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잡아함경(雜阿含經)

잡아함경 제32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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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32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905. 외도경(外道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摩訶迦葉)과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그 때 많은 외도 출가자들이 존자 사리불에게 나아가 존자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했다.
  어떻습니까? 사리불이시여, 여래께서는 후세(後世)에 나고 죽음이 있습니까?2)
  사리불이 말했다.
  외도들이여, 세존께서는 그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無記].
  또 물었다.
  어떻습니까? 사리불이여, 여래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외도들이여, 세존께서는 그것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또 물었다.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14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2) 여래는 사후(死後)에도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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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기도 하고 나고 죽음이 없기도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그것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또 물었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는 것도 아닙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외도들이여, 세존께서는 그것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여러 외도 출가자들이 존자 사리불에게 또 물었다.
  무슨 까닭에 저희가 여래께서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는지,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지, 후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지, 후세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지를 질문하였는데, 매번 답하기를 '세존께서는 그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대답하십니까? 무슨 까닭에 상좌(上座)께서는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처럼 잘 대답하지도 못하시고 분별하지도 못하시며, 마치 어린애처럼 자기 주장이 뚜렷한 지혜가 없습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사리불은 서로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나무 밑에 앉아서 제각기 낮 선정에 들어 있었다. 존자 사리불은 여러 외도 출가자들이 떠나버린 것을 알고 나서, 존자 마하 가섭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러 외도 출가자들과 이야기했던 일을 존자 마하 가섭에게 자세히 말했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무슨 인연(因緣)으로 세존께서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는지,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는지,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지,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지에 대해 확실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존자 마하 가섭이 사리불에게 말했다.
  만일 여래께서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색(色)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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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 것이요, 만일 여래께서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도 색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여래께서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다던가, 후세에는 나고 죽음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해도 그것은 색이 되는 것이요, 만일 여래께서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지도 않고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것도 색이 되는 것입니다. 여래께서는 색이 이미 다하셨고 마음이 잘 해탈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옳지 못하고,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다거나, 후세가 있기도 하고 후세가 없기도 하다거나, 또는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세에 나고 죽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도 그것도 또한 옳지 않습니다. 여래는 색이 이미 다하였고 마음이 잘 해탈하셨으며,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분으로서 적멸열반(寂滅涅槃)에 드셨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여, 만일 여래께서 후세의 나고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수(受)가 되고, 상(想)이 되며, 행(行)이 되고 식(識)이 되며, 움직임[動]이 되고 생각함[慮]이 되며, 헛된 속임수[虛誑]가 되고 유위(有爲)가 되며 애욕[愛]이 되고,……(내지)……후세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여래는 애욕[愛]이 이미 다하셨고 마음이 잘 해탈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후세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고, 후세가 없다고 말하거나, 후세가 있기도 하고 후세가 없기도 하다고 말하던가, 후세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습니다. 여래는 애욕이 이미 다하셨고 마음이 잘 해탈하여,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적멸열반에 드셨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은 인(因)과 이와 같은 연(緣)이 있기 때문에 누가 세존께 '여래는 있는가 없는가, 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또 후세에 나고 죽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가?' 하고 물어도 정확하게 말씀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 때 두 정사(正士)는 서로 이야기하기를 마치고 제각기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906. 법손괴경(法損壞經)3)
  
3)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15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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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은 사위국 동쪽 공원에 있는 녹자모(鹿子母) 강당에 있었다. 그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因緣)으로 세존께서 과거에는 여러 성문(聲聞)들을 위해 계를 적게 제정하셨는데도 그 때의 비구들은 대부분 마음으로 즐겁게 여기며 배우고 익혔는데, 지금은 성문들을 위해 많은 계를 제정하셨는데도 모든 비구들이 즐겁게 여겨 익히고 배우는 이가 적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가섭아, 지금은 명탁(命濁)·번뇌탁(煩惱濁)·겁탁(劫濁)·중생탁(衆生濁)·견탁(見濁)4)으로 인하여 중생들의 착한 법이 퇴보하여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사(大師 : 부처님 자신을 지칭하는 말)가 성문들을 위해 많은 계를 제정하였으나 즐겨 배우고 익히는 이가 적은 것이다. 가섭아, 비유하면 마치 겁(劫)이 무너지려고 할 때가 되면 진짜 보물이 다 없어지지는 않았으나, 온갖 비슷한 가짜 보배가 세상에 나오나니, 가짜 보배가 세상에 나오면 진짜 보배는 곧 사라지고 만다.5) 이와 같이 가섭아, 여래의 바른 법이 사라지려고 할 때가 되면 비슷한 상법(像法)이 나오나니, 비슷한 상법이 세상에
  
4) 이것을 통틀어 5탁(濁)이라고 한다. 즉 악세(惡世)에 생겨나는 다섯 가지의 혼탁한 것들로서, 첫째 명탁(命濁)은 인간의 수명이 점점 단축되는 것이요, 둘째 번뇌탁(煩惱濁)은 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의 번뇌가 일어나 성행하는 것이요, 셋째 겁탁(劫濁)은 기근(饑饉)·질병·전쟁 등의 악업(惡業)이 일어나는 것이요, 넷째 중생타(衆生濁)은 인간의 과보가 점점 쇠해져 중생의 마음이 둔감해지고 신체가 허약해지며, 고통은 많고 행복은 적어지는 것이요, 다섯째 견탁(見濁)은 각종 삿된 생각과 나쁜 견해가 성행하는 것을 말한다.
5) 이 비유는 비슷한 상법(像法)이 세상에 출현하면, 정법(正法)은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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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면 바른 법은 곧 사라지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큰 바다에서 많은 보배를 배에 가득 실으면 배가 곧 가라앉고 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여래의 바른 법은 그렇지 않고 차츰차츰 사라진다. 여래의 바른 법은 지계(地界)에도 부서지지 않고, 수계(水界)·화계(火界)·풍계(風界)에도 부서지지 않는데, ……(내지)……나쁜 중생들이 세상에 나와, 온갖 악(惡)을 즐겨 행하고 온갖 악을 행하려 하며, 또 온갖 악을 성취해 가지고 법 아닌 것을 법이라고 말하고 법을 법이 아니라고 하며, 율(律)이 아닌 것을 율이라고 하고 정작 율은 율이 아니라고 하여, 비슷한 법의 글귀와 뜻이 불꽃처럼 성하면 여래의 바른 법은 여기서 사라지게 되느니라.
  가섭아,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서 여래의 바른 법을 사라지게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만일 비구가 큰 스승님에 대해서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지도 않으면서 거기에 의지해 살아가고, 그의 법이나 학문이나 또는 가르침을 따르는 이나 깨끗한 행을 행하는 이, 즉 큰 스승님이 칭찬하는 사람들을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지도 않으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간다면 가섭아, 이것을 이른바 다섯 가지 인연으로 인하여 바른 법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니라.
  가섭아, 또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 여래의 바른 법과 율을 사라지지 않게 하고 잊혀지지 않게 하며 물러나지 않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만일 비구가 큰 스승님에 대하여 공경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가고, 그의 법과 학문과 가르침을 따르는 이와 온갖 깨끗한 행[梵行]을 행하는 이들인, 즉 큰 스승님이 칭찬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면서 거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이다. 가섭아,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서 여래의 법과 율을 사라지지 않게 하고 잊혀지지 않게 하며 물러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가섭아,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큰 스승님을 반드시 공경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면서 의지해서 살아가자. 그리고 그 법과 학문과 가르침을 따르는 이와 깨끗한 행을 행하는 사람들인, 즉 큰 스승님께서 찬탄하시는 사람들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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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을 낮추어 공양하면서 거기에 의지해 살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마하 가섭은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907. 차라주라경(遮羅周羅經)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때 나라(那羅) 마을 촌장인 차라주라(遮羅周羅)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앞에서 문안을 드리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는 옛날 노래하고 춤추며 장난치고 웃고 하던 늙고 덕 있는 스승이 이와 같이 말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광대 아이[伎兒]가 대중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장난질 치고 웃고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재주로 저 대중들을 기쁘게 하고 웃기면, 그 업연(業緣)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환희천(歡喜天)에 태어난다.'
  이에 대하여 구담(瞿曇)의 법에서는 어떻게 말합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으나 그래도 청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물으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옛날 이 마을 중생들은 탐욕을 여의지 못하여 탐욕이라는 번뇌에 묶였고, 성냄을 여의지 못하여 성냄의 번뇌에 묶였으며,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하여 어리석음의 번뇌에 묶였다. 그런데 그 여러 어린 광대들은 대중들 앞에서 갖가지 노래와 춤과 풍류와 익살로 그 대중들을 기쁘게 해주고 웃게 하였다. 촌장이여, 저 좋아하
  
