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35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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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35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970. 사라보경(舍羅步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왕사성에 사라보(舍羅步)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수마갈타(須摩竭陀) 못 가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자기 대중들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나는 사문 석자(釋子)의 법을 다 알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그의 법(法)과 율(律)에 대하여 다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 버렸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거기에서 사라보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왕사성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는데, 그는 자기 제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사문 석자(釋子)의 법과 율을 이미 다 알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그 법과 율을 알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그것을 다 버렸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서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 : 절)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는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왕사성으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제11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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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때 거기에서 사라보라는 출가 외도가 왕사성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는데, 그는 자기 대중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사문 석자의 법을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그 법과 율에 대해 다 알고 있지만 다 버렸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저 수마갈타 못 가로 직접 찾아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사라보 외도가 살고 있는 수마갈타 못 가로 가셨다.
  그 때 사라보 출가 외도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를 펴놓고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자리에 앉으시어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나는 사문 석자의 법과 율을 다 알고 있다. 그 법과 율을 이미 다 알고 나서는 모두 버렸다'라고 말한 것이 사실인가?
  그러자 사라보는 잠자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대답해 보라. 왜 잠자코 있는가? 그대가 알고 있는 것이 만족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가 그대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사라보는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사라보에게는 범행(梵行)을 하는 한 제자가 있었는데, 그가 사라보에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 사문 구담(瞿曇)에게 가서 아시고 있는 것을 설명했어도 좋을 터인데 지금은 사문 구담이 직접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사문 구담은 스승님에게 '만일 만족스러우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스럽지 못하면 내가 그대를 만족시켜 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라보의 범행하는 제자가 권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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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어떤 이가 '사문 구담은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을 것이다.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을 때에 그가 엉뚱하게 다른 일을 얘기하거나, 혹은 성내고 교만하게 굴면서 차마 마주 상대할 수 없어서 능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끄러워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스스로 반성하리니 지금 그대 사라보도 그와 같다. 또 누가 '사문 구담에게는 바른 법과 율이 없다'고 그렇게 말할 때에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으면, 그도 지금의 그대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또 누가 '사문 구담의 성문들은 바른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때에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으면 그도 또한 지금의 그대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수마갈타 못 가에서 사자처럼 외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 사라보의 범행(梵行) 제자가 사라보에게 말했다.
  비유하면 어떤 소가 두 뿔을 잘리고 빈 외양간에 들어가 땅에 꿇어 앉아 크게 외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비유하면 여자가 사내 소리를 흉내내려 하지만 정작 소리를 내면 곧 여자 소리가 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또 비유하면 야간(野干)이 여우 소리를 흉내내려 하다가 정작 소리를 내면 도로 승냥이 소리가 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사라보의 범행 제자는 사라보의 면전에서 꾸짖고 빈정댄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1. 상좌경(上座經)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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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왕사성 수마갈타 못 가에 상좌(上座)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있었다. 그는 그 못 가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게송 하나를 읊을 테니 만일 그 게송에 대하여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장차 그 밑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좌라는 출가 외도가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으면서 자기 대중들에게 '내가 게송 하나를 읊을 테니 누구든지 거기에 화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 밑에서 범행을 닦겠다'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자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이른 아침에 많은 비구스님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 상좌라는 출가 외도가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는데, 그가 자기 대중들 앞에서 '내가 게송 하나를 읊을 테니 만일 그 게송에 대해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의 밑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곳을 직접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수마갈타 못 가로 가셨다. 상좌 출가 외도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를 펴놓고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세존께서 앉으시고 나서 상좌 출가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이 '내가 게송 하나를 읊을 테니 만일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의 밑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사실입니까? 그러면 그대는 지금 곧 게송을 읊어라. 내가 화답할 것이다.
  그러자 그 외도는 곧 침상[繩床]을 포개 자리를 높다랗게 만들고 그 위에 올라가 게송을 읊었다.
  
  비구는 법으로 생활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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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생들을 두렵게 하지 않아야 한다.
  뜻을 고요히 하고 모든 것 다 버리고
  계율을 잘 지키면서 지식(止息)법을 수행하라.
  
  그 때 세존께서 그 상좌 외도의 마음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그대가 읊은 그 게송을
  스스로 따라 실천할 수만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대가 사는 곳에서
  훌륭한 대장부 되는 공부를 하리라.
  
  허나 그대가 지금 한 말 들으니
  말과 행동 걸맞지 않네.
  고요히 머물러 스스로를 항복 받고
  중생들을 두렵게 하지 말라.
  
  마음을 고요히 하여 모든 것 멀리 여의고
  깨끗한 계율을 받아 지키는 사람
  제 마음 길들이고 고요히 머물면
  몸·입·마음으로 짓는 나쁜 짓 여의리.
  
  마음 단속하고 염처[住處]를 닦아
  함부로 방일(放逸)하지 않게 하면
  그것을 수순(隨順)이라고 말하나니
  마음을 길들이고 고요히 머물라.
  
