풀과 나무는 뽑히고 말아 도로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게 된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어리석은 중생이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색이 곧 나다'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색은 이내 끊어지고 만다. 수·상·행도 그러하며, 이와 같이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식은 곧 나다'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식도 또한 이내 끊어지고 마느니라.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라면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이 스스로 알아 반열반(般涅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69. 기림경(祇林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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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알맞은 법이 아니거든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라. 그 법을 버린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安樂)하리라. 비구들아, 어떤 것이 너희들에게 알맞지 않은 것으로서 마땅히 속히 버리고 떠나야 할 법인가? 이와 같아서 색·수·상·행·식도 너희들에게 알맞은 법이 아니니,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하느니라. 그 법을 끊고 나면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비유하면 이 기환림(祇桓林)16) 중의 나무를 어떤 사람이 가지와 줄기를 베어 짊어지고 가더라도 너희들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그 나무들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너희들에게 알맞은 것이 아니면 마땅히 버리고 떠나야 하나니, 버리고 떠난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어떤 것이 너희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색은 너희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니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 버리고 떠난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너희들에게 알맞은 것이 아니니, 마땅히 속히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 법을 버리고 나면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비구들아, 색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느냐?"
  대답하였다.
  
16) 팔리어로는 Jetavana이고 기타태자가 보시한 숲을 말한다.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간칭(簡稱)으로서 기원(祇園)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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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그러므로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제자들은 이 5수음(受陰)에 대해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이와 같이 관찰할 때 모든 세간에 대해서 취하고 집착할 것이 없게 되고, 취하고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면 스스로 열반을 얻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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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수경(樹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欲愛)17)·색애(色愛)18)·무색애(無色愛)19)·뽐냄[掉慢]20)·무명(無明)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농부가 늦여름 초가을에 땅을 깊이 갈고 풀뿌리를 뽑고 풀을 베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비구들아, 사람이 풀을 베어 손으로 그 끝을 잡고는 털털 털어 마른 것을 다 떨어뜨리고 그 긴 것만을 취하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암라(菴羅)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을 때 거센 바람이 가지를 흔들면 열매가 다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누각의 중심이 튼튼하면 모든 재목의 버팀목이 되어 그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고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일체 중생들의 발자국 중에서 코끼리 발자국을 제일 크다고 하는
  
17)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18) 존재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19) 물질이 없는 정신적 세계인 무색계(無色界)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20) 팔리어로는 asmimana이고 곧 아만(我慢)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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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과 같나니, 능히 다른 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염부제(閻浮提)의 모든 강이 다 큰 바다로 달리는 것과 같나니, 그 큰 바다는 가장 으뜸이 되어 다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해가 뜨면 능히 모든 세계의 어둠이 사라지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모든 작은 왕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고 가장 훌륭한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어떤 것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닦아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는가?
  비구들아, 만일 텅 비고 드러난 곳에서나 혹은 숲 속에서 바르게 잘 사유(思惟)하여 '색은 무상한 것이다,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다'라고 관찰하고 이와 같이 사유한다면,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왜냐 하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은 능히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이룩하여 세우기 때문이다. 거룩한 제자는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마음의 아만(我慢)을 여의고 거기에 순응해 열반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71. 저사경(低舍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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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저사(低舍)라는 비구가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나는 법을 분별하지 못하고 범행(梵行)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가집니다."