6)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1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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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기쁘게 웃고 즐기던 사람들이 어찌 탐욕·성냄·어리석음의 번뇌에 결박됨이 더욱 더 늘어나지 않았겠는가?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촌장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밧줄에 묶였는데, 다시 어떤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그릇된 이치로 해치고 고통을 주어 불안하고 불쾌하게 하기 위해 그를 묶은 밧줄에 물을 자주 뿌리면, 그 사람의 결박은 어찌 갈수록 더욱 조이지 않겠는가?
  촌장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촌장이여, 그 옛날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을 여의지도 못했는데, 저 아이가 부리는 익살을 보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웃으므로 말미암아 그 결박이 더욱 굳어진 것이다.
  촌장이 말하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저 모든 어린 광대들은 그 중생들을 즐거워하게 하고 기쁘게 웃겨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이 더욱 더 견고하게 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좋은 곳에 태어난다는 것은 그런 이치는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옛날의 어린 광대들이 대중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웃겼으므로, 그 업의 인연으로 환희천에 태어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삿된 견해이다. 만일 삿된 견해라면 그는 반드시 지옥[地獄趣]이나 축생[畜生趣], 이 두 곳 중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나라 마을 촌장 차라주라는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었다.
  그 때 세존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까 그대갸 세 번이나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고 '촌장이여, 그만두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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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구담의 말씀 때문에 슬피 우는 것이 아니옵니다. 저는 왜 오늘날까지 저렇게도 어리석고 분별력이 없으며, 나쁜 어린 광대들의 견해에 속았는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들은 '대중들 앞에서 온갖 풍류를 울리면서……(내지)……환희천에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분명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 어린 광대들이 노래와 춤과 익살로 인하여 환희천에 태어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저 어린 광대들의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을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촌장이여, 이것이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그 때 나라 마을 촌장 차라주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908. 전투활경(戰鬪活經)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전사[戰鬪活] 마을의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공손히 문안드렸다. 문안을 드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래 전에 어떤 늙고 덕 있는 전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만일 전사이라면 몸에 갑옷을 껴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장사(將士)가 되어 선봉에 서서, 수단과 방편을 다해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면 그는 이 업보(業報)가 연(緣)이 되어 전항복천(箭降伏天)에 태어난다.'
  
7)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2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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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치에 대하여 구담의 법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전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묻자, 부처님께서도 두 번 세 번 그만두게 하셨는데도 오히려 질문을 그만두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촌장이여, 그대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전사가 몸에 갑옷을 입고 전사의 선봉이 되어, 수단과 방편을 다하여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어찌 상해(傷害)하려는 마음을 먼저 일으켜, 저들을 결박하고 칼을 씌워 찔러 죽이려는 마음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싸움을 하게 되면 세 가지 악을 짓게 되나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악한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전항복천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이치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옛날의 늙고 덕 있는 전사가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만일 전사들이 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적을 향해 선봉에 서서, 수단과 방편을 다하여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면, 그 사람은 그 인연 때문에 전항복천에 태어난다'고 그러한 말을 하였다면, 그것은 삿된 견해이니, 이러한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틀림없이 지옥이나 축생, 이 두 곳에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저 촌장은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었다.
  부처님께서 마을 주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아까 그대에게 두 번 세 번 '그만두어라. 너를 위해 말하지 않으리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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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구담의 말씀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여러 늙고 덕 있는 전사들이 어리석고 미련하며, 착하지도 못하고 분별하지도 못해서, 오랜 세월 동안 저를 속여 이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만일 군인으로서 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는 예리한 무기를 들고 적을 향해 선봉에 서서……(내지)……전항복천에 태어난다.'
  그래서 저는 슬피 우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분명히 생각하나이다.
  '저 전사들이 악한 업의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전항복천에 난다는 것은 그럴 이치가 없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온갖 악업(惡業)을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그 때 촌장인 전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하고 떠나갔다.
  
  
909. 조마경(調馬經)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말 조련사인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공손하게 문안을 드리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말 조련사인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말을 잘 길들이는 방법이 몇 가지나 되는가?
  촌장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고, 둘째는 강하게 다루는 것이며, 셋째는 한편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하게 다루는 방법입니다."
  
8)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3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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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세 가지 법으로도 말이 길들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촌장이 말하였다.
  곧 당장 그 말을 죽여 버립니다.
  촌장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무상조어장부(無上調御丈夫 : 부처님을 지칭하는 말)께서는 몇 가지 법으로 장부들을 길들이십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세 가지 방법으로 장부를 길들이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요, 둘째는 강하게 다루는 방법이며, 셋째는 한편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하게 다루는 방법이니라."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만일 세 가지 방법으로 장부를 길들이다가 그래도 길들여지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방법으로 길들이다가 그래도 길들여지지 않으면 곧 당장 죽여버린다. 왜냐 하면, 내 법으로 하여금 굴욕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말 조련사인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의 법에서 살생을 하는 것은 부정(不淨)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담의 법에서는 마땅히 살생을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길들여지지 않으면 당장 죽여 버리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여래(如來)의 법에서는 살생을 하는 것은 부정한 것이니, 여래는 마땅히 살생을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그러나 촌장이여, 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장부를 길들이다가 그가 길들여지지 않으면, 나는 다시는 그와 더불어 말을 나누지 않고 다시는 그를 가르치지도 않으며, 다시는 그를 훈계하지도 않느니라. 촌장이여, 만일 여래인 조어장부가 다시는 그와 더불어 말을 나누지 않고 다시는 그를 가르치지도 않으며 다시는 그를 훈계하지도 않으면, 그것이 어찌 그를 죽이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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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조련사인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만일 조어장부께서 다시는 그와 더불어 말을 나누지 않고 다시는 그를 가르치지도 않으며 다시는 그를 훈계하지도 않으면, 그것은 진실로 그를 죽이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부터 모든 나쁜 업을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을의 주인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이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말 조련사인 촌장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하고 떠나갔다.
  