  그 때 상좌 출가 외도는 '사문 구담께서는 벌써 내 마음을 알고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곧 자리에서 내려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저도 그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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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 신분[比丘法]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상좌인 출가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도 우리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느니라.
  이리하여 상좌인 출가 외도는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까닭을 생각하였고 ……(내지)…… 마음의 해탈[心善解脫]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972. 삼제경(三諦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바라문 출가자(出家者)들이 수마갈타(須摩竭陀)라는 못 가에 살면서 한 자리에 모여 '이런 것이야말로 바라문의 진리다, 이런 것이야말로 바라문의 진리다'라고 하면서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저 많은 바라문 출가자들의 마음을 아시고 수마갈타 못 가로 가셨다. 그 때 저 많은 바라문 출가자들은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부처님을 위해 자리를 펴놓고 부처님께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시어 출가하여 수행하는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수마갈타 못 가에서 한데 모여 무슨 논란을 벌이고 있었는가?
  바라문 출가자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우리 이 여러 바라문 출가자들은 여기 모여 앉아 '이런 것이야말로 바라문의 진리다, 이런 것이야말로 바라문의 진리다'라고 이와 같은 논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8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18권 제26 사의단품(四意斷品)의 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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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바라문 출가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의 진실(眞實)에는 세 가지가 있나니, 이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룬 뒤에 다시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는 것이다. 그대 바라문 출가자들은 '일체 중생을 해치지 말라. 이것은 바라문의 진실로서 거짓이 아니다'라고 그렇게들 말하고 있다. 그들은 '저보다 내 말이 낫다, 서로 같은 말이다, 내 말이 못하다'라고 말한다. 만일 그 진리에 얽매이지 않고 일체 세상에 대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대한다면, 이것을 첫 번째 바라문의 진실이라고 하며, 내가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고 난 뒤에 다시 사람들을 위해 연설한 것이다.
  또 바라문들은 '온갖 존재가 발생하는 법[集法]은 다 사라지는 법[滅法]이다. 이것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다'라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내지) …… 만일 그 진리에 집착하지 않고 일체 세간에 대해서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면, 이것을 두 번째 바라문의 진리라고 한다.
  또 바라문들은 '나라고 하는 것은 처소와 일이 없는 것이다. 나라고 하는 것이 처소와 일이 없는 것, 이것은 진리로서 거짓이 아니다'라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거기에 얽매여 집착하지 않고 일체 세간에 대해서 나라고 하는 관념이 없으면, 이것을 세 번째 바라문의 진리라고 한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을 성취하고 난 뒤에 사람들을 위해 연설한 것이다.
  그 때 여러 바라문 출가자들은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저들의 어리석음을 밝혀 주고, 저들의 나쁜 마음을 없애주었건만 이 대중들 가운데는 스스로 생각해보고 인연을 맺어 사문 구담의 법 안에서 범행(梵行)을 닦으려고 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구나.'
  이렇게 아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973. 전타경(旃陀經)4)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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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섬미국(拘睒彌國) 구사라원(瞿師羅園)에 계셨는데, 존자 아난(阿難)도 거기에 있었다.
  그 때 그곳에는 전타(栴陀)라고 하는 출가외도가 있었다. 그는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존자 아난과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 존자 아난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사문 구담에게 출가하여 범행을 닦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기 위해, 그분께 출가하여 범행을 닦는 것입니다.
  전타가 다시 물었다.
  그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는 방법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분입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도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는 방법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전타가 또 물었다.
  당신은 탐욕·성냄·어리석음에서 어떤 허물과 걱정거리를 보았기에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말합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탐욕에 물들어 집착하면 마음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혹은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혹은 남을 해치기도 하며, 혹은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합니다. 현세(現世)에서 죄를 받기도 하고, 후세(後世)에서 죄를 받기도 하며, 현세와 후세에서 모두 죄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또 만일 성냄에 덮이고 어리석음에 덮이면, 혹은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혹은 남을 해치기도 하며, 혹은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합니다. ……(내지)…… 언제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또 탐욕은 장님이 되게 하고 눈을 없게 하며, 지혜를 없게 하고 지혜의 힘을 약하게 하며, 장애가 되나니, 그것은 밝은 것이 아니요, 평등한 깨달음도 아니며, 열반으로 향하지도 않습니다. 성냄과 어리석음도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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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습니다. 나는 탐욕·성냄·어리석음에서 이러한 허물과 걱정거리를 보았기 때문에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타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으면 어떤 복과 이익이 있음을 보았기에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말합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탐욕을 끊고 나면 자기도 해치지 않고, 또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을 다 해치지도 않습니다. 또 현세에서도 죄를 받지 않고, 후세에서도 죄를 받지 않으며, 현세와 후세에서 모두 죄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성냄과 어리석음에 있어서도 그와 같습니다. 그리고 현세에서 항상 불꽃처럼 치성하게 타오르는 번뇌를 여의고 시절(時節)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현재법을 의지해 스스로 깨달아 지견(知見)을 얻게 됩니다. 이런 공덕과 이익이 있기 때문에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내가 말한 것입니다.
  전다가 또 물었다.
  존자 아난이시여, 어떤 길[道]과 자취[跡]를 닦아 익히고, 더 많이 닦아 익히야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을 수 있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즉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을 닦아 익히면 되나니, 이른바 바른 견해[正見], ……(내지)…… 바른 선정[正定]입니다.
  전타 외도가 존자 아난에게 말했다.
  그것은 곧 성현의 길이며, 현인(賢人)이 수행하는 자취이니, 그것을 닦아 익히고, 더 많이 닦아 익히면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전타 외도는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4. 보루저가경(補縷低迦經) ①5)
  
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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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남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존자 사리불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시어 기쁘게 해주셨고, 가르쳐 보이시어 기쁘게 해 주신 뒤에는 잠자코 계셨다.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나서 떠나갔다.
  그 때 보루저가(補縷低迦)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길을 따라 오다가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불을 숭상하는 종족[火種]이여, 나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서 큰 스승님[大師]께서 가르치는 설법을 듣고 오는 길입니다.
  보루저가가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아직도 젖을 떼지 못해 스승으로부터 스승이 가르치는 설법을 듣고 오는 길입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불을 숭상하는 종족이여, 나는 아직 젖이 덜어지지 않아 큰 스승님 계신 곳에서 가르쳐 주시는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보루저가가 존자 사리불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젖이 떨어져서 이제는 스승님이 가르치는 설법은 듣지 않아도 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의 법은 나쁘게 설명한 법과 계율이요, 나쁜 깨달음입니다. 그것은 번뇌를 벗어나는 법도 아니요, 또한 바른 깨달음의 길도 아닙니다. 그것은 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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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법으로서 찬탄할 만한 법이 아니요 의지할 만한 법이 못 됩니다. 게다가 당신의 스승은 등정각(等正覺)도 아니니, 그러므로 당신들은 너무 성급하게 젖을 떼어버리고 스승이 가르쳐준 법을 떠난 것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젖소가 성질이 사납고 거칠어 날뛸 뿐만 아니라, 또 젖이 적게 나오면 송아지들은 젖을 빨다가도 빨리 젖을 떼고 떠나는 것처럼, 당신의 법은 나쁘게 설명된 법과 계율이요 나쁜 깨달음입니다. 그 법은 번뇌를 벗어나는 법도 아니요, 바른 깨달음의 길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너지는 법으로서 칭찬할 만한 법이 아니요 의지할 만한 법이 아닙니다. 또 당신의 스승은 등정각도 아니니, 그러므로 당신들은 스승이 가르치는 법을 빨리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지닌 법은 바른 법과 계율이요 훌륭한 깨달음이며, 번뇌를 벗어나는 법이요, 바른 깨달음의 길이다. 그것은 무너지지 않는 법으로서 찬탄할 만하고 의지할 만합니다. 또 우리 큰 스승님은 등정각이시니, 그러므로 우리는 그 젖을 오래도록 먹고 큰 스승님께서 가르치는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젖소의 성질이 거칠지 않고 사납지 않으며, 또 젖이 많으면 송아지가 그 젖을 오래도록 먹어도 싫증을 내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법도 이와 같아서 이것은 바른 법과 계율이요,……(내지)……가르치시는 설법을 오래도록 듣는 것입니다.
  그 때 보루저가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통쾌하고 좋은 이익을 얻어 바른 법과 계율에 대하여……(내지)…… 가르치시는 설법을 오래도록 듣는 것입니다.
  그 때 보루저가 출가 외도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가던 길로 떠나갔다.
  
  
975. 보루저가경 ②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1번째 소경의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04 / 2145]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보루저가 출가 외도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세존과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전날 많은 외도들과 사문바라문 출가자(出家者)들이 미증유(未曾有)라는 강당에 모여 이런 논의를 하였습니다.
  '사문 구담의 지혜는 마치 빈 집과 같아서, 대중들 가운데에서 (그것은 이치에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는가, 그것은 이치에 부합하는가, 부합하지 않는가) 하는 이론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눈먼 소가 밭 기슭으로만 다니고 밭 가운데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사문 구담도 그와 같아서 과연 (타당한지 타당하지 않은지) 하는 것이 없고, (부합하는지 부합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루저가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러 외도들이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하며 논란한 것들은 우리 거룩한 법과 계율 안에서는 어린애 장난과 같은 이야기이다. 비유하면 나이 80·90이 되어 머리가 세고 이가 빠진 사내가 소꿉장난을 하는 어린애처럼, 흙을 뭉쳐 코끼리나 말 따위의 갖가지 형상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들 '저 늙은 어린애'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을 숭상하는 종족이여, 이른바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부합하는가, 부합하지 않는가' 하는 따위의 갖가지 논의들은 우리 거룩한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는 어린애 장난과 같은 일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도 없다.
  보루저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것이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청정하지 못한 것을 청정하게 하는 것을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라고 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을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라고 하며, 모든 적정(寂靜)하지 않은 것을 정수(正受)에 들게끔 하는 것을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라고 하고,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 것을 비구의 방편에 알 맞는 것이라고 하며, 단절하지 못한 것을 단절하게 하는 것,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 닦지 못한 것을 닦게 하는 것, 얻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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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을 얻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청정하지 못한 것을 청정하게 하는 것인가? 계율이 청정하지 못한 것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길들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이라고 하는가? 안근(眼根)·이근(耳根)·비근(鼻根)·설근(舌根)·신근(身根)·의근(意根)이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이니, 이를 일러 길들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걱정하지 않은 것을 정수에 들게끔 하는 것인가? 마음이 바른 선정에 들지 못하는 것을 정수에 들게끔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 것인가?
  마음이 탐욕·성냄·어리석음에서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단절하지 못한 것을 단절하게 하는 것인가? 무명(無明)·존재·애욕 따위가 끊어지지 않는 것을 끊어지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인가? 명색(名色)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닦지 못한 것을 닦게 하는 것인가? 지(止)와 관(觀)을 닦지 못한 것을 닦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얻지 못한 것을 얻게 하는 것인가? 반열반(般涅槃)을 얻지 못한 것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라고 한다.
  보루저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그 이치야말로 비구의 방편에 알맞은 것이옵니다. 이것이야말로 비구의 견고한 방편에 알맞은 것이니, 이른바 모든 번뇌[有漏]를 다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 때 보루저가 출가 외도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6. 시바경(尸婆經) ①7)
  