  그 때 그 대중들 가운데 있던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사 비구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나는 법을 분별할 수 없고,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가진다'고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저사 비구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감각기관의 문[根門]을 지키지 못하고, 음식은 그 양(量)을 알지 못하며, 초저녁에도 새벽에도 마음이 깨어 있지 않고, 게으르고 나태하여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으며, 좋은 법을 잘 관찰해 사유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법을 분별하고, 범행 닦기를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모든 잠을 여의고, 바른 법에 대해서 모든 의혹을 없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 비구가 감각기관의 문을 지켜 보호하고, 음식에 대해 양을 알며, 초저녁에도 새벽에도 깨어 정진하고, 좋은 법을 관찰하는 이가 법을 분별하기를 좋아하고, 범행 닦기를 즐거워하며, 잠을 여의고, 마음으로 법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사 비구에게 가서 '스승께서 너를 부르신다' 하고 전하여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에, 저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長老) 저사여, 세존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저사는 명령을 듣고 세존이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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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 때 세존께서 저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사여, 너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여러 장로들이여, 나는 법을 분별하지 못하고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정말로 그렇게 외쳤느냐?"
  저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물으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마음대로 대답하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만일 색(色)에 대해서 탐욕[貪]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欲]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愛]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너는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달라질 때 진실로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그러하여 틀리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마땅히 그와 같이 탐욕을 여의지 못했다고 설법해야 할 것이다. 저사여, 수·상·행도 마찬가지며,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너는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진실로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그러하여 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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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는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마땅히 그와 같이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였다고 설법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망을 여의며, 사랑을 여의고, 기억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아 다르지 않습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망을 여의며, 사랑을 여의고, 기억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아 달라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내 이제 비유로 설명하리라. 매우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를 얻게 되느니라. 두 사내가 함께 한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은 길을 잘 알고 한 사람은 길을 알지 못한다. 그 길을 모르는 사람이 길을 아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어느 성(城) 어느 촌(村) 어느 마을로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그 길을 가르쳐 주시오.'
  이 때 길을 아는 사람이 곧 그에게 길을 가르쳐 주며 말하였다.
  '사부(士夫)여, 이 길을 따라가다가 앞에 갈림길이 나타나거든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로 따라가시오. 다시 깊은 계곡에 도랑이 나오거든 또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시오. 다시 우거진 숲이 나오거든 또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시오. 당신이 그렇게 점점 앞으로 가다보면 그 성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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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비유는 이와 같다.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범부에 비유한 것이요, 길을 아는 사람은 여래·응공·등정각에 비유한 것이며, 앞의 갈림길이란 중생들의 의심을 말한 것이다. 왼쪽 길이란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이니, 탐욕[貪]·성냄[恚]·해치려는 지각[害覺]이요, 그 오른쪽 길이란 세 가지 착한 지각을 말한 것이니, 벗어나고 탐욕을 여읜 지각[出要離欲覺]·성내지 않는 지각[不瞋覺]·해치지 않는 지각[不害覺]이다. 왼쪽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삿된 소견[邪見]·삿된 뜻[邪志]·삿된 말[邪語]·삿된 업[邪業]·삿된 생활[邪命]·삿된 방편[邪方便]·삿된 기억[邪念]·삿된 선정[邪定]을 말한 것이요, 오른쪽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바른 소견[正見]·바른 뜻[正志]·바른 말[正語]·바른 업[正業]·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선정[正定]을 말한 것이다. 깊은 계곡의 도랑이란 성냄·장애·근심·슬픔을 말한 것이요, 우거진 숲이란 5욕공덕(欲功德)을 말한 것이며, 성(城)이란 반열반(般涅槃)을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는 큰 스승으로서 모든 성문들을 위해 해야할 일을 이미 마쳤다. 지금처럼 가엾이 여기고 사랑하는 생각을 내어 이치로써 안락하게 하는 일을 이미 모두 다 마쳤다. 너희들도 지금부터 해야할 일을 하라. 마땅히 나무 밑이나 혹은 텅 비고 드러난 곳이나 산의 바위굴 속에서 풀을 깔아 자리를로만들고, 잘 사유하고 바른 기억으로 방일하지 않으며, 수행하여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음에 후회가 없게 하라. 나는 이제 너에게 훈계하였다."
  그 때 저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72. 책제상경(責諸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대중들 가운데 조그만 다툼이 있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시고 공양을 마치고 성을 나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엔, 안타(安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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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앉아 홀로 고요히 사유하셨다.