  
910. 흉악경(凶惡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흉악(兇惡)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법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성을 내고, 성을 내기 때문에 입으로 나쁜 말을 하며, 남들이 그로 인해 나쁜 이름을 저에게 붙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소견[正見]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성을 내게 되고, 성을 내기 때문에 입으로 나쁜 말을 하게 되어, 남들이 그로 인해 나쁜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니라. 또 바른 뜻[正志]·바른 말[正語]·바른 업[正業]·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선정[正定]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성을 내게 되고, 남에게 성을 내기 때문에 입으로 나쁜 말을 하게 되며, 남들이 그로 인해 나쁜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니라.
  촌장이 다시 여쭈었다.
  
9)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4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1273 / 2145] 쪽
  세존이시여, 어떤 법을 닦아 익히면 남에게 성을 내지 않게 되고, 성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입으로 좋은 말을 하여, 남들이 그로 인해 좋은 이름을 붙여주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소견을 닦으면 남에게 성을 내지 않게 되리니, 성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입으로 좋은 말을 하게 되며, 남들은 그 때문에 좋은 이름을 붙여 줄 것이니라. 또 바른 뜻과 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선정을 닦으면, 남에게 성을 내지 않고, 성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입으로 좋은 말을 하여, 남들은 그 때문에 좋은 이름을 붙여줄 것이니라.
  흉악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그 말씀을 잘 해주셨습니다. 저는 바른 소견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성을 내고, 남에게 성을 내기 때문에 입으로 나쁜 말을 하게 되어, 남들은 그 때문에 저에게 나쁜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또 바른 뜻·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선정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남에게 성을 내고 남에게 성을 내기 때문에 입으로 나쁜 말을 하게 되어, 남들은 그 때문에 저에게 나쁜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부터 성내고 억세고 거친 행동을 모두 버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주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흉악 촌장은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11. 마니주계경(摩尼珠髻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10)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5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1274 / 2145] 쪽
  그 때 마니주계(摩尼珠髻)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 국왕이 대신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습니다.
  '어떤가? 사문 석자(釋子) 비구는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들을 받아 쌓아두면, 그것을 깨끗하다고 하는가, 깨끗하지 못하다고 하는가?'
  그 대신들 중에 어떤 사람은 '사문 석자는 마땅히 금·은 따위의 보물을 스스로 받아 쌓아두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금·은 따위의 보물을 스스로 받아 쌓아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말 중에 '사문 석자는 당연히 금·은 따위의 보물을 스스로 받아 쌓아두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부처님에게서 들은 것입니까? 아니면,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낸 말입니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법을 따르는 것이옵니까,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옵니까? 또는 진실한 말이옵니까, 거짓말이옵니까? 이렇게 말한 사람은 꾸짖음을 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 말은 거짓말로서 진실한 말이 아니요, 법다운 말도 아니며, 법을 따르는 말도 아니요, 꾸짖음을 받을 만한 말이다. 왜냐하면, 사문 석자로서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 두는 것은 깨끗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스스로 자신을 위해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둔다면 그것은 사문의 법이 아니요, 석씨 종족의 법이 아니니라.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사문 석자로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놓은 것은 사문의 법도 아니고 석씨 종족의 법이 아니라고 하신 말씀은 진실한 말씀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훌륭하고 묘한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는 사람이니, 저도 '사문 석자는 마땅히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두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사문 석자로서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두는 것을 깨끗하다고 한다면,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도 다 깨끗하다고 해야 할 것이
[1275 / 2145] 쪽
  다.
  마니주계 촌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마니주계 촌장이 떠나간 줄 아시고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란다죽원에 사는 비구들을 불러 모두 식당에 모이게 하라.
  그 때 존자 아난은 곧 부처님의 명령을 받고 주변에 영을 내려 가란다죽원에 살고 있는 비구들을 모두 식당에 모이게 하였다. 비구들이 다 모이자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비구들이 모두 식당에 모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식당으로 나아가시어 대중들 앞에 앉으셨다. 앉으시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마니주계 촌장이 나를 찾아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전날 국왕이 대신들을 모아놓고 이와 같은 논의를 하였습니다. 사문 석자로서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두는 것이 청정한 일이겠느냐고 하자, 그 중 어떤 이는 청정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청정하지 않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존께 여쭙는 것이오니, 청정하다고 말한 사람의 말은 세존에게서 들은 말이옵니까, 아니면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까?'……(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마니주계 촌장은 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비구들아, 국왕과 대신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한 것을 가지고 저 마니주계 촌장은 대중들 앞에서 사자처럼 외쳤다.
  '사문 석씨의 종족이라면 스스로 금·은 따위의 보물을 받아 쌓아두지 않아야 한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오늘부터 나무가 꼭 필요할 때만 나무를 구하고, 풀이 꼭 필요할 때에만 풀을 구할 것이며, 수레가 꼭 필요할 때에만 수레를 구하고, 일꾼이 꼭 필요할 때에만 일꾼을 구할 것이며, 부디 자신을 위해서 금·은 따위의 갖가지 보물들을 받아 취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76 / 2145] 쪽
  
  
912. 왕정경(王頂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바국(瞻婆國) 게가지(揭伽池) 곁에 계셨다.
  그 때 왕정(王頂)이라는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왕정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요즘 중생들은 두 극단[二邊]에 의지하고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첫째는 비천하고 하열하고 농부와 보통 범부들이나 즐기는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고 탐닉하는 것이요, 둘째는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을 써서 바르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촌장이여, 비천하고 하열하고 농부와 보통 범부들이나 좋아 즐기는 욕락(欲樂)에도 세 가지가 있고,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바르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은 이익을 얻으려는 데에도 세 가지가 있다.
  촌장이여, 어떤 것이 비천하고 하열하고 농부와 보통 범부들이나 좋아 즐기는 욕락(欲樂)의 세 가지인가? 어떤 욕락을 누리는 사람은 법답지 않게 함부로 취하여, 제 자신을 안락하고 기쁘게 하지도 않고, 부모를 공양하거나 형제·처자·노비(奴婢)·권속·벗·아는 이를 돌보지도 않으며, 또한 때를 따라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함으로써 좋은 곳에 태어나 안락을 누리는 과보인, 즉 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애타게 구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첫 번째 세간의 욕락을 누리는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또 촌장이여, 어떤 욕락을 누리는 사람은 법답거나 법답지 않게 함부로 재물을 취하여, 제 자신을 안락하고 기쁘게 하며, 부모를 공양하기도 하고 형제·처자·노비·권속·벗·아는 이를 돌보아 주기는 하되, 때를 따라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함으로써 훌륭한 곳에 태어나 안락을 누리는 과보인, 즉 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애타게 구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두 번째 욕락을 누
  