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06 / 2145] 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시바(尸婆)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세존을 뵙고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무엇을 공부라고 하며, 또 그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시바에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야 할 것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라고 한다.
  시바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시바에게 대답하셨다.
  때를 따라 증상계(增上戒)를 공부하고, 증상의(增上意)와 증상혜(增上慧)를 공부해야 한다.
  시바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끊어졌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다 벗어버려, 자기 자신이 이익을 얻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으며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하였으면, 그 때에는 또 무엇을 공부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시바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끊어졌고,……(내지)……바른 지혜로 잘 해탈하였으면 그 때에는 탐욕을 밝게 알아 남김없이 다 없애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밝게 알아 남김없이 다 없애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온갖 악을 짓지 말고 항상 온갖 선을 행해야 한다. 시바여, 이것을 일러 공부해야 할 것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때 시바 출가 외도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407 / 2145] 쪽
  
977. 시바경 ②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시바(尸婆)라는 출가 외도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세존을 뵙고 서로 문안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사문 바라문들은 이런 견해를 가지고 이렇게 주장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알고 깨닫고 하는 것이 있으면, 그 일체는 전생에 지은 인(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온갖 고행을 닦아 과거의 업을 다 없애고 다시 새로운 업을 짓지 않으면, 모든 인연이 끊어져서 미래세(未來世)에는 온갖 번뇌[諸漏]가 다시는 없게 될 것이다. 온갖 번뇌가 다 없어졌기 때문에 업(業)이 다하고, 업이 다하기 때문에 괴로움도 다 없어질 것이며, 괴로움이 다 없어진 사람은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이 견해에 대하여 지금 구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시바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문 바라문들의 말은 실로 모호하여 자세하지도 않고 조리도 없으며, 어리석고 옳지도 않으며 분별력도 없다.
  왜냐 하면, 혹 어떤 중생은 풍병(風病)으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혹은 담병(痰病)·가래병[唾病]으로, 혹은 네 가지 요소[等分]가 더하거나 줄어듦에 따라 괴로워하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해치기도 하고, 혹은 남이 해치기도 하며, 혹은 절기(節氣)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친다고 한 것은 털을 뽑거나, 혹은 수염을 뽑거나, 혹은 항상 서서 손을 들고 있거나, 혹은 땅에 꿇어앉아 있거나, 혹은 재나 흙 위에 누워있거나, 혹은 가시덤불 위에 눕거나, 혹은 나무공이[杵]나 널빤지 위에 눕거나, 혹은 쇠똥을 땅에 바르고 그 위에 눕거나, 혹은 물 속에 눕거나, 혹은 하
  
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08 / 2145] 쪽
  루에 세 번씩 목욕을 하거나, 혹은 한 발로 서서 해를 따라 몸을 바꾸는 등 이러한 온갖 괴로운 짓을 열심히 자행(自行)하는 것이다. 시바여, 이것을 스스로 해치는 것이라고 한다.
  남이 해친다고 한 것은, 혹 다른 사람이 손에 돌·칼·막대기 따위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몸에 해를 입히는 것을 남이 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바여, 또 절기의 해침이라고 한 것은, 겨울에는 몹시 춥고 봄철에는 매우 덥고9) 여름에는 추위와 더위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 따위를 절기로 인한 해침이라고 말하나니, 이것은 세간의 진실한 것으로서 거짓된 것이 아니다. 시바여, 세간에는 이런 진실한 것이 있어서 풍병으로 해를 입고 ……(내지)…… 절기로 해를 입나니, 저 중생들은 그것들을 사실 그대로 깨달아 느끼는 것이다. 그대에게도 이런 근심이 있으리니, 풍병·담병·가래병과……(내지)……절기로 해를 입는 것을 사실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시바여, 만일 그 사문 바라문들이 '모든 사람이 알고 느끼는 것은 다 전생에 지은 인(因)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그는 이 세상의 진실한 사실을 버리고 제 소견을 따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시바여, 다섯 가지 인(因)과 다섯 가지 연(緣)이 있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 어떤 것이 그 다섯인가? 이른바 탐욕의 결박[貪欲纏]을 인하고 탐욕의 결박을 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고, 성냄·수면(睡眠)·들뜸[掉悔]·의심[疑]의 결박을 인하고 성냄·수면·들뜸·의심의 결박을 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 시바여, 이것을 일컬어 다섯 가지 인과 다섯 가지 연이 있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바여, 다섯 가지 인과 다섯 가지 연이 있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다섯인가? 탐욕의 결박을 인하고 탐욕의 결박을 연하여 그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사람은 그 탐욕의 결박을 여의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성냄·수면·들뜸·의심의 결박을 인하고 성냄·수면·들뜸·의심의 결박을 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사람은 그 성냄·수면·들뜸·
  
9) 봄철에 덥다고 한 것은 인도 지방의 여름 우기(雨期)가 되기 전 더운 일기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의 기후와는 서로 맞지 않다.
[1409 / 2145] 쪽
  의심의 결박을 여의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시바여, 이것을 다섯 가지 인과 다섯 가지 연으로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 세계에서 번뇌를 여의고 때[時]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통달하여 나타나는 것을 연하여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느니라.
  시바여, 다시 현재에서 번뇌를 여의고 때[時]를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여 나타나는 것을 연하여 스스로 깨달아 아는 법이 있으니, 이른바 8정도(正道)로서 바른 견해[正見], ……(내지)…… 바른 선정[正定]이 그것이다.
  이렇게 법을 설하시자, 시바 출가 외도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 시바 출가 외도는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갔다. 온갖 의심을 여의고 남을 의지하지 않고 바른 법과 계율에 들어가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서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지금 저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시바에게 말씀하셨다.
  시바여, 너는 지금 이미 출가한 것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978. 상주경(商主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라(那羅)라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원(好衣菴羅園)에 계셨다. 그 때 나라 마을에는 어떤 상인 출가 외도가 있었다. 그는 나이가 120세나 되는 노숙한 늙은이로서, 나라라는 마을에 있는 여러 사문·바라문·장자·거사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고 있었는데, 마치 아라한이 대접을 받는 것과 같았다. 저 상인 출가 외도에게는 일찍 죽어 천상에 태어난 친척 한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10 / 2145] 쪽
  사람이 있었다. 그 친척은 천상에서 상인 출가 외도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저 상인 출가 외도로 하여금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범행을 닦게 하고 싶다. 그러나 그가 내 말을 잘 따르지 않을텐데 걱정이다. 내가 지금 당장 그에게 가서 어떤 문제를 주어 다른 이에게 물어보게 하리라.'
  그는 곧 나라 마을에 내려가 그 상인 출가 외도가 있는 곳으로 가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친구가 나쁜 친구로서
  착한 벗인 양 겉모습만 꾸미는가?
  어떤 친구가 착한 친구로서
  두 몸을 자기 한 몸처럼 생각하는가?
  무엇 때문에 끊으려고 애쓰며
  불꽃같은 번뇌를 여의면 어떠한가?
  