  '대중들 가운데 사소한 다툼이 있어 나는 대중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아직 오래지 않은 승랍(僧臘)이 적은 비구들이 많다. 그들은 스승을 보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모든 비구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져왔다.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다시 돌아가 그들을 거두어 바로잡으리라.'
  이 때 대범왕(大梵王)이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시여,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신 것은 사소한 다툼 때문이었습니다.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스승을 뵙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으로 대중들을 거두어 받아들이셨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지금 곧 돌아가시어 모든 비구들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이미 마음으로 범천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대범천은 불세존(佛世尊)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때 세존께서 대범천왕이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곧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오셨다.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몸을 거두어 바르게 앉아, 얼굴빛을 조금 움직여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감히 와서 뵙게 하셨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가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세존의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마음을 낮추고 겸손하게 생활해야 한다. 머리를 깎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걸식하며 혹 천대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게 생활하는 까닭은 훌륭한 이치를 구하기 위해서이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
 
[391 / 2145] 쪽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건너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모든 선남자(善男子)들아, 너희들은 왕이나 도적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요, 빚진 사람도 아니며, 두려움 때문도 아니요, 생활이 궁해서 출가한 것도 아니다. 바로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해탈하기 위해서이니,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출가한 것이 아니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이와 같이 훌륭한 이치를 위해 출가하였는데, 어떻게 그 중에 아직도 어리석은 범부가 있어,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어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느냐? 비유하면 어떤 사부가 어둠에서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컴컴한 곳에서 다시 컴컴한 곳으로 들어가며, 뒷간에서 나왔다가 다시 뒷간에 떨어지고, 피로써 피를 씻으며, 모든 악(惡)을 버리고 떠났다가 도로 악을 취하는 경우와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하한 것은 어리석은 비구도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니라.
  또 비유하면, 시체를 태우는 장작은 화장터에 버려져도 나무하는 사람이 주워가지 않는 것과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하였는데도, 어리석은 범부같은 비구는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고 그것을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세 가지 착하지 않은 지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하는 지각[貪覺]·성내는 지각[恚覺]·해치는 지각[害覺]이다. 이 세 가지 지각은 생각[想]에서 일어난다.
  어떤 것이 생각인가? 생각에는 한량없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탐하는 생각[貪想]·성내는 생각[恚想]·해치는 생각[害想]이 그것이다. 모든 착하지 않은 지각이 이로부터 생기느니라.
  비구들아, 탐하는 생각·성내는 생각·해치는 생각과 탐하는 지각·성내는 지각·해치는 지각 및 한량없는 갖가지 착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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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게 소멸하여 다 없앨 수 있는가? 4념처(念處)에 마음을 잡아매고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머물러 닦고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로 인해 다 소멸하고 남김없이 영원히 다할 것이다.
  바로 이 법으로써 선남자와 선여인은 믿음을 내어 즐겁게 출가하여 무상삼매를 닦고 익히며, 닦아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게 되면 감로문(甘露門)에 머물고 나아가 마침내는 감로열반(甘露涅槃)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감로열반에 대해서 세 가지 소견을 의지하는 자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명(命)이 곧 몸[身]이다'라고 이와 같이 말하는 일종의 소견을 가진 이도 있고, 또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하는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진 이도 있으며, 또 '색(色)이 곧 나로서 둘도 아니고 다름도 없으며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이 세상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을 하나도 보지 못한다.
  '내가 만일 색(色)에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만일 수·상·행·식을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이렇게 알고 난 뒤에는 곧 세상에 대해서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고,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면 곧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응설(應說)과 소토단(小土)과
  포말(泡沫)과 두 가지 무지경(無知經)과
  하류(河流)와 기림(祇林)과 수(樹)와
  저사(低舍)와 책제상(責諸想)에 대해 설하셨다.
 

'經典 > 잡아함경(雜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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