11)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6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1277 / 2145] 쪽
  리는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또 촌장이여, 어떤 욕락을 누리는 사람은 법답게 재물을 구하고 함부로 취하지 않아, 제 자신을 안락하고 기쁘게 하며, 부모를 공양하기도 하고, 형제·처자·노비·권속·아는 이를 돌보기도 하며, 또 때를 따라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함으로써 훌륭한 곳에 태어나 안락을 누리는 과보인, 즉 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구하기도 한다. 이것을 나는 세 번째 욕락을 누리는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촌장이여, 나는 욕락을 누리는 사람이 누구나 다 한결같이 평등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하천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과 그 중간 사람이 누리는 욕락과 매우 훌륭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하천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인가? 이른바 법답지 않게 함부로 취하고,……(내지)……훌륭한 곳에 태어나 안락을 누리는 과보인, 즉 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애타게 구하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을 나는 하천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중간 사람이 누리는 욕락인가? 이른바 그가 누리는 욕락이란 법답거나 법답지 않게 함부로 재물을 취하여,……(내지)……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애타게 구하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을 나는 두 번째 중간 사람이 누리는 욕락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훌륭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인가? 이른바 그는 법답게 재물을 구하고,……(내지)……미래에 천상에 태어나기를 구하는 것이니, 이것을 나는 세 번째 훌륭한 사람이 누리는 욕락이라고 말하느니라.
  어떤 것이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을 써서 바르지 못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으려는 세 가지인가? 어떤 이는 제 자신을 괴롭혀서 고갈된 삶을 살아간다.12) 처음에는 계를 범하고 계를 더럽혔으나, 그는 온갖 고행(苦行)을 닦고 열심히 방편을 써서 머물 곳에 머문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세상에서 불꽃처럼 왕성한 번뇌를 여의거나 인간 세상의 법을 초월하거나 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거나 하지 못한다. 촌장이여, 이것이 내가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고갈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 첫 번째이니라.
  
12) 고행(苦行)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것으로 그렇게 평생 괴롭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1278 / 2145] 쪽
  또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고갈된 삶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은, 애초에 계를 범하거나 계를 더럽히지 않고서 갖가지 고행을 닦지만, 그 또한 이로 말미암아 현재 세상에서 불꽃처럼 왕성한 번뇌를 여의거나 인간 세상의 법을 초월하거나 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거나 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내가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고갈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 두 번째이니라.
  또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고갈된 삶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계를 범하거나 계를 더럽히지 않고서 온갖 괴로운 방편을 닦지만, 현재 세상에서 불꽃처럼 왕성한 번뇌를 여의지는 못하고, 인간 세상의 법을 초월하거나 뛰어난 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기는 합니다. 이것이 내가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으로 고갈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 세 번째이니라.
  촌장이여, 나는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써서 고갈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평등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에 하천한 사람이 있음을 말하고,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에 중간인 사람이 있음을 말했으며,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에 훌륭한 사람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어떤 것이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하열한 사람인가? 만일 그가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으로 처음에는 계를 범하고 계를 더럽혔으나,……(내지)……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지 못하면, 이것을 나는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하열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중간쯤 되는 사람인가? 만일 그가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써서 애초에 계를 범하거나 더럽히지 않고,……(내지)……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지 못하면, 이것을 나는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중간쯤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가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훌륭한 사람인가? 만일 그가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써서 고갈된 삶을 살아가면서
[1279 / 2145] 쪽
  처음부터 계를 범하거나 계를 더럽히지 않고서,……(내지)……훌륭하고 묘한 지견으로 안락하게 머물지 못하면13), 이것을 나는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는 사람 중에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느니라.
  촌장이여, 이것을 이른바 제 자신을 괴롭히는 방편을 쓰지만, 그 괴로움은 법답지 않고 바르지 않으며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구하는 세 가지이니라.
  촌장이여, 비천하고 하열하고 농부와 보통 범부들이나 좋아 즐기는 세 가지 욕락(欲樂)으로 향하지 않고,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을 쓰지만, 그 괴로움은 법답지 않고 바르지 않으며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구하는 세 가지로 향하지 않는 길[道]이 있고 방도[跡]가 있다.
  촌장이여, 어떤 길과 어떤 방도가 세 가지 욕락을 누리는 것과, 세 가지 제 자신을 괴롭게 하는 방편으로 향하지 않게 하는가? 촌장이여, 탐욕이 장애가 되기 때문에 혹 제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남을 해치려고 하며, 혹은 자기와 남을 한꺼번에 해치려고 한다. 그래서 현세와 후세에서 그 죄의 과보(果報)를 받아 마음에 근심하고 괴로워한다. 또 성냄과 어리석음이 장애가 되기 때문에 혹 제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남을 해치려고 하며, 혹은 자기와 남을 한꺼번에 해치려고 한다. 그래서 현세와 후세에서 그 죄의 과보를 받아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므로 만일 탐욕의 장애를 여의면, 방편으로 제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남을 해치려 하거나, 혹은 제 자신과 남을 한꺼번에 해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현세나 후세에서 그 죄의 과보를 받지 않아 그 마음[心]과 마음작용[心法]에 있어 항상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이 성냄과 어리석음의 장애를 여의면, 제 자신을 해치려 하지 않고 남을 해치려 하지 않으며, 제 자신과 남을 한꺼번에 해치려 하지 않을 것이고, 현세와 후세에서 그 죄의 과보를 받지 않아, 그 마음과 마음작용에 있어 항상 안락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세상에서 불꽃처럼 치열한 번뇌를 여의어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열반과 가까워질 것이고, 곧 현재 세상에서 그
  
13)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불(不)'자가 있지만, 본문 앞 문장의 내용과,『별역잡아함경』제7권 여섯 번째 소경의 내용을 고려해 볼 때 '불'자는 생략하거나, '소(少)'자로 바꿔야 문의(文意)에 적합할 듯하다.
[1280 / 2145] 쪽
  몸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니라. 촌장이여, 이와 같이 현재 세상에서 불꽃처럼 치열한 번뇌를 영원히 여의면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열반과 가까워질 것이고, 곧 현재 세상에서 그 몸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 것이라고 한 것은, 바른 소견과……(내지)……바른 선정의 여덟 가지 거룩한 길을 수행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느니라.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왕정 촌장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 왕정 촌장은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을 알고 법에 깊이 들어가 의심에서 벗어나되,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바른 법과 율로써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미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제도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그 때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913. 갈담경(竭曇經)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역사(力士 : 나라 이름)국15)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울비라(鬱羅)라는 곳에 이르시어 앵무염부림(鸚鵡閻浮林)에 계셨다.
  그 때 갈담(竭曇)16) 촌장은 사문 구담(瞿曇)께서 역사국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울비라라는 마을에 있는 앵무염부림에 이르시어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苦集]과 괴로움의 소멸[苦沒]에 대하여 연설하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당장 저 사문 구담을 찾아가야 하겠다. 만일 내가 사문 구담을 찾아가면 그는 틀림없이 나를 위해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설명해주실 것이다.'
  그리고는 곧 울비라 마을로 가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 발
  
14)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7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15) 고대 인도 16대국 가운데 한 나라로 말라국(末羅國)을 말한다.
16) 소경의 뒷부분과 명본(明本)에는 게담(揭曇)으로 되어 있다.
 