  만일 그대 선인(仙人)이 이 문제를 가지고 누구에게나 물어보아 그 뜻을 너에게 분명하게 해석해서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거든, 그를 따라 출가하여 범행을 닦아도 좋을 것이다.
  그 때 상인 출가 외도는 하늘이 시키는 대로, 그것을 가지고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의 처소로 가서 그 문제의 게송에 담겨있는 뜻을 부란나가섭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것을 부란나가섭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어떻게 대답해줄 수 있었겠는가? 그러자 상인 출가 외도는 다시 말가리구사리자(末迦梨瞿舍利子)의 처소·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毘羅坻子)의 처소·아기다지사흠바라(阿耆多枳舍欽婆羅)의 처소·가라구타가전연(迦羅拘陀迦栴延)의 처소·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의 처소를 차례대로 찾아가서 이 문제의 게송에 담겨 있는 뜻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때 상인 출가 외도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문제의 게송을 가지고 출가한 여러 스승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1411 / 2145] 쪽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이제 다시 출가한 이들을 찾느니보다 나에겐 지금 재물과 보배가 많이 있으니,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五欲]이나 누리며 사는 것이 낫겠다.'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마지막으로 사문 구담이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그런데 저 나이 많은 장로[耆舊]와 사문 바라문인 부란나가섭 같은 스승들도 다 대답하지 못했는데, 사문 구담은 아직 나이가 아주 젊은 출가자(出家者)이니 어떻게 그것을 잘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옛날 노인들에게서 (처음으로 공부하는 젊은 출가자라 하여 업신여기지 말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젊은 출가 사문이라도 큰 덕의 힘을 가졌을 수도 있으니, 잠깐 사문 구담을 찾아가 보리라.'
  그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문제에 대하여 마음으로 생각했던 것을 아뢰었다.
  
  ……(질문한 게송의 내용은 앞의 계송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 저 출가 수행하는 상인이 마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떤 친구가 나쁜 친구로서
  착한 벗인 양 겉모습만 꾸미는가?
  마음속으론 진실로 수치스러워하고 싫어하면서도
  입으로는 나와 똑같은 마음이라고 떠들어대며
  일을 같이 하기를 좋아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착한 벗 아닌 줄 안다.
  
  입으로는 은혜롭고 부드러운 말만을 하면서
  그 마음은 진실로 거기에 맞지 않네.
  하는 일마다 서로 같지 않나니
[1412 / 2145] 쪽
  지혜로운 사람은 깨달아 알라.
  그런 친구는 실로 나쁜 친구이면서
  착한 벗인 양 겉모습만 꾸미는 이라네.
  
  자기 몸과 똑같이 여기는 사람이
  어째서 좋은 친구인가?
  제 몸과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니
  다음과 같은 일을 하지 않아야 선지식이다.
  
  방일한 행동을 하는데도 말리지 않거나
  일을 방해하거나 의심을 품고
  어떤 단점이나 살펴 찾으면서
  착한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네.
  
  자식이 아비 품에 안긴 듯하여
  아무도 그 사이를 뗄 수 없나니
  그는 착한 벗인 줄 알아야 한다.
  무엇 때문에 끊기를 구하는가.
  
  기쁘고 즐거운 곳에 태어나
  맑고 시원한 것을 좋아라 감탄하고
  복되고 이익 있을 과업을 닦아 익히면
  번뇌 아주 사라져 맑고 시원하리라.
  
  그러므로 끊기를 구하라.
  불꽃같은 번뇌를 여의면 어떠한가.
  지극히 고요하고 편히 쉬는 맛
  그는 멀리 여읜 그 맛을 알리.
  
 
[1413 / 2145] 쪽
  불꽃같은 번뇌의 악을 멀리 여의어
  참 법의 기쁜 맛을 한껏 마시고
  탐욕의 불길 떠나 완전히 고요하면
  이것을 번뇌를 떠난 경계라고 한다네.
  
  그 때 상인 출가 외도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내 마음을 다 알고 계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지금부터 사문 구담의 바른 법과 율 안에 들어가 범행을 닦으면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상인 출가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지금부터 우리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범행을 닦으면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느니라.
  그리하여 출가한 뒤에는 사색하고……(내지)…… 마음이 잘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979. 수발다라경(須跋陀羅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이나갈국(俱夷那竭國)의 역사(力士)가 태어난 곳인 견고쌍수림(堅固雙樹林) 속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반열반(般涅槃)하실 때가 되어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세존을 위하여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둘 수 있도록 하여 자리를 펴라. 여래가 오늘밤에 무여열반(無餘涅槃)으로 반열반할 것이니라.
  존자 아난은 분부를 받들어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다가 북쪽으로 머리를 둘 수 있게끔 자리를 펴고 나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
  
1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1권 1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14 / 2145] 쪽
  에 머리 조아리고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를 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두 그루의 나무 사이로 가시어 자리에 올라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두 발을 서로 포개고, 밝다는 생각에 마음을 두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계셨다. 그 때 구이나갈국에 수발다라(須跋陀羅)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있었는데, 그의 나이는 120세나 되는 늙은이로서 마치 아라한처럼 구이나갈국 사람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았다. 그 수발다라 출가 외도는 세존께서 오늘밤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하신다는 말을 듣고는 '내게 의심이 가는 일이 있고 또 바라는 바이기도 하니, 세존께서 조금만 더 머물러 계시기를 바란다. 사문 구담께서는 능력이 있으시니 나를 잘 깨우쳐주실 것이다. 나는 지금 당장 사문 구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내가 의심하고 있는 일들을 여쭈어 보리라.'
  그리고는 곧 구이나갈국으로 세존을 찾아 출발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동산 밖에서 거닐고 있었다. 수발다라가 아난에게 말하였다.
  저는 사문 구담께서 오늘 밤중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의심스러운 일이 있어 좀더 머물러 계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능력이 있으시니 저를 깨우쳐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이 아난께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면 저를 위하여 구담께 가셔서 잠깐이나마 틈이 계시면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라고 아뢰어주시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세존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세존께서는 몹시 피로하십니다.
  수발다라는 아난에게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간청하였으나 아난도 또한 두 번 세 번 거절하였다. 수발다라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에 출가하신 나이 많은 큰 스승님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먼 뒷날에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花)와 같이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래께서는 오늘 밤중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하실 것이라고
[1415 / 2145] 쪽
  합니다, 저는 지금 법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고 있어, 믿는 마음으로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능력이 있으시니 저를 잘 깨우쳐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아난께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면 저를 위해 사문 구담께 여쭈어 주십시오.
  아난이 다시 대답하였다.
  수발다라여, 세존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세존께서는 지금 몹시 피로하십니다.
  그 때 세존께서 천이(天耳)의 신통력으로 아난과 수발다라가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으시고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수발다라 출가 외도를 막지 말라. 들어와 그 의심나는 것을 묻게 하라. 왜냐하면, 이것은 출가 외도들과 이야기하는 최후가 될 것이요, 맨 마지막 성문(聲聞)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발다라 비구여, 잘 왔다.
  그 때 수발다라는 세존께서 착한 근기를 열어주시겠다는 말을 듣고 못내 벅찬 기쁨으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께 문안인사를 여쭌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세상의 지도자인 부란나가섭 등 여섯 스승들은 '내가 사문이다, 내가 사문이다'라고 저마다 그렇게 주장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구담시여, 과연 그러한 여러 주장들이 옳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 아홉에
  비로소 출가하여 훌륭한 도를 닦아
  도를 성취한 오늘날까지
  이미 50여 년이나 지났네.
  삼매와 지혜와 행을 갖추고
  언제나 깨끗한 계율을 닦았으니
  조금이라도 이 도를 벗어나면
  이밖에는 어디에도 사문이 없노라.
  