[1281 / 2145] 쪽
  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들으니 세존께서는 항상 사람들을 위해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연설해주신다고 합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과거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했을 때, 네가 그것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기억하는지 기억하지 않는지,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나는 다 안다. 너는 지금 괴로워하는가? 내가 만일 미래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했을 때, 네가 그것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기억하는지 기억하지 않는지,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나는 다 안다. 너는 지금 괴로워하는가? 내가 지금 여기에서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하리라.
  촌장이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괴로움은 모두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너무 간략하게 설법하시고 자세히 분별해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오직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소서.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네 마음에 우러나는 대로 대답하라.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을 결박하거나 때리거나 꾸짖거나 혹 죽인다면, 네 마음에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일어나겠느냐?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중생들로서 내가 바라는 이거나 탐내는 이거나 애정을 두고 있는 이거나 기억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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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나 서로 친한 이라면, 그가 결박되거나 맞거나, 혹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할 때에, 저는 곧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중생에 대하여 내가 바라지 않거나 탐나지 않거나 애정이 없거나 기억이 없거나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그가 혹 결박되거나 맞거나,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한다 한들 제가 어찌 쓸데없이 근심·슬픔·번민·고통을 일으키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중생들에게 생기는 갖가지 괴로움은 모두가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온갖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너는 부모를 의지하고 있는데 만약 부모를 보지 못했다면 그 부모에 대하여 바램과 탐욕과 애정과 기억이 생기겠느냐?
  촌장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약 그대가 의지하고 있는 부모에 대하여 일찍이 보았거나 혹 들은 일이 있었다면 탐욕·애정·기억이 일어나겠느냐?
  촌장이 말하였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저 의지하던 부모가 만일 무상하게 죽는다면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생기겠느냐?
  촌장이 말하였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의지하고 있던 부모가 덧없이 죽는다면 저는 거의 죽게 될 것입니다. 어찌 단지 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고 괴로워할 뿐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중생들에게 생기는 모든 괴로움은 다 애욕이 근본
[1283 / 2145] 쪽
  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촌장이 말했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의지하고 있는 부모를 비유로 들어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게는 의지하고 있는 부모님이 계신데 다른 곳에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안부를 묻습니다만, 만일 심부름 보낸 사람이 돌아오지 않기라도 할 때면 저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는데 하물며 세상을 떠나시는데 있어서 어찌 근심과 괴로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의 모든 근심과 괴로움은 모두가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 가지 애정이 있는데 그 애정의 대상이 덧없이 변하여 달라지면 곧 네 가지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고, 또 세 가지나 두 가지도 그와 같을 것이며, 혹은 한 가지의 애정이 있는데 그 애정의 대상이 덧없이 변하여 달라지면 곧 한 가지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촌장이여, 만일 전혀 애정이 없으면 곧 근심과 괴로움의 번뇌도 없어질 것이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세상의 애정이 없으면
  근심과 괴로움의 번뇌와 우환도 없으리니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 같네.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갈담 마을 촌장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어,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에 깊이 들어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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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 의심에서 벗어났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남에게 제도받지 않고서도 바른 법과 계로써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미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미 제도 받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초월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스님들께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오직 저를 기억하고 보호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갈담 촌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摩竭提國)에 계시면서 인간 세상을 유행(遊行)하셨다.
  1,250비구와 1,000우바새(優婆塞)와 500명의 먹다 남은 밥을 비는 사람들을 데리고, 성(城)에서 성(城)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면서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고 나라(那羅)라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원(好衣菴羅園)에 이르셨다. 그 때 니건(尼揵 : 尼乾子)의 제자인 도사씨(刀師氏) 촌장이 니건의 처소에 찾아가서 니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 니건이 도사씨 촌장에게 말했다.
  촌장이 말했다.
  아리(阿梨 : 阿闍梨)여, 제가 어떤 논을 내세워 질리론으로 삼아야,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게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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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건이 촌장에게 말했다.
  너는 사문 구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물어보아라.
  '구담이여, 항상 모든 집마다 복과 이익을 두루 갖추고 더욱 많아지게 하기를 원하는가? 이와 같은 서원을 짓고 이와 같이 말하는가?'
  그렇게 물어 보아 만일 너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거든 너는 다시 물어보아라.
  '사문 구담이여, 그렇다면 그대가 어리석은 범부와 무엇이 다른가?'
  그래도 또 만일 '그와 같이 서원도 하고 그와 같이 말도 한다'고 대답하거든 너는 다시 그에게 물어보아라.
  '사문 구담이여, 만일 그와 같은 원을 세우고 그와 같이 말한다면, 어찌하여 지금처럼 흉년든 때에 인간 세상을 유행하며 다니는가? 1,250비구와 1,000우바새와 500명의 먹다 남은 밥을 비는 사람들을 데리고, 성에서 성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마치 큰 비가 내리고 큰 우박이 내리는 것과 같을 따름이다.
  그런 것들은 세상에 손해를 끼치는 것일 뿐 유익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구담이 한 말과는 서로가 너무나 동떨어져 비슷하지도 않고[不類不似] 앞뒤도 맞지 않는다.'
  촌장이여, 이렇게 말하면 이것이 질리론(蒺蔾論)이며, 저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게 할 수 있으리라.
  그 때 촌장 도사씨는 니건이 권하는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공손하게 문안을 여쭌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항상 모든 집마다 복과 이익이 더욱 많아지기를 원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오랜 세월 동안 언제나 모든 집마다 복과 이익이 더욱 많아지기를 원하고, 또 항상 그렇게 되도록 기원한다.
  촌장이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구담께서는 어찌하여 지금처럼 흉년이 든 때에 많은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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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거느리고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며 걸식하여……(내지)……비슷하지도 않고 앞뒤도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91겁 동안을 내려오면서 한 사람이 한 비구를 보시함으로 인해서 탕진하고 망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촌장이여, 너는 오늘 어떤 집이 큰 부자로서 돈과 재물이 많고 권속들이 많으며, 종들이 많은 지를 보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집들은 오랜 세월 동안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진실로 적정(寂靜)한 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런 복과 이익을 이루었느니라.
  촌장이여, 여덟 가지 인연이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복과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감소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왕으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도둑들에게 겁탈 당하거나 불에 태워지거나 물에 떠내려가거나 창고가 저절로 없어지거나 빚을 주고 돌려 받지 못하거나 원수에게 빼앗기거나 못된 자식이 마구 낭비하는 것이니, 이러한 여덟 가지가 있으면 돈과 재물을 모으기 어려우니라. 촌장이여, 나는 무상하다는 말을 아홉 번째 구절에 말하였느니라. 이와 같아서 촌장이여, 너는 아홉 가지 인(因)과 연(緣)을 버려 두고 '사문 구담은 남의 집을 망친다'고 그렇게 말하느냐?
  나쁜 말을 버리지 않고 나쁜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것은 마치 쇠창을 물에 던지는 것과 같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 때 도사씨 촌장은 매우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착하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여 구담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으며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15. 도사씨경 ②19)
  