[1416 / 2145] 쪽
  부처님께서 수발다라에게 말씀하셨다.
  우리의 바른 법과 율(律) 안에서 8정도(正道)를 얻지 못한 사람은 첫째 사문도 되지 못하고, 둘째·셋째·넷째 사문도 되지 못한다. 수발다라야, 우리 법과 율 안에서 8정도를 얻은 사람이라야 첫째 사문도 되고, 둘째·셋째·넷째 사문도 될 수 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외도에도 사문은 없다. 그것은 곧 외도의 스승이며 이름만의 사문 바라문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대중 가운데에서 사자처럼 외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시자 수발다라 출가 외도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 수발다라는 법을 보아 법을 얻고 법을 알아 법에 들어갔다. 모든 의심에서 벗어나 다른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남의 제도를 받지 않으며,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민 다음에,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존자 아난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큰 스승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큰 스승의 제자가 되어 큰 스승께서 내리시는 법의 비를 정수리에 맞았습니다. 나도 지금 만약 이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으면 좋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존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수발다라 출가 외도는 우리 법과 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수발다라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와서 범행(梵行)을 닦아라.
  저 존자 수발다라는 그 때 출가하여 곧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이 되었다. 그리하여 사색하고……(내지)……마음이 잘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존자 수발다라는 아라한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차마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시는 것을 보지 못하겠다. 내가 먼저 반열반하리라.'
  그 때 존자 수발다라가 먼저 반열반한 뒤 세존께서도 반열반하셨다.
[1417 / 2145] 쪽
  
980. 염삼보경(念三寶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발기국(跋耆國)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비사리국(毘舍離國) 미후(獼猴) 못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비사리국의 많은 상인들은 달찰시라국(怛刹尸羅國)으로 가려고 장엄한 준비를 하였다. 그 상인들은 세존께서 발기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비사리국에 이르시어 미후 못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상인들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어 기쁘게 해주셨고 가르쳐 보이시어 기쁘게 해주시고 나서는 잠자코 계셨다. 그러자 모든 상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민 다음에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상인들은 장엄한 준비를 마치고 달찰시라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많은 대중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여러 상인들은 세존께서 청을 수락하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제각기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자리를 펴고 깨끗한 물을 준비한 뒤에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때가 되었습니다 하고 아뢰게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 상인들은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손수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나고 발우를 씻은 뒤, 여러 상인들은 조그만 자리를 가져다 대중 앞에 앉아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세존께서 그 상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넓은 벌판을 가다가 온갖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온 몸의 털이 곤두서거나 할 때에는 마땅히 여래에 대한 일을 생각해야 하나니, 곧 '여래·응공·등정각……(내지)…… 불세존이시다'라고 그와 같이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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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오, 또 법에 대한 일, 즉 '부처님의 바른 법과 계율은 능히 현재 세계에서 번뇌를 여의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통달하고 친근할 것이고, 그러한 인연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라고 그렇게 기억하시오. 또 승가에 대한 일, 즉 '세존의 제자들은 착하고 바른 곳으로 나아가며,……(내지)…… 세존의 복 밭이다'라고 그렇게 기억하시오.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곧 없어지게 될 것이오.
  과거 세상에 제석천과 아수륜(阿須輪)이 서로 싸운 일이 있었소. 그 때에 제석천[天帝釋]이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소.
  '너희들이 아수륜과 싸울 때에 두려움이 생기거든 꼭 나의 최복당(摧伏幢)이라는 깃발을 기억하라. 그 깃발을 기억하면 곧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만일 내 깃발을 기억하지 못하겠거든 이사나(伊舍那)12) 천자의 깃발을 생각하라. 만일 이사나 천자의 깃발을 기억하지 못하겠거든 바류나(婆留那)13) 천자의 깃발을 기억하라. 그 깃발을 기억하면 두려움이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나니 여러 상인들이여, 당신들이 넓은 벌판으로 가다가 두려움이 생기거든 여래나 법이나 승가의 일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세존께서는 비사리의 여러 상인들을 위해 공양 올리는 일을 기뻐하는 게송을 설하셨다.
  
  그 때를 따라 비구 스님에게
  음식이나 의복을 받들어 공양하며
  오롯한 기억으로 자세히 생각하고
  바른 지혜로 보시 행하라.
  
  깨끗한 물건은 좋은 복밭 되나니
  
12) 산스끄리트어로는 I ana라고 함. 세계를 보호하는 8방천(方天)의 하나. 혹은 12천의 하나로 욕계 제6천에 살며 이차나(伊遮那)·이사나(伊賜那)·이사(伊沙)라 음역하기도 한다. 구역(舊譯)에서는 마혜수라(摩醯首羅)·자재천(自在天)이라고 하였다. 신체는 청흑색(靑黑色)을 띠고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3) 산스끄리트어로는 Vanu a라고 한다. 수천(水天)의 범어 이름으로 서방(西方)을 담당하는 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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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그것을 두루 갖추어라.
  그런 공덕의 이익을 인연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을 얻으리라.
  
  마음 내어 구하는 것 있으면
  온갖 이익 다 모여들리니
  사람이나 짐승들도 다 편안하고
  길을 오갈 때에도 늘 편안하며
  밤에도 편안하고 낮에도 편안하며
  모든 나쁜 일을 다 여의게 되리.
  
  마치 저 기름지고 비옥한 밭에다
  티 없이 순수하고 좋은 종자 뿌리고
  때를 따라 흠씬 물대어 주면
  그 수확의 결실 이루 헤아릴 수 없으리.
  
  깨끗한 계율의 좋은 복 밭에
  정밀하고 맛있는 음식 종자를 심어
  바른 행으로 따라 키우면
  마침내 묘한 과업 성취하리.
  
  그러므로 보시를 행하는 사람
  온갖 덕을 두루 갖춰 가지려거든
  마땅히 지혜를 따라 행하라.
  온갖 과업 저절로 갖춰지리.
  
  지혜와 행을 두루 갖춘 이에게
  바른 마음으로 지극히 공경하고
  갖가지 착한 종자 심어 가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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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큰 복과 이익 얻으리.
  
  모든 세간을 사실 그대로 알아
  바른 견해 완전히 갖추고
  바른 길 완전히 갖춰 알면
  위로 자꾸자꾸 높이 오를 것이요
  
  일체의 번뇌를 멀리 여의고
  저 열반(涅槃)의 도를 얻어
  마침내 괴로움에서 벗어나리니
  이것을 온갖 덕의 갖춤이라 한다네.
  