19)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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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라라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과거에 니건의 제자였던 도사씨라는 촌장이 니건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니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 니건이 촌장에게 말했다.
  너는 능히 사문 구담과 질리론(蒺蔾論)을 이야기하여,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게 할 수 있겠느냐?
  촌장이 니건에게 아뢰었다.
  아리(阿梨 : 阿闍梨)여, 제가 어떤 것을 질리론으로 삼아야,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니건이 촌장에게 말했다.
  너는 사문 구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물어보아라.
  '구담이여, 항상 일체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려고 하고, 또 일체 중생들이 안락한 것을 칭찬하는가?'
  그래서 만일 너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거든 너는 마땅히 이렇게 말하라.
  '구담이여, 그렇다면 그대가 어리석은 범부와 무엇이 다른가?'
  그래도 또 만일 '항상 일체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려고 하고, 또 일체 중생들이 안락한 것을 칭찬한다'고 대답하거든 너는 다시 그에게 물어보아라.
  만일 일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찌하여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설법하고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설법하지 않는가?'
  이와 같이 물으면 이것이 질리론이니, 저 사문 구담으로 하여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게 할 수 있으리라.
  그 때 촌장은 니건의 권유를 받고 나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공경을 다하여 문안을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찌하여 항상 일체 중생을 편안하게 하고, 일체 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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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안위(安慰)하는 것을 칭찬하려 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오랜 세월 동안 일체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그들을 편안하게 하고 또한 늘 일체 중생들을 안위하는 것을 칭찬하느니라.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그렇다면 여래께서는 무슨 이유로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설법을 해주고 또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설법해주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물을 터이니 마음대로 나에게 대답하라. 촌장이여, 비유하면 세 가지 밭이 있는데, 첫 번째 밭은 비옥하고 기름진 밭이고, 두 번째 밭은 중간쯤 되며, 세 번째 밭은 척박한 밭이다. 어떤가? 촌장이여, 그 밭의 주인이 맨 먼저 어떤 밭부터 갈고 씨를 뿌리겠는가?
  촌장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가장 비옥하고 기름진 밭부터 먼저 갈고 씨를 뿌릴 것입니다.
  촌장이여, 다음에는 어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겠는가?
  촌장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연히 다음에는 중간 밭을 갈고 씨를 뿌릴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어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겠는가?
  촌장이 대답하였다.
  다음에는 가장 못된 척박한 밭을 갈고 씨를 뿌릴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하는가?
  촌장이 대답하였다.
  나쁜 밭에는 종자를 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그와 같다. 저 비옥하고 기름진 밭과 같이 나의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도 그와 같아서, 나는 항상 그들을 위해서 바른 법을 연설한다. 그 설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뜻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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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맛도 좋은 것이어서, 순일(純一)하고 원만하고 깨끗한 범행을 열어 보이고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은 그 법을 듣고 나서는, 내 집[我舍], 내 섬[我洲], 내 덮개[我覆], 내 그늘[我蔭], 내 취향[我趣]을 의지하고, 항상 깨끗한 눈으로 나를 관찰하면서 살아가느니라. 그러면서 그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나는 다 받아 가져야 한다. 그 법은 나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요익(饒益)하게 해주고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게 해준다'고 생각하느니라.
  촌장이여, 저 중간쯤 되는 밭과 같이 내 제자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도 그와 같아서 나는 또한 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한다. 그 설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뜻도 좋고 맛도 좋은 것이어서, 순일하고 원만하고 깨끗한 범행을 열어 보이고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은 그 법을 듣고 나서는, 내 집, 내 섬, 내 덮개, 내 그늘, 내 취향을 의지하고, 항상 깨끗한 눈으로 나를 관찰하면서 살아가느니라. 그러면서 그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나는 다 받아 가져야 한다. 그 법 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요익하게 해주고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게 해준다'고 생각하느니라.
  촌장이여, 저 농부의 가장 못된 척박한 밭과 같이, 나는 저 외도 이학(異學)인 니건자의 무리들을 위해서도 또한 설법한다. 그 설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뜻도 좋고 맛도 좋은 것이어서, 순일하고 원만하고 깨끗한 범행을 열어 보이고 나타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저들에 대하여 설법을 듣는 이가 적어도 그들을 위해 연설하고 설법을 듣는 이가 많아도 그들을 위해 연설한다. 그래서 그저 대중들이 내가 연설하는 훌륭한 법에서, 단 한 구절의 법이라도 들어 그 이치를 깨달으면, 그도 오랜 세월 동안 그 이치로 인해 요익하게 되고 편안해지며 즐겁게 머무르게 될 것이니라.
  그 때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세 가지 밭을 비유로 들어 정말 훌륭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들어라.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비유하면 어느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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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세 가지 물그릇을 가진 것과 같다. 첫 번째 그릇은 구멍이 뚫리지도 않았고 깨지지도 않은 것이고, 또 물이 새지도 않는 것이며, 두 번째 그릇은 구멍이 뚫리지도 않았고 깨지지도 않았지만 물이 새는 것이며, 세 번째 그릇은 구멍이 뚫어지고 깨진 데다 또 물까지 새는 것이다. 어떤가? 촌장이여, 저 사내는 이 세 가지 그릇 중에 항상 깨끗한 물을 가지기 위하여 어느 그릇에 물을 담아두겠는가?
  촌장이 말했다.
  구담이시여, 당연히 구멍이 뚫리지도 않고, 깨졌거나 물이 새지도 않는 그릇에 맨 먼저 물을 담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어느 그릇에 물을 담겠느냐?
  촌장이 말했다.
  구담이시여, 그 다음엔 당연히 물이 새기는 하지만 구멍이 뚫렸거나 깨지지 않은 그릇에 물을 담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 그릇들이 가득 찼으면 맨 나중에는 어느 그릇에 물을 담겠느냐?
  촌장이 말했다.
  마지막에는 구멍이 뚫리고 깨지고 물이 새는 그릇에 물을 담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잠깐 동안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내가 가지고 있는 구멍도 뚫리지 않고 깨졌거나 물이 새지 않는 그릇과 같이, 내 모든 제자인 비구와 비구니도 그와 같아서, 나는 항상 그들을 위해 바른 법을 연설하고,……(내지)……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요익하게 해주고,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게 해주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구멍이 뚫렸거나 깨지지는 않았으나 물이 새는 두 번째 그릇과 같이, 내 제자인 우바새와 우바이도 그와 같아서, 나는 항상 그들을 위해 바른 법을 연설하고,……(내지)……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요익하게 해주고,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게 해주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구멍이 뚫어지고 깨지고 물이 새는 세 번째 그릇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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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外道) 이학(異學)인 여러 니건의 무리들도 그와 같으나, 나는 그들을 위해서도 바른 법을 연설한다. 그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뜻도 좋고 맛도 좋은 것이어서, 순일(純一)하고 원만하고 깨끗한 범행을 열어 보이고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듣는 이가 많아도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적어도 그들을 위해 설법하나니, 만일 그들이 내가 설한 한 구절의 법에서라도 그 이치를 깨닫는다면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도사씨 촌장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매우 두려운 마음이 생겨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잘못을 뉘우쳤다.
  세존이시여, 저는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착하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여 세존의 처소에서 진실한 것을 살피지 못하고 거짓을 함부로 말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떠나갔다.
  