  그 때 세존께서 비사리의 여러 상인들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981. 당경(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텅 비고 한적한 곳이나 나무 밑이나 빈집에 있을 때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거든 마땅히 여래와 법과 승가에 대한 일을 기억하라.……(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래와 법과 승가에 대한 일을 기억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
  비구들아, 과거 세상에 석제환인(釋提桓因)과 아수라가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 제석천이 삼십삼천(三十三天)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인자(仁者)들이여, 하늘과 아수라가 싸울 때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서거든 그대들은 마땅히 나의 적을 무찌르는 깃발을 기억하라. 그 깃발을 기억하면 곧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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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텅 비고 한적한 곳이나 나무 밑이나 빈집에서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온 몸의 털이 곤두서거든 마땅히 여래를 기억해야 하나니, 즉 '여래·응공·등정각……(내지)……불세존이시다'라고 생각하라. 그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이 곧 없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천제석(天帝釋)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을 품고 있어서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여 도망치고 피해 가면서도 오히려 삼십삼천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적을 무찌르는 깃발을 기억하라'고 하였거늘, 하물며 여래·응공·등정각……(내지) ……불세존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을 여의었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어떤 두려움과 무서움도 없어 도망치거나 피하는 일이 없거늘, 그 여래를 기억함으로 해서 모든 두려움을 없애지 못할 이치가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82. 아난사리불경(阿難舍利弗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지국(娑枳國) 안사나(安闍那) 숲 속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법을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고 자세히 설명할 수도 있지만, 다만 아는 이가 드물다.
  존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간단히 설명하시든지, 자세히 설명하시든지 간에 설법하여 주소서. 그 법을 사실 그대로 이해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내지)……심해탈(心解脫)·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證得)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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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나니,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는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물게 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그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그는 심해탈·혜해탈 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문다고 하자,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는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물게 되는 것이다.
  사리불아, 또 어떤 비구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그는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하게 머문다.
  사리불아, 만일 또 어떤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문다고 하자.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는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원만히 머물게 되는 것이다.
  사리불아, 이것을 '비구가 애욕의 결박과 맺음을 끊고 또 교만을 끊으며, 평등한 지혜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리불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파라연부린니가(波羅延富隣尼迦)의 물음14)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 일이 있다.
  
14) 파라연부린니가가 피안(彼岸)에 이르는 길에 대해 부처님께 물은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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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간의 차별을 헤아린다면
  어디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네.
  지극히 고요하여 모든 티끌 여의고
  뿌리 채로 뽑아 다시 바라는 게 없으면
  세 가지 존재의 바다를 건너
  다시는 늙고 죽는 근심 없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리고 떠났다.
  
  
983. 아난경(阿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도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었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 어떤 사람은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서,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문다)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으면 나도 마땅히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존자 아난은 저녁때에 선정에서 깨어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어떤 사람은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내지)……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문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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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고 하는 교만함으로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알아 원만히 머문다'고 그와 같이 생각한다면 아난아, 그 비구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고 하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는 것이다.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견해와 나라고 하는 교만으로 집착하는 번뇌가 없으면, 그는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물게 되느니라.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내지)……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면, 이것을 비구가 애욕의 결박과 맺힘과 교만을 끊고 평등한 지혜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아난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파라연우타야(波羅延憂陀耶)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 일이 있다.
  
  사랑과 욕망의 생각을 끊고
  근심과 괴로움을 함께 여의며
  수면에서 똑똑히 깨어나고
  들뜸의 마음 덮개 없애 버리며
  
  탐욕과 성냄 버려 깨끗이 되고
  눈앞의 현상들을 잘 관찰하면
  나는 그를 지혜로 해탈을 얻어
  무명의 어둠에서 없앤 이라고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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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 애경(愛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설명하리라. 탐애(貪愛)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 샘물이 되고 연뿌리가 된다. 그것은 중생의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아교가 되고 문지기가 되며, 씌우개[覆]가 되고 닫개[閉]가 되며, 마개[塞]가 되고 어둠[闇冥]이 되며, 개의 창자[狗腸]가 되고 어수선한 풀이 되며, 솜이 되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고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며, 가고 오면서 돌아다녀 잠시도 쉴 틈이 없느니라.
  비구들아, 어떤 것을 탐애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내지)……가고 오면서 돌아다녀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하는가? 그것은 이른바 나라고 하는 집착이 있기 때문에 아(我)·욕아(欲我)·이아(爾我)·유아(有我)·무아(無我)·이아(異我)·당아(當我)·부당아(不當我)·욕아(欲我)·당이시(當爾時)·당이이아(當異異我)·혹욕아(或欲我)·혹이아(或爾我)·혹이(或異)·혹연(或然)·혹욕연(或欲然)·혹이연(或爾然)·혹이(或異) 등 이러한 열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안에서 일어난다.
  비구들은 '나라고 하는 집착이 있기 때문에 모든 소유에 대해서 아(我)와 욕아(欲我)와 이아(爾我)와 ……(내지)……열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밖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통틀어 열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서른여섯 가지 탐애의 행이 혹은 과거에 일어났고, 혹은 미래에 일어날 것이며, 혹은 현재에 일어나므로, 통틀어 백 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탐애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 샘물이 되고 연뿌리가 되며, 중생의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아교가 되고 문지기가 되며, 씌우개가 되고 닫개가 되며, 마개가 되고 어둠이 되며, 개 창자가 되고 어수선한 풀이 되며, 솜이 되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고,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는 등, 가고 오고 하면서 돌아다녀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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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85. 애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탐애(貪愛)로부터 탐애가 생기고, 탐애로부터 미움[恚]이 생기며, 미움으로부터 탐애가 생기고, 미움으로부터 미움이 생긴다.
  어떤 것이 탐애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인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에 흡족해 할 때, 다른 사람도 그에 대해 덩달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에 흡족해 하면서, 그를 따라 행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는데, 다른 이도 저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마음에 흡족해 하며 그것을 따라 행하기 때문에 나는 또 저 사람까지도 좋아한다.'
  이것을 탐애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탐애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으로 흡족해 할 때 다른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따라 행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는데, 다른 사람은 저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으면서 따라 행하기 때문에 나는 저 사람에게 미움을 느낀다.'
  이것을 탐애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미움으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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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도 또 그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으면서 따라 행하면 그 때문에 그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것을 미움으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미움으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면서 그것을 따라 행하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그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억하고 마음으로 흡족해 하면서 따라 행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대해 미움을 느낀다.'
  이것을 미움으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탐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고, 거칠고 미세한 생각[有覺有觀]이 있으며……(내지)……초선·제2선·제3선·제4선을 두루 갖추어 머물면, 탐애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과 미움으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 미움으로부터 탐애가 생기는 것, 탐애로부터 미움이 생기는 것을 끊고, 그 끊은 것을 안 다음 그 뿌리를 끊되 마치 다라(多羅)나무 밑동을 끊은 것처럼, 다시는 생겨날 근거가 없어 미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법을 성취하게 되느니라.
  만일 그 비구가 모든 번뇌를 없애고, 번뇌가 없어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알면, 그 때에 그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번뇌[塵]를 일으키지 않으며, 불타지[熾然] 않고 남을 싫어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을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하는가?
  즉 색(色)이 곧 나이다, 색은 나와 다르다, 나라는 것 속에 색이 있고, 색 속에 나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수(受)·상(想)·행(行)·식(識)에 있어서도 그와 같이 보는 것이니, 이것을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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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색은 곧 나라거나, 색은 나와 다른 것이라거나, 나라는 것 속에 색이 있다거나, 색 속에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되돌려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하는가?
  꾸짖는 사람을 되돌려 꾸짖고, 미워하는 사람을 되돌려 미워하며, 때리는 사람을 되돌려 때리고, 부딪치는 사람을 되돌려 부딪치는 것이니, 이것을 되돌려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되돌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꾸짖는 사람을 되돌려 꾸짖지 않고, 미워하는 사람을 되돌려 미워하지 않으며, 때리는 사람을 되돌려 때리지 않고, 부딪치는 사람을 되돌려 부딪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되돌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는가?
  아(我)·아욕(我欲)15)과 ……(내지)……열여덟 가지 탐애가 있으면 이것을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무아(無我)·무아욕(無我欲)과 ……(내지)……열여덟 가지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불타는 것이라고 하는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 것이라는 욕심과……(내지)…… 바깥의 열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불타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불타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 것이라는 욕심이 없고,……(내지)…… 바깥의 열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없으면 이것을 불타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남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나는 진실한 것이라는 견해를 일으켜 아만(我慢)·아욕(我欲)·아사(我
  
15) 앞의 소경인 애경(愛經)에는 '욕아(欲我)'로 되어 있다.
[1429 / 2145] 쪽
  使)를 일으켜 끊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남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남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나는 진실한 것이라고 보지 않아, 아만과 아욕·아사를 끊고, 또 끊은 줄을 아는 것이니, 이것을 남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86. 이사난단경(二事難斷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끊기는 했으나 지속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일인가?
  만일 속인(俗人)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의복·음식·침구·온갖 생활 도구 등에 대해 탐욕을 끊었으나, 또 그 끊은 것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일이요, 또 비구로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탐애를 끊어 없앴으나 그 끊은 것을 지속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을 말한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끊었으나 지속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이 있다.
  이것은 진리의 말씀으로서
  등정각(等正覺)께서 깨달으신 것이니라.
  
  세속에 있으면서 들고나는 재물과
  의복과 음식 따위의 생활 도구들
  세상 사람들 탐하고 즐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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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끊었어도 지속하기는 매우 어렵네.
  
  속세를 떠나 비구의 몸이 되어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해
  탐심과 애욕을 이미 끊었으나
  그것을 지속하기는 어려우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87. 이법경(二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 가지 법에 의지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머물렀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모든 착한 법에 대해 일찍이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이고, 끊어야 할 것에 대해 일찍이 멀리 여의지 못했던 것인데, 착한 법에 대해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요, 끊어야 할 모든 법에 대하여 아직 멀리 여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살이 빠지고 힘줄이 드러나고 뼈가 불거지는 지경에 이르도록 방편으로 꾸준히 노력하기를 그치지 않았고 착한 법을 버리지 않았으며, 얻지 않아야 할 것은 얻지 않는 일을 끝내 쉬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열(下劣)한 마음에 대하여 일찍이 기쁜 마음을 내지 않았고, 언제나 즐겁게 더욱 정진해 상도(上道)로만 올라갔었다. 그와 같이 열심히 노력하였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빨리 얻었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두 가지 법을 의지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머물러야 하나니,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마음으로 흡족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던 것이요, 모든 끊어야 할 법에 대해 일찍이 멀리 여의지 못했던 것인데,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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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의지해 살이 다 빠지고 힘줄이 드러나고 뼈가 불거지는 지경에 이르도록 방편으로 꾸준히 노력하여 착한 법 닦아 익히기를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온갖 하열한 마음에 대하여 즐겁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於諸下劣 不生歡喜想]16) 위를 향해 자꾸자꾸 올라가기를 익혀야 한다. 그와 같이 닦아 익히면 오래지 않아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어, 번뇌 없이 심해탈·혜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88. 제석경(帝釋經)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형색(形色)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새벽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는데, 하늘 몸의 위신력(威神力)으로 그 몸에서 나오는 광명이 가란다죽원을 두루 비추었다.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일찍이 격계산(隔界山) 석굴 안에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어떤 사문 바라문으로서 끝없는 애욕이 다해 해탈하고, 마음이 저 변제(邊際)·구경변제(究竟邊際)·이구변제(離垢邊際)로 범행(梵行)을 완전히 성취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변제·구경변제·이구변제로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천제석에게 말씀하셨다.
  