  
916. 도사씨경 ③2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라라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원에 계셨다.
  그 때 니건의 제자인 도사씨라는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무슨 의논을 하려고 하는가? 니건야제자(尼揵若提子)가 무슨 말을 했는가?
  촌장이 말했다.
  저 니건야제자가 말하기를 '살생한 사람은 모두 다 지옥[泥犁]에 떨어진다. 그것을 많이 행할수록 그 때문에 저곳에 가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도둑질이나 삿된 음행이나 거짓말을 하면 다 지옥에
  
20)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7권 10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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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진다. 그것을 많이 행할수록 그 때문에 장차 그곳에 가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니건야제자의 말과 같이 '살생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 그것을 많이 행할수록 그 때문에 저곳에 가서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면, 어떤 중생도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중생이 일체 시간 어느 때에 살생할 마음을 가지는가? 또 일체 시간 어느 때에 살생하지 않을 마음을 가지는가?……(내지)……어느 때에 거짓말을 할 마음을 가지는가? 어느 때에 거짓말하지 않을 마음을 가지는가?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람들은 밤낮으로 살생할 마음을 가진 때는 적고,……(내지)…… 거짓말을 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때는 적으며, 살생……(내지)……거짓말을 할 마음을 가지지 않는 때가 더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와 같다면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니건이 말한 것처럼 '살생한 사람은 다 지옥에 떨어지고, 그것을 많이 행할수록 장차 그곳으로 가서 태어나며……(내지)……거짓말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고 한다면 촌장이여, 저 큰 스승은 세상에 출현하여 생각하고 헤아리며 생각하는 자리에 들어가 머무를 것이다. 그는 범부의 지위에서 자기가 분별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마음대로 헤아려 제자들을 위해 '살생한 사람은 다 지옥에 떨어진다.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할수록 장차 그곳에 가서 태어날 것이다.……(내지)……거짓말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라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제자들은 그 말을 믿고, '우리 스승은 알아야 할 것을 다 아시고 보아야 할 것을 다 보아서 제자들을 위해 (만일 살생한 사람은 다 지옥에 떨어진다.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할수록 그 때문에 장차 그곳에 가서 태어날 것이다)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부터 살생·도둑질·삿된 음행·거짓말을 할 마음이 있었으니 장차 지옥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견해를 내고, 마침내 그 견해를 버리지 않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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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을 싫어하지 않으며,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다가 미래 세상에서 살생을 버리지 않고……(내지)……거짓말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는 뜻이 완전히 해탈하지 못하고 지혜로 완전히 해탈하지 못한다. 뜻이 완전히 해탈하지 못하고 지혜로 완전히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성인을 비방하는 삿된 견해를 가지게 되고, 그런 삿된 견해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곳인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이와 같이 촌장이여, 중생의 번뇌는 원인[因]이 있고 조건[緣]이 있고, 중생의 업번뇌(業煩惱)도 원인과 조건이 있다.
  촌장이여, 여래·응공·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상·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항상 중생들을 위해 살생하는 것을 꾸짖고 살생하지 않는 것을 찬양하시며, 도둑질·삿된 음행·거짓말하는 것을 꾸짖고 도둑질하지 않고·음행하지 않는 것·거짓말하지 않는 것을 찬양하신다. 그리하여 항상 이 법으로써 모든 성문(聲聞)들을 교화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좋아하게 하며 믿게 하고 존중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 스승님은 알아야 할 것을 다 아시고 보아야 할 것을 다 보셨기 때문에 살생하는 것을 꾸짖고 살생하지 않는 것을 찬양하시며,……(내지)……거짓말하는 것을 꾸짖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을 찬양하신다. 우리는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살생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스스로 뉘우치고 자책한다'라고 한다. 비록 그것으로써 저들로 하여금 업을 짓지 않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선 이로 인하여 뉘우치고 꾸짖게 함으로써 미래 세상에서는 살생을 버릴 수 있고……(내지)……도둑질·음행·거짓말을 버릴 수 있다. 그리하여 바른 뜻이 완전히 해탈하고 지혜로 완전히 해탈하며, 뜻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완전하게 되면,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견해를 성취하며, 바른 견해를 성취한 인연으로 좋은 세계인 천상에 태어난다. 촌장이여, 이와 같이 원인이 있고 조건이 있어서 중생의 업번뇌가 청정하게 되느니라.
  촌장이여, 저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공부한다. 즉 살생할 마음이 적게 일어나는가, 살생하지 않을 마음이 많이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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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가를 때를 따라 밤낮으로 관찰한다. 그래서 만일 살생할 마음이 있으면 곧 '이것은 옳지 못하고 생각할 것도 못된다'라고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는다. 만일 살생할 마음이 없으면 원한도 없고 미움도 없어서 마음에 따라 기뻐함이 생긴다. 따라 기뻐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면 희열이 생기고 희열이 생기고 나면 마음이 의지하여 쉬고, 마음이 의지하여 쉬고 나면 마음에 즐거움을 느끼고, 마음에 즐거움을 느끼고 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마음이 안정되고 나면 거룩한 제자의 마음은 자애로움[慈]과 하나가 되어, 원한도 없고 미움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넓고 크기가 한량없어 한 방위를 가득 채우고 정수(正受 : 禪定)에 머문다. 두 방위·세 방위……(내지)……네 방위와 네 간방[四維]과 상·하 그리고 온 세상에 마음이 자애로움과 하나가 되어 원한도 없고 미움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넓고 크기가 한량없이 잘 닦아 익혀서 모든 방위를 가득 채우고 완전하게 정수에 머무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손톱으로 흙을 조금 집어 도사씨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촌장이여, 내 손톱의 흙이 많으냐, 대지(大地)의 흙이 많으냐?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손톱의 흙은 너무나 적고, 대지의 흙은 그 수효가 한량없이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손톱 위의 흙은 너무 적고 대지의 흙은 그 수효가 한량없는 것과 같이, 마음이 자애로움과 함께 하여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아 익히면, 모든 한량 있는 업[有量業:惡業]은 손톱 위의 흙과 같아서, 그를 나쁜 곳으로 끌고 갈 수도 없고21) 그런 곳에서 머무르게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도둑질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으로 다스리고, 삿된 음행은 기뻐하는 마음[喜心]으로 다스리고, 거짓말은 평정한 마음[捨心]으로 다스리면, 그것과 이것은 견줄 수가 없을 것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실 때, 도사씨 촌장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
  