16)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불(不)자가 없다. 이 부정사 불(不)자가 없이 풀이하면, 말이 잘 이어지지 않으며, 또 바로 앞 부분에 나온 미증어열 심생환희(未曾於劣 心生歡喜)라는 글의 내용과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부정사를 넣어 풀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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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비구로서 모든 느낌[受覺], 즉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과, 그 느낌들의 발생[集]·느낌의 사라짐[滅]·느낌의 맛[味]·느낌의 근심[患]과, 느낌에서 분출되는 것들을 사실 그대로 알고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그 느낌들은 다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고, 그것은 나고 소멸하는 것임을 관찰하며, 그것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할 것임을 관찰하고, 그것은 사라져 없어지는 것임을 관찰하며, 그것은 버려야 할 것임을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나면, 그것이 곧 변제·구경변제·이구변제로서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 것이다. 구시가(拘尸迦)여,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바른 법과 계율에 대한 변제·구경변제·이구변제로서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 것이니라.
  그러자 천제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989. 제석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은 기사굴산에 있으면서 새벽에 일어나 거닐다가, 이상한 광명이 가란다죽원을 두루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밤에 혹 어떤 큰 힘을 지닌 귀신이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왔기 때문에 이런 광명이 있는 것이 아닐까?'
  존자 대목건련은 이른 아침에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난 새벽에 방에서 나와 거닐다가 특이한 광명이 가란다죽원을 두루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는 '어떤 큰 힘을 지닌 귀신이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왔기 때문에 이런 광명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어제 새벽에 석제환인이 내가 있는 곳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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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에 물러나 앉아서……(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90. 녹주우바이경(鹿住優婆夷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녹주(鹿住)라고 하는 우바이(優婆夷)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녹주 우바이는 멀리서 존자 아난을 보고 얼른 평상을 펴고 아뢰었다.
  존자 아난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 때 녹주 우바이는 아난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존자 아난에게 아뢰었다.
  어떤 것을 세존께서 법을 아신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내 아버님 부란나(富蘭那)는 전생에 범행(梵行)을 닦아 탐욕을 여의어 깨끗하며, 향이나 꽃을 쓰지 않고, 모든 비루하고 저속한 일을 멀리 하였습니다. 내 숙부 이사달다(梨師達多)는 범행을 닦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만족해 할 줄을 알았습니다. 그 두 사람이 함께 세상을 떠나자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은 같은 세계에 태어나고 같은 생을 받아, 후세에도 똑같이 사다함(斯陀含)이 된 뒤에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났다가, 한 번 이 세상에 와서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난이시여, 범행을 닦은 이와 범행을 닦지 않은 이가 똑같은 세계에 태어나고 같은 생을 받아 후세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자매여, 그대는 그만 중단하시오. 그대는 세간 중생들의 근기의 차별을 알지 못하고 있소. 그러나 여래께서는 세간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 다 알고 계시오.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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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존자 아난은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녹주 우바이가 한 말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녹주 우바이가 어떻게 세간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알 수 있겠느냐? 그러나 아난아, 이 여래는 세간 중생들의 능력이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다 아느니라.
  아난아, 혹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은 심해탈·혜해탈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멸하고 남김없이 없애며, 탐욕을 남김 없이 다 버릴 수가 있다. 또는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은 심해탈·혜해탈을 사실 그대로 알아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멸하고 남김없이 없애며, 탐욕을 남김없이 버리는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어림짐작으로 평가하여 말할 것이다.
  '이것도 그럴 만한 이치가 있고, 저것도 그럴 만한 이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세계에 태어나고 같은 생을 받아 후세를 같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림짐작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이치가 아니고 이익도 없는 괴로움만 받게 될 것이다.
  아난아, 그 계율을 범한 사람이 심해탈·혜해탈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멸하고 남김없이 없애며, 탐욕을 남김없이 버리면, 그 사람은 바로 후퇴하는 것이지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사람을 후퇴하는 부류라고 말한다. 아난아,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이 심해탈·혜해탈을 사실 그대로 알고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멸하고 남김없이 없애며, 탐욕을 남김없이 버리면, 그 사람은 잘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고 뒤로 후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사람을 훌륭하게 나아가는 부류라고 말한다. 여래가 아니고서야 이 두 사람의 차이를 누가 다 알겠느냐?
  그러므로 아난아, 어림짐작으로 사람들을 평가하여 취하지 말라. 어림짐작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면 병이 될 것이요, 어림짐작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면 스스로 그 근심거리를 부르게 될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사람들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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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뿐이다. 계율을 범한 두 사람과 같이 계율을 지키는 두 사람에 있어서도 다 그와 같으니라.
  그가 심해탈·혜해탈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가 가진 계율을 남김없이 멸하거나, 들떠 동요하는 사람으로서 심해탈·혜해탈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들떠 동요하는 것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성내는 사람으로서 심해탈·혜해탈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성냄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혹은 탐하는 사람으로서 심해탈·혜해탈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탐욕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더러움과 깨끗함도……(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여래만이 능히 사람들을 잘 아느니라.
  아난아, 녹주 우바이는 어리석고 지혜가 적어서 여래가 한결같이 설법한 것에 대해 마음에 의심이 생긴 것이다. 어떠냐? 아난아, 여래가 두 말을 하더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님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여래가 설법을 함에 있어서 어디서건 두 말을 할 리가 없다. 아난아, 만일 부란나(富蘭那)가 계율을 가졌고 이사달다(梨師達多)도 그와 같이 계율을 가졌다 해도 태어날 세계에 대해 부란나는 이사달다가 태어날 세계를 알지 못해 어느 세계에 태어날지, 어떤 생(生)을 받을지, 어떤 후세가 될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사달다가 성취한 지혜를 부루나도 또한 그 지혜를 성취하였다면, 이사달다도 또한 부루나가 어느 세계에 태어날지, 어떤 생을 받을지, 어떤 후세가 될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아난아, 저 부루나는 계율을 가짐이 훌륭하고 이사달다는 지혜가 출중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함께 목숨을 마쳤을 때에 나는 '그 두 사람은 같은 세계에 태어나고 같은 생을 받으며 후세도 똑같이 사다함이 된 뒤에 도솔천에 태어났다가 한 번 이 세상에 와서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 두 사람의 차이를 여래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능히 알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아난아, 사람들을 어림짐작으로 평가하지 말라. 어림짐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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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하면 자기 자신의 생을 손감(損減)할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사람들을 알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91. 녹주우바이경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미성(彌城) 유리읍(留利邑)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고, 다른 비구들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다.
  그 때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녹주 우바이 집에 이르게 되었다. 녹주 우바이는 멀리서 비구들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를 펴고 비구들을 앉게 하였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아난경[阿難修多羅]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그 비구들은 녹주 우바이에게 말했다.
  자매(姉妹)여, 그만 중지하시오. 당신이 어떻게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알겠소? 자매여, 오직 여래만이 능히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아신다오.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그 비구들은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옷을 다 지어 마친 다음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석씨의 읍인 미성(彌城) 유리(留利)로 갔다. 거기에 이르러서는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녹주 우바이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녹주 우바이가 어떻게 세간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알겠느냐? 오직 여래만이 세간 중생들의 근기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니라.
  그는 성냄과 교만을 여의지 못했고 때로는 탐욕도 일으키며, 법을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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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고 많이 들어 배우지도 않았으며, 법에 대한 소견을 길들여 항복 받지도 못하였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비구들아, 또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여의지 못했고 때로 탐욕을 일으키긴 하지만, 그는 법을 듣고 많이 들어 배우고 익혔으며 소견을 잘 길들여 항복 받으며,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만약 그것에 대하여 '이것은 그럴 만한 이치가 있고 저것도 저럴 만한 이치가 있다. 그들은 같은 세계에 태어나고 생을 받으며 후세가 똑같을 것이다'라고 어림짐작으로 평가한다면, 그는 오래도록 이치가 아니고 이익도 없는 괴로움만 받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또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여의지 못하고 때때로 탐욕을 일으키며, 또한 법을 듣지도 않고 많이 들어 익히지도 않으며, 소견을 길들여 항복 받지 못하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런 사람을 비열하고 하천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비구들아, 또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여의지 못하고 때때로 탐욕을 일으키지만, 그는 법을 듣고 많이 들어 알기를 좋아하며, 모든 소견을 길들여 항복 받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나는 그런 사람을 제일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의 차이를 여래가 아니고서야 누가 능히 알겠느냐?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사람들을 어림짐작으로 평가하지 말라.……(내지)…… 여래만이 능히 그가 우세한지 하열한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니라.
  비구들아, 또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여의지 못하고 때때로 나쁜 욕설을 하며……(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비구들아, 또 어떤 사람이 어질고 착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곳에 함께 머물며,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좋아하고, 범행을 닦는 이와 같이 함께 있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법 듣기를 좋아하지 않고,……(내지)……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그 사람은 어질고 착한 자리에는 머물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지는 못하느니라. 어질고 착한 자리란 인간 세계와 천상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 성품이 어질고 착하며 대중들과 안락한 곳에 함께 머물며, 범행을 닦는 사람을 좋아하여 벗으로 삼으며, 바른 법 듣기를 좋아하고 많이 들어 배워 익히며, 제 소견을 잘 길들이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낸다면, 그는 어질고 착한 자리에서 더욱 더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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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른 법의 흐름을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두 사람의 차이를 여래가 아니고서야 누가 알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비구들아,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면 스스로 근심거리를 부를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사람들을 알 수 있을 뿐이니라.
  비구들아, 녹주 우바이는 어리석고 지혜가 적어……(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92. 복전경(福田經)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급고독(給孤獨) 장자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복밭[福田]이 몇 가지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복밭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하면, 배우는 사람[學]18)과 다 배운 사람[無學]19)이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가 있으니
  큰 법회를 열어 언제나 청하여라.
  그는 마음이 정직하고 진실하며
  
17) 이 소경에 참고될만한 비슷한 내용의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30권 127번째 소경인 복전경(福田經)이 있다.
18) 성자(聖者)의 네 가지 과위[須陀洹·斯陀含·阿那含·阿羅漢] 중 아직까지 배워야 할 것이 남아 있는 앞의 세 가지 과위를 가리킴.
19) 성자의 네 번째 과위 중 이미 다 배워서 이제는 배워야 할 것을 남기지 않은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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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나 입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들은 진실로 좋은 복 밭이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果報)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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