21) 나쁜 곳으로 끌고 갈 수가 없다고 한 것은 지옥을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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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촌장은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을 깨닫고 법을 알고 법에 깊이 들어가 온갖 의심을 여의며, 남을 의지하지 않고 남을 따르지 않으며, 바른 법과 율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민 뒤에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미 벗어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미 뛰어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스님들께 귀의하여, 이 목숨 다하도록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등불을 구하는 어떤 사람이 말꼬리를 가져다가 심지를 만들고 불을 붙여 보려고 하였으나, 끝내 빛을 얻지 못하고 부질없이 제 스스로만 지쳐 결국 등불을 구하지 못한 것처럼, 저도 그와 같아서 밝은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저 어리석은 니건자의 처소에서 어리석은 이를 친근히 하고 어리석은 이와 화합하고 어리석은 이를 받들어 섬기느라 부질없이 제 자신만 수고롭게 하고 밝은 지혜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거듭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 그리하여 지금부터는 이후로는 저 어리석고 착하지 못하며 분별할 줄 모르는 니건의 처소에서는 조그마한 믿음이나 조그만 공경이나 조그마한 애정이나 조그마한 기억까지도 이제 멀리 여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세 번째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스님들께 귀의하여, 이 한 목숨 마칠 때까지 우바새가 되어 제 마음을 스스로 청정하게 하겠습니다.
  그 때 도사씨 촌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917. 삼종조마경(三種調馬經)2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22)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8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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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세 가지 길들여진 말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떤 말은 민첩함과 빠르기는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다, 어떤 말은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고 민첩함과 빠르기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다. 어떤 말은 민첩함과 빠르기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 이와 같이 마음을 길들인 장부의 모습에도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떤 장부는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고 또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다. 어떤 장부는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다. 어떤 장부는 민첩함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
  비구들아, 어떤 것이 길들지 않은 장부로서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어떤 장부가 이것은 괴로운 것[苦]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 원인[苦集],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苦滅],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跡]이라고 사실 그대로 안다면, 이와 같이 관찰한 사람은 세 가지 결박[結 : 번뇌]인 신견(身見)·계취(戒取)·의(疑)를 끊는다. 이 세 가지 결박을 끊으면 수다원(須陀洹)이 되어 나쁜 곳으로 가는 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삼보리(三菩提)에 바로 나아가, 일곱 번 천상과 인간 세상을 오가면서 태어난 뒤에는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이것이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만일 어느 누가 아비담(阿毘曇)과 율(律)을 물을 때, 문구와 그 의미[味]를 차례를 따라 완전하게 갖추어 해설하지 못하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형체를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덕망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서 의복·음식·침구·탕약과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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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도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장부로서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느니라.
  어떤 것이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이른바 장부가 이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 원인이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며,……(내지)……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면, 이것을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만일 아비담이나 율을 물을 때,……(내지)……그것을 잘 해설하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었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형체를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덕망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서 의복·음식·침구·탕약을 받지 못하는 것을 장부로서,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느니라.
  어떤 것이 장부로서, 민첩한 것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몸도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이른바 장부가 이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원인,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며,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사실 그대로 알면,……(내지)……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면, 이것을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만일 누가 아비담과 율을 물으면,……(내지)……잘 해설하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형체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것이라고 하는가? 덕망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서……(내지)……침구와 탕약을 받는다면, 이것을 형체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장부로서 민첩함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고 말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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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18. 순양마경(順良馬經)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세 가지 좋은 말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떤 말은 빠르기는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였다. 어떤 말은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였다. 어떤 말은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
  바른 법과 율에도 세 종류의 선남자(善男子)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떤 선남자는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었지만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였다. 어떤 선남자는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었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하였다. 어떤 선남자는 민첩함도 완전하게 갖추었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
  어떤 것이 선남자로서, 민첩함은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는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道跡聖諦]를 사실 그대로 안다.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나서는 5하분결(下分結)인 신견(身見)·계취(戒取)·의(疑)·탐욕(貪欲)·진에(瞋恚)를 끊는다. 이 5하분결을 끊고 나서는 생반열반(生般涅槃)의 아나함
  
23)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8권 13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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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阿那含)24)이 되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도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선남자가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만일 아비담과 율을 물으면 그에 대한 문구와 의미를 깨달아 알고 차례를 따라 결정하여 해설하지 못하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형체를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이른바 덕망이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서 재물과 이양(利養)의 공양과 의복·음식과 질병에 따른 탕약의 공양을 받는다면 이것을 선남자로서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빛깔은 완전하게 갖추지 못했고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었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로서 이것은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내지)……생반열반의 아나함이 되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도로 태어나지 않으면, 이것을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만일 아비담과 율을 물으면 그에 대한 문구와 의미를 차례를 따라 결정하여 해설하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형체를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인가? 이른바 이름과 덕망이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서 재물과 이양(利養)의 공양과 의복·음식과 질병에 따른 탕약의 공양을 받는다면, 이것을 선남자로서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었고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었으나 형체는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선남자로서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를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이른바 선남자가 이것은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내지)……생반열
  
24) 아나함(阿那含)의 과위를 세분하면 중반(中般)·생반(生般)·유행반(有行般)·무행반(無行般)·상류반(上流般) 등의 다섯 가지 열반으로 나뉘는데, 생반열반의 성자가 되면, 색계(色界)에 태어나 머지않아 곧 남은 의혹을 끊고 반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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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의 아나함이 되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도로 태어나지 않으면, 이것을 민첩함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만일 누가 아비담과 비니(毘尼)에 대해 물으면,……(내지)……그를 위해 잘 해설해주면 이것을 빛깔을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형체를 완전하게 갖춘 것인가? 이른바 이름과 덕망이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서 재물과 이양과……(내지)……탕약과 여러 가지 생활 도구의 공양을 받는다면, 이것을 형체를 완전하게 갖춘 것이라고 한다. 이상의 일들을 선남자로서, 민첩한 함도 완전하게 갖추고 빛깔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형체도 완전하게 갖추었다